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아들과 함께하는 중국여행 - 숭산(소림사) 16일차
여행/중국 2015. 8. 6. 21:23 |알람소리보다 먼저 눈을 뜬다. 오늘은 중국여행사 패키지로 소림사에 다녀오는 날이다. 중국에 여행와서 늘 우리 부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직접 갈곳을 발품팔아 다녀왔다. 하지만 처음으로 우리는 시간 맞춰 나가기만 하면 데려가고 구경시키고 데려다주는 편안한 여행을 하게 된다. 가격은 인당 240원으로 입장료와 교통비를 생각하면 크게 비싼가격도 아니다. 아마 4~50원 정도 더 주는 셈이다. 어차피 버스 에어컨과 픽/드랍 그리고 편안함과 바꾸기에는 크지 않은 금액이다.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 신경쓰며 길찾기 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더 있고 싶거나 그만 보고 싶어도 제한 시간은 지켜야 한다는 제약은 물론 있다.
7시 10분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6시 50분 쯤 내려간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휘에게 Dicos에서 모닝 세트를 사오라고하고 나는 자리를 지킨다. 그 사이 여행사 사장이 나타나서 중국말로 떠드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 친구들 중국어 못한다고 해도 막무가네로 중국말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은 중화사상 때문인지 자국어와 한자를 무척 사랑한다. 요즘 우리나라 간판의 반 이상의 영어로 적혀 있는데 반해 중국은 99% 한자 간판이다. KFC도 컨더지(肯德基)라고 쓰여있다. 이런점은 정말 우리도 본받아야하지 않을까? 가끔 우리나라 간판을 보면 모든 국민이 영어 단어 정도는 우습게 알고 있는 나라 같다 사실 외국인이 영어로 길이라도 물을라 치면 긴장을 엄청하는 민족이...
아무튼 작은 봉고차로 같이 타고갈 일행 5명이 모인다. 우리까지 7명이 작은 다마스 같은차에 타고 출발한다. 이차로 소림사까지 가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 큰 버스로 중간 연계를 위한 수단일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지 이차로 2시간을 간다면 우리와 같은 장정은 숨도 못쉴 것 같다.
55인승 대형 버스로 이동을 하고 가이드를 맡은 여직원은 우리에게 많은 신경을 써준다. 버스는 55인을 꽉채웠고 외국인은 우리 부자 뿐이다. 중국은 공산화의 영향일까? 공산 사상 발표 및 집중 토론에 익숙해져 있어서 인지,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보기만 해도 가이드는 말을 청산유수로 한다. 가는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마치 유재석이라도 된양 보고 읽는 것도 아닌데, 쉴새없이 설명과 말을 한다. 우리는 알아듣지 못하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소림사는 한마디로 승려없는 절이요, (주)소림사였다.
평생 한 번 와본 것으로 족하다랄까! 돌아다니는 승려들은 모두 장사하는 상인이 승복은 입은 것처럼 보이고 무술 시범을 보여주는 공연장은 잠시의 공연 후 CD나 족자를 파는 판매장이었다. 곳곳이 무기 등 피규어와 기념품 장사이고 물이나 음료수 값을 3, 4 배나 받는 바가지 상술의 온상이었다면 너무 비약일까? 나의 느낌은 그랬다.
입장하자 마자 관람한 공연에서 부터 씁쓸함을 맛보고는 김이 빠졌다. 숭산 케이블카도(물론 케이블카는 휘가 거부했지만) 그 외 사찰 및 부속 시설들도 시큰둥해져 버렸다. 비릿한 돈냄새가 진동하는 듯, 학생들은 수련중이지만 그들 중 유연한 친구들은 다시 공연장에서 연극인 처럼 살아야 할 것 처럼 보였다.
휘와 나는 예상과 다르게 3시 출발시간에 2시간 이상이 남아 버렸다. 더 둘러볼 곳도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늘에 앉아 휘와 장난을 치며 2시간을 보냈다. 만약 이글을 읽고 소림사에 방문하실 분은 공연장이나 놀이공원에 간다는 마음으로 간다면 조금은 편안할 것이다. 어릴 적부터 십팔나한, 철사장, 각종 동물권법 등 무림의 절대 고수와 은둔고수의 세상인 소림사는 더 이상 없다는 결론이다. 탑림에 묻혀있을 수 많은 고승들이 쓴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3시에 출발하는, 올 때와는 다른 가이드, 다른 버스로 인계되어 앉아있다가 호텔로 연계해 주겠다는 가이들의 말에 버스에서 다시 내려 스타렉스로 4팀과 출발했다. 제일 뒷자리 인데다 앞에 사람들이 자신들만 에어컨을 독차지 하는 바람에 부아가 날정도로 더웠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소림사이다.
5시경 숙소 근처에 내려 간단히- 그때까지 점심을 먹지 않았다- 볶음밥을 먹고는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아침일찍 관림역으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걱정이다)가서 기차로 초작시로 이동한다. 초작시에서 운대산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새벽부터 꽤나 복잡한 일정일 듯 싶다. 갑자기 바꾼 일정을 소화하려면 감안해야 하겠지.
내일 운대산은 아름다운 풍광과 즐거운 광경을 우리에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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