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50분에 출발하는 모스크바행 밤기차를 타기 위해 일기를 마무리하고 10시25분경 바에서 일어난다. 4번 플랫폼에 가니 우리를 태울 기차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 2층 기차로 1, 2층으로 나뉘어 각 층마다 방이있고, 한 방에 2층 침대로 침대가 4개씩 있는 구조이다. 티켓이 온통 러시아어로 되어있어 우리가 몇 번 객차인지도 잘모르겠다.

대충 10번 객차인 것 같아서 10번 객차의 여자 차장에게 티켓을 보여주니 확인하고 표는 돌려주지 않고 13, 14번 침대로 가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우리가 내릴 역에서 티켓을 돌려주는 모양이다. 이런 침대칸 시스템은 중국이 더 좋은 것 같다. 다만 오늘 타는 객차는 4인 1실로 깨끗하고 신형 열차이다. 그런데 객차안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점령하고 있다. 우리 자리도 중국인 관광객이 미리 앉아있어서 비키라고 한다. 우리 자리 밑에 짐넣는 공간도 떡하니 자신들 케리어를 넣어 놓았다. 이런 여행에서 중국인 단체 관괌객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민폐 손심들이다.

자리를 확인하자마자 휘는 바로 새 침대 시트들을 펴주고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늘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색없이 잘따라와줘서 고맙다. 어른도 힘들어서 민감해 졌을 것이다. 나는 붐비기 전에 화장실로 가서 양치하고 세안을 한다. 곧 중국 아줌마 부대들이 고성과 이동을 시작한다. 화장실도 점령당한다. 우리방은 맞은편 2층 침대에 중국인 단체 중 남자 한 명, 1층 침대는 이 곳 러시안 아주머니, 그리고 우리 부지이다. 중국인 아저씨는 바로 눕기는 했는데 눕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여 아침 하차시까지 끊임없이 코골이를 해서 잠을 못자게 만든 주범 이었다. 러시아 아줌마는 모두 누웠는데도 들락날락하며 기차에서 나눠주는 간식과 음료 그리고 차를 타와서 계속 먹고 있다. 옆 방 중국 아주머니들은 연신 수다들이다. 잠자리에서 잠귀가 밝은 편인 나는 계속 뒤척이며 잠을 깊이 들지 못한다.
 

이 러시아 열차는 각 자리마다 독서등과 개인 콘센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기내식처럼 빵, 쥬스, 요플레, 에너지바, 사탕 등을 봉지에 담아서 한명씩 먹을 수 있도록 침대에 놓아 두었다. 이렇게 7시간 여를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총길이 약 700km가 넘을 것이다. 도착 30~1시간 전에 차장이 와서 기차표를 돌려주며 깨운다. 이 열차는 종착이 모스크바이기에 모두를 깨운다. 새벽 모스크바에 도착해 이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눈에 익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다시 낯선 곳에 오니 방향 감각이 다시 멈췄다. 역시 이럴 땐 구글 지도 만한 것이 없다. 지금 호텔에 가봐야 체크인 시간으론 무리다. 그래서 일단 전철을 타고 붉은광장을 향한다. 모스크바하면 우선 붉은광장과 그곳의 크렘린 궁 떠오르지 않는가!

이미 익숙한 러시안 전철을 타고,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철이 훨씬 깨끗하지만, 붉은광장이 있는 오크트니리야드(Okhotnyy Ryad)역으로 향한다. 모스크바는 일회용 전철카드를 주는데 1회 탑승시 50루불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보다 20루불이 비싸고 토큰을 사용하지 않고 전자태크 카드를 사용한다. 나는 2명이라고 손가락 V자를 한 후 100루불을 냈는데 카드 한 장을 줄 뿐이다. 당황했다. 자세히 보니 카드에 100루불을 충전해 준 것으로 2회 탈 수 있는 카드이다. 휘도 2회분의 카드를 주문한다. 나중에 다시 이용해보니 카드는 최대 2회까지 충전할 수 있고 4회를 충전해 달라고하면 2회 충전된 카드를 두 장준다.

오전 8시경 불꽃이 꺼지지 않는다는 2차대전 위령 기념물 위병들의 교대식을 본다.

그리고 붉은 광장으로 걸어가 본다. 국립역사박물관과 바실리성당, 그램린궁 외벽이 보인다. 그리고 넓은 붉은광장.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도 거의없고 있어도 중국인들 단체 몇 그룹이다. 아마 낮이면 많은 인파에 사진마다 사람 잔치였을 것이다. 광장은 물차가 청소중이었고, 러시아 방송국의 카메라가 몇 대 보인다. 휘와 내일이나 모래 제대로 보기로했기에 오늘은 오전 시간을 때울 겸 천천히 걸어본다.

그렇게 잠깐이지만 한적하리라 생각되는 붉은광장을 뒤로하고 10시경 호텔로 향한다. 호텔은 2시 체크인 시작이라고 나중에 올 것을 부탁한다. 일단 배낭을 러기지룸에 보관시키고 조금은 홀가분한 몸이 되어 호텔 옆에 있는 Kremlin In Izmailovo라는 건물을 가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아 신혼부부들이 웨딩사진 찍으러들 와있다. 우리는 천천히 둘러보는데 모두 장사하는 건물들이 기본이다. 시간도 남기에 벤치에도 앉았다가 근처의 공원에 가본다.

 구글지도상 엄청 커보이는데 도심지에 있는 공원임에도 그 크기와 깊은 산속같은 정막과 숲속에 놀란다. 여러 부부와 연인들이 걷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원은 크고 사람은 많지 않아 우리나라 여자들 같으면 두려움을 느꼈을 만한 장소이다.

휘와 서브웨이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공원을 걷다가 나무와 나무사이를 연결하여 우리나라 유격과 같은 시설을 해 놓고 대부분 아이들을 상대로 체험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 체험하는 것을구경하다가 휘에게 해볼 것을 권유한다. 녀석 무서워서 안할줄 알았는데 선뜻 해보겠단다. 한국인은 처음 있던 듯 운영하는 직원도 외국인이라고 신나서 설명한다. 물론 그 친구 영어가 엄청 약해서 몸짓 발짓이 우선한다. 300루불로 휘는 재미난 체험을 한다.

이미 체력 방전이다. 공원은 직선으로 끝까지도 아니고 중간까지 걷다가 왔을 뿐인데...이런 자연환경을 도심지 옆에 가지고 있는 이 나라가 부럽다. 1시경 체크인을 하고 23층의 방을 배정 받는다. 휘는 호텔이 크고 시설이 좋아서 만족해 한다. 실제로 이 동네는 4성급 대형 호텔이 총 4곳이 모여있어서 대부분 관광객이다. 나는 낮잠을 약 2시간 자서 체력을 보충한다.

오후 5시경 휘와 아르바트 거리를 나가 본다. 푸쉬킨 박물관과 빅토르 최 추모벽을 보고 싶어서 간 것이었는데 길을 잘못들어 아르바트는 신아르바트와 구아르바트가 있는데 신아르바트로 가서, 신아르바트를 걸어다니다 구아르바트로 걸어가니 이미 체력이 방전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러시아 동방정교회의 성당인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을 겉에서 바라만 보고 다음에 다시 오기로하고 8시가 넘어 호텔 근처로 복귀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인도 식당으로 들어온다. 이미 오늘 걸은 걸음수가 30,000걸음이 넘어서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30,000걸음이 넘는, 거리로 20km를 넘게 걸었다.  난 꼬치구이인 샤슬릭을, 휘는 닭튀김과 야채 볶음밥을 주문한다. 빵도 주문했는데 바로 구워 뜨겁고 맛있었다.
둘이 맛난게 먹고, 근처 마트에 들러 조식을 신청하지 않은 관계로  아침으로 먹을 우유, 빵, 쥬스 등을 샀다.

그리고 러시아 온김에 꼭 먹어야 겠다고 생각한 보드카를 한 병 샀다. 이번 여행 내내 먹을 생각으로 구입하였는데 보드카 치고는 고급을 샀다. 보통 보드카는 싼 맛에 먹는 주류인데 보드카 중 가장 좋은 보드카라는 BELUGA를 구입했다. 한국에서는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1,300루불을 준다. 앞으로 20일을 마실 것이니 그냥 종업원이 권하는 BELUGA를 산다. 아마도 중국인이 선물하려고 산다고 생각했나보다. 지금 샷 한 잔을 따라 놓고 일기를 쓰는데 사실 보드카가 칵테일을 하지 않으면 무색, 무취, 무향이어서 어느 점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난 싸구려 보드카가 더 좋은 것 같다.

어제 오늘은 무리해서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은 좀 편안하게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야겠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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