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행의 중반을 넘었다. 총 27일의 일정 중 14일이 지났으니 중간을 지나는 시점이다. 이쯤되면 여행에 회의도 생기고 집이 그리워 진다. 노보시비르스크가 일반적인 도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 조금 실망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충분히 다녀 본다면 어떤지 결론이 나겠지. 아무튼 일정을 조금 수정하고 싶어 졌다. 하바롭스크를 통과하고 이루크츠크 알혼섬 일정을 늘리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해도 기차표가 없다. 바이칼호가 있는 이루크츠쿠는 러시아인들도 꼭 가고 싶어하는 휴양지이다보니 성수기인 8월 초의 기차는 모두 만석이다. 인터넷에는 표가 없어도 역에 가면 있지 않을까하고 역에 가보지만 역시나 해당 날짜에 기차표가 없다. 결국 원래 일정대로 알혼섬에서 2박3일 하바롭스크에서 2박3일을 그냥 진행해야겠다.

모스크바 시간에 몸이 적응을 하여 아침에 10시를 15분쯤 남겨두고 기상을 한다.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다시 몸을 이 곳의 시간에 적응해야 한다. 조식을 먹으러 급하게 나가 본다. 조식시간이 10시까지가 아닐까 염려를 해보지만 11시까지이다. 지금까지 갔던 러시아 호텔 중에 가장 좋은 조식을 제공한다. 제법 근사한 뷔페의 느낌을 낸다. 연어지만 회까지 있다. 하지만 입맛이 썩 좋지는 않아서 몇 가지를 담고는 그만둔다. 아침부터 무리하긴 그렇다.

아침을 먹고 룸으로 돌아와 오늘은 킥보드를 타고 온도시를 싸돌아 다녀보기로 한다. 노보시비르스크에도 지하철이 다니지만 오늘은 이곳의 간단한 지도를 얻어서 우리발로 돌아보기로 한다. 타보니 킥보는 걷는 것에 비해 같은 시간에 3배는 거리를 더 가는 것 같고, 힘은 절반 정도 드는 것 같아 효율이 좋다. 여행 다닐 때마다 가지고 다닐까 생각이들 정도이다.

일단 부활러시아정교회성당에 가본다. 성당 바로옆 공원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당은 엄숙하고 신실하다. 사람들은 성호를 그으며 성당 앞에서 부터 경건한 몸가짐을 유지한다. 나는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가 성당의 할머니께 지적을 받는다. 성당내부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벽화와 천정화가 그려져있다.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잠시 경헌한 마음으로 서 있다가 나온다. 내부 촬영은 그 엄숙함에 시도도 하지 않았다.

다시 레닌 광장으로 이동한다. 광장의 동상과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페라 극장을 둘러본다.

구 러시아 제국의 지리학적 중심지라는 성니콜라이 성당을 보고 계속 이동한다. 곳곳에 공원이 있어서 참 좋다. 러시아도 시내 곳곳에 걸인들이 있다. 걸인이 없는 나라가 몇 북유럽 국가 말고는 없을 것이다. 휘와 이동하면서 저 걸인도 어려서부터 거지는 아니였을 텐데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덧 오비강 고수부지이다. 고수부지는 시민들 산책로와 놀이기구를 즐기수 있는 크지 않은 놀이공원이있다. 한쪽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 킥보드로 묘기를 연습하고 있다. 여기는 화장실이 15루불이다. 강 건너편에 강변 백사장도 보인다. 물놀이를 할만큼의 날씨와 수질은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다.이렇게 돌아다니니 노보시비르스크의 모든 관광지를 다 돌아본 셈이다. 물론 걸었으면 완전한 하루치였갰지만 관광도시는 분명히 아니다. 이곳은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도, 또한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관광객이 없어서 인지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는 사람을 무려 3명이나 만났다. 내가 완벽히 현지인 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이곳의 대형 마트와 맞은편 재래시장을 가본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이 곳 대형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다. 물론 한국식 식료품이나 과자 등은 빼고. 재래시장은 어디나 비슷하게 진행된다. 그래도 여기 러시아는 재래시장도 건물안에 있다. 다수의 노점이 모여있는 재래시장은 못봤다. 재래시장에서 물건들을 구경한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물가보다 싸다. 고기는 보통 1kg에 5~6,000원 정도이고 과일이나 채소도 저렴하다. 다만 물고기 특히나 바다 생선은 구경하기 힘들다. 연어가 가장 흔한 생선이다. 시장에서 호두와 캐슈넛을 300g에 250루불에 구매한다.

저녁 생각이 없다는 휘 때문에 마트에서 짜장 라면과 사과파이를 산다. 휘는 냄비가 없는데 짜장라면을 어떻게 끓여먹느냐고 한다.

나는 뽀글이로 끓여서 물을 빼고 춘장액상을 넣어 비며 먹는 법을 알려준다, 입맛 없다고 하더니 하나를 뚝딱 먹어 치운다. 사과파이도 50루불의 가격에 아주 맛난다.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외국의 저렴한 이런 빵들이 반갑다. 호텔 옆의 마트는 가격도 저렴하고 물품도 다양해서 내일 기차 타기전에 장을 여기서 봐야겠다. 맥주도 캔 1리터짜리를 나는 여기서 처음 봤다. 이렇게 노보시비르스크의 두 번째 날도 저물어간다. 내일은 밤늦게 기차를 타고 29시간을 달려 이루크츠쿠에 간다. 이루크츠크에서 다시 버스로 6시간 달려 알혼섬에 들어가기에 내일 일기를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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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끊임 없이 달린다. 새벽 두 시경 정차한 역에서는 여러명의 승객이 탑승하여 짐을 옮기고 침구를 정리하느라 소란하다. 잠을 깨다가 자다가 반복이다. 어차피 자고 싶으면 언제든지 잘 수 있기에 특별히 잠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다. 5시경 눈이 떠져서 더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혼자 일어나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처다본다. 여전히 자작나무와 참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가끔씩 터져나오는 평야와 한적한 시골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침에 이런 풍경을 커피 한 잔과 함께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20대 중반, 돌아가신 아버지가 50대 중반인 시절에 같이 한 달 정도 이렇게 여행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아버지와 기차에서 보드카도 한 잔 하고, 러시아 남자들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신나게 웃으시며 가시는 모습이 상상이 됐다. 넓은 벌판을 보며 '저런 좋은 땅을 얘들은 왜 버려둔다니, 콩이나 깨라도 심지...'라고 말씀하실 것 같았다. 정말로 아버지와 여행하고 싶어지는 아침의 창 밖이었다. 과연 휘가 나중에 아빠와 그렇게 여행 할 때가 가장 행복했었는데라며 그리워 할까?

우리 앞에 모녀는 10시 쯤에야 기상한다. 휘와 나는 비스킷과 음료로 아침을 대신한다. 러시아 기차 안은 중국 기차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소리를 죽인다든지,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던지- 것 같다. 특별히 요란하지 않고 양보를 잘한다. 이 기차에는 총 3개의 콘센트가 있고 남들을 위해 잠깐씩 여러번 충전하는 것 같다. 우리 부자는 보조 배터리를 충분히 가져와서 콘센트 쟁탈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한국에서 누군가 온다면 멀티탭을 가져 온다면 모두들 좋아했을 것이다.

휘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누워서 다시 잠들기도 하면서 특별할것 없는 기차 여행을 하고 있다. 기차내에 기차 시간표를 미리 핸드폰으로 찍어놓고 정류장에 얼마나 정차하는지 확인한다. 오래 정차하는 역에서는 모두들 내려서 기지개도 켜고 먹을 것도 사먹는다. 점심은 간단한 빵과 초콜릿 음료를 휘와 사먹는다. 간식은 기차가 무려 50분을 정차하여 역사 밖으로 나가 야채와 감자빵을 사와서 먹는다. 이렇게 길게 정차할 때는 아예 역 밖에서 식사를 하고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차 근처에서 배회한다.

우리 앞의 모녀는 예카테린부르크 역에서 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내리는 것을 보니 제법 유명한 피서지인 듯 싶다. 오면서 보니 호수가 넓게 펼쳐져있다. 모녀도 Hotels.com 바우처를 인쇄해서 보는 것을 보니 호텔을 예약하고 가는 모양이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았는데 누가 우리 앞에 올지 걱정이 된다. 휘가 러시아 말로 '여행잘하세요'라고 '우다츠노버 뿌쪠쉐스뜨비야"라고 말하자 서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 4학년 남자 둘과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우리 앞으로 왔다. 한녀석의 이름은 샤샤. 러시아인들도 영어를 전혀 못하니 기본적인 대화도 힘들다. 좀 소란스럽긴하지만 우리가 사발면을 먹는 것을 보고는 자신들도 사발면을 먹고는 8시도 되지 않아서 누워서 자려고들 한다. 내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2시경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이니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가 넘어서 일 것이다. 기차는 잘달리고 있고 기차안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류장에 잠시 섰을 때 일기를 올려야 하는데 사진을 같이 올릴 만한 시간이나 속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30분 정차하는 역에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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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탑승하는 날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넘어오는 기차는 러시안 대륙 횡단 열차로 치지 않는다고 한다. 거리가 700km정도 여서 그런가 아님 수도인 모스크바까지를 종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가?

11시  체크아웃하고 기차역으로 이동하면 된다. 아침이 급할 건 없다. 카잔스키야역은 호텔에서 지하철로 4정거장 정도이고 13시08분 열차이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휘와 8시경 킥보드를 타고 공원에 나가본다. 공원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움직여 본다. 이 공원 참 매력적이다. 일요일 아침의 공원은 산책나오거나 운동 나온 사람들이 간간히 보일뿐 정막하고 조용하다. 이제 모스크바와도 작별이다. 사실 모스크바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은 아니였다. 마치 삶의 현장 같은 느낌이었고, 수도 답게 물가도 높고 사람들의 표정도 사무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우리가 있는 동안 계속 비가 오며 흐려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 졌는지 모르겠다.

카잔스키야역으로 구글 지도를 앞세워 이동한다. 배낭은 더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무거워진다. 크게 늘어난 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마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겠지. 카잔스키야역에 도착하여 익숙하게 자동화 기기로 발권을 하려 했으나, 어라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자동화 기기가 다르다.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이 역이 아니란다.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가라는 시늉을 한다. 휘와 다시 이동한다.

이번은 맞는 것 같다. 자동화 기기에서 발권을 하고 휘에게 대합실에서 대기하라고하고 48시간을 먹을 음료와 사발면, 빵 등을 보러간다. 역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무언가 역이름이 생소하다. 카잔스키야역이 아니다. 다시 대합실로 들어가 다른 경비원에게 물으니 카잔스키야역은 길 건너편이란다. 이런, 다시 휘와 걸어서 이동한다. 이 곳에 기차역이 무려 3, 4개가 모여 있나보다. 그런데 영어로 역이름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정확하다. 우리가 타고갈 열차가 대합실 안내판에 반짝인다. 역 2층으로 올라가보니 각종 음료와 과자를 팔고 있어서 구매를 한다. 러시아는 카드 사용을 많이 해서 잔돈을 준비하느니 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편하다. 휘와 도시락 사발면 4개, 빵 종류 2개 음료수 2병, 그리고 물인줄 알고 산 탄산수 2병, 일반물2병을 구매한다. 기차안에서도 살수있다고하니 큰 걱정은 없다.

12시 30분쯤 탑승하라는 안내를 보고 우리가 탈 열차를 1번 플랫폼에서 탄다. 20칸은 매달고 가는 것 같다. 우리는 18번 객차로 3등칸이다. 약 70~80명이 누워서 가는 곳이다. 우리 맞은편에는 러시아 모녀로 보이는 가족이 탄다. 털복숭이 아저씨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몇 가지 말을 나눴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니 좀 제한적이다.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간다고 하고 내 일정을 담은 지도를 보여주니 엄지손가락을 펼쳐보인다. 딸에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어쩌면 또라이들 이라고 했을 수도...

기차안은 덮다. 2층 침대에 누운 휘는 아주 시원하다는데, 내자리 1층은 엄청 덮다. 이 열차 에어컨은 켜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1시간쯤 열차를 타자 모든 사람들이 누워서 자기 시작한다. 밤에는 어쩌려고 그러는지... 나도 슬그머니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약 2시간을 자고 사람들이 분주한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보니 모두 내리려하고 있다. 아마 20여분 정차하는 모양인데 내려서 기지게도 켜고 담배들도 피려는 모양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엄청나게 담배들을 피니... 앞에 모녀도 틈만나면 둘이 담배피어 나간다. 휘는 아랑곳 않고 자고 있다. 나도 따라 내려서 담배 한 대 핀다. 이름 모를 역에 내리자 장사꾼들이 커피잔, 전등갓, 찻잔셋트 등을 팔러들 나와있다. 기차역에서 이런 것들을 왜 파는지 모르겠으나 선물용으로 사가라는 것인가 보다. 또 의외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물과 기념품을 파는 사람도 있다. 마치 우리 예전의 기차역에서 머리에 다라이를 이고 옥수수 등을 파는 광경처럼 보인다.

기차는 계속 달린다. 뜨거운물은 언제든지 받을 수 있기에 커피도 한 잔하고, 컵라면도 끓여 먹는다. 기차 풍경밖은 자작나무와 전나무 숲이다. 끊임없이 자작/전나무 숲이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이런 것을 보기위해 이곳에, 또 이열차에 탔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 끊임없는 지평선과 그 지평선을 보지 못하게 자작나무들이 기차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그러니 평원이 아니라 나무 숲이 계속 움직인다. 잠깐씩 나오는 마을 비슷한 집들이 몇 채있는 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맞나 싶은 곳들이 많다. 가끔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고있기는 한 것 같다. 논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 외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소련시절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시골땅, 시골집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소련시절 국민들에게 시골 집터를 나눠줬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명칭은 잊었다.

이곳 집들은 지붕이 뾰족하고 급격한 삼각형이거나 오각형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한국 처럼 처마를 가지고 평평한 지붕을 가지고 있는 집은 없다. 아마도 겨울에 눈이 많이 오니까 눈이 지붕에 쌓이지 못하게 뽀족하고 길죽하게 지붕을 만드는 것 같다.

기차안에 동양인은 우리 부자뿐이다. 러시아 남자들은 모두 웃통을 까고 있고 여자들은 저마다 편안한 옷을 가져와 갈아 입고 있다. 우리 부자는 호텔에서 주는 슬리퍼를 가져와 여기서 신고있다. 가져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맨발에 편한 슬리퍼가 아주 좋다. 이제 7시가 넘어가고 있다. 모두들 낮잠을 자서인지 신문 퍼즐을 맞추거나 핸드폰으로 드라마들을 보고 있다. 휘는 2층에서 내 전자책으로 '초한지'를 읽고있다.

과연 핸드폰 인터넷이 잡혀서 이글을 오늘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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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서 집을 나선지 9일이 된다. 당연히 집 생각이 많이 난다. 집에서 편안하게 있으면 좋을 걸 왜 나왔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어쨌든 이곳에 온 이상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오늘은 시티투어 버스를 타려고 하기에 10시쯤까지 투어버스 타는 곳에 가면 될 것이다. 휘에게 오늘은 투어버스 타는 곳부터 요금, 이용 방법 등 모든 것을 맞겨본다.

아침으로 어제 구입한 빵과 음료를 먹는다. 나는 휘에게 투어버스를 맞기고 내일 볼쇼이 서커스를 찾아본다. 내일 공연이 있고 현장 티켓 구입은 매진의 확률도 있고, 앞쪽자리는 예약으로 선점 된다고 한다. 일단 서커스 예약 사이트에 접속하여 러시아어로 되어있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예약을 진행해 본다. 사실 어느 예약 사이트나 언어만 생소하지 누르고 확인하고 예약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내일 서커스는 좋은자리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 나는 앞에서 6번째줄 정면쪽 좌석을 확보한다. 가격은 인당 2,500루불 인터넷 카드결재를 이용하여 예매를 완료한다. 내일은 5시 공연을 보면 된다.

그렇게 오전 볼 일과 샤워를 마치고 휘와 다시 전철역으로 향한다. 일단 모든 일정은 붉은광장 주변에서 시작되기에 붉은광장으로 향한다.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니 이미 관광객들이 광장을 점령했다. 어제 오전의 한가한 광장은 간데 없고 각나라의 단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이다. 어제 한가한 틈에 휘와 둘러보았기에 우리 부자는 느긋하다. 그렇게  sightseeing 투어버스 탑승장을 찾는데, 쉽게 찾아지지가 않는다.

 버스를 찾아 걷다보니 크렘린궁 주변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 부자도 다가가 보니 크렘린 궁안을 관람할 수 있는 티켓 오피스 줄이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줄을 생각하니 답답하다. 휘를 일단 줄에 세우고 티켓 오피스 건물로 들어가 본다. 역시나 건물안에 자동화 기기가 존재한다. 첫번째 기기는 고장이었지만 눈치껏 티켓을 뽑는 사람을 확인하고 뒤에선 기계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두 장을 구매한다. 한 장에 500루불이다. 학생할인이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예정이 없는 사람들은 한 두 시간 줄을 설바에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 싶다. 러시아는 생각보다 곳곳에 자동화 기기들이 존재한다. 한국 만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유명한 관광지는 줄을 서기보다 자동화기기를 찾으시길... 결국 줄 끝에서 이어폰끼고 줄을 서고 있는 휘에게 회심을 미소를 날리며 바로 입장한다.

대통령 궁으로 들어가기에 보안 검색을 한다. 사실 크렘린궁에 입장했다는 의의 말고는 별로 볼만한 장소는 아니다. 궁안에 4개의 성당이 존재한다. 휘는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어쩌긴 인사하면 되지...뭐 그런걸 묻냐? 궁을 천천히 둘러보고 안에서 파는 미니 피자와 음료를 사먹는다.

맛은 없지만 궁안의 벤치에 앉아 먹는 맛도 나쁘지 않았다. 궁안은 각 나라의 노인들이 단체로 관광을 와있다. 그리고 동양이든 서양이든 단체관람객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중국만큼 극성스러운 관광객은 없지만.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도 확인한다.

그렇게 크렘린궁에서 나와 굼백화점에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른다. 러시아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답게 고급 브랜드들의 향연이다. 그런 고급 브랜드 안에는 어김없이 중국 사람들이 물건을 보고 종업원들이 옆에서 최대한 존경의 표정을 하고 있다. 번잡한 중국 관광객을 서로 유치하려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뭐 우리 부자가 구경이라도 할까할 만한 내용물들이 아니어서 우리는 분위기와 화장실만 이용한다.

오늘의 투어버스는 관두기로 한다. 이미 시간도 2시가 넘었고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신 데카슬론(Decathlon)이라는 유럽쪽에서 유명한 스포츠 용품 전문점을 방문하기로 한다. 사실 데카슬론은 아시아에 싱가폴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대륙 쪽도 없고 오직 유럽 쪽에 매장들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에도 있고 모스크바에는 4, 5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난 트리톤사의  EasybreathMask를 구입하고 싶어서 한 번 들러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카피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기왕이면 정품을 구입하고 싶었다. EasybreathMask는 일종의 스노클링 마스크이다. 처음 개념도와 시제품을 테스트 영상으로 보여줄 때부터 관심있었다. 그리고 휘는 러시아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oxelo사의 킥보드를 보고는 가지고 싶어하는 눈치다. 데카슬론에 가면 팔고 있다고 했더니 가보고 싶다고 한다.

결국 우리 부자 데카슬론 매장을 검색하여 전철을 타고 찾아간다. 일단 관광객이 없는 전철역에 내리니, 모스크바 사람들이 사는 광경이 가감없이 보여진다. 그래! 이런게 보고 싶다. 매장까지 약 1km를 걸으며 우산을 쓰고 길거리 케밥을 먹는다. 점심이 부실했다. 개 당 130루불로 저렴하지만 양도 많고 맛도 일품이다. 지금까지 광광지 근처에서 사먹었던 것에 비해 훌륭하다. 그렇게 매장에 도착한다. 매장이 매우 큰데 대부분은 우리나라 이마트나 코스트코처럼 일반 판매 매장이고, 3층이 데카슬론이다.

정말 각종 스포츠 용품들의 집합이다. 캠핑, 낚시, 구기, 달리기, 스키, 트레킹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스포츠 용품이 구비되어있다. 나는 상하의 한 벌에 13만원 정도로 엄청 저렴하게 판매하는 요트복이 마음에 들었으나 역시나 배낭여행의 1/3 시점에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이라 포기한다. EasybreathMask는 생각보다 무게와 부피가 있어서 역시나 탈락이다. 결국 휘와 Oxelo 킥보드를 타보며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한다. 가장 좋은 제품인 town9을 보며 휘는 간절히 갖고 싶은 눈치였지만 결국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한국에서 과연 많이 타게 될까를 생각하다가 나중에 꼭 필요하면 전동쪽으로 생각해 보기로한다. 휘는 기특하게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아비로서 더 사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사도 이동하는데 그리고 귀국하는데 약간은 짐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포기한다. 가격은 대략 한국돈 22만원 정도로 프랑스쪽 데카슬론에 비해 러시아가 4만원쯤 더 비싸다. 다른 물품들도 조금씩 더 비쌌다. 하지만 품질 좋고 진짜 스포츠 덕후 들이 만드는 제품들처럼 실용성과 디자인에서 최고의 제품들 이었다.

휘와 그렇게 아쉽게 데카슬론에서 맨손으로 나와 마트에 들러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먹는다. 이곳 마트에서 어제 내가 산 보드카 가격이 얼마인지 알기위해 찾아보니 일반 매장이 아닌 별도의 고가 주류 매장에 있다. 가격은 760루불 정도로 어제 내가 산 가격 1,300불에 비하면 40%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여긴 대형 할인 마트이니 이해하기로 한다. 결재는 캐셔가 해주는 것이 아닌 물품들을 바코드로 찍고 영수증을 나에게 주면 나는 그 영수증을 가지고 계산하는 자동화 기기로 가져가서 직접 결재하는 시스템이다. 뭔가 번거롭지만 매장이 복잡할 때는 계산원은 직접 돈을 받는 번거로움이 없으니 빨리 계산할 수 있을 것 같다.

휘와 다시 호텔로 돌아오며 괜히 킥보드를 사주지 않은 것에 미안해 졌다. 저녁은 오면서 먹었던 케밥을 사가서 출출할 때 호텔방에서 편안하게 먹기로 하고 포장을 해서 호텔로 가져온다. 오늘도 결국 20,000보를 넘게 걸었다. 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보드카를 언더락으로 한 잔 한다. 휘와 컴퓨터로 드라마를 하나 보고 각자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모처럼 밤 시간을 각자 편안하게 보내고 있다.

내일은 투어버스를 타고 오후에 서커스를 관람할 예정이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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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0분에 출발하는 모스크바행 밤기차를 타기 위해 일기를 마무리하고 10시25분경 바에서 일어난다. 4번 플랫폼에 가니 우리를 태울 기차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 2층 기차로 1, 2층으로 나뉘어 각 층마다 방이있고, 한 방에 2층 침대로 침대가 4개씩 있는 구조이다. 티켓이 온통 러시아어로 되어있어 우리가 몇 번 객차인지도 잘모르겠다.

대충 10번 객차인 것 같아서 10번 객차의 여자 차장에게 티켓을 보여주니 확인하고 표는 돌려주지 않고 13, 14번 침대로 가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우리가 내릴 역에서 티켓을 돌려주는 모양이다. 이런 침대칸 시스템은 중국이 더 좋은 것 같다. 다만 오늘 타는 객차는 4인 1실로 깨끗하고 신형 열차이다. 그런데 객차안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점령하고 있다. 우리 자리도 중국인 관광객이 미리 앉아있어서 비키라고 한다. 우리 자리 밑에 짐넣는 공간도 떡하니 자신들 케리어를 넣어 놓았다. 이런 여행에서 중국인 단체 관괌객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민폐 손심들이다.

자리를 확인하자마자 휘는 바로 새 침대 시트들을 펴주고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늘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색없이 잘따라와줘서 고맙다. 어른도 힘들어서 민감해 졌을 것이다. 나는 붐비기 전에 화장실로 가서 양치하고 세안을 한다. 곧 중국 아줌마 부대들이 고성과 이동을 시작한다. 화장실도 점령당한다. 우리방은 맞은편 2층 침대에 중국인 단체 중 남자 한 명, 1층 침대는 이 곳 러시안 아주머니, 그리고 우리 부지이다. 중국인 아저씨는 바로 눕기는 했는데 눕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여 아침 하차시까지 끊임없이 코골이를 해서 잠을 못자게 만든 주범 이었다. 러시아 아줌마는 모두 누웠는데도 들락날락하며 기차에서 나눠주는 간식과 음료 그리고 차를 타와서 계속 먹고 있다. 옆 방 중국 아주머니들은 연신 수다들이다. 잠자리에서 잠귀가 밝은 편인 나는 계속 뒤척이며 잠을 깊이 들지 못한다.
 

이 러시아 열차는 각 자리마다 독서등과 개인 콘센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기내식처럼 빵, 쥬스, 요플레, 에너지바, 사탕 등을 봉지에 담아서 한명씩 먹을 수 있도록 침대에 놓아 두었다. 이렇게 7시간 여를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총길이 약 700km가 넘을 것이다. 도착 30~1시간 전에 차장이 와서 기차표를 돌려주며 깨운다. 이 열차는 종착이 모스크바이기에 모두를 깨운다. 새벽 모스크바에 도착해 이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눈에 익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다시 낯선 곳에 오니 방향 감각이 다시 멈췄다. 역시 이럴 땐 구글 지도 만한 것이 없다. 지금 호텔에 가봐야 체크인 시간으론 무리다. 그래서 일단 전철을 타고 붉은광장을 향한다. 모스크바하면 우선 붉은광장과 그곳의 크렘린 궁 떠오르지 않는가!

이미 익숙한 러시안 전철을 타고,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철이 훨씬 깨끗하지만, 붉은광장이 있는 오크트니리야드(Okhotnyy Ryad)역으로 향한다. 모스크바는 일회용 전철카드를 주는데 1회 탑승시 50루불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보다 20루불이 비싸고 토큰을 사용하지 않고 전자태크 카드를 사용한다. 나는 2명이라고 손가락 V자를 한 후 100루불을 냈는데 카드 한 장을 줄 뿐이다. 당황했다. 자세히 보니 카드에 100루불을 충전해 준 것으로 2회 탈 수 있는 카드이다. 휘도 2회분의 카드를 주문한다. 나중에 다시 이용해보니 카드는 최대 2회까지 충전할 수 있고 4회를 충전해 달라고하면 2회 충전된 카드를 두 장준다.

오전 8시경 불꽃이 꺼지지 않는다는 2차대전 위령 기념물 위병들의 교대식을 본다.

그리고 붉은 광장으로 걸어가 본다. 국립역사박물관과 바실리성당, 그램린궁 외벽이 보인다. 그리고 넓은 붉은광장.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도 거의없고 있어도 중국인들 단체 몇 그룹이다. 아마 낮이면 많은 인파에 사진마다 사람 잔치였을 것이다. 광장은 물차가 청소중이었고, 러시아 방송국의 카메라가 몇 대 보인다. 휘와 내일이나 모래 제대로 보기로했기에 오늘은 오전 시간을 때울 겸 천천히 걸어본다.

그렇게 잠깐이지만 한적하리라 생각되는 붉은광장을 뒤로하고 10시경 호텔로 향한다. 호텔은 2시 체크인 시작이라고 나중에 올 것을 부탁한다. 일단 배낭을 러기지룸에 보관시키고 조금은 홀가분한 몸이 되어 호텔 옆에 있는 Kremlin In Izmailovo라는 건물을 가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아 신혼부부들이 웨딩사진 찍으러들 와있다. 우리는 천천히 둘러보는데 모두 장사하는 건물들이 기본이다. 시간도 남기에 벤치에도 앉았다가 근처의 공원에 가본다.

 구글지도상 엄청 커보이는데 도심지에 있는 공원임에도 그 크기와 깊은 산속같은 정막과 숲속에 놀란다. 여러 부부와 연인들이 걷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원은 크고 사람은 많지 않아 우리나라 여자들 같으면 두려움을 느꼈을 만한 장소이다.

휘와 서브웨이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공원을 걷다가 나무와 나무사이를 연결하여 우리나라 유격과 같은 시설을 해 놓고 대부분 아이들을 상대로 체험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 체험하는 것을구경하다가 휘에게 해볼 것을 권유한다. 녀석 무서워서 안할줄 알았는데 선뜻 해보겠단다. 한국인은 처음 있던 듯 운영하는 직원도 외국인이라고 신나서 설명한다. 물론 그 친구 영어가 엄청 약해서 몸짓 발짓이 우선한다. 300루불로 휘는 재미난 체험을 한다.

이미 체력 방전이다. 공원은 직선으로 끝까지도 아니고 중간까지 걷다가 왔을 뿐인데...이런 자연환경을 도심지 옆에 가지고 있는 이 나라가 부럽다. 1시경 체크인을 하고 23층의 방을 배정 받는다. 휘는 호텔이 크고 시설이 좋아서 만족해 한다. 실제로 이 동네는 4성급 대형 호텔이 총 4곳이 모여있어서 대부분 관광객이다. 나는 낮잠을 약 2시간 자서 체력을 보충한다.

오후 5시경 휘와 아르바트 거리를 나가 본다. 푸쉬킨 박물관과 빅토르 최 추모벽을 보고 싶어서 간 것이었는데 길을 잘못들어 아르바트는 신아르바트와 구아르바트가 있는데 신아르바트로 가서, 신아르바트를 걸어다니다 구아르바트로 걸어가니 이미 체력이 방전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러시아 동방정교회의 성당인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을 겉에서 바라만 보고 다음에 다시 오기로하고 8시가 넘어 호텔 근처로 복귀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인도 식당으로 들어온다. 이미 오늘 걸은 걸음수가 30,000걸음이 넘어서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30,000걸음이 넘는, 거리로 20km를 넘게 걸었다.  난 꼬치구이인 샤슬릭을, 휘는 닭튀김과 야채 볶음밥을 주문한다. 빵도 주문했는데 바로 구워 뜨겁고 맛있었다.
둘이 맛난게 먹고, 근처 마트에 들러 조식을 신청하지 않은 관계로  아침으로 먹을 우유, 빵, 쥬스 등을 샀다.

그리고 러시아 온김에 꼭 먹어야 겠다고 생각한 보드카를 한 병 샀다. 이번 여행 내내 먹을 생각으로 구입하였는데 보드카 치고는 고급을 샀다. 보통 보드카는 싼 맛에 먹는 주류인데 보드카 중 가장 좋은 보드카라는 BELUGA를 구입했다. 한국에서는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1,300루불을 준다. 앞으로 20일을 마실 것이니 그냥 종업원이 권하는 BELUGA를 산다. 아마도 중국인이 선물하려고 산다고 생각했나보다. 지금 샷 한 잔을 따라 놓고 일기를 쓰는데 사실 보드카가 칵테일을 하지 않으면 무색, 무취, 무향이어서 어느 점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난 싸구려 보드카가 더 좋은 것 같다.

어제 오늘은 무리해서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은 좀 편안하게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야겠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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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일어난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날이다. 하루를 온전히 벌기위해 밤기차를 선택했는데 잘한 것인지 모르겠다. 고속 열차로 4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을 8시간 이상 침대칸으로 간다. 자는 동안 이동하는 것이기에 온전히 하루를 벌 수 있고 숙박비도 줄일 수 있다. 숙박비야 원래 비싼 숙소에서 묵는 것이 아니기에 큰 부담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11시경 체크 아웃을하고 짐을 호텔에 맡기고 하루 종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그러니 11시까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제 빨래한 옷가지는 모두 잘 말라있어서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그외 배낭 밖에 나와있던 소품들을 챙긴다. 휘와 익숙해진 조식을 먹고 들어와 샤워를하고 세면 도구를 챙기고, 마지막 충전용 전원기기들을 정리하여 배낭에 넣으면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4일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보금자리가 되어준 호텔방을 다시 둘러보고 체크아웃을 위해 3층 카운터로 내려간다. 카운터에서는 간단하게 키를 반납하고 배낭을 8~9시 사이에 찾으러 오겠다며 맡아달라고 한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고 있어 쌀쌀하다. 우산을 펼쳐들고 투어 보트를 타러 이동한다.

이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넵스키 거리가 눈에 많이 익었다. 마치 종로거리를 편안하게 걷는 느낌이다. 대충 어떤 가게와 풍경이 있는지 알게되었고 처음 와서 보았던 상이감은 익숙함으로 변해 있다. 투어보트를 운영하는 곳이 곳곳에 있는데, 우리는 첫번째 수로에 있는 투어보트 매장으로 찾아간다. 어제 갔던곳은 성인 800루불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1,000루불이다. 자세히 안내서를 보니 이곳은 1시간 30분 코스이다. 어제의 투어보트는 1시간 코스였다. 휘는 학생 할인을 받아 800루불로 1,800루불을 지불한다.

영어 가이드가 안내하는 보트를 11시에 탑승한다. 그런데 휘는 져지를 입혔는데 나는 긴바지만 입고 반팔로 나왔더니 너무 춥다.

보트 바깥쪽 선석에 앉자 있자니 바람이 몹시도 차갑다. 다른 서양 관광객들은 파카를 입은 사람도 있다. 선내에 들어가 담요를 챙겨나오자 다른 서양 관광객들도 서로 담요를 들고 나온다.

휘와 나는 담요를 둘러 싸고 대지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도시의 풍경을 감상한다. 네바강의 수로에 있는 다리들은 높이가 낮아서 머리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다.

네바강의 수로를 지나 본격 네바강에 들어서니 흡사 한강같은 느낌이 다가온다. 이곳을 통해 러시아의 해군이 운용을 할 정도이고 해군 본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

해군 박물관도 이 네바강 옆에 위치하고 있다. 1시간 30분의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빗방울이 조금 더 굵어져 있다.

휘와 KFC에 가서 치킨 버거를 하나씩 먹고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배낭을 열어 바람막이 잠바를 꺼내입는다. 점심을 먹고 나니 아까의 추위는 가셔서 다행이다. 집사람이 딸과의 사진을 보내줘서 통화를 잠깐한다. 한국의 식구들이 보고 싶은 하루이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10시 50분 기차, 뭘하지? 아직 10시간 가까이 남았다. 일단 휘와 갤러리 백화점을 가서 어슬렁 거린다. 러시아에서 아직 담배가게를 만나지 못했다. 길거리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데 담배 판매점은 꼭꼭 숨겨두었다. 도대체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 백화점에도 마트에도 없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는 길거리 거리마다 가판대가 있었는데, 알마티는 담배가격이 우리 돈으로 6~800원 정도였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나라, 필리핀도 그중 하나이긴 하지만, 알마티도 면세점 담배는 2,000원 이상인데 오히려 일반 담배점은 싸다. 희한하다.  다른 백화점에도 가보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대형 마트에 가서 이곳 생필품들도 구경한다. 마트에서 소주 가격이 무려 8,000원인 것을 보고 놀랐다. 보드카나 와인이 소주보다 저렴하다. 어제 babjip의 소주 가격과 비슷하다. 휘와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점에 늘어져 있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버스를 타고 네바강 넘어 프리메이슨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뱃머리 등대에 가본다. 뉴튼과 표트르 대제가 비밀회동을 하고 만들었다는 뱃버리등대 뭔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비밀을 숨기고 있는 도시처럼 비춰지기도 하다. 해군박물관도 가보지만 줄이 길어서 포기한다.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 동안 가보았던 곳들을 걸어서 복기한다. 오늘 투어보트를 타고 또 걸어서 이렇게 복기하니 우리가 그동안 다녔던 곳들이 모두 근처에 모여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법 큰 도시인데 우리 부자는 서울로 따지면 3박4일을 종로 거리만 다녔던 셈이다. 물론 일기에서도 보이다 싶이 이런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알차긴 했다.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넵스키 거리를 벗어나 좀 더 넓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즐기게 되길 바라본다.

저녁은 돌아다니며 간단히 먹기로 하였는데 걷다보니 어제 갔던 babjip 근처를 걷고있다. 휘에게 그냥 다시 가서 한국 음식을 먹자고 했더니 좋아한다. 어제 저녁을 먹은 경험이 있기에 들어가서 제육덮밥을 2인분 주문한다. 역시나 한국음식이다. 맛나게 먹는다. 이집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거의 동일하게 맛을 낸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은 거의 없고 모두 러시아인이고 손님도 많은 편이다. 우리가 다먹고 있을쯤 들어온 러시아 처자 두 명은 갑자기 한국말로 전화를 받으며 엄청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해서 휘의 눈을 휘둥그래하게 만든다. 어디서나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배부르게 한국식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걷는 저녁 길에서 이제야 담배 가게들도 보인다. 4일만에 적응이다. 8시경 호텔로 돌아가 배낭을 찾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모스크바역으로 향한다. 역은 호텔에서 가까와 쉽게 도착한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프린트물을 이용해 실물 티켓으로 바꿔야 하는데 어디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 두 군데 물어보니 모두 아웃사이드로 나가란다. 역사에 들어왔는데 다시 나가라니... 나가보니 역 옆면으로 티켓 오피스 건물이 따로 있다. 중국처럼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서있는데 우리도 줄을 서야하나 망설이다. 자동화 기기가 보인다. 우리는 자동화 기기에서 발권을 하기로 한다. 영어를 선택할 수 있다. 예약 번호와 여권번호를 입력하니 바로 프린트하여 발권해준다. 줄서있는 사람들은 당일와서 구매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예약을 못한 사람들을 노리는 암표상들도 곳곳에 있다. 이처럼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니 편안하다.

다시 여객 터미널로 돌아오니 사람들은 많고 좌석은 부족하다. 휘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고해서 기다리는데 휘가 다시 돌아와서 역 안에있는 화장실도 35루불을 줘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맙소사! 역사안에 있는 화장실도 돈을 내야 한다. 35루불이면 버스비가 30루불이니 적은 돈이 절대 아니다. 러시아와서 느낀 점은 무료 화장실이 보이면 무조건 볼일을 보고 갈 것! 화장실 찾기도 힘들고 찾아도 유료라는점!

휘와 스낵과 간단한 주류를 파는 역사내 바에 들어와 남는 시간 동안 이 글을 적는다. 이제 한 시간 후에 기차를 타고 내일 새벽 7시경 모스크바에 도착할 것이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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