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들과 함께하는 중국여행 - 화산 11일차
여행/중국 2015. 8. 2. 00:18 |오늘은 화산에 간다. 내 또래 남자는 화산하면 화산파가 떠오를 것이다. 무림의 강한 문파중에 하나인 화산파, 화산이 거칠고 험하며, 도교와 불교의 도사들이 많아서 화산파라는 소설속의 문파가 생긴건지 아니면 진짜로 화산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김용의 소설 속에는 화산파는 큰 무림의 지존은 되지 못하지만 '화산논검' 속의 주백통, 황약사 등 무림지존들이 화산에서 나누는 대화와 무술은 당시 소년이던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했던 추억의 장소이다. 물론 김용의 소설 속 내용들도 화산에 가보고 싶다는 부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사실 영상과 사진 속 화산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아무튼 우리 부자는 오늘 '그' 화산에 직접 간다. 실망을 할지 환호를 할지는 갔다오면 알겠지...
아침 5시 30분쯤 눈을 뜬다. 일어나 씻고 준비하며 휘를 깨운다. 기특하게도 큰 저항없이 잘일어난다. 이번 여행에서 휘는 항상 기특하고, 어른스럽다. 조금은 예전의 천진하고, 밝은 휘로 돌아온듯도하여 반갑다.
6시 30분경 조식을 먹고 나가기 위해 내려가지만 조식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침은 먹어야 할텐데, 요기 할 것을 두리번 거리며 바쁜 걸음을 옮긴다. 아마 아침을 못먹으면 화산에서 하산하는 4시경까지 못먹을 듯 싶으나 별 생각도 없거니와 쉽게 먹을 것을 정하지 못한다.
역시 익숙하게 전철을 타고 시안북역으로 간다. 시안북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빠듯하다. 아침에 30분은 서둘렀음에도 빠듯하다. 만약 조식까지 먹었으면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 발권을 위해 줄을 섰는데 쉽게 줄이 줄지않는다. 미리 한자로 역명과 예약번호 등을 적어와서 여권과 내밀어 쉽게 발권을 마친다. 발권후 승강장으로 역시 익숙하게 엑스레이를 통과하며 들어간다. 시간이 급하긴 하지만 휘와 초코파이와 빵을 구입하여 기차에 오른다.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초코파이와 빵을 먹고 있자니 옆자리 중국인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고속열차는 40분 정도를 달려 화산북역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화산을 방문하는 승객이 많은지 고속열차의 종착역이 화산북역이다. 화산북역에 내려서 역사를 나와 광장에 들어서니 수 많은 택시기사들이 유혹을 한다. 하지만 어디 그런 유혹에 넘어가랴. 이미 인터넷으로 셔틀 버스가 운행한다는 내용을 숙지하고 온 터이다. 광장 중간 끝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마을 버스 크기인데 셔틀 버스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여러 행선지가 적혀있으니 바로 화산 매표소로 가는 버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에 오르니 요금을 받지 않는다. 요금을 받지 않으니 셔틀은 맞는데, 그럼 마을 버스처럼 운행되는 이 버스 노선 3개는 모든 사람을 무료로 태운단 말인가? 참말이었다. 화산 시내를 다니면서 모든 주민을 공짜로 태워준다. 더구나 태워서 화산 매표소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려주고 태워주고를 반복한다. 내 직업의 특성상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운영주체가 있으면 무료로 운행한다는 건 화산시에서 모든 운영비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해진다. 무료 버스이다 보니 기사의 운전도 매우 느긋하다. 기사는 월급만 받으면 되니 승객이 타던안타던 소심하게 운전하면 된다. 이것 참 좋다.
그렇게 느긋한 차량을 에어컨도 없이 타고 매표소에 내린다. 무료 버스라서 그런지 친절도는 꽝이어서 무엇을 물어도 빤이 쳐다볼 뿐 답하지 않는다. 그래 거기까지다. 친절할 필요를 못느끼겠지... 사람이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매표소에 들어가 휘 국제학생증과 여권 그리고 13세라고 한자로 적은 쪽지를 직원에게 제시한다. 학생증만으로 실패를 한 경험을 살려 중학교 1학년생의 만나이를 적어서 보여준다. 매표소 여직원은 여권사진과 아들을 번갈아보며 한참을 쳐다본다. 그리고 옆자리 다른 직원들과 번갈아 쪽지와 아들을 힐끔거리며 자신들끼리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웃는다. 아마도 너무 어른스러운 아들의 얼굴과 키에 못믿겠는 눈치다. 어쩌겠는가! 그렇게 빨리 조숙한걸...날닮았겠지... 휘는 90원 나는 180원에 표를 구입하고 서봉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비 2인 80원을 지불한다. 이 셔틀버스비에서 조금은 궁금증이 풀린다. 관광객에게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셔틀버스비를 왕창 바가지 씌워서 받고 주민은 공으로 태원주는 시스템인가보다. 나 한명 타면 주민 39명을 공으로 태울 수 있다. 운영비 충당분은 시비로 마련하겠지...
서봉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화산안으로 굽이굽이 들어간다. 케이블카 승강장은 북봉과 서봉을 선택할 수 있는데 편도 북봉은80원 서봉은 140원으로 두 배가 차이나지만 서봉이 경치가 더 좋고 서봉에서 북봉으로 트레킹을하고 북봉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코스가 내리막에 길도 좋다는 정보를 믿기로 한다.
서봉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하여 한참을 계단을 오른다. 주변에 한국인 가족의 모습들도 보인다. 휘는 학생할인을 받아 100원에 승차권을 구입하고 약 20분의 줄서기 끝에 8명이 한차에 케이블카를 탑승한다. 케이블카는 약 20분간 오를 정도로 길고 경치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기에 구지 적지 않으려한다. 사람이 살면서 장관이라는 표현을 여러번 쓰게 되겠지만 내 생에 산에 대한 장관은 화산이 최고이지 싶다. 기암괴석은 물론이고 그 절벽과 산세의 흐름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편도 케이블카 비용으론 140원이 큰 돈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휘도 마찮가지 였다고 한다. 거기에 무서움은 덤으로 추가되어 손에 땀이 흥건했다.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사진의 모습과 실제 체감하는 느낌은 하늘과 땅차이라고 느낀다.
화산에 관한 내용은 길게 적지 않으려한다. 서봉에서 출발해 느긋하게 북봉으로 내려오며 느낀 것은 북봉에서 서봉으로 오는 것은 미친짓이라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당일 트레킹 관광을 원한다면 무조건 서봉에서 북봉으로 움직여야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북봉에서 케이블카가 아닌 도보로 내려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오늘 북봉에서 하산로를 이용해 내려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오점이다. 북봉으로 올라 북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서봉의 웅장함을 놓치는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북봉의 케이블카는 서봉에 비하니 뒷산 마실 수준이다. 추후에 집 어르신이나 가족과 한 번은 더 찾아오고 싶다.
하산 후 소나기가 잠깐 내려서 조금 비를 맞기는 했지만 무리없이 화산북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데도 지열이 얼마나 강한지 내리는 비를 바로 말리는 광경을 보았다. 비가 수증기가 되어 내 코의 숨을 꽉 막았을 정도이다.
돌아오는 기차는 1등석을 예매하여 시안으로 편안하게 도착한다. 7시가 다 되어 가서 숙소에서 씻고 다시 나오기 귀찮을 것 같아 휘와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한다. 숙소 근처 눈여겨보았던 노상에 테이블을 깔고 꼬치구이와 맥주를 먹는 집으로 간다. 꼬치구이 소, 양, 닭 35점과 우육면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오전은 그제 못본 박물관을 부지런을 떨어 둘러보고, 성곽 자전거 일주도 해볼 생각이다. 시안도 내일 일정을 마지막으로 모레 뤄양/낙양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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