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핑야오의 마지막 날이다. 사실 마지막날은 어제로 끝났지만 오늘까지 핑야오에 있으니 공식적으론 오늘 오전까지이다. 아침 10시5분 기차로 시안으로 넘어간다. 어제 저녁 혼자 객잔에 손님이 모두 자리를 뜨고 혼자 남은 테이블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마무리했다. 객잔 직원들은 테이블에서 키보드를 펴고 무언가 열심히 적고 또 놀고 있는 나를 위해 12시 넘어서까지 전등을 켜주었다. 내가 들어가고 나 서 바로 모든 내당 전등이 소등했으니 나 때문이 맞을 것이다. 그런 작은 배려가 너무나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작은 성의를 보여준 핑야오에게 감사한다.


6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짐을 챙기는 동안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휘가 일어난다. 휘에게 8시에는 출발하자고 말하고 씻고 머리도 드라이로 말린다. 휘도 모두 준비를 마친 시간이 7시 50분쯤이다. 10분간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하고 역으로 출발하면 될 것 같다.


조식은 우리가 먹을게 없다는 걸 잘알지만 1시 이후에 시안에 도착할테니 먹어두는게 좋을 것 같다. 간단히 해결을 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야진으로 걸었던 100원을 돌려 받는다. 이제 진짜 이별이다. 방은 다 둘러보았고 급하게 작별을하고 젠거름을 재촉한다. 표도 발권해야하고 1시간 전엔 기차역에 도착해야 안심이 된다. 택시를 타기로한다.


늘상 다니던길을 나두고 생소한 길로 나섰더니 길을 잃었다. 어라! 시간없는데 택시도 없다. 급하게 됐다. 다시 돌아서 큰길로 나선다.


반대편 택시에 손을 흔드니 유턴으로 마구잡이로 돌려 세운다. 말로는 시안고성역(고속열차역)을 알아듣지 못한다. 당황스럽다. 결국 네비게이션을켜고 나서야 알겠단다. 얼마냐 몸짓으로 물어보니 50원을 달란다. 미터기로 가자니 고장났단다. 그 수법 너무나 뻔한데 이번은 시간 때문에 내가 을이다. 30원에 가지고 우겨도 40원이하로는 안된단다. 어쩔수없이 40원에 가기로 한다.


바가지 쓰는것 같아 빈정 상했는데 이 친구 대단히 유쾌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 아침부터 봉잡아서 겠지만, 싱글벙글 담배까지 권한다. 난 전자담배로 변경했는데... 안핀다고하니 중국담배 좋다면 한 대 피란다. 휘에게도 권한다. 이것참... 결국 안핀다며 사양한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멀다. 한국 같으면 8,000원 잘나오겠다. 결국 한국 택시비라 생각하고 기분좋게 주고 기분좋게 헤어진다.



시안역에 도착해 발권을 하고 나오니, 어라 지난 핑야오에 도착했을 때 만난 프랑스 가족도 오늘 떠나는지 역에서 만난다. 내가 반갑게 손을 흔드니 프랑스 남자가 뛰어와 반갑게 악수하고 휘와도 악수한다. 우리와 베이징에서 부터 일정이 완전히 동일하다. 시안에 간단다. 나는 어제 면산에 다녀왔다니 자기도 가고 싶은데 아들도 배앓이를하고 이번엔 못갔다고 한다. 너무 좋았다고 담에 가보라고 권해준다. 물론 내 짦은 영어로 어색한 문장이지만... 이 친구 서양인들 특징인 한 번 물면 안놓는, 말하기 좋아하는 친구이다. 자신은 시안에서 상하이로 넘어간다고 한다. 나는 시안, 뤄양, 취푸, 칭다오라고 말해준다. 총 23일 일정이라고하니 자신도 23일 휴가라고 한다. 이 가족 우리랑 인연이다. 자신은 학교 역사 교사라고 한다. 내 직업도 물어 알려준다. 아들을 불러 네 명이서 이야기를 한다. 아들은 2주후 16세라고 하는데 아버지는 190은 넘게 큰데 아들은 휘와 비슷한 키다. 휘나 그 16세 아들이나 마리 없다. 아~ 호르몬이여~ 그렇게 옆앞에서 수다를 떨다 자연스럽게 역사로 들어가 헤어진다. 시안역에서 나와 지하철 앞까지 같은 동선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정말 인연이면 다시 만나겠지...



중국의 고속기차는 참 좋다 2등석임에도 충분히 깨끗하고 편안하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다리 뻗을 공간도 충분했다. 3시간을 넘게 달려 시안에 도착한다.


시안에 내려서 가장 먼저든 생각은 너무 덥다. 기차에서 내릴때 36도라고 나왔는데 그 이상이다. 어지껏 중국은 그늘에서는 시원했는데 완벽한 내륙이어서 그런지 숨이 탁막힌다. 체감 40도 이상이다. 베이징과 동일한 시스템의 전철을 타기 위해 시안북부역으로 이동한다. 기차역사와 동일한 건물에 있어서 쉽다. 하지만 이슬람문화권의 영향이 있는, 서역의 소수민족과 접해있는 시안이어서 인지 보안이 좀 더 철저하다. 결국 아들이 핑야오에서 신나게 구입했던 너클을 검색대에서 걸려 뺏기고만다. 한국인이라고 애가 산거라고 한 번만 봐달라고 하는데도 공안 여경이 더 미안해 하면서 두이부치라고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주고 돌아온다. 휘가 분개했음은 물론이다. 나도 살짝 부하나 났지만 생각해 보니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한 공안 여직원이 뭔 죄란 말인가? 테러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행위에야 말로 분개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불특정 다수가 공격이 대상일 수는 없는 일이다.


예약한 Z-MON 시안 호텔을 찾기위해 길을 나선다. 너무 더워서 배낭을 메고 움직이는 것은 너무 힘들다. 그렇게 더운데 길까지 잘못들어 3키로는 손해를 봤다. 전철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간다 싶어서 길가에 정복을 입은 사람에게 물었는데 아직도 한참 더가라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니다 싶어 가던길을 멈추고 택시를 타기로 한다. 택시기사 50원을 부른다. 미친것 같다. GPS가 드디어 들어와서 확인하니 지하철과 가깝고 우리는 반대 방향이다. 도데체 더가라는 그자는 뭔가? 중국인은 자신이 모르면 모른다고 안하고 아는척을 해서 사람을 골탕먹인다. 지난번 베이징도 초반 잘못 알려준 정보로 큰 고생을 하지 않았나. GPS를 쫒아 다시 역으로 돌아와 반대편으로 걸어 쉽게 호텔을 찾는다.



여기 호텔 직원도 역시나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그리고 역시나 Passport를 모른다. 눈치로 찾아서 보여줘야 한다. 호텔비는 카드로 결재하고 야진은 현금으로 100원을 건다. 나중에 카드 취소하고 다시 결재하고 번거롭다. 호텔비는 카드로 하고 이상 없으면 야진은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서로 편하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소통들은 충분한 마임을 통해 가능했다.



방으로 올라가 보니 깨끗하고 좋은데 청소가 안되어있다. 프론트로 내려가 짐을 맡기고 청소를 부탁한다. 우리는 밥을 먹고 오겠다고 밥먹는 시늉을 한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깨끗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간다. 메뉴판을 한참보다가 결국 볶음밥 두 개와 너무 덥고 땀을 흘려 맥주 한 병을 주문한다. 밥은 오이를 넣고 볶았는데 의외로 아주 맛있다. 아들과 깨끗이 먹고 계산을하니 볶음밥이 10원에 맥주가 7원, 총 29원을 받는다. 차도 한 주전자 주었는데, 정말 싸고 맛있어서 휘에게 이렇게 먹으면 우리 돈 남겠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호텔로 돌아오니 깨끗이 방이 정돈되어 있다.


일기를 조금씩 틈나는데로 자주 써야 당시의 상황과 생각을 적을 수 있는데 밤 12시에나 몰아서 정리하니 사건 나열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 또한 당시의 생각이 아니라 의무감에 적는 생각이 결핍된 글이되는 것 같다. 혼자 여행하면 시간과 생각도 많아져서 잘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호텔에서 7시 가까이까지 있다가 저녁을 먹으로 나가니 그때까지도 열기에 화끈거린다. 에어컨 없으면 시안에서는 버틸 수 가 없다.



종루와 시루에 나가서 시안 사람들을 좀 관찰하고 투어리스트 센터에 들러서 에어컨 바람을 좀 훔치고 간단한 지도와 명소가 한글로 적힌 팜플랫을 얻어온다. 혹여 중국인으로 생각할까봐 영어로 질문을하는 센스를 보여 관광객임을 표현한다. 종루와 시루는 중심가 답게 북적인다. 나중에 다시와서 찬찬히 둘러봐야 겠다.



어제 발마사지를 받아서 인지 더워서 더위를 먹었는지 휘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빨리 회족거리로 옮겨 사람이 많은 맛있을 것 같은 꼬치집에 들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들고 다니는 꼬치를 잔뜩사고 회족이 식사로 하는 빵을 두 개 사서 꼬치와 환타와 같이 먹는다. 회족은 술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맥주 대신 환타로 배를 채운다. 다 먹고 꼬치가 남아 싸달라고 부탁하고 계산을 하니 95원이다. 생각보다 많이 먹었다. 아무 생각없이 꼬치를 계속달라고한 잘못이다. 어쨌든 시안의 첫날을 잘보냈다. 아들과 새로운 것도 자꾸 찾고 먹으려고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여행의 맛이 점점 깊어지고 숙성되어 맛이 좋아진다.


돌아오는 길에 호두 30원어치와 포도 큰거 한 송이를 5원에 구입한다. 글을 쓰면서 호두를 까먹는데, 너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너무 맛있다. 어려서 먹던 그 호두 맛이다. 볶지 않은 과일 호두를 먹는 아삭이는 식감과 신선한 맛! 늘 껍질이 벗겨져 볶은 호두가 아니라 생호두를 껍질을 까먹으니 정말 맛나다. 지나치게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얼른 먹고 한 번 더 사먹어야 겠다.

내일은 병마용에 다녀올 생각이다. 주변 진시황릉이나 화청지는 패스하고 병마용만 다녀올 생각이라 새벽같이 출발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주말인 아닌 평일에 다녀와서 그나마 사람이 덜많겠지...물론 중국이니 매우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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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면산에 가기로 기차 예약을 한 상태이다. 9시 18분 기차이니 걸어가는 시간을 감안해 7시반쯤에 출발하기로 하였다. 6시 반쯤 일어나 씻고 조식은 과일만 먹기로 한다. 어제 먹은 소주에 맥주 때문인지 아니면 그 동안 너무 걸어서 몸이 혹사되서인지 몸이 개운치 않다. 수박과 배, 기본으로 주는 삶은 계란과 미음맛이 조금 나는 죽을 먹는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조식을 마치고 바로 걷기 시작한다. 아침의 중국인은 여전히 번잡스럽나다. 이제 이 객잔의 외국인은 우리 부자뿐인 듯 싶다. 어제 걸은데로 서문을 향해 걷는다. 어제 맛본 떡볶이 집도 지나치고 부지런히 걸어서 역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지나있다.







너무 부지런을 떨었다. 늦는 것 보단 나으니... 아들과 아침부터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휘의 모습이 조금은 학교생활 할 때의 모습과는 다르게 밝아지고 대화량이 많아졌다. 긍정적이고 반갑다. 역시 사람은 자꾸 부딪쳐야 되는 것이다. 모든 인간 관계가 이렇듯 자주 보고 자꾸 싸워야 긍정적으로 변하는 듯 싶다.







중국의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 열차는 정말 번잡스럽고 시골스럽기 짝이 없다. 마치 예전 영화 중 닭이 날라다니고 담배 피고 술마시던 열차의 모습같다. 실제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휘 옆사람이 낮은채로 담배를 폈다고 한다. 휘와 떨어져 앉아 있었다. 열차에 탑승하니 버젓히 우리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다. 내 자리 옆에 서서 비키라는 무언의 눈짓과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남의 자리를 차지해서인지,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준다. 하지만 내 자리인 창가자리는 내 주지않는다. 어차피 한 정거장만 갈 것이니 서서가도 되긴하다. 기차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한다. 중국은 다른 것은 모두 조금씩 틀에서 어긋나 있는데 기차 시간 만큼은 정확하다.




개슈역에 내려서 면산가는 버스 탑승장을 찾아 거리를 약간 헤멘다. 한참을 걷다 길을 잘못든 것 같아 주변에 물어보니 역시나 잘못됐다. 다행이 면산가는 버스 사진을 인터넷에서 캡쳐해 갔더니 물어보기 편하다. 시간은 10시가 넘어간다. 인터넷 정보와는 다르게 면산가는 버스는 버스터미널에서 수시로 있다. 그리고 버스 터미널은 개슈역 왼쪽에 100m 옆에 있다.




아침이 부실하고 면산에 가면 식사가 번거로울 것 같아 중국식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으로 간다. 역 바로 옆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이름은 DICOS, KFC와 비슷한 메뉴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치킨버거 세트를 주문하는데 역시나 못알아 들어서 메뉴를 달라고 해서 짚어준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KFC에 비해 좋다. 두 세트에 36원에 먹는다. 기분 좋게 치킨버거를 먹고 터미널로 가서 면산이라고 적혀있는 버스에 올라 기사에게 '멘산?'이라고 물으니 맞다고 긍정의 표현을 한다. 버스비는 인당 5원, 면산 티케팅 부스 앞이 종점이다. 대략 20~30분에 한 대씩 운행하는 듯 싶다.







버스는 11시 정각에 출발하고 약 30분을 달린다. 달리는 와중 여러 토굴과 토굴에 문을 세운 토굴집들이 많이 보인다. 이쪽은 석회와 석탄의 재질인 토양으로 보인다. 얼핏 듣기로 이곳에 석탄이 많이 난다고 들은 것 같다. 역시나 공기도 좋지 않고 도로 주변은 흙먼지가 날린다. 도로에는 큰 덤프 차량들이 많이 왕래한다.



면산에 도착하여 거대하고 그럴듯하게 지은 매표소로 들어간다. 여름 방학 성수기여서 사람이 매우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줄 좀 서겠구나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사람이 없다. 놀랍게도 티켓팅 창구가 비어서 바로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휘의 국제 학생증이 통과를 못한다. 베이징의 천단공원처럼 중국학생만 할인을 적용한단다. 국제학생증도 공인된 것이라고 따져 물어도 요지 부동이다. 어쩔 수 없다. 인당 150원을 지불한다. 왜 150원인지는 모르겠다. 여러 단계가 적혀있는 요금표였는데 제일 비싼 1Day 프리 티켓이다. 그럼 300원만 받아야 하는데 50원을 더 받아 350원을 지불한다. 50원은 뭐하는 돈인지 아직 모르겠다. 카드 패스를 주기에 어디 들어가거나 버스 탈때마다 카드를 태그하는 줄 알았는데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럼 110원짜리나 90원짜리를 구매하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 버스 탈 때 조차 그냥 무임승차인데...


아무튼 대기하는 버스를 바로 타고 면산으로 고갯길을 오른다. 아슬아슬하다. 버스도 신형이고 주위 표지판도 모두 한글로 안내가 되어있다. 국가 5A를 받은 최고급 관광구여서 그런지 시절들이 모두 훌륭하고 동선도 훌륭하다. 관광객 받을 줄아는 설계와 시스템이다. 이런 기획과 시스템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 가격이 싸기만하다고 훌륭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면산이 보여준다. 면산 내부 버스로 갈아타고 오른다. 면산내 버스 정류장이 7, 8 정류장은 되는 듯 싶다.


각 정류장마다 관광지가 있으니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능하리라... 물론 버스는 모두 공짜이고, 우리는 처음엔 마지막 정류장에서 내려 계곡을 즐기고, 각 정류장 마다 되짚어 오면서 볼만하다 싶으면 내린다. 총 5번 버스를 내리고 다시 탄 것 같다.




각각의 관광지는 모두 특색이 있고 불교와 도교, 유교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들이 줄지어 있다. 이번 중국여행에서 가장 잘한 관광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계곡을 따라 걷는 곳은 꼭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그전 정류장에서 다리가 부러진 것인지 여자 한명이 업혀 내려와서 버스에 널부러지는 것을 보고는 절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끄러져 다리라도 다치면 이번 여행은 끝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 대기도 해야 했지만 위험해 보이는 계곡내 위험길은 포기하기로했다.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



공중에 뜬 길인 잔도를 걷는 것은 휘가 너무나 무서워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 같다. 온몸과 발에 힘이들어가서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나의 놀림이 된다. 아침길에 들은 '옴마니반메홈' 음이 오늘 입속에서 계속 맴돌았는데 토굴 사당에 우리만 있게되서 우리는 '옴메니반메홈'을 노래하며 사당에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나중에 사당을 나와 한글 설명을 읽으니 장량과 공명을 모시는 곳이었다. 부처와 관계가 있는 사당이 아님에도 우리는 토굴내 울림이 멋들어져 '옴마니반메홈'을 노래했으니 아이러니하다.






대리궁에서는 인터넷에서 읽은대로 호텔로 들어가서 투숙객인양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랐다. 10층에 내리니 프론트가 또 있어서 뜨끔했지만 휘의 유창한 영어 덕분에 직원들에게 우리는 외국 관광객임을 보여 줌으로써 눈치 보기를 조금은 면 할 수 있었다. 사람은 참 마음 먹기에 다른게 이런한 사소한 것에도 외국인임이 갖는 시선의 자유로움이 있다.




아마도 중국 일반 관광객이었으면 공짜 엘리베이터에 뜨끔했을 것이다. 역시나 정상에 쉽게 오르니 다른 중국 관광객들은 정상에 퍼져있다. 올라오는 길이 가팔아 보이긴하다. 우리는 편안하게 수초만에 올라왔으니 그들보다 팔팔하다.







아들과 4시간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시간을 귀신같이 맞췄다. 우리는 4시에 출발하는 개슈행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6시 13분 출발 기차이니 2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시원한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배도 조금 고프기도해서 오전에 같던 DISCO에 또 간다. 역시나 치킨버거 세트를 주문한다. 이번엔 휘에게 주문을 시킨다. 주문한 음식을 느긋하게 먹고 휴대용 Bottle과 함께주는 콜라 이벤트를 구입하여 49.7원을 지불한다. 그동안 500mml 물을 구입하여 먹고 리필했는데 Bottle이 있으니 휴대나 물 담기가 편하겠다. 나중에 거추장 스러우면 버리고 가도 되니까...


매장내 아르바이트 여학생들이 자꾸 휘를 힐끔거린다. 이 친구들 외국인이 오니 신기한가보다라고 짐작한다. 휘와 시원한 매장에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5시30분에 기차역으로 나선다. 기차역 계단쯤 왔을 때 매장 유니폼을 입은 여학생 한 명이 뛰어와서 우리를 잡는다. 휘가 무언가 두고 온 것인가? 휘가 맨 카메라 가방에 돈이 많이 들었는데? 카메라 가방은 잘매고 있다. 휘 뒷주머니의 지갑을 두고 왔나? 지갑에 20만원 정도를 넣어놨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여학생이 친구하고 싶단다, 휘하고... 전화번호 좀 달라고 한다. 헉! 휘가 번호따이는 고백의 현장을 아비로써 목격하게 된 것이다. 휘가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많은 고백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때마다 내가 놀렸더니 더 이상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었다. 이 녀석 이 또래 남자 애들이 그렇듯 여자에게 관심이 조금도 없다. 나는 늘 휘에게 '남자고 여자고 친구를 많아 사귀어라, 애인으로 사귀라는 말이 아니고 친구로 연락하고 지내면 너의 인간관계나 사람을 특히 이성을 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말해 왔는데 국제적으로 고백을 받으니 당황스럽다. 한국인이라고 말해도 이 여자친구 막무가네다. 하긴 유니폼을 입고 뛰어 쫒아올 정도이니 마음가짐이 오죽했으랴... 우리가 중국내 사는 외국인으로 생각했나보다. 한국인이라고, 한국 전화번호 뿐이라고 했는데고 알려달란다. 대단한 각오이다.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라고 했는데 결국 휘는 한국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단다. 이름도 적어주지 않고 번호만 딸랑. 전화 받아봐야 말도 통하지 않을 터인데 어찌하려고... 여학생이 갑자기 불쌍해진다 TT; 메일 주소라도 적어주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깜빡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주소는 최근에 바꿔서 기억을 못한단다... 무심한 놈. 오는 기차에서 두고두고 놀림을 당한다. 결국 오늘 이 시간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여학생은 이름도 모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데 어이할꼬... 그래도 번호 받아서 함박 웃음을 지으며 '안녕'이라고 서툰 한국말을 하는 여학생, 이런놈을...불쌍하다.

이번 역시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중국인과의 기싸움에 이겨 내자리에 앉아서 왔다. 저녁은 건너 뛰기로 하고 칼이 없어 다른 과일은 못사고 크고 맛나보이는 복숭아 4개를 사서 돌아온다. 아저씨가 덤으로 하나를 더 줘서 5개에 9원을 줬다. 하나에 우리돈으로 330원 쯤하는 것 같다. 와서 먹어보니 꿀맛이다. 과일이 정말 신선하고 싸다. 많이 사먹어야 겠다.




숙소로 돌아와 발마사지를 받자고 휘를 꼬신다. 휘는 나가기 싫다고 그냥 누워있는게 편하다는데 끌고 나간다. 매장밖 알림판에는 기본 발마사지 30원 어깨까지 포함 45원이라고 적어놓고 막상 들어가니 발마사지 45원 어깨 포함은 58원을 부른다. 비싸다고 간다고 하자 둘이 어깨 포함 100원에 합의 본다. 둘이 60분 18,000 정도면 싸다. 나는 덩치가 있어서 남자가하고 휘는 아줌마가 해준다. 시원하기 보다는 아프다. 어쨌든 발마시지까지 받으니 몸이 노곤한게 기분 좋은 상태이다. 오늘은 술은 먹지 않기로 한다. 이 노곤함이 좋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웃으며 떠들며 먹는 술자리가 파하길 기다려 10시 30분쯤 기분 좋게 내 전용 자리로 나와 글을 쓴다. 내일은 핑야오 마지막날이다. 내일 오전 10시경 고속 열차로 시안/장안으로 떠난다. 내일도 기차를 4시간쯤 탈듯 싶다.


핑야오는 관광보다는 도시를 둘러보고 사람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늘 관광객이 북적이지만 핑야오 사람들은 아직 때도 덜 뭍고 친절하고 아름답다. 언젠가 이 곳도 많이 변해 있을 것이다. 지금도 가라오케를 틀고 가수들이 밖까지 큰소리가 들리게 노래를 하는 주점이 여러개 있다. 그리고 새롭게 짓고 있는 전통 가옥들도 여기저기 공사중이다. 핑야오는 느긋하게 시쳇말로 좀비처럼 즐기면서 다니는 맛이 있다. 저녁 거리를 걷는, 어깨쯤 부딪쳐도 전혀 불쾌하지 않은 편안한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자 그럼 내일 오전 떠나기까지 이런 좋은 기억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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