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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8 06. 아들과 함께하는 중국여행 - 핑야오 6일차


오늘은 여유가 많다.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느긋하게 핑야오 고성안을 좀비처럼 어슬렁거리면 된다. 모처럼 7시 넘어서까지 잠을 잔다.




숙박에 조식도 포함되어 있기에 천천히 밥을 먹으러 움직인다. 부페식이다. 그런데 먹을게 없다. 무릇 조식이라면 토스트, 계란후라이, 커피면 충분하거늘... 중국식이다. 이름 모를 그리고 맛모를 음식들의 향연이다. 조심씩 접시에 담아본다. 입맛에 맞는 것이 드물다. 그나마 볶음밥도 엉망이다. 그냥 밥을 볶았다는데 중점을 둔 기름밥이다. 그나마 수박과 배는 조금 먹을만한다. 계란도 삶은 계란을 준다. 퍽퍽하다. 하지만 공짜라는데 의의를 둔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꽤나 짠돌이가 된 기분이다.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다. 정말 느릿느릿 좀비 처럼 고성안을 헤멘다. 우리는 고성안을 둘러볼 수 있는 135원짜리 투어리스트 패스를 구입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볼만한 것이 - 그 돈을 주고 - 없다. 오래전 상인의 생가나 표국 등을 돈내고, 더구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곳을 여기까지와서 줄서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북문에서 남문으로 동문으로 느릿느릿 정성껏 둘러본다. 한 블럭만 둘러봐도 점방에서 파는 상품들은 동일하다. 모자 종류나 수량, 기념품, 그림, 간장 모두 동일하다. 어제부터 보니 조금쯤 지루하다. 아들은 여러 소품들 중에 손가락에 끼워 싸울 수 있는 너클에 관심을 보여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하나 사주겠다고 했다.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사실 어른들 눈에는 정말 쓸모없는 물건이다. 결국 15원에 하나 구입한다. 하루 종일 손가락에 끼고 놀고 있다.













10시 반쯤 둘러보기가 끝났다. 햇볓도 따가와 이만하면 됐다. 오후에 또 둘러보기로하고 숙소로 철수한다. 이 숙소 처음엔 독일인 가족이 있더니 이제는 완전히 중국 관광객들만 남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시끄럽다. 그나마 방에 있으면 괜찮다. 어제부터 말썽이던 인터넷과 티비가 해결된다. 오전에 빨리 글을 티스토리에 올린다.







1시가 조금 넘어 휘와 나와서 좀비 모드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돌아다닌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음식 그림중에 두부와 갈비를 끓인 갈비탕처럼 보이는 음식이 보인다. 이 식당으로 낙점이다. 휘는 전에 먹은 탕수육 비슷한 음식을 시켜준다고 시켰는데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온다., 마늘쫑과 돼지고기와 양파를 볶은 음식인데 나름 맛이 좋다. 그리고 두부와 갈비를 끓인 음식과 맥주를 시킨다. 도합 92원쯤한다. 두부갈비탕도 입맛에 맞다. 오늘 점심도 성공이다. 휘와 맛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컴백한다.

낮잠을 살짝잔다. 자고 일어났더니 휘도 자고 있다. 휘가 자는 틈에 내일 면산에 가기 위해 교통편을 알아본다. 핑야오역에서 20분이면 개휴/제슈역에 갈 수 있고 제슈역에서 버스를 타면 면산에 간다고 한다. 오후에 핑야오역에 걸어가 기차표를 예약해야겠다. 잘할수 있겠지... 일단 말이 통하지 않을 터이니 종이에 날짜와 제슈역을 한자로 적고 씨트립으로 확인한 열차번호를 적는다. 그리고 장수를 적는다. 돌아오는 편도 동일하게 종이에 적고 주머니에 넣어 놓는다. 이러면 표를 살 수 있겠지...













5시30분경 휘와 핑야오역을 찾아 걷는다. 인터넷에는 핑야오 북역으로 가서 왼쪽으로 가면 금방이라고해서 걸어가는데 금방이 아니다. 혹시 길을 잘못들었나 싶어 공원에 인상쓰며 혼자놀이하고 있는 중국 청년에게 화쿼찬을 외친다. 화쿼찬이 중국말로 기차역이라고 알고있었는데 이 친구 전혀 못알아듣는다.







급기야 나는 마임을 시작한다. '칙칙폭폭' 의성어와 마임까지 보탰음에도 이 친구 갑자기 'What 's your name?'을 시전한다. 이것은 왠 뜬금포란 말인가. 갑자기 나의 마임은 의미없는 몸짓이요 헛짓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친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영어 문장이었던 것 같다. 이런 뷰~ㅇ, 아니 그냥 됐다고하고 나의 길을 간다. 아마도 이 친구는 친구들에게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했다며 무용담을 펼치리라 생각한다. 물론 살을 붙여서... 그 살에는 나의 '칙칙폭폭'은 없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어쨌든 조금 더 걸어 기차역에 도착했다. 고속역이 아니기에 역도 작고 표를 구입하는 줄도 짧다. 여권과 미리 한자로 작성한 나의 쪽지를 긴장한 손아귀에 꼭 쥐어본다. 내 차례가되서 여권과 쪽지를 수줍게 내민다. 역무원은 쪽지를 보고 아주 쉽게 예매를 시작한다. 기차표를 구입하는데 왜 내 여권번호와 기차표에 내 이름을 인쇄해주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살포시 인쇄된 기차표 4장을 받는다.




내 덕분에 내 뒤 대기자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혼자서 기차표를 예매했다는 뿌듯함에 휘에게 5원짜리 음료수를 쏜다.

북문은 걸어오는데 멀었다. 분명 더 가까운 문이 있을 것 같아 방향을 어림잡아 다른 곳으로 걸어본다. 시내 중심으로 걷는데 고성과 달리 시내는 일단 중국과 큰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핑야오 서문이 더 가깝다. 시내 중심쯤에 갑자기 한글이 보인다. 떡볶이 전골이라니...한국인이 운영하는 분식점인가? 먹고 싶다. 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고 물으니 메인 간판의 글자를 제외하면 말도 않되는 한글이 적혀있다. 말그대로 한글을 모르는 중국인을 상대로 사기치는 곳이다. 그래도 우리 한국인이 한 번 방문해 주면 저집 주인은 가문의 영광이 아닐까 싶다는 뻘생각을 하며 떡볶이집으로 발을 향한다.




정말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떡볶이집이다. 더구나 한국인은 처음 방문이다. 갑자기 주인과 모든 종업원들이 긴장을 시작하고 분주해진다. 메뉴판 제일위에 19원이라고 적힌 것이 떡볶이인것 같다. 이것을 두 개 주문하니 소주를 두 병가지고 온다. 이런! 소주는 좋지만 깡소주를 먹을 순 없잖아~ 어떻게 주문하는 것인가? 주인에게 물으니 모든 종업원이 출동했다. 말이 안통한다. 내생에 가장 어려운 떡볶이 주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입장하면 부페식으로 인당 58원이다.




재료는 내맘대로 골라서 부르스타에 끓여먹으면 된다. 비싸다. 그런데 재료가 신기하고 신선하다. 야채, 오뎅, 치즈떡, 김치, 단무지, 해물, 쏘세지, 고기 등등 그릇에 담아서 주면 고추장을 넣어서 사리까지 선택하면 끓여 먹으면 된다.




맛은? 두둥~ 훌륭하다. 정말이다. 신당동 떡볶이 못지않다. 사실 떡볶이는 기본 양념만 되면 재료가 푸짐할 수 록 맛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구나 일주일만에 보는 김치는 너무나 맛나다. 정말 김치없으면 못살겠다. 마지막에 새우와 오징어까지 넣어서 맛나게 먹고 소주도 한 병 먹는다. 주인은 번역기를 가져와 끊임없이 뭍는데 문장으로 물으면 번역기 수준이 엉망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대답은 단답으로 간단한 단어로만 해준다. 그러면 제대로 번역되는 듯 싶다. 이 양반 번역기만 믿고 간판을 제작했다가 한국인들이 비웃고 넘어갈 간판이 됐다는 것을 알까... 주인이 꽤나 한국빠인 것 같다. 가계안은 온통 한글과 한국 음악, 런닝맨을 틀어 놓았다. 맛있다는 뜻으로 '호'와 엄치를 치켜주니 주인 얼굴에 함박웃음이다. 가게를 나설 때 모든 종업원의 인사를 받으며 기분 좋게 나온다.









숙소로 돌아와 혼자 핑야오 밤거리를 조금 걷다가 들어와 휘는 샤워를 하고 나는 맥주를 한 캔들고 객잔 마당 테이블에 앉아 이글을 쓴다. 내일은 한 달전 어머니께서 다녀오시고 극찬을 하셨던 면산에 간다. 원래 일정은 아니였지만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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