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소리보다 먼저 눈을 뜬다. 오늘은 중국여행사 패키지로 소림사에 다녀오는 날이다. 중국에 여행와서 늘 우리 부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직접 갈곳을 발품팔아 다녀왔다. 하지만 처음으로 우리는 시간 맞춰 나가기만 하면 데려가고 구경시키고 데려다주는 편안한 여행을 하게 된다. 가격은 인당 240원으로 입장료와 교통비를 생각하면 크게 비싼가격도 아니다. 아마 4~50원 정도 더 주는 셈이다. 어차피 버스 에어컨과 픽/드랍 그리고 편안함과 바꾸기에는 크지 않은 금액이다.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 신경쓰며 길찾기 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더 있고 싶거나 그만 보고 싶어도 제한 시간은 지켜야 한다는 제약은 물론 있다.


7시 10분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6시 50분 쯤 내려간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휘에게 Dicos에서 모닝 세트를 사오라고하고 나는 자리를 지킨다. 그 사이 여행사 사장이 나타나서 중국말로 떠드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 친구들 중국어 못한다고 해도 막무가네로 중국말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은 중화사상 때문인지 자국어와 한자를 무척 사랑한다. 요즘 우리나라 간판의 반 이상의 영어로 적혀 있는데 반해 중국은 99% 한자 간판이다. KFC도 컨더지(肯德基)라고 쓰여있다. 이런점은 정말 우리도 본받아야하지 않을까? 가끔 우리나라 간판을 보면 모든 국민이 영어 단어 정도는 우습게 알고 있는 나라 같다 사실 외국인이 영어로 길이라도 물을라 치면 긴장을 엄청하는 민족이...

아무튼 작은 봉고차로 같이 타고갈 일행 5명이 모인다. 우리까지 7명이 작은 다마스 같은차에 타고 출발한다. 이차로 소림사까지 가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 큰 버스로 중간 연계를 위한 수단일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지 이차로 2시간을 간다면 우리와 같은 장정은 숨도 못쉴 것 같다.


55인승 대형 버스로 이동을 하고 가이드를 맡은 여직원은 우리에게 많은 신경을 써준다. 버스는 55인을 꽉채웠고 외국인은 우리 부자 뿐이다. 중국은 공산화의 영향일까? 공산 사상 발표 및 집중 토론에 익숙해져 있어서 인지,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보기만 해도 가이드는 말을 청산유수로 한다. 가는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마치 유재석이라도 된양 보고 읽는 것도 아닌데, 쉴새없이 설명과 말을 한다. 우리는 알아듣지 못하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소림사는 한마디로 승려없는 절이요, (주)소림사였다.




평생 한 번 와본 것으로 족하다랄까!  돌아다니는 승려들은 모두 장사하는 상인이 승복은 입은 것처럼 보이고 무술 시범을 보여주는 공연장은 잠시의 공연 후 CD나 족자를 파는 판매장이었다. 곳곳이   무기 등 피규어와 기념품 장사이고 물이나 음료수 값을 3, 4 배나 받는 바가지 상술의 온상이었다면 너무 비약일까? 나의 느낌은 그랬다.







입장하자 마자 관람한 공연에서 부터 씁쓸함을 맛보고는 김이 빠졌다. 숭산 케이블카도(물론 케이블카는 휘가 거부했지만) 그 외 사찰 및 부속 시설들도 시큰둥해져 버렸다. 비릿한 돈냄새가 진동하는 듯, 학생들은 수련중이지만 그들 중 유연한 친구들은 다시 공연장에서 연극인 처럼 살아야 할 것 처럼 보였다.





휘와 나는 예상과 다르게 3시 출발시간에 2시간 이상이 남아 버렸다. 더 둘러볼 곳도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늘에 앉아 휘와 장난을 치며 2시간을 보냈다. 만약 이글을 읽고 소림사에 방문하실 분은 공연장이나 놀이공원에 간다는 마음으로 간다면 조금은 편안할 것이다. 어릴 적부터 십팔나한, 철사장, 각종 동물권법 등 무림의 절대 고수와 은둔고수의 세상인 소림사는 더 이상 없다는 결론이다. 탑림에 묻혀있을 수 많은 고승들이 쓴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3시에 출발하는, 올 때와는 다른 가이드, 다른 버스로 인계되어 앉아있다가 호텔로 연계해 주겠다는 가이들의 말에 버스에서 다시 내려 스타렉스로 4팀과 출발했다. 제일 뒷자리 인데다 앞에 사람들이 자신들만 에어컨을 독차지 하는 바람에 부아가 날정도로 더웠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소림사이다.


5시경 숙소 근처에 내려 간단히- 그때까지 점심을 먹지 않았다- 볶음밥을 먹고는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아침일찍 관림역으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걱정이다)가서 기차로 초작시로 이동한다. 초작시에서 운대산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새벽부터 꽤나 복잡한 일정일 듯 싶다. 갑자기 바꾼 일정을 소화하려면 감안해야 하겠지.

내일 운대산은 아름다운 풍광과 즐거운 광경을 우리에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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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에 다녀온 후유증인지, 다리 근육이 많이 당긴다. 내리막을 많이 걸었더니 근육이 뭉쳤나보다. 그리고 어제 잠자리에서 힘이 들더니 오늘 감기 기운이 살짝있다. 일단 약을 먹어본다. 아침에 휘가 먼저 일어나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7시가 넘어있다. 중국에 와서 가장 오래 잔듯 싶다. 오늘은 산시성 역사 박물관과 대안탑, 저녁은 성벽을 올라 자전거 일주를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일정은 일정일뿐 실제로 마음먹은데로 이루어지는 일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거의 모든 바램이 많은 부분 잘 이루어졌다. 아마도 많은 주위 사람의 인덕이 있어서인가보다. 특히 우리 사랑하는 아내 - 물론 이글을 읽고 있다고 적는 글이다 - 고맙다. 앞으로도 혼자서든 가족들과든 자주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많이 이해해 주길 바라며, 지금 처럼만 이해해 주면 최고이겠다.


조식을 잘 얻어 먹고, 지하철을 타고 어제 10시경 갔다가 둘러보지 못한 박물관에 간다. 휘와 가면서, '8시 도착하려고 했는데 9시에 도착하니 줄이 길면 어떻하지?'라며 방정을 떨어본다. 특히나 오늘 요일이 일요일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


8시 개장인 박물관은 9시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중국인들 공짜에 일요일이라서인지 온식구들 출동이다. 줄을 서니 내 바로 앞에 13시 표를 구할 수 있다는 피켓을 든 직원이 보인다. 지금 줄이 언제 줄지도 모르는데 13시 이후 표를 구해 언제 입장할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헛탕이다. 도저히 이 더운데 줄을 서서 1시까지 대기할 자신이 없다. 더구나 감기로 컨디션도 가장 좋지 않은 이때에...




결국 휘와 근처의 대안탑으로 이동한다. 처음 계획은 대안탑에 입장할 예정이었다. 대안탑은 입장하면 볼거리가 대안탑 뿐이라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다. 그나마 전란으로 각 층의 사리들과 현장 법사가 가져온 불교 경전이 모두 소실되었다고 하니 껍데기 뿐이다. 결국 대안탑으로 입장은 하지 않는다.







대안탑 밖 분수와 주변 공원이 충분히 편안하다. 우리딸 핸드폰 가죽 가방을 20원에 하나 산다. 좋아할라나... 그나마 공원에서 대안탑이 잘보인다. 들어갈 이유가 없다. 살면서 꼭 찍어 먹지 않아도 대충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기 마련이다. 아들과 사람이 너무 많은 관광지나 사찰 등은 패스하기로 했었다. 우리가 준비하고 공부한 곳이 아니면 가봐야 수박 겉할기이다. 더구나 시안처럼 덥다면 관광이 오히려 노동이 된다. 차라리 도시 자체를 좋은 느낌으로 남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시안 너무 덥다. 휘와 오늘은 오후에 다시 나오고 호텔로 일단 후퇴하기로 한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중국인이 한국에서 왔나고 묻는다. 처음은 중국어라 못알아 들었는데 이 친구 영어를 한다. 영어를 잘한다고 했더니 잘 못한단다. 아마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영어 회화를 좀 하고 싶었나 보다. 시안 너무 덥다고 했더니, Bad season에 왔다고 한다. 시안의 좋은 곳을 소개해 달랬더니 딴소리다. 아마도 영어가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나는 휘가 있어서 그나마 잘해보인다. 호텔에서 낮잠도 한 시간자고 좀 쉰다. 컨디션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다. 어려서부터 조금 자고 일어나면 원기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충분한 충전은 되지 못했다. 점심은 만두를 사와서 맛나게 먹는다.




3시경 다시 출발이다. 5시 30분까지 박물관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4시쯤가면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삼세판이다. 세번째 도전을 하기 위해 전철을 타고 오기로 다시 간다. 오! 줄이 없다. 더 가까이 가본다. 이런 출입문을 닫아 놓고 나가는 사람만 보낸다. 이러면 안되는데, 경비에게 최대한 발음을 굴려 외국인의 급박한 상황을 연기하며 들여보내 달라고 한다.


영어는 전혀 못하는 경비 둘이 요지부동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입장료 20원짜리 특별 전시를 보면 줄도 짧고 입장도 바로 가능하다는 글을 봤다. 진작 특별 전시 줄을 설 것을... 결국 입장을 제지 당한다. 보통 이런면 금방 포기하는데 오기가 생겨 한 10분을 실랑이를 해보지만 결국... 대안탑으로 발길을 돌린다.


6시 시작하는 분수쇼를 보기로 한다. 대안탑에 도착하니 5시가 되지 않았다. 일찍 저녁을 먹기로 하고 휘와 인연이 깊은 Dicos로 간다. 치킨 버거를 시키려하는데 자리가 없다. 면산의 Dicos라면 휘 친구가 자리를 마련해 줄텐데...엄청 반가와 하겠지! 그나저나 그 친구 전화나 문자가 없다. 한국 전화로 전화거는 법을 여전히 모르는 것 같다. 얼마나 상심하고 있을꼬... 나와서 버거킹으로 이동하여 2인 세트를 시키고 5시 45분까지 에어컨 바람을 즐기며 분수쇼를 기다린다.







6시 시작하는 분수쇼에 가장 사진찍기 좋은 자리로 이동하여 20분간 진행되는 분수쇼를 관람한다. 공짜에 분수쇼 동안 주변이 시원해져서 볼만했다. 바람이 불어 분수가 분출할 때 오른편 관람객은 거의 물벼락을 맞았고 내쪽도 조금 젖을 정도로 날린다. 분수쇼가 끝나기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휘와 육교 밑으로 피한다. 많은 중국인들과 육교밑 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 한국에서 올 때 판초우의를 준비해서 비만 와봐라 입고 마음껏 돌아다녀 주겠다고 생각했는데 숙소에 두고온 이때에 판초우의를 아쉬워하면 어쩌겠는가! 비가 쉬 그칠 것 같지 않아서 버스 정류장까지 뛴다. 버스정류장에 비맞은 생쥐꼴로 도착하니 비가 멈춘다. 이 무슨 조화인가! 비는 더 올 요량으로 하늘이 어둡다. 오늘 성벽 관광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비가 더 세차게 퍼붇는다. 20분간 비가 소강되길 기다려 본다. 역시나 쉬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숙소로 뛴다. 이제는 도착하면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할 것이기에 맞으면 맞는대로 뛴다. 호텔에 도착하니 비가 줄어든다. 이 무슨 조화인가!

비를 맞았더니 콧물이 계속 흐른다. 결국 샤워와 빨래를 하고 이글을 적으며 코를 휴지로 막고 있다. 내일은 낙양으로 떠난다. 시안 볼거리도 많고 넓은, 천년 고도의 도시 이건만 핵심인 병마용과 화산을 잘 구경하고 나머지는 남겨 놓았다. 내년쯤 서역을 갈 때 어차피 중간 기착지 이므로 다시 둘러볼 여지는 있어야 겠지라면 씁쓸한 마음을 속여본다.

내일은 좋은 컨디션으로 낙양으로 출발해야 할텐데... 오늘은 이만줄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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