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에 다녀온 후유증인지, 다리 근육이 많이 당긴다. 내리막을 많이 걸었더니 근육이 뭉쳤나보다. 그리고 어제 잠자리에서 힘이 들더니 오늘 감기 기운이 살짝있다. 일단 약을 먹어본다. 아침에 휘가 먼저 일어나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7시가 넘어있다. 중국에 와서 가장 오래 잔듯 싶다. 오늘은 산시성 역사 박물관과 대안탑, 저녁은 성벽을 올라 자전거 일주를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일정은 일정일뿐 실제로 마음먹은데로 이루어지는 일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거의 모든 바램이 많은 부분 잘 이루어졌다. 아마도 많은 주위 사람의 인덕이 있어서인가보다. 특히 우리 사랑하는 아내 - 물론 이글을 읽고 있다고 적는 글이다 - 고맙다. 앞으로도 혼자서든 가족들과든 자주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많이 이해해 주길 바라며, 지금 처럼만 이해해 주면 최고이겠다.


조식을 잘 얻어 먹고, 지하철을 타고 어제 10시경 갔다가 둘러보지 못한 박물관에 간다. 휘와 가면서, '8시 도착하려고 했는데 9시에 도착하니 줄이 길면 어떻하지?'라며 방정을 떨어본다. 특히나 오늘 요일이 일요일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


8시 개장인 박물관은 9시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중국인들 공짜에 일요일이라서인지 온식구들 출동이다. 줄을 서니 내 바로 앞에 13시 표를 구할 수 있다는 피켓을 든 직원이 보인다. 지금 줄이 언제 줄지도 모르는데 13시 이후 표를 구해 언제 입장할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헛탕이다. 도저히 이 더운데 줄을 서서 1시까지 대기할 자신이 없다. 더구나 감기로 컨디션도 가장 좋지 않은 이때에...




결국 휘와 근처의 대안탑으로 이동한다. 처음 계획은 대안탑에 입장할 예정이었다. 대안탑은 입장하면 볼거리가 대안탑 뿐이라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다. 그나마 전란으로 각 층의 사리들과 현장 법사가 가져온 불교 경전이 모두 소실되었다고 하니 껍데기 뿐이다. 결국 대안탑으로 입장은 하지 않는다.







대안탑 밖 분수와 주변 공원이 충분히 편안하다. 우리딸 핸드폰 가죽 가방을 20원에 하나 산다. 좋아할라나... 그나마 공원에서 대안탑이 잘보인다. 들어갈 이유가 없다. 살면서 꼭 찍어 먹지 않아도 대충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기 마련이다. 아들과 사람이 너무 많은 관광지나 사찰 등은 패스하기로 했었다. 우리가 준비하고 공부한 곳이 아니면 가봐야 수박 겉할기이다. 더구나 시안처럼 덥다면 관광이 오히려 노동이 된다. 차라리 도시 자체를 좋은 느낌으로 남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시안 너무 덥다. 휘와 오늘은 오후에 다시 나오고 호텔로 일단 후퇴하기로 한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중국인이 한국에서 왔나고 묻는다. 처음은 중국어라 못알아 들었는데 이 친구 영어를 한다. 영어를 잘한다고 했더니 잘 못한단다. 아마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영어 회화를 좀 하고 싶었나 보다. 시안 너무 덥다고 했더니, Bad season에 왔다고 한다. 시안의 좋은 곳을 소개해 달랬더니 딴소리다. 아마도 영어가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나는 휘가 있어서 그나마 잘해보인다. 호텔에서 낮잠도 한 시간자고 좀 쉰다. 컨디션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다. 어려서부터 조금 자고 일어나면 원기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충분한 충전은 되지 못했다. 점심은 만두를 사와서 맛나게 먹는다.




3시경 다시 출발이다. 5시 30분까지 박물관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4시쯤가면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삼세판이다. 세번째 도전을 하기 위해 전철을 타고 오기로 다시 간다. 오! 줄이 없다. 더 가까이 가본다. 이런 출입문을 닫아 놓고 나가는 사람만 보낸다. 이러면 안되는데, 경비에게 최대한 발음을 굴려 외국인의 급박한 상황을 연기하며 들여보내 달라고 한다.


영어는 전혀 못하는 경비 둘이 요지부동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입장료 20원짜리 특별 전시를 보면 줄도 짧고 입장도 바로 가능하다는 글을 봤다. 진작 특별 전시 줄을 설 것을... 결국 입장을 제지 당한다. 보통 이런면 금방 포기하는데 오기가 생겨 한 10분을 실랑이를 해보지만 결국... 대안탑으로 발길을 돌린다.


6시 시작하는 분수쇼를 보기로 한다. 대안탑에 도착하니 5시가 되지 않았다. 일찍 저녁을 먹기로 하고 휘와 인연이 깊은 Dicos로 간다. 치킨 버거를 시키려하는데 자리가 없다. 면산의 Dicos라면 휘 친구가 자리를 마련해 줄텐데...엄청 반가와 하겠지! 그나저나 그 친구 전화나 문자가 없다. 한국 전화로 전화거는 법을 여전히 모르는 것 같다. 얼마나 상심하고 있을꼬... 나와서 버거킹으로 이동하여 2인 세트를 시키고 5시 45분까지 에어컨 바람을 즐기며 분수쇼를 기다린다.







6시 시작하는 분수쇼에 가장 사진찍기 좋은 자리로 이동하여 20분간 진행되는 분수쇼를 관람한다. 공짜에 분수쇼 동안 주변이 시원해져서 볼만했다. 바람이 불어 분수가 분출할 때 오른편 관람객은 거의 물벼락을 맞았고 내쪽도 조금 젖을 정도로 날린다. 분수쇼가 끝나기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휘와 육교 밑으로 피한다. 많은 중국인들과 육교밑 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 한국에서 올 때 판초우의를 준비해서 비만 와봐라 입고 마음껏 돌아다녀 주겠다고 생각했는데 숙소에 두고온 이때에 판초우의를 아쉬워하면 어쩌겠는가! 비가 쉬 그칠 것 같지 않아서 버스 정류장까지 뛴다. 버스정류장에 비맞은 생쥐꼴로 도착하니 비가 멈춘다. 이 무슨 조화인가! 비는 더 올 요량으로 하늘이 어둡다. 오늘 성벽 관광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비가 더 세차게 퍼붇는다. 20분간 비가 소강되길 기다려 본다. 역시나 쉬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숙소로 뛴다. 이제는 도착하면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할 것이기에 맞으면 맞는대로 뛴다. 호텔에 도착하니 비가 줄어든다. 이 무슨 조화인가!

비를 맞았더니 콧물이 계속 흐른다. 결국 샤워와 빨래를 하고 이글을 적으며 코를 휴지로 막고 있다. 내일은 낙양으로 떠난다. 시안 볼거리도 많고 넓은, 천년 고도의 도시 이건만 핵심인 병마용과 화산을 잘 구경하고 나머지는 남겨 놓았다. 내년쯤 서역을 갈 때 어차피 중간 기착지 이므로 다시 둘러볼 여지는 있어야 겠지라면 씁쓸한 마음을 속여본다.

내일은 좋은 컨디션으로 낙양으로 출발해야 할텐데... 오늘은 이만줄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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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산에 간다. 내 또래 남자는 화산하면 화산파가 떠오를 것이다. 무림의 강한 문파중에  하나인 화산파, 화산이 거칠고 험하며, 도교와 불교의 도사들이 많아서 화산파라는 소설속의 문파가 생긴건지 아니면 진짜로 화산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김용의 소설 속에는 화산파는 큰 무림의 지존은 되지 못하지만 '화산논검' 속의 주백통, 황약사 등 무림지존들이 화산에서 나누는 대화와 무술은 당시 소년이던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했던 추억의 장소이다. 물론 김용의 소설 속 내용들도 화산에 가보고 싶다는 부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사실 영상과 사진 속 화산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아무튼 우리 부자는 오늘 '그' 화산에 직접 간다. 실망을 할지 환호를 할지는 갔다오면 알겠지...


아침 5시 30분쯤 눈을 뜬다. 일어나 씻고 준비하며 휘를 깨운다. 기특하게도 큰 저항없이 잘일어난다. 이번 여행에서 휘는 항상 기특하고, 어른스럽다. 조금은 예전의 천진하고, 밝은 휘로 돌아온듯도하여 반갑다.


6시 30분경 조식을 먹고 나가기 위해 내려가지만 조식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침은 먹어야 할텐데, 요기 할 것을 두리번 거리며 바쁜 걸음을 옮긴다. 아마 아침을 못먹으면 화산에서 하산하는 4시경까지 못먹을 듯 싶으나 별 생각도 없거니와 쉽게 먹을 것을 정하지 못한다.


역시 익숙하게 전철을 타고 시안북역으로 간다. 시안북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빠듯하다. 아침에 30분은 서둘렀음에도 빠듯하다. 만약 조식까지 먹었으면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 발권을 위해 줄을 섰는데 쉽게 줄이 줄지않는다. 미리 한자로 역명과 예약번호 등을 적어와서 여권과 내밀어 쉽게 발권을 마친다. 발권후 승강장으로 역시 익숙하게 엑스레이를 통과하며 들어간다. 시간이 급하긴 하지만 휘와 초코파이와 빵을 구입하여 기차에 오른다.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초코파이와 빵을 먹고 있자니 옆자리 중국인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고속열차는 40분 정도를 달려 화산북역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화산을 방문하는 승객이 많은지 고속열차의 종착역이 화산북역이다. 화산북역에 내려서 역사를 나와 광장에 들어서니 수 많은 택시기사들이 유혹을 한다. 하지만 어디 그런 유혹에 넘어가랴. 이미 인터넷으로 셔틀 버스가 운행한다는 내용을 숙지하고 온 터이다. 광장 중간 끝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마을 버스 크기인데 셔틀 버스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여러 행선지가 적혀있으니 바로 화산 매표소로 가는 버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에 오르니 요금을 받지 않는다. 요금을 받지 않으니 셔틀은 맞는데, 그럼 마을 버스처럼 운행되는 이 버스 노선 3개는 모든 사람을 무료로 태운단 말인가? 참말이었다. 화산 시내를 다니면서 모든 주민을 공짜로 태워준다. 더구나 태워서 화산 매표소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려주고 태워주고를 반복한다. 내 직업의 특성상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운영주체가 있으면 무료로 운행한다는 건 화산시에서 모든 운영비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해진다. 무료 버스이다 보니 기사의 운전도 매우 느긋하다. 기사는 월급만 받으면 되니 승객이 타던안타던 소심하게 운전하면 된다. 이것 참 좋다.




그렇게 느긋한 차량을 에어컨도 없이 타고 매표소에 내린다. 무료 버스라서 그런지 친절도는 꽝이어서 무엇을 물어도 빤이 쳐다볼 뿐 답하지 않는다. 그래 거기까지다. 친절할 필요를 못느끼겠지... 사람이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매표소에 들어가 휘 국제학생증과 여권 그리고 13세라고 한자로 적은 쪽지를 직원에게 제시한다. 학생증만으로 실패를 한 경험을 살려 중학교 1학년생의 만나이를 적어서 보여준다. 매표소 여직원은 여권사진과 아들을 번갈아보며 한참을 쳐다본다. 그리고 옆자리 다른 직원들과 번갈아 쪽지와 아들을 힐끔거리며 자신들끼리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웃는다. 아마도 너무 어른스러운 아들의 얼굴과 키에 못믿겠는 눈치다. 어쩌겠는가! 그렇게 빨리 조숙한걸...날닮았겠지... 휘는 90원 나는 180원에 표를 구입하고 서봉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비 2인 80원을 지불한다. 이 셔틀버스비에서 조금은 궁금증이 풀린다. 관광객에게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셔틀버스비를 왕창 바가지 씌워서 받고 주민은 공으로 태원주는 시스템인가보다. 나 한명 타면 주민 39명을 공으로 태울 수 있다. 운영비 충당분은 시비로 마련하겠지...


서봉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화산안으로 굽이굽이 들어간다. 케이블카 승강장은 북봉과 서봉을 선택할 수 있는데 편도 북봉은80원 서봉은 140원으로 두 배가 차이나지만 서봉이 경치가 더 좋고 서봉에서 북봉으로 트레킹을하고 북봉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코스가 내리막에 길도 좋다는 정보를 믿기로 한다.





서봉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하여 한참을 계단을 오른다. 주변에 한국인 가족의 모습들도 보인다. 휘는 학생할인을 받아 100원에 승차권을 구입하고 약 20분의 줄서기 끝에 8명이 한차에 케이블카를 탑승한다. 케이블카는 약 20분간 오를 정도로 길고 경치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기에 구지 적지 않으려한다. 사람이 살면서 장관이라는 표현을 여러번 쓰게 되겠지만 내 생에 산에 대한 장관은 화산이 최고이지 싶다. 기암괴석은 물론이고 그 절벽과 산세의 흐름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편도 케이블카 비용으론 140원이 큰 돈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휘도 마찮가지 였다고 한다. 거기에 무서움은 덤으로 추가되어 손에 땀이 흥건했다.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사진의 모습과 실제 체감하는 느낌은 하늘과 땅차이라고 느낀다.







화산에 관한 내용은 길게 적지 않으려한다. 서봉에서 출발해 느긋하게 북봉으로 내려오며 느낀 것은 북봉에서 서봉으로 오는 것은 미친짓이라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당일 트레킹 관광을 원한다면 무조건 서봉에서 북봉으로 움직여야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북봉에서 케이블카가 아닌 도보로 내려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오늘 북봉에서 하산로를 이용해 내려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오점이다. 북봉으로 올라 북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서봉의 웅장함을 놓치는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북봉의 케이블카는 서봉에 비하니 뒷산 마실 수준이다. 추후에 집 어르신이나 가족과 한 번은 더 찾아오고 싶다.











하산 후 소나기가 잠깐 내려서 조금 비를 맞기는 했지만 무리없이 화산북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데도 지열이 얼마나 강한지 내리는 비를 바로 말리는 광경을 보았다. 비가 수증기가 되어 내 코의 숨을 꽉 막았을 정도이다.




돌아오는 기차는 1등석을 예매하여 시안으로 편안하게  도착한다. 7시가 다 되어 가서 숙소에서 씻고 다시 나오기 귀찮을 것 같아 휘와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한다. 숙소 근처 눈여겨보았던 노상에 테이블을 깔고 꼬치구이와 맥주를 먹는 집으로 간다. 꼬치구이 소, 양, 닭 35점과 우육면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오전은 그제 못본 박물관을 부지런을 떨어 둘러보고, 성곽 자전거 일주도 해볼 생각이다. 시안도 내일 일정을 마지막으로 모레 뤄양/낙양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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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병마용에 간다. 병마용만 다녀올 예정이고 주변에 있는 화청지나 진시황릉은 패스하려고 한다. 화청지는 볼거리에 비해 너무 비싼듯 싶고, 진시황릉은 병마용 티켓에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냥 조금 높은 언덕을 오르는 정도라고 하는데 매우 덥다. 오늘은 병마용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이 바쁘지는 않다. 병마용 관람 시간을 3시간 정도로 잡고 있는데 얼마나 걸릴지 볼일이다. 일단 9시쯤 나가서 오전 병마용에 도착하여 둘러보고 3, 4시쯤 돌아올 예정이다.


가만 생각하면 병마용은 참 아이러니한 장소이다. 진시황은 자신의 사후 세계를 위해 병마용을 제작했고, 후대에는 자신의 능보다는 병풍에 불과한 병마용에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쏠리지 않는가! 역사는 후대에 평가 받는다지만 진시황은 오히려 만리장성과 병마용으로 당시에는 폭군으로 민도를 괴롭혔지만 지금에 와서는 엄청난 문화 유산을 중국과 세계에 남겨 놓은 업적아닌 업적을 남긴다. 어떠한 의도가 좋든 나쁘든 결과는 후에 남겨진 자들의 몫인 것이다. 지금 아웅다웅해봐야 티끌만한 인간 존재가 어디 우주적 역사에 흠집이라도 남겨보겠는가?


8시경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전혀 기대되지 않는 중국식 조식이다. 옆에 토스트와 커피 정도만 주어도 참 좋을텐데라 생각하며 부페 식으로 차려진 식단에 몇 가지 음식을 접시에 받아 먹어본다. 어라~ 의외로 괜찮다. 핑야오의 조식에 비하면 엄청 맛난 식단이다. 그리고 한쪽에 빵도 한가지가 있다. 모처럼 조식을 잘 먹었다. 프론트에 잠시들러 세탁 서비스에 대해 물어보고 물론 세탁기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해 보여주면 진행한 대화이다. 방으로 올라와 출발 준비를 한다.



9시경 호텔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시안역으로 가서 306번 버스를 타야하는데 시안역까지 지하철이 없다. 지도와 노선도를 확인하고 무작정 지하철로 두 정거장을 가서 시안역을 찾아 걷는다. 시안의 날씨는 정말로 40도가 넘는 폭염이다. 걷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시안역이 있을만한 위치에 없다. 우리는 이미 한 시간을 걸었는데... 그냥 호텔에서 걸었어도 이보다 먼저 도착했을 것 같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도착하고 보니 우리는 시안역 뒷편, 시안 성벽 뒷쪽을 걷고 있었다.



그 뒷편은 마치 슬럼가처럼 집들은 모두 부서지고 또 재개발을 예정하고 있는 것 처럼 대부분의 집들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아들 데리고 다니기는 조금 아니다 싶은 곳을 다녀온 셈이다.


오늘 날이 워낙 더워서 그런지 306 버스는 10여분 정도 줄을 서고 바로 탈 수 있었다. 편도 7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에어컨이 나와서 그나마 갈만 했지만 병마용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막혀서 1시간30분은 이동한 듯 싶다. 결국 병마용을 둘러보기도 전에 녹초가 되었다. 병마용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어 있었고 호텔에서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난 후였다.


밥을 먹기로 한다. 지금 먹지 않으면 4, 5시나 되어 먹을 판이다. 병마용앞 우리나라로 말하면 관광지 앞에 노점 식당에서 먹기로 한다. 그냥 때울 예정이어서 가장 저렴한 10원짜리 아무거나 짚이는데로 2가지를 달라고 한다. 하나는 마치 올챙이 모양의 묵같은 국수에 야채와 콩나물이 들어간 뜨겁지 않은 국수있데 먹을만했다. 두 번째 주문한 음식은 첫번째를 다먹도록 나오지 않아서 첫 번째 음식만 둘이 나눠먹고 10원을 내고 나온다. 맛도 나쁘지 않았고 적당히 먹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병마용 입구까지 걸어올라간다. 입구에 도착하니 티켓을 사는 티켓오피스가 보이지 않는다. 입구 직원에게 물어보니 달랑 하나 있는 자동화 기기에서 구입하란다. 이게 아닌데... 그럼 아들 학생할인은? 아마도 정식 티켓오피스는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난친 듯하다 설마 이 많은 인원이 자동화 기계 하나로 통과할리 없다. 더구나 기기앞에는 아무도 없고 우리 부자 뿐이다. 결국 150원을 둘다 내고 입장권을 구매한다. 학생이 반값이라면 15,000원을 손해봤다. 어쩌겠는가 너무 더운 것이 죄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집에 올 때까지 티켓오피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1호갱이 위엄은 정말 모든 것을 압도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나가라고하고 혼자서 하루 종일 군인과 말 피규어를 보고 있고 싶었다. 사후에도 이들이 자신을 지킬 것이라 믿었을 진시황은 과연 그들의 지원으로 행복한 죽음을 영유하고 있을까? 행복한 죽음중이라... 이상한 표현이다. 1호갱의 모든 발굴이 끝난다면 다시와서 보고 싶다. 이 엄청난 장관을...



2호갱은 발굴이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볼거리는 거의 없다. 휘가 좋아하는 인디아나 존스같은 고고학자는 없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하는 고고학자에게는 무척이나 행복한 작업공간일 듯 싶다. 진시황릉은 고고학적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생각되어 발굴을 후대에 미뤄놨다니 중국은 역사적인 부분에서는 본받을 만하다.




3호갱은 크기도 작고 상대적으로 1호갱의 위용을 이미 맛본터라 쉬 둘러본다. 3호갱을 둘러보는 와중에 프랑스 친구를 다시 조우한다. 이번은 가족없이 혼자인 상태로 본다. 그와 나는 서로 알아보고는 둘다 큰소리로 웃고는 포옹을 한 번 진하게 한다. 그리고 악수 후 아무말 없이 제갈길을 갔다. 정말 인연이다. 다음에 길거리에서 본다면 밥이나 술이라도 한 잔 해야 겠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 친구 -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름도 모른다.




나는 둘러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3시간 정도 둘러보니 마쳤다. 너무 더워서 물과 음료수를 여러번 사서 마셔야 했다. 휘와 벤치에 앉아 쉬는데 서양인 한 명이 내 담배와 비슷한 모드기기 전자담배를 피며 나온다. 나는 반가와서 내 전자담배를 높이 치켜들고 그에게 건배의 자세를 취한다. 이 친구도 비슷한 담배를 들고 있는 내가 신기했는지 바로 신나게 달려와 자신도 사고 싶었던 기종이라며 지금 품절이라고 어디서 샀냐고, 바이두냐고 뭍는다. 인터넷으로 사기는 했는데 지금은 잊었다고 하니 알았단다. 자신은 오래 흡연을 했는데 폐에 무리가 오는 듯 싶어 전자담배로 바꾸었는데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한다. 서양인 특유의 한 건 잡으면 말 많음을 이 친구도 여실히 보여준다. 너무 말이 많아서 우리 부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미있는 아저씨다. 휘는 전자담배로 어른들이 이렇게 반가와하고 수다떠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한다.

더운데 버스 줄이 길면 어떻하나 걱정을 하고 정류장으로 왔는데 915번 버스가 다행이 대기중이다. 306번이나 915번이 병마용가는 버스였다. 나는 306번만 간다고 알고 갔는데 아니였다. 다만 915번이 시설이 아주 조금이지만 좋고, 가격이 10원으로 3원이 비싸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306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물론 나의 짐작이다. 그러니 시안역에 에어콘을 켜고 대기중인 915번을 타는 것이 오늘 같은 날씨엔 이득이다.

깔끔하게 시안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그냥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한다. 약 3Km, 덥지만 않으면 걷기 좋은 거리이다. 의외로 길도 찾아가기 나쁘지 않다. 숙소로 돌아가다가 덥고 휘가 피곤해해서 버스를 탄다. 대충 방향이 맞으면 3, 4 정거장 타면 숙소 근처이기에... 그런데 버스비가 칭다오처럼 1원이라 생각하고 냈더니 인당 2원이다. 물과 음료수를 많이 사먹어서 1원짜리 지폐가 두 장 뿐인데... 주머니에 1원짜리 동전이 있있어서 그냥 1원을 더 내고 모른척 자리에 앉는다. 기사도 아는 눈치지만 외국인인 우리를 봐주는 눈치다. 4정거장 후 내린다. 이 버스 운좋게도 숙소 근처까지 가는 버스이다.


숙소로 돌아와 쉬며 내일 화산에 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Ctrip을 이용하여 아침 8시대 기차를 예매하고, 돌아오는 6시대 기차도 예매한다. 250원 정도가 들었지만 Ctrip Money 80원이 포함되기에 나중에 호텔 결재시 쓰면 된다. 화산은 입장료와 케이블카 비용이 비싸서 학생할인을 받아도 우리 부자 20만원은 들 것 같다. 이번 일정 중 면산은 즉흥적이었기에 유일하게 남겨둔 산이다. 그 만큼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꼭 가보기로 한다. 하루 화산에서 자고 일출을 보고 싶지만 그냥 당일로 결정한다.

내일은 6시경 일어나서 준비를해야 할 것이다. 내일은 더위가 조금 물러나길 바란다. 휘와 나 모두 더위에 오늘은 꽤나 지쳤다. 글 쓰기가 힘들만큼...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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