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들과 함께하는 중국여행 -베이징 4일
여행/중국 2015. 7. 25. 23:43 |잠에서 깨어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있다. 더 자야 겠다고 노력해 보지만 잠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그냥 미련을 떨치고 일어난다. 휘는 세상 모르고 이불을 박차고 자고있다. 에어컨을 살짝 틀고 이불을 덮어 준다. 세상은 조용하고 밖은 어둡다. 이번 여행 며칠전부터 잠을 깊게, 오래 못잔다. 티비를 켜면 아들이 깰 것이고 어차피 그림만 보길 켤필요가 없다. 태블릿을 켜고 글을 작성한다. 새벽이라 인터넷 속도도 좋아서 사진까지 한 두번의 오류만 나고 깨끗이 올라간다. 이렇게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나니 일어날 시간이다. 이번 여행은 블로그를 작성해봐야지하고 생각하고 와서인지 글을 작성하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 되었다. 이렇게 적고 있으면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예전 중학교 선생님께서 빈 노트에 글을 적으며 공부하면 보고, 듣고, 쓰는 것을 동시에 하기때문에 빠르게 정리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른들 말씀은 나중에 생각하면 맞는 말씀이 많다.
오늘은 천안문, 자금성에 갈 것이기 때문에 9시쯤 출발하기로 하였다.
휘를 깨우고 냉장고에 남아있는 복숭이 두 개를 씻어 하나씩 먹어 아침을 대신하기로 하였다. 복숭아가 물이 많고 달아서 먹기 좋다. 한국에서는 2, 3천원은 할텐데, 여기서 3개 10원에 구매했으니 하나에 600원 꼴이다.
이제는 너무나 능숙하게 전철역으로 걸어가서 매일 그러했다는 듯이 표를 구입한다. 천안문은 east와 west역이 있다. 우리는 east역에 내렸다. 내리는데 역사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런...오늘은 토요일이다. 더구나 천안문이다. 중국 시골 혹은 학교에서 단체로 온다는...
천안문엔 근처도 못가고 줄을 선다. 엄청난 인파다. 천안'문'에 가기위해 보안 검색'문'을 만들고 가방을 투시기에 집어 넣고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주고 '문'앞에 입장한다.
문안이 아니다 문앞이다. 최근 테러를 이유로 지하철도 타기 위해 엑스레이 투과기를 통과하고 물을 들고 있으면 보는 앞에서 마셔서 진짜 물임을 증명해야한다. 휘에게 그러는 이유를 설명하고 공산의 폐쇄성을 설명하니 중국이 조금 무서워졌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생각이 많아진 눈치이다.
천안문 앞에는 촌부들과 학생, 그리고 단체 여행객과 외국인 무리로 아수라장이다. 우리는 앞사람 뒷통수를 바라보며 또 내 뒷통수를 뒷사람에게 내어주며 앞으로 걸어, 아니 밀려 간다. 밀려가다 어느 순간 표를 내고 입장하는 곳 앞에 다다른다. 그런데 우린 입장표가 없다. 끊은 적이 없으니 당연히 없다. 표를 가진 사람에게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우리가 지나친 곳 중에 표를 구입하는 곳이 있다. 다시 되돌아 표 구입처로 간다. 그런데 이게 줄이 쉽게 줄지를 않는다. 돈내고 표사길 왜 줄이 이렇게 않줄지? 앞쪽에 왔을 때 이유를 알았다. 표를 구입하기 위해 신분증을 꺼내 실명 인증을 해야한다. 광화문 경복궁 들어가는데 주민등록증 꺼내서 확인 후 구입하는 것과 같다. 테러를 막기 위함이겠지만 별 근거 없는 행위로 보여진다.
다행이 오늘은 외부에서 많이 걸을거라 생각해서 팔토시와 복면을 하고 나와서 살이 타는 것은 조금 줄일 수 있겠다. 표는 성인 60원 학생 20원이다. 휘는 국제 학생증을 이용해 20원에 구입했다.
구입한 표를 가지고 입장구로 가서 다시 여권을 꺼내 실명 인증을하고 표를 내고 입장한다. 이제 천안문을 관람하려고하는데 오토메틱 가이드를 선택해서 설명을 들으며 관람이 가능하다. 물론 돈은 지불해야 한다. 한국어 서비스 가이드의 경우 40원이어서 휘와 하나씩 귀에 착용한다. GPS인지 Point를 이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이나 설명이 필요한 곳 근처에 가면 구수한 조선족 혹은 북쪽 억양이 남아있는 목소리의 남자가 설명을 해준다. 천단공원은 아무런 정보없이 다녔는데 천안문은 이 장치 덕분에 조금은 내용을 들으며 관람이 가능하다.
자금성을 돌아보며 느낀건데 정말 사람이 우리나라 경복궁 만큼만 있으면 하루 종일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 규모와 웅대함, 역사를 함께 느끼고 싶은데 여기저기 아이들 악쓰는 소리, 사람들 부르는 소리, 단체 관람객들 줄지어 다니며 내는 소리... 정신이 하나도 없다. 휘에게 돌아다니면서 정말 사람이 별로 없으면 너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도 아들도 별로 없으면 좋겠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인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이다.
휘와 빵을 하나 사먹고 음료를 마시고 각종 유물전시장 에어컨 앞에서 바람을 쐬어도 귀에 이어폰으로 듣고 있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구나 덮고 힘들어서, 대충 둘러보며 간 곳이 출구였다. 휘와 고민을 좀 하다가 출구로 그대로 퇴장하기로 하였다. 사람들 때문에 의미없다는 생각이다. 정말 나중에 오게 된다면 비가 많이 오는 평일에 관람객이 별로 없을 때 오고 싶다.
출구로 나와서 이정표를 보니 우리가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데 걸어서 1.8km라고 표시된다.
성이 크긴 정말 크다. 성 주변으로 물이 흐르고 있어 운치가 있다. 휘에게 성주변에 왜 물이 흐르겠느냐고 물었더니 답은 알고 있으나 자신은 수영을 잘해서 잠수로 침투하면 더 쉬울 것 같다는 말을해서 한참 쿠사리로 정정해 주었다. 한참을 걸어서 천안문역에 도착해서 어제 갔던 용안리에 가기로 했다. 어제 산 것 중에 바꿔야 할 것도 있고, 점심도 그곳에 LG 트윈타워 지하 식당가에 먹기로 하였다. 천안문 지하철에 들어가려고 또 다시 줄을 서고 가방을 검색기에 집어 넣고 마시던 물을 마시는 것을 보여 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천안문역은 지하철을 처음 타보는 듯한 중국인도 참 많다. 내 앞에 젊은 부인이 표를 4장 구매하는데 20원짜리 지폐를 자동화기기에 집어넣으니 자꾸 토해낸다. 중국 지하철 기기는 5, 10원짜리 지폐만 받는다. 내가 손가락으로 안내판을 지적해 주니 난감해 하면서 중국말로 20원짜리를 10원짜리로 바꾸어 달라는 것 같다. 지갑을 뒤져보니 바꾸어줄 잔돈이 없어서 영어로 미안하다 했더니 깜짝 놀라 도망간다. 나 중국인도 지하철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트윈타워에 갔더니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세 군데가 있다. 하나는 치킨집이고 하나는 불고기 등 한식집, 하나는 중국 음식 퓨전에 김치를 준다. 김치다! 먹고 싶었다. 휘와 중국식 치킨카레 덥밥에 콜라, 김치가 포함된 버전을 시켰다. 아니 시키라고 지시하고 다리가 아파 나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휘가 밥을 받아왔는데 콜라, 김치가 빠진 밥만 가지고 왔다. 세트로 시키지 않고 단품으로 시킨 것이다. '이눔아 아빠는 김치때문에 시킨거라구~' 휘에게 추가금을 지불하고 세트로 달라고 시키라했더니 매대에서 그렇게는 않된다고 했단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어쩌리... 그냥 김치없이 먹었다 TT; 아~ 김치 먹나보다 하고 잠시나마 즐거웠는데... 밥은 맛있었다. 다만 김치가 있으면 3배는 더 맛잇을 것 같았다.
수수가에서 물건을 쉽게 교환하고 보조 배터리나 싼 전기면도기나 하나 살까했는데 이런 공산품도 흥정을해야 해서 포기했다. 이런 품목은 흥정이 피곤하다. 왠지 흥정해도 더 주고사는 기분이랄까? 싼 선글라스를 하나 더 살까했는데 휘가 너무 힘들어해서 호텔로 컴백했다. 이제 지하철 승하차는 너무나 쉬워졌다. 아니 익숙해 졌다.
호텔로 들어와 빨래를 하였다. 호텔에는 세탁서비스를 물어보기 겁난다. 말이 안통해서... 호텔앞에 세탁소가 있는데 양말, 속옷, 티셔츠, 반바지 두 세개를 맡기는 것이 거추장 스러워서 가루 세제를 트윈타워 마트에서 구입해서 세면대에서 샤워하며 빨았다. 초벌을 내가 하고 첫번째 셔츠와 반바지를 빨고 있으니 휘가 자신이 하겠다고 해서 나머지는 휘에게 맞겼다. 옷을 빨고 에어컨 아래에 널어 놓고 식구들과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한국은 오늘 비가 오고 태풍이 올라온다고 한다. 통영에 휘슬호가 걱정이다. 김회장님, 박회장님께서 돌봐주시겠지...내일쯤 전화나 한 번 드려야 겠다.
저녁은 호텔을 오가며 보았던 호텔 앞에 깨끗해 보이는 식당으로 갔다. 가기전 인터넷으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과 반찬을 캡쳐해서 가져가서 비교하며 주문하였다. 돼지고기 채썬 것에 채소와 죽순, 숙주나물로 볶은 요리인 위샹로우쓰, 땅수육이나 깐풍기와 닮은 꿔바로우를 주문하고 사진에서 소고기를 맛나게 볶은 듯한 음식 하나 해서 세가지 요리를 시키고 쌀밥인 미판을 두 그릇 주문했다. 휘는 꿔바로우와 위샹로우쓰가 너무 맛잇다고 밥을 두 그릇 먹었다. 먹고나서 우리는 앞으로 요리를 두 가지만 시키기로 다짐하였다. 세 가지는 너무 많은 양이다. 이렇게 맛있게 먹고 122원을 카드로 결재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빨래는 내일까지 마를 것 같고 영화나 하나 보고 자려고 했지만 테블릿이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플레이스토어도 되지 않아 휘는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나도 오늘은 일찍자야겠다.
내일은 오전 10시 30분 기차로 핑야오 고성으로 이동한다. 아마 고속열차로 5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것일 것이다. 내일은 발바닥이 아니라 엉덩이가 불이나게 생겼다. 핑야오 고성은 특별한 일정 없이 중국의 고성의 맛을 제대로 즐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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