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에 다녀온 후유증인지, 다리 근육이 많이 당긴다. 내리막을 많이 걸었더니 근육이 뭉쳤나보다. 그리고 어제 잠자리에서 힘이 들더니 오늘 감기 기운이 살짝있다. 일단 약을 먹어본다. 아침에 휘가 먼저 일어나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7시가 넘어있다. 중국에 와서 가장 오래 잔듯 싶다. 오늘은 산시성 역사 박물관과 대안탑, 저녁은 성벽을 올라 자전거 일주를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일정은 일정일뿐 실제로 마음먹은데로 이루어지는 일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거의 모든 바램이 많은 부분 잘 이루어졌다. 아마도 많은 주위 사람의 인덕이 있어서인가보다. 특히 우리 사랑하는 아내 - 물론 이글을 읽고 있다고 적는 글이다 - 고맙다. 앞으로도 혼자서든 가족들과든 자주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많이 이해해 주길 바라며, 지금 처럼만 이해해 주면 최고이겠다.


조식을 잘 얻어 먹고, 지하철을 타고 어제 10시경 갔다가 둘러보지 못한 박물관에 간다. 휘와 가면서, '8시 도착하려고 했는데 9시에 도착하니 줄이 길면 어떻하지?'라며 방정을 떨어본다. 특히나 오늘 요일이 일요일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


8시 개장인 박물관은 9시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중국인들 공짜에 일요일이라서인지 온식구들 출동이다. 줄을 서니 내 바로 앞에 13시 표를 구할 수 있다는 피켓을 든 직원이 보인다. 지금 줄이 언제 줄지도 모르는데 13시 이후 표를 구해 언제 입장할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헛탕이다. 도저히 이 더운데 줄을 서서 1시까지 대기할 자신이 없다. 더구나 감기로 컨디션도 가장 좋지 않은 이때에...




결국 휘와 근처의 대안탑으로 이동한다. 처음 계획은 대안탑에 입장할 예정이었다. 대안탑은 입장하면 볼거리가 대안탑 뿐이라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다. 그나마 전란으로 각 층의 사리들과 현장 법사가 가져온 불교 경전이 모두 소실되었다고 하니 껍데기 뿐이다. 결국 대안탑으로 입장은 하지 않는다.







대안탑 밖 분수와 주변 공원이 충분히 편안하다. 우리딸 핸드폰 가죽 가방을 20원에 하나 산다. 좋아할라나... 그나마 공원에서 대안탑이 잘보인다. 들어갈 이유가 없다. 살면서 꼭 찍어 먹지 않아도 대충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기 마련이다. 아들과 사람이 너무 많은 관광지나 사찰 등은 패스하기로 했었다. 우리가 준비하고 공부한 곳이 아니면 가봐야 수박 겉할기이다. 더구나 시안처럼 덥다면 관광이 오히려 노동이 된다. 차라리 도시 자체를 좋은 느낌으로 남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시안 너무 덥다. 휘와 오늘은 오후에 다시 나오고 호텔로 일단 후퇴하기로 한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중국인이 한국에서 왔나고 묻는다. 처음은 중국어라 못알아 들었는데 이 친구 영어를 한다. 영어를 잘한다고 했더니 잘 못한단다. 아마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영어 회화를 좀 하고 싶었나 보다. 시안 너무 덥다고 했더니, Bad season에 왔다고 한다. 시안의 좋은 곳을 소개해 달랬더니 딴소리다. 아마도 영어가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나는 휘가 있어서 그나마 잘해보인다. 호텔에서 낮잠도 한 시간자고 좀 쉰다. 컨디션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다. 어려서부터 조금 자고 일어나면 원기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충분한 충전은 되지 못했다. 점심은 만두를 사와서 맛나게 먹는다.




3시경 다시 출발이다. 5시 30분까지 박물관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4시쯤가면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삼세판이다. 세번째 도전을 하기 위해 전철을 타고 오기로 다시 간다. 오! 줄이 없다. 더 가까이 가본다. 이런 출입문을 닫아 놓고 나가는 사람만 보낸다. 이러면 안되는데, 경비에게 최대한 발음을 굴려 외국인의 급박한 상황을 연기하며 들여보내 달라고 한다.


영어는 전혀 못하는 경비 둘이 요지부동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입장료 20원짜리 특별 전시를 보면 줄도 짧고 입장도 바로 가능하다는 글을 봤다. 진작 특별 전시 줄을 설 것을... 결국 입장을 제지 당한다. 보통 이런면 금방 포기하는데 오기가 생겨 한 10분을 실랑이를 해보지만 결국... 대안탑으로 발길을 돌린다.


6시 시작하는 분수쇼를 보기로 한다. 대안탑에 도착하니 5시가 되지 않았다. 일찍 저녁을 먹기로 하고 휘와 인연이 깊은 Dicos로 간다. 치킨 버거를 시키려하는데 자리가 없다. 면산의 Dicos라면 휘 친구가 자리를 마련해 줄텐데...엄청 반가와 하겠지! 그나저나 그 친구 전화나 문자가 없다. 한국 전화로 전화거는 법을 여전히 모르는 것 같다. 얼마나 상심하고 있을꼬... 나와서 버거킹으로 이동하여 2인 세트를 시키고 5시 45분까지 에어컨 바람을 즐기며 분수쇼를 기다린다.







6시 시작하는 분수쇼에 가장 사진찍기 좋은 자리로 이동하여 20분간 진행되는 분수쇼를 관람한다. 공짜에 분수쇼 동안 주변이 시원해져서 볼만했다. 바람이 불어 분수가 분출할 때 오른편 관람객은 거의 물벼락을 맞았고 내쪽도 조금 젖을 정도로 날린다. 분수쇼가 끝나기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휘와 육교 밑으로 피한다. 많은 중국인들과 육교밑 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 한국에서 올 때 판초우의를 준비해서 비만 와봐라 입고 마음껏 돌아다녀 주겠다고 생각했는데 숙소에 두고온 이때에 판초우의를 아쉬워하면 어쩌겠는가! 비가 쉬 그칠 것 같지 않아서 버스 정류장까지 뛴다. 버스정류장에 비맞은 생쥐꼴로 도착하니 비가 멈춘다. 이 무슨 조화인가! 비는 더 올 요량으로 하늘이 어둡다. 오늘 성벽 관광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비가 더 세차게 퍼붇는다. 20분간 비가 소강되길 기다려 본다. 역시나 쉬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숙소로 뛴다. 이제는 도착하면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할 것이기에 맞으면 맞는대로 뛴다. 호텔에 도착하니 비가 줄어든다. 이 무슨 조화인가!

비를 맞았더니 콧물이 계속 흐른다. 결국 샤워와 빨래를 하고 이글을 적으며 코를 휴지로 막고 있다. 내일은 낙양으로 떠난다. 시안 볼거리도 많고 넓은, 천년 고도의 도시 이건만 핵심인 병마용과 화산을 잘 구경하고 나머지는 남겨 놓았다. 내년쯤 서역을 갈 때 어차피 중간 기착지 이므로 다시 둘러볼 여지는 있어야 겠지라면 씁쓸한 마음을 속여본다.

내일은 좋은 컨디션으로 낙양으로 출발해야 할텐데... 오늘은 이만줄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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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중국에 온지 열흘이 지나는 시점이다. 이렇게 뒷자리가 0으로 떨어지는 날들은 뭔가 특별한 듯 여겨지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하지만 지난 여러날들과 별로 다를 건 없는 여전히 우리 부자는 열심히 중국을 모험중이다.


오늘은 화산에 가기로 한 날이다. 어제 저녁 화산행 열차를 Ctrip으로 예매하고 좌석 배정까지 받고 오늘 6시에 일어나 서둘러 기차를 타러나가면 여느날과 같이 하루를 시작 할 수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늘은 하루를 쉬었다가는 특별한 날이 되었다. 어제 티스토리에 글을 올리고 기차표를 받기위해 종이에 한자로 정보를 적고 있는데 날짜가 이상하다. 8월7일로 예약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차 다음주 금요일로 예약을 한 것이다. 이런 날벼락이 있나... 급하게 7월 31일로 변경한다. 12시가 넘은 시각이라. 결재만 되고 좌석 배정은 되지 않는다. 취소도 되지 않는다. 일단 내일 아침에 일어나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모처럼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6시이다. Ctrip을 확인한다. 아직도 배정 준비중이다. 약관쪽을 읽어보니 7시가 넘어야 취소나 배정이 될 것 같다. 8시 14분차인데 무작정 가야하나 고민이 된다. 갔는데 배정이 되지 않으면 낭패이다. 휘와 고민하다, 9시대 기차로 재예약을하고 아침을 먹기로 한다. 조식은 어제와 조금 다른 메뉴에 역시나 먹을만하다(맛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조식을 먹으며 기차를 확인하니 8시 기차는 배정이 실패하여 탑승이 불가하다. 9시대 기차 역시 불안하다. 그래서 휘와 과감히 오늘 화산행을 포기한다. 화산과 관련된 모든 기차표를 예약 취소하고 8월1일 기차로 예약을 한다. 내일 8시 기차와 5시 돌아오는 왕복 기차를 완료한다.

결국 오늘은 무엇을 해야하나 휘와 고민을 한다. 휘에게 가이드북을 뒤져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나데로 투어리스트 센터에서 가져온 팜플릿을 뒤진다. 사실 오늘 화산행 후 내일은 우리나라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산림공원을 한 번 찾아보려고 했는데 일정이 틀어졌다. 오늘 하루 쯤 그냥 쉬는 것도 괜찮겠지만 일단 움직여 보기로 한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산시 역사박물관. 규모도 크고 산시성에 관련된 좋은 유물이 많다고하여 꼭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하철을 타고 9시에 움직인다. 시안은 지하철이 1, 2호선만 있어서 단순하다. 2호선으로 갈아타고 박물관 근처의 역을 찾아 내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방향을 반대로 잡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바람에 두 배로 걷는다. 전철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데 덥다.


시안의 폭염은 우리가 있는 요 시기만 더운 건지 여름이 이렇게 전반적으로 더운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작열하는 태양과 열기이다. 휘와 산시박물관 입구에 도착하여 둘러보니, 줄을 선 사람들이 많다 일단 덥고 목말라 잘라파는 메론을 하나씩 사먹고 줄 뒤에 선다. 그런데 내 앞에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피켓을 보니 오늘 표는 13시 이후에 와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전표는 매진이라고 영어로도 적혀있다,. 지금 10시 조금 넘었는데 3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가혹하다.


결국 우리 부자는 오늘은 그냥 쉬어가는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일단 백화점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을 도둑질한다.


중국 백화점은 무엇을 파나 봤더니 거의 모든층에서 옷을 팔고 있다. 중국인들이 옷에 관심이 많은 것인가? 그렇게 패션 감각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데...



이층버스를 타보기로 한다. 대중교통업에 종사하기도 해서 타보고 싶었다. 요금은 1원...싸다. 이층버스를 타고 종루에서 내린다.


종루는 시안의 가장 중심가이다. 내려서 종루 광장 사진을 한 장 찍고,  더위를 느끼고는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지하철을 타고 익숙한 숙소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다시 나가긴 싫으니 만두 같은, 싸가지고 갈만한 먹을 거리를 두리번 거린다. 호텔 앞에 만두를 판다. 종류별로 두 개씩 3종류를 산다. 사와서 입맛 없다는 아들은 지몫 3개를 모두 먹어치운다. 맛있다. 시안에 있는 동안 한 번 더 사먹고 싶다.

숙소로 돌아와 우린 일단 그냥 푹쉰다. 낮잠도 한 시간 잔다. 저녁에 시안 성벽에 가기로 한다. 해가 질무렵 가서 자전거를 대여해 시안 성벽 일주를 해보려고 하는데 일단 가봐야 알겠지...



역시나 오늘은 쉬는 날이다. 5일을 일하고 주말에 쉬는 현대의 시스템에서 10일 연속 강행군은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쉬라는 계시인 건가 싶기도 하다. 6시까지 푹쉬다 시안성벽에 가서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기로 한다. 휘와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늘 저녁이면 가는 식당에 간다. 식당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며 무엇보다 맛있다. 오늘도 소고기 야채볶음과 탕수육 그리고 밥과 맥주를 한 병 시킨다. 그런데 이 집 우리가 늘 볶음밥을 먹었더니 오늘도 볶음밥을 내왔다. 잘못나왔다고 말은 했으나 돌려보내기 뭐해서 그냥 먹는다. 역시나 너무 많다 밥은 반 정도 남기고 탕수육도 조금 남긴다. 오늘은 카드로 결재하려고 카드 결재를 시도하지만 어제 병마용처럼 카드 승인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제 오전 은행에서 현금찾기를 시도하다가 현금서비스를 받은 때문인가? 의도치 않게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로 1,000원을 뽑았는데 그 이후 문제가 되는 듯도 싶다. 어제나 오늘 Ctrip은 잘 됐는데, 오프라인 결재가 문제다. 한국에 있는 한과장에게 알아봐 달라고 카톡을 남긴다. 그런데 내일이 토요일이라 월요일에나 문의가 가능하겠지...




밥을 든든하게 먹고 성벽으로 나가본다. 그런데 출입할 수 있는 출입구가 제한되어 있는 것 같다. 호텔 근처 입구는 막혀있고, 성벽을 따라 1km정도 걸었는데 모두 잠겨있다. 결국 휘와 나는 일요일에 가보기로 하고 포기했다. 아들과 오늘은 쉬는 날인 것 같다며 숙소에서 맘껏 에어컨 틀고 쉬기로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천냥 백화점 스러운 곳을 만나 내일 화산에 가져갈 목장갑 두 켤레와 빨랫줄, 차를 담아 마실 수 있는 물병을 15원쯤에 구입한다.

사람사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오늘 같은 쉼표도 여행에서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휘엄마는 딸을 데리고 극장에 가고 있다고 한다. 두모녀도 즐거운 방학을 보내고 있나 모르겠다. 열흘이 되가니 우리 가족의 소중함과 아내와 슬이가 많이 보고 싶다. 아마 한국의 두 모녀도 그렇겠지...

이제 내일부터는 또 힘내서 열심히 아들과 걸어야지...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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