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여름방학 둘 만 떠나는 두 번째 배낭여행이 오늘로서 마무리라고 봐야할 것이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공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정이기에 실질적으로 러시아에서의 활동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휘가 조금 더 내 힘이 필요로 할 때 힘이 되어 같이 여행하는 것,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 역시 휘와 같이 이렇게 여행함으로써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 휘는 이번 여행동안 작년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나도 크게 의지를 할 수 있어서 부자간에 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의 아들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고, 좀 더 아버지로써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빠로써 아들이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구나를 느낀다. 작년 사진과 비교해 일단 키가 이제는 나보다 커지는 시기다. 이녀석이 이제는 걸을 때 나에게 어깨동무를 많이 건다. 많이 컸다.내년에도 아빠와 배낭여행을 하겠냐는 물음에 휘는 "글쎄요."라며 회피하고 있다. 작년, 올해 모두 고생을 많이 시켜서 그런가? 아님 이제는 방학을 또래들과 즐기고 싶은 걸까? 나 역시 이제 이런 배낭여행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배낭을 짊어지고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기간이 쌓일 수 록 힘에 부침을 느낀다. 물론 배낭만 짊어지고 다닐 뿐이지 호텔에서 자고, 특별히 돈 걱정 않하고 식사를 하는 이런 여행이 과연 배낭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친구들 처럼 아끼고 많이 몸을 쓰며하는 여행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내년엔 딸을 데리고 여행을 해볼까? 아마 다음 여행부터는 조금은 더 편한 여행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아침 조식을 먹고와서 시내로 나가본다.

 블라디보스톡도 관광객을 위한 시내는 작다.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래내에 있다.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매우 많다. 러시아 여행 전체 일정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변 상가나 식당 등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많이 상대해본 노련함이 있다.

휘와 일단 독수리 전망대라 불리우는 블라디보스톡 해안가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 보려한다. 전망대까지 케이블전차가 다닌다고 읽었는데 구글 지도로 전망대를 검색하니 걸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우리 부자 그것도 모르고 걷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을 한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매우 덥다. 러시아와서 가장 더운 하루이다. 역시나 케이블전차를 타는 곳은 Golden bridge 아래 도로 근처에 있다. 다시 휘와 내리막을 걷는다. 찾기가 어려워 지나가는 러시아 남자에게 케이블전차역 사진을 보여주자 가던 길을 되돌아 한 블럭을 같이 걸어가는 친절을 배풀며 타는 곳을 알려준다. 더운데 너무 고마워 둘다 고개를 숙여 "쓰바시바" 하며 인사한다. 러시아인들 많이 무뚝뚝하지만 깊은 속내는 따뜻하고 순진하다.

전망대 올라가는 케이블전차는 인당 편도 15루불이다. 사실 올라가는 높이는 별로 높지 않다. 다만 걸어가는 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망대에 오르자 다리를 전망하며, 도시가 넓게 펼쳐진다. 오늘 시야가 좋아서 제법 근사한 풍경을 제공한다. 전망대에 오른 다른 이유도 있다. 여기 기념품샾이 물건이 다양하다고 해서 구경도 같이 할 겸 올라왔다. 물건을 구경하고 간단한 악세사리 몇 가지를 구입한다.

내려와서 버커킹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위가 온통 한국인이다. 여기 한국인이 정말 많다. 종로 버거킹인지 블라디보스톡 버거킹인지 헛갈린다. clever house에 들러 한국인들이 잘산다는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휘에게 오늘 저녁은 전통 러시아식 샤슬릭을 먹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휘가 검색하여 데리고가라고 부탁한다. 저녁 무렵 츄다데이라는 샾에 가서 구경을하고 휘가 고른 러시아식 레스토랑에 찾아간다. 나름 트립어드바이져 점수도 높은 집을 잘 골랐다. 우리는 종업원에게 샤슬릭을 주문한다.

휘는 양고기 샤슬릭이 있냐고 물었는데 종업원이 있다고해서 양과 돼지 샤슬릭을 주문한다. 하지만 양은 없었고 뭔가 주문이 꼬여 돼지 샤슬릭 하나만 주문이 들어간 모양이다. 돼지 샤슬릭 하나에 포크가 두 개 나왔다. 이런 양고기를 기다리다 아무래도 잘못된 것을 눈치 채고 재주문을 하여 하나, 하나 따로 돼지 샤슬릭을 먹는다. 사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비싸고 양도 별로이다. 내가 원한 샤슬릭은 알마티에서 먹은 바로 그 샤슬릭이었다.

휘 역시 알마티의 샤슬릭이 푸짐하고 맛도 훨씬 좋았다고 한다. 알마티 샤슬릭은 4,000원 정도에 정말 근사한 음식이 나왔었는데, 여기서 10,000원이 넘으면서 맛도, 양도, 비쥬얼도 재료 종류도 떨어진다. 다시 알마티에 가서 샤슬릭을 먹고 싶다. 물론 지금 알마티에서부터 다시 여행을 시작하겠냐고하면, 다리가 풀릴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이제 전자기기와 세면 도구만 배낭에 넣으면 끝이다. 내일 일어나 씻고 공항으로 공항철도를 타고 이동하면 저녁은 식구들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 집사람, 슬이가 보고 싶다.

휘는 러시아 불곰국 형님들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러시아 여행을 제안했을때 뭔가 미지의 세계같은 느낌으로 응했다고 한다. 사실 휘에게 '다음 여행은 아프라카?'라고 하자 눈을 반짝인다. 지금은 러시아도 사람 사는 곳이고 좋은 사람이 많은, 두려움 보다는 친근함이 남는 곳이라 한다. 중국보다는 뭔가 야생적인 혹은 남성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휘는 여전히 알마티가 가장 정이 간다고 한다. 우리 부자 여행 초기에 힘이 남아 가장 많이 돌아다녔던 곳도 알마티였고, 여러 사람과 부딪쳤던 곳도 알마티였다. 세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중간 쉼 단계였던 노보시비르스크, 바이칼의 이루크추크, 아쉬운 하바롭스크 그리고 한국인이 많아서 반가웠지만 나중엔 살짝 불편함을 느꼈던 블라디보스톡까지 우리 부자 잘 다녔다.

가장 오래 머문곳은 누가 뭐래도 기차안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모두 한 곳에서 자고, 먹고, 씻고, 싸고 1차적인 인간 활동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러시아인들은 예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생각과 실제가 많이 달랐던 사람들... 훨씬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마 다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렇게 오래 탈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겠지. 하지만 아마 평생 이렇게 오래 아들과 한공간에 의지하며 딱붙어 지내는 것은 이 기화말고는 앞으로 힘들 것이다. 좁은 기차안에 만 8일을 딱붙어 있었다. 그래서 아비로써 좋기도 했다.

아들의 청소년 시절 한 페이지를 둘만의 호흡으로 함께 할 수 있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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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소란스러워 5시도 되지 않아 눈을 뜬다. 앞자리 할머니와 손녀가 아침을 먹고, 짐을 싸고 있다. 아직 블라디 보스톡에 도착하려면 3시간도 더 남았는데... 다시 잠을 자려고 하지만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결국 6시경 완전히 일어나 씻고 창밖을 본다. 앞자리 가족은 우수리스크에서 내린다. 많은 사람이 우수리스크에서 내려서 나도 기차에서 내려 본다. 우수리스크 연해주의 도시이자 우리나라 고려인과 독립운동의 메카. 중국 하얼빈과 북한 두만강의 철로가 이어지는 중요 거점이다. 알기로 1900년대 이전에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톡을 부동항으로 개발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러시아 극동아시아의 중요 거점이었던곳. 발해의 유적이 있고 고려인 문화센타가 있는 곳으로 알고 있음에도 여행 말기인 오늘, 내일은 우수리스크를 둘러볼 기운이 나지 않는다. 여행 초기였다면 아마 오늘 부지런히 블라디보스톡을 걸어다니고, 내일 우수리스크를 둘러봤을 것이다.

이제 기차는 조용하다. 많은 사람이 내리고 종점인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사람을 제외하면 더 타는 사람은 없다. 휘와 발을 뻗고 창밖을 본다. 그래! 시베리아횡단의 마지막을 아무도 없는 방에서 우리부자만 느긋하게 즐긴다. 이제는 기차밖 풍경이 우리나와 흡사하다. 산에 자라는 나무며 풀들이 마치 우리나라 무궁화 열차를 타고 창밖을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유럽 풍경이라는 블라디보스톡이, 꺼꾸로 내려오는 나에게는 한국과 가장 닮아있는 도시처럼 느껴진다.

기차가 멈추고 내린다. 드디어 9,259km의 단일 노선을 완주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합하면 10,000km. 먼 길이다. 기차에서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건만, 어제부터 많이 지쳐있다. 아마도 여행의 끝을 바라보고 있으니 긴장이 느슨해지고 정신적으로 풀어져서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비도 살짝온다. 확실히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에서 여름이 가장 더운 도시인가보다. 비가 살짝오는데도 습하고 덮다는 느낌이다. 다른 도시들은 이런 날씨에 쌀쌀했는데... 휘에게 중학생 시절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나중에 휘가 크면 다시 이렇게 단둘이 여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과연 휘가 20대에 친구들을 제치고 나를 데리고 여행을 계획해 줄까?

호텔을 찾아간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다. 기차역 주변이 중심가이니 호텔의 위치도 좋다. 바닷가 바로앞에 제법 큰 호텔이다. 체크인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해서 휘와 아침을 먹으러 나가본다. 아침을 부페식으로 먹고 싶은 것을 고르고 계산을 하는 역앞 식당에 들어간다. 가격만 비싸고 맛도 없다. 이곳 블라디보스톡은 중국 단체 관광객의 절정이다. 다른 도시들도 많았지만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거리거리마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큰소리로 아찔하다. 더불어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다. 그렇다 보니 길에 동양인이 많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에 들어가면 온통 주위는 중국말이다. 백화점 보석 코너나 화장품 코너는 중국인이 점령했다.

블라디보스톡의 요트마리나에 가본다. 큰 마리나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요트대회에서 자주봤던 타임머신이나 티뷰론도 계류해있다. 늘 ORC 우승을 다투던 요트들이다. 이렇게 본래의 자리에서 만나니 반갑다. 확실히 블라디보스톡은 수영할 수 있는 수온을 가진 유일한 바다, 러시아인들에게는 최고의 휴양지이다. 본국내 관광객들도 많은 것 같아 모처럼 북적이는 러시아를 다시 만난다. 모스크바 이후 가장 활기있는 도시처럼 보인다. 기차에서 볼 때는 우리나라와 많이 닮은 자연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시내는 또다른 러시아이다.

1시가 넘어 체크인을 하고 룸에 들어가 샤워를 한다. 그리고 시내를 나가본다. 블라디보스톡도 사실 관광을 목적으로 찾을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다만 새로운 분위기와 맛과 풍경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느끼고, 본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큰 흥미 유발을 하지 못한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붉은광장이라고 알고있는 중앙광장은 일요일인 오늘 자동차 오디오 튜닝 경연대회를 하는지 온갖 튜닝을한 자동차들이 귀가 떨어져라 노래들을 틀어놓고 자랑들을 하고 있다. Golden Bridge 밑에도 가본다.

나도 휘도 빨리 지치는 것 같아 제대로된 한국음식을 먹고 싶다. 트립어드바이져를 통해 가장 순위가 높은 한국 음식점을 찾아간다. 식당 이름은 Korea House. 트립어드바이져의 안내가 없다면 이런 곳에 식당이 있다는 것 자체를 잘모르겠다. 물론 주인은 역시 한국인은 아니다. 우리가 들어섰을 때 딱 한자리가 남아있다. 러시아인들이 이렇게 한국 음식을 좋아했나? 메뉴판을 살핀다. 휘는 음식점에 오기전에 라면을 시켜 먹고 싶다고 했는데...

메뉴판을 보고 나는 삼겹살을 일단 2인분 시킨다. 메뉴판의 pork가 삼겹살인줄 알았는데 종업원이 삼겹살은 메뉴에 없다고 pork가 아니라 삼겹살을 원하냐고 한다. 그렇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김치찌게도 하나 주문한다. 이곳 트립어드바이져 평점이 높을 만하다. 깨끗하고 친절하다. 그리고 맛이 좋은 편이다. 모처럼 한국처럼 불판에 삼겹살을 버섯과 함께 구어서 먹는다. 휘가 첫맛을 보더니 "맛있는데요!"라고 한다. 언제 삼겹살이 맛없던적 있었냐며 한 달만에 불판이란 기구를 이용하여 고기를 구워먹는다. 러시아인들은 찌게 종류나 파전, 비빔밥 등을 먹는데 우리만 불판에 고기를 구우니 많이들 쳐다본다. 김치찌게 420루불, 삼겹살 1인분 510루불이다. 어찌보면 한국 고깃집에서 둘이 먹었을 때 가격이 더비싸다. 아무튼 모처럼 우리 부자 잘 먹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걸어오며, 블라디보스톡의 대학로 같은 느낌의 Svetlanskaya 거리를 걷고 해변까지 나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느낌으로 해변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 오니 확실이 여기는 휴양지구나라는 느낌이다. 호텔로 돌아오니 우리나라 EBS와 MBC가 나온다. 25일만에 듣는 한국 방송이다. 오랜만에 뉴스도 보고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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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마지막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는 날이다. 오늘 저녁 탑승으로 전구간 약 10,000km를 완성하게 된다. 오늘 아침은 느긋하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룸에서 쉬다가 나가면 된다. 8시쯤 잠에서 깬다. 휘는 벌써 깨있다. 어제와 같은 조식을 먹는다. 작년의 중국 조식에 비하면 훨씬 좋다. 커피와 빵 종류면 아침으로 충분한데, 러시아는 각종 햄과 계란, 치즈 등이 다양해서 좋다. 이곳의 조식은 러시아 온중에 가장 떨어지는 수준이다. 휘와 한접시를 해치우고 룸으로 올라온다.

휘는 오랜만에 탕목욕을 하고 11시까지 뒹굴거린다. 11시에 모든 짐을 챙겨서 프론트로 내려간다. 프론트에 짐을 맡기고 홀가분한 몸으로 호텔을 나온다. 하지만 갈데가 없다. 2박3일의 하바롭스크는 관광객에게 더이상 볼거리가 없다. 트립어드바이져를 이용해서 우리가 놓친 관광사이트가 있는지 살펴보지만 없다. 이때부터 기차타기 전까지 무료한 시간이다. 두 세번은 돌아다녔던 거리와 중요 포인트를 돌아다닌다. 영화라도 한 편 볼까하여 극장에 가본다. 가장 대사가 적을 것 같은 아이스에이지3를 보려고 했는데 오늘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이스에이지는 상영을 하지 않는다. 마트를 천천히 둘러보고, 레닌광장에서 아무르강가까지 걸어간다. 가면서 공원을 만나면 벤치에 앉아서 쉬고 움직이고 한다. 오늘은 햇빛도 따갑다. 러시아와서 별로 안탔는데 오늘 좀 타겠다. 점심은 한국식당인 Koreya로 간다. 갑자기 한국 라면이 둘 다 땡겨서 갔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라면이나 카레는 없단다. 토요일은 간단하고 싼 요리는 않하는가 보다. 결국 나는 비빔밥, 휘는 볶음밥을 시킨다. 볶음밥은 김치볶음밥인줄 알았는데 그냥 고기 볶음밥에 매운 소스를 뿌린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한국식 음식이 좋다. 비빔밥은 고추장을 더 달라고해서 김치까지 넣어 비볐는데 러시아 친구들은 아마 매워서 못먹을 것이다. 서빙보는 친구가 고추장을 더 달라고 했더니 놀라는 눈치다. 아들 볶음밥도 가장 맵게 해달라고해서 다 먹는다.

점심은 맛있게 잘먹었는데, 이제 할일이 없다. 5시간 이상을 뭘하지 싶다. 공원에 앉아서 휘와 잡담도하고 핸드폰도 만지작거리고 시간을 때운다.

5시경 Pizza Town으로 이동하여 이른 저녁을 먹는다. 8시 출발 기차이기에 피자집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아이스티인줄 알고 시킨 음료와 피자를 시키고 맥주도 두 잔 곁들인다. 7시까지 앉아있다가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고 기차역으로 와서 우리의 마지막 기차를 탄다. 4인실로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만 운행하는 열차이다. 같은 방에는 할머니와 휘 또래의 손녀가 같이 탄다. 인사하고 간단히 우리의 여정을 설명한다. 휘도 나도 많이 지치고 힘들다. 일찍 자야겠는데, 일기는 써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날림으로 글을 적고 자려한다.

내일 아침이면 블라디보스톡이고 기차에서 내리면 누가 뭐래도 우리 부자는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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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종반을 다가오고 20일이 넘어가면서 지치기 시작한다. 이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많이 덥다고 하는데 그래도 식구들과 밥먹고 쉬고 싶다. 아침 8시경 일어나 티비를 만지작 거리지만 알아들 수 있는 방송은 음악방송뿐이다.

휘와 9시가 넘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조식은 그냥저냥 러시아에서 흔히 먹던 간단한 아침이다. 빵과 야채를 조금 덜고 푸딩을 하나 선택해서 먹는다.

샤워를 하고 킥보드를 끌고 나간다. 딱히 목적지가 있느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건축양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충분히 봤기에 하바롭스크의 오랜된 건축물은 이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곳의 사람들도 왠지 앞선 도시들에 비하면 촌스러워 보인다.

Gorodskoy 공원으로 목적지를 잡고 킥보드를 타고 출발한다. 아직 하바롭스크는 이런 킥보드가 거의 없다. 성인용 킥보드를 타는 사람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는 성인들이 많이 타고 다녀서 보기 좋았는데 여기는 보편화 되지 않았나 보다. 사실 길도 킥보드가 다니기에는 보도가 매끄럽지 못하고 페인곳이 많다. 확실히 공원도 많고 사람은 많지 않아 좋다.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아무르강가에 다시 나가본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덥지 않아 좋다. 이렇게 해가 내리쬐도 많이 덥지 않다. 킥보드를 타고 있으면 사람들이 얼마냐고 자주 묻는다. 사실 말이 잘 안통해서 뭐라 얘기해 주기도 힘들다. 레닌 광장으로 이동하며 하바롭스크 시내를 다녀본다. 인구 60만의 하바롭스크는 사실 볼거리가 거의 없다. 노보시비르스크와 큰 차이도 잘 모르겠다. 시내도 작다. 지금까지 다녀본 러시아의 도시는 모두 레닌광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점심은 트립어드바이져를 확인하고 피자를 먹으러간다. 피자집은 피자만이 아니라 초밥과 간단한 일식을 겸하고 있다. 휘는 벤또를 선택하고 나는 피자를 선택한다. 둘다 맛도 있고 좋은 선택이었다. 피자집이름은 Pizza town으로 메뉴판에 주방장이 태극기와 일장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어 인상적이었고 이름이 한국인이나 고려인의 이름이었다.

점심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다. 2시가 넘어있다. 어제 맡긴 세탁물도 얌전히 올려져있다. 휘와 호텔에서 쉰다. 나는 낮잠이 들었다. 낮잠을 자고 이 동네 쇼핑몰을 둘러보기로 한다. 두 군데의 쇼핑몰을 다녔는데 모두 크기가 고만고만하고 특색이 없다. 확실히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톡에 밀려 정체되는 도시처럼 보인다. 쇼핑몰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움직이면서본 카바로브스키 극장에는 2차대전 종전 71년을 기념하는 고려인문화대축제가 8월 13일에 열린다고 한글이 병기된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런 곳에서 한글을 보고, 고려인들이 훌륭하게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저녁은 트립어드바이져에서 이곳 식당들 중 평가 3위를 한 식당을 찾아간다. 평들이 대부분 고루 좋아서 기대를 해본다. Kabachok이라는 동유럽식 식당이다. 가서 나는 치킨커틀릿을 휘는 돼지고기 볶음을 시킨다. 밥이 없어서 빵을 주문한다. 그런데 주문을 한지 한시간이 넘기고 재촉하자 음식이 나온다. 기다리느라 지쳐서 음식맛을 모르겠다. 그리고 야외 테이블은 모기가 달려들어 권하고 싶지 않다. 가격도 음식맛도 별로 였다. 차라리 점심을 먹은 곳이 더 좋았다.

9시가 다되어 걸어 호텔로 들어온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여행도 몇 일 반짝 시간내서 갈 때 신나서 여러곳을 둘러보는 것이지 20일 넘게 장기로 들어서면 경외감이나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 더구나 한나라를 너무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시내관광 위주이다보니 어느 순간 메너리즘과 식상함을 느낀다. 다음번 장기 여행은 렌트카나 손쉬운 이동 수단을 마련해야 겠다. 내가 정말 보고 싶은 좋은 풍경은 대중 교통이 미치지 않으면 움직이기 쉽지 않다. 다음번 장기 여행 프로젝트는 꼭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리라 생각해 본다.

내일은 저녁 8시경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간다. 밤에타서 아침에 내린다. 이 구간을 이용하면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전구간을 타보게 된다. 나의 버켓리스트 중 하나를 완성한다. 한국의 어머니와 집사람, 딸이 보고 싶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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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경 눈을 뜬다. 화장실이 고장 났는지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려 일어난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옆 칸을 이용한다. 결국 내릴 때까지 우리칸의 화장실은 이용불능이다. 덕분에 세수도 양치도 못한다. 능숙하게 침구를 반납하고 우리가 내릴 하바로프스크역에 내린다. 여기 시간은 이제 한국과 같다. 다시 6시간을 거슬러 동진한 것이다. 이제 집에 갈 때까지 한국과 동일한 기간대에 들어섰다. 자동으로 시차 적응을 할 수 있겠다. 하바로프스크는 블라디보스톡과 함께 러시아의 극동 전진기지이자 극동 러시아의 최대 도시이다. 더구나 중국과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국경도시이다. 그럼에도 우리칸에는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놀랐다. 대부분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모양이다. 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하차 인원도 대도시라는 생각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아파트형 숙소는 취소하고 몇 일전 역 옆의 호텔로 변경하였다. 아파트형 숙소에서 음식도 해먹고 빨래도하고 하는게 좋았을지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처음 생각한데로 아파트형 숙소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역에서 나와 100m이내에 숙소가 있다. 그건 참 맘에 든다. 배낭과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8시도 되기전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물어보니 당연히 안된다. 짐을 맡기고 휘와 오슬로 킥보드를 타고 시내로 나가본다.

어라! 킥보드를 끌고나오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킥보드도 맡기고 우산을 들고 나온다. 3일을 샤워도 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해서 떡져서 모자를 썼다. 빨리 샤워하고 싶다. 이루크추크에서도 제대로된 샤워를 못해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역 앞의 긴 공원을 걷는다. 공원이 마치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을 관통하고 긴데 이름도 없다. 러시아는 곳곳에 좋은 공원이 많은 것이 부럽다. 일단 목적지를 하바롭스크의 자연사,향토사 박물관으로 잡는다. 공원 끝에 있는데 공원 길이가 2km는 되는 것 같다. 공원중간에 중앙시장의 입구가 있어서 어슬렁 거려 보지만 아침 일찍이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한다. 공원의 끝이 아무르강변과 맞다아있다.

이 아무르강은 남으로 내려가며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으로 가변 이 아무르강은 중국은 쑹화강, 우리에게는 흑룡강이라는 이름으로 변한다. 강폭은 한강보다 넓어 보이며,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강변을 따라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낚시를 하고 있다. 하바롭스크는 이 아무르강과 우수리강이 합쳐지며 국경으로 변하기 전에 가장 넓은 삼각주에 위치하는 최대 도시이다. 중국과 국경을 인접해서인지 중국계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알기로 고려인 후예들도 많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한국 국적의 교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강변을 휘와 걷다가 다시 도심으로 나온다. 박물관은 10시부터 개관이기에 아침을 사먹으려고 하는데 대부분의 식당이 10시나 11시 오픈이다. 그 흔한 KFC나 Subway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길거리 핫도그를 2개 사서 아무르스키 동상이 있는 작은 광장 벤치에서 먹는다. 이 아무르스키는 동시베리아 총독으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처음 건설 계획한 사람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 부자 기차도 잘타고 왔고 이렇게 옆에서 핫도그도 먹는다. 10시가 되어 박물관에 간다. 입장료는 인당 350루불이며, 두 개의 건물을 이용할 수 있다. 입구에는 중국인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몇 있다. 특히 한국에서 오신 듯한 아주머니들이 계셔서 놀랐다. 이런 아침부터...

첫 건물의 박물관은 자연사를 주제로 화석과 동물 박제 등을 전시하였고, 두번째 건물은 이곳 하바롭스크의 과거 주인인 동양계 원주민들의 생활상과 의류, 도구 등을 전시하고 러시아의 유입과 발전상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땅의 주인은 몽골과 거란, 말갈계 유목 민족이었을텐데, 일제시대에는 많은 독립투사들께서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준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알렉산드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산/사회주의자 여성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반혁명군에 아무르강변에서 총살당하고 버려진다. 아마 암살 전지현의 모델이었을지도... 그래고 하바롭스크의 중심가는 독립운동가 김유천 장군을 기려 김유천거리가 있다. 하지만 박물관은 그다지 특색이 없고 유물도 큰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없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둘러보니 내부 전시물은 거의 둘러 보았다. 휘와 이제 호텔로 들어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좀 씻어야 겠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중앙시장에 들러본다. 고려인의 영향으로 시장안에는 김치와 고사리나물, 콩나물무침, 깍두기 등을 팔고 있다. 이곳으로 또 더한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 되었을 우리의 선조들...그리고 이 척박한 곳에서 일가를 이뤄 이제는 고려인, 4, 5세들이 이렇게 한국을 잊지 않고 한국 음식을 만들고 팔고, 사먹고 있다. 나라가 힘이 없을 때 가장 불쌍한 것이 국민들 아니겠는가! 김치를 보니 저녁은 꼭 한국식당에서 먹자고 휘와 약속한다. 휘는 친구들 기념품을 사주고 싶다는데 정말 마땅한 것이 없다. 집에 식구들도 뭐 사줄게 있을까 살펴보지만 역시나 없다. 러시아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으면 차량이 무조건 정차해야하는가보다. 우리가 횡단보도에 서기만하면 모든 차량들이 멈춘다. 횡단보도 건널 때 안심이 된다. 여지껏 러시아의 모든 곳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차량들이 먼저 멈춰줬다.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들어와 샤워를 한다. 룸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만족스럽다. 호텔 프론트에 세탁서비스를 묻는다. 세탁기가 있냐고 물었을 때 3, 5층에 있다고 해서 양말과 속옷까지 가지고 3층에 가봤으나 다림질 시설 뿐이다. 메이드 아주머니에게 몸짓으로 물어보니 날 1층 프론트로 데려간다. 프론트 직원의 영어를 바라는 것 같은데, 프로트 직원의 영어도 사실 별로라서 결국 서로 모두 몸짓이다. 결국 세탁기는 없단다. 아주머니가 세탁 서비스를 해주고 300루불을 달란다. 그게 편하겠지...결국 우리돈 5,000원 정도를 주고 모든 빨랫거리를 맞긴다.

저녁은 한국식당에 가기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 위치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한인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구글지도에서 찾기 힘들다. 결국 부산식당이라는 곳을 찾았다. 역 근처인 숙소에서 2.5km정도 거리이다. 휘와 열심히 킥보드를 타고 가본다. 이런! 문이 닫혀있다. 몇 일 내부 수리던지 아님 휴가 기간인 것 같다. 휘가 엄청 실망한다. 재빨리 트립어드바이져를 열어서 한국식당을 검색한다. 어라! 숙소 근처에 Korea라는 Korean restaurant가 있다. 다시 숙소로 이동하여 식당을 찾는다. 좀 외진 곳이지만 깨끗한 식당을 찾았다. 가서 메뉴를 확인하니 한국인이 운영하는 전통 한국식은 아닌 모양이다.

비록 노래는 한국음악을 틀고 티비는 한국 사진들을 보여주지만 아무도 한국말은 모른다. 그리고 손님도 모두 러시안이다. 한참을 메뉴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가장 실패 확률이 적은 부대찌게와 제육볶음을 시키는데 제육볶음은 주방장이 안된단다. 결국 돼지고기 볶음을 시켰는데, 돼지갈비살을 양념해서 통으로 구워 내왔다. 맥주 한 병을 시키고 공으로 주는 보리차를 두 잔 마신다. 김치, 마늘쫑 등 밑 반찬과 함께 아들과 둘이 밥 세 공기를 먹는다. 물론 휘가 두 공기를 먹는다. 한국인 입맛엔 별로 이지만 여기는 어디까지나 현지인을 위한, 이곳에 맞게 변화된 한국식당이다. 이런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계 곳곳의 일식, 중식당을 보라. 모두 일본인, 중국인이 운영하는 집이 아니다. 오히려 현지인이 운영하는 집이 더 많다. 한국식 식당이라고 해서 꼭 한국인 입맛에 맞을 필요는 없다. 현지인들에게 맞으면 좋은 것이다. 그것이 한식의 세계화가 아닐까? 우리는 이런 비슷한 맛을 내는 식당에도 만족한다. 가장 맵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한국에서 먹는 정도의 매움이거나  오히려 덜 맵다. 이렇게 저녁을 먹고 1,500루불을 지불한다.

다시 킥보드를 밀며 숙소로 돌아와 휘와 누워서 각자 편안히 쉰다. 내일은 뭘할지 특별히 정한 것은 없다. 내일일은 내일 일어나서 정하기로 맘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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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오늘도 기차안에서 눈을 뜬다. 기차의 흔들림과 달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8시가 넘어 있지만 깨어 있는 사람은 이 객차에서 3사람 뿐이다. 나도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신다. 특별히 할 것 없는 여유있는 아침이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휘는 계속 자고 있다. 어차피 일어나도 할 것이 없기에 깨울필요도 없다.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도 더 좋아지겠지.

밤사이에 앞자리 주인은 두 번이 바뀐다. 모두 조용한 남자들이 조용히 누웠다 나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앞자리에 아무도 없다. 오늘은 좀 편하게 가려나 보다. 휘도 일어나고 기차는 계속 달린다.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에도 제법 내린다. 덕분에 창밖의 풍경은 우울하고 차분하다. 어제는 하루 종일 멋진 풍경을 보여 줬고, 오늘은 자작나무와 소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어제의 풍경에 비하면 오늘은 볼 것이 없다. 책을 보거나 만화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어차피 인터넷이 되지 않기에 핸드폰은 금새 질려버린다.

낮에 옆에서 한참을 같이 온 모녀가 내릴 준비를 한다. 이르쿠추크에서부터 같이 왔으니 꽤 오랫동안 옆자리 였다. 그녀들이 내리는 적은 2분 정차하는 작은 역이다. 굿바이라고 서로 인사를 한다. 완전히 시골이다. 모녀가 책도 많이 읽고 교양있게 행동해서 도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다니러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작은 마을에서 내린다. 러시아의 이런 작은 마을들은 3G도 터지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꽤 심심한 마을 일 것 같다. 모녀가 내리고 우리 앞과 옆까지 아무도 없다. 우리 부자가 6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 칸을 점령한다. 오후 동안 다른 좌석들도 빈좌석들이 꽤 생긴다. 대부분 각자 알아서 잠을 자거나 낮말을 맞추고 핸드폰을 드려다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 정차한 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탄다. 결국 우리 앞과 옆자리까지 모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도착하는 하바롭스크에서 다같이 내리겠지. 앞자리는 모녀와 손주까지 3명인데 5살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가 꽤나 번잡스럽다. 초코과자를 하나 주니 받아서 열심히 먹고 열심히 돌아다닌다. 아이 엄마는 그 또래의 남자애들 엄마처럼 꽤나 신경질적으로 아이를 다루고 있다. 천방지축 남자아이 그렇게가 아니면 통제가 힘들 것이다.

오늘의 기차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좀 더 긴 무궁화호 열차를 탄 느낌이었다. 이제 내일 하바롭스크에서 내려 다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하는 10시간 정도의 기차를 타면 시베리아횡단열차라고 흔히 말하는 러시아 횡단 열차를 완성한다. 정말 큰 나라이다. 작년 중국에서는 늘 고속 열차를 타고 이동해서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열차는, 우리 부자 참 긴거리를 여행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느낌 뿐만 아니라 실제지만.

오늘은 정차하는 역도 별로 없었고 정차해도 2분 정도였다. 내일은 하바롭스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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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게 기차에 올랐다. 맞은 편에 앉은 조용한 아주머니와 내 일정을 이야기하고(물론 손짓발짓으로) 글을 작성하고 누우려고 하는데 아주머니는 다음역에서 내리고 술이 취한 듯한 한무리의 남자들이 탔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와 아들이 내 앞에 자리를 잡는다. 휘는 잠이 들었고, 그 아저씨 나에게 이름이 무엇이냐며 반갑게 악수를 청하고 러시아말로 한참을 중얼거린다. 물론 나는 한마디도 못알아 듣는다. 그리곤 잠이들었다.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난다. 급할건 없다. 어차피 일어나도 누워도 기차는 하바로프스크로 나를 데려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휘와 아침을 챙겨 먹는다. 나는 빵을, 휘는 도시락 라면을 선택한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한다. 휘는 전자책이나 만화책을 본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앞에 아저씨는 신나게 자더니 일어나 동료들과 한참 이야기하며 먹으며 지낸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 계속 동료들과 보드카를 먹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웃으며 매우 친근하게 이야기하는데 알아들 수 가있나. 다만 술꾼이라는 것은 알겠다. 정류장에 잠시 서면 같이 담배피러  가자고하고 자꾸 악수하자고 하는 것도 습관이다. 그러더니 동료들과 투닥투닥한다. 아~ 시끄럽고 번잡스러워서 내려줬음 좋겠다. 다행이도 12시쯤 치타역에서 내린다. 시끄럽던 동료들도 모두 내린다. 아마 동네 사람들끼리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나보다. 나보고 먹으라고 빵도 2개 주고 가고 먹던 음료수도 몽땅 두고간다. 빵이야 손을 안댄 것이니 먹겠지만 음료수는 어쩌라고... 결국 음료수는 내가 버려주는 꼴이된다. 기차 출발전 아래를 보니 손자 주려고 산 것인지 메이드인차이나가 뚜렷한 옆구리에 끼고탄 비비탄 총 장난감 박스가 보인다. 이것도 두고같네... 역무원에게 두고 갔다고 하지만 어깨만 으쓱할 뿐이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하자 역무원이 뛰어와 장난감을 들고는 간다 아마 찾으러 왔나보다. 출발하는 기차에서 장난감 상자를 던진다. 술이 왠수다. 그 아저씨 일행이 내리자 역무원과 옆자리 아줌마도 좋아라한다. 그 후에 다른 덩치 큰 아저씨가 앞에 탔는데 타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다.

열차는 계속 달리는데 숫자가 낮은 002호의 이기차는 전에 탔던 기차들에 비해 정차하는 정류장 수가 적은 것 같다. 아마 큰 역만 정차하는 열차인 듯, 4, 5시간에 한 번 정도 정차하는 것 같다. 이루크추크 이후부터 열차밖 풍경은 아주 근사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 구간은 밤 기차여서 자느라 잘 모르겠고, 모스크바에서 노보시비르스크의 구간은 산은 없고 평지만 있었는데 기찻길 주위로 자작나무가 풍경을 방해해서 볼거리가 별로 없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이루크추크는 아주 넓은 평야와 밀밭의 천지였다. 산도 나무도 거의 없었다. 오늘자 이루크추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의 구간은 장관이다. 높지는 않지만 근사한 산과 하천과 강 그리고 푸른 초원이 같이 존재한다. 이렇게 멋진 곳에 사람사는 집은 가끔보이는 아주 작은 마을을 제외하면 없다. 이렇게 근사한 곳을 사람손이 닿지 않고 있으니 깨끗하고 근사하다. 아마 우리나라였으면 이런 여름에 온갖 피서인파와 장사인파로 장사진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커서야 장사진을 이룰 인구도 부족하겠다.

기차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으면 조용하고 각자 할일을 찾아 할 뿐이다. 러시아인들은 낮말퍼즐이나 카드놀이 등을 하고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사람이 많다. 물론 대부분 뭘 먹고는 바로 누워서 자고들 있다. 우리 부자도 간식 조금 먹고 자고, 책보고, 핸드폰을 만진다. 앞자리 새로운 아저씨는 조용한 사람인 것 같아 다행이다. 앞자리 동료의 복이 제일 큰 것 같다.

오후 쯤 이루크추크에서 같이 탄 학국인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에게 가본다. 탈 때 옆 칸에 탔는데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가서 별일 없냐고 묻고 아들과 20일째 여행중인데, 그래도 한국 남자 동료가 있는 것 처럼 말 걸어주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보지 않을 것 같아서 와봤다고 했더니 앳되보이는 여학생들이 고마워한다.괜한 오지랍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심적으로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무슨일 있으면 서로 도와주자고 이야기하고 돌아왔다.

저녁으로 나는 도시락 사발면을 먹고, 휘는 주정꾼 이저씨가 준 빵을 먹어보더니 너무 맛있다고 두 개를 모두 먹어치운다. 방금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어서 70루불에 하나 사준다. 쥬스도 다 먹어서 객차에서 차장에게 150루불을 주고 오렌지 쥬스와 과자를 한 봉지 구입한다. 사실 객차 담당직원이 150루불어치를 사주면 객차와 책차사이에서 담배를 피게 해주겠다는데, 사실 안사도 필 수 있는 걸 알지만 어차피 사려했기에 반 농담으로 웃으며 사준다. 오늘 실적이 모자른가~

블라디보스톡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유럽과 가까운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가장 젠틀하고 세련됐었고, 점점 중앙아시아와 중국, 몽골과 가까와지며, 중앙에서 멀어져서 그런지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나 매너가 거칠어진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정은 더 깊은 것 같아보이기는 하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기찻길로 9,250km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대략 700km정도 되니, 이 여정을 마치면 아마 10,000km를 기차로만 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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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비가 내렸다. 낮잠을 잔 탓인지 잠이 잘오지 얺는다. 휘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이내 잠든 듯하다. 10시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8시 전에 일어나야하는데 빗소리에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어제 저녁 휘와 별무리를 보려고 했지만 새벽에 비가 오려고 그랬는지 하늘을 구름이 덮고 있어 별은 보지 못했다. 떠나는 오늘 아침이 되서야 파란하늘을 보여준다. 멀리까지 보이고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더 없이 훌륭하다. 오늘 하루 더 여기 머물렀다면 제대로된 별똥별을 볼 수 있었을텐데...휘에게 은하수를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나오지 않던 더운물이 오늘 아침에야 나온다. 머리만 감으려고 갔다가 더운물이 반가와 어제 오후에 찬물로 샤워를 했음에도 훌렁벗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고 휘에게 빨리가서 샤워를 하라고 한다. 여기 공동 샤워장은 나쁘지 않은데 그동안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 여간 불편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긴다. 그리고 언제 밥을 먹을지 알 수 없으니 조식을 챙겨 먹는다. 귀리같은 곡물에 약간의 우유와 먹터를 얹어준다. 마치 우리가 먹는 버터 간장밥 같다. 물론 간장대신 타락이 들어간 것 같다. 휘는 느끼하다고 몇 숟가락 먹고는 이내 케익조각을 먹는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다. 이런! 그동안 먹었던 숙소내 식사들이 모두 별도의 돈을 받는다. 어쩐지... 체크 아웃을 하고 정원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린다.

우리 버스가 왔다고 해서 버스에 오른다. 오늘 버스(택시)는 올때의 현대 카운티보다 좋다. 차량도 신형이다. 그리고 어제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중국 가족이 또 이 버스를 태워 달라고 숙소 주인과 기사에게 떼를 쓰는 것 같다. 버스는 한 참 지연된다. 그런데 오늘의 짜증이 여기서 시작이었다. 결국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기사는 중국인 가족 3명을 태운다. 다른 숙소도 돌며 한국인 청춘남녀를 태우고 마지막 러시아인 한 명을 태우려는데 자리가 없다. 기사는 사무실에도 가보고 하면서 오버부킹이 되었다고 자신들끼리 또 러시아 승객들 끼리 말을 하는 것 같다. 버스는 우리 숙소로 되돌아 간다. 중국 가족들은 숙소로 돌아간다고 자신들이 내리게 될 것 같은지 부부는 계속 자신들 끼리 떠들고 있다. 그런데 기사가 나와 휘를 내리라고 한다. 응? 왜 내가? 화가 난다. 난 어제 아침에 예약을 했는데 왜 내가 내려야지... 기사와 숙소 오피스로 같이 간다. 가서 왜 나냐고 따져 묻는다. 이 차를 못타면 큰일이 난다. 기차는 예약을 해 놓았고 이 기차를 놓치면 더 이상 몇 일 이상 기차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면 여기서 모든 여행을 중단하고 그동안 예약된 모든 내역이 취소되고 여기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있기나 한지 알아봐야 한다. 절대 이 버스를 놓치면 안된다. 숙소 주인은 나와 휘가 아니라고 기사에게 말하고 같이 버스로 가서 그 중국인 가족에게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들이 예약을 안해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인 가족은 딸을 무릅에 앉혀 가겠다며 러시아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괘씸하다. 첫날 올 때부터 나에게 피해를 주더니 어제는 어두운 길 에스코트도 해주고 했는데, 우리 가족 내리는데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이면 처음부터 딸을 그냥 무릎에 앉혀 가겠다고 할 것이지... 부하가 한 참 치밀었다. 우리가 그렇게 잘해줬는데...결국 자신들의 이익이나 편의가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1시간30분 쯤 달려서 선착장에 도착하는데 그 대기하는 차량의 줄이 어마하다. 배는 한 번에 10대 내외로 선적을 하는데 한 번 갔다오는데 최소 30분이다. 30대가 줄을 서있으면 운이 좋아야 1시간 30분이다. 현재 100대도 넘게 줄을 서있다. 그런데 버스는 왜 별도의 줄에 세우냐는 것인지, 러시아인들끼리 싸움이 났다. 차들이 못가게 막고 난리다. 결국 우리 버스도 피해를 본다. 결국 선착장에서만 거의 2시간 가까이 지체한다. 그리고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평원과 언덕길... 우리 처음 버스를 탔던 곳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간이 넘게 걸렸다. 피곤하다. 버스 타는 것 때문에 신경쓰고, 배 타는 것에 신경쓰고 했더니 녹초다. 기차는 누워서 편안히 가면 되는데 버스는 꼼짝없이 앉아서 비포장 도로는 먼지를 마시고, 덜컹거리고 힘들다. 휘에게 기차타기전 한국 음식을사주고 싶은데 인터넷은 되지도 않아서 어디서 어떻게 역에 가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짐은 많고 오늘따라 덥고 진퇴양난이었다. 기차 탑승까지 3시간 정도 남아있기에 일단 한 숨을 돌리고자, 휘에게 버스터미널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다. 휘도 좋다고 한다. 인터넷이 되면 한국식당을 검색해서 가까우면 데려가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한다. 듬직한 휘는 지도 힘들텐데 내색 한 번 없이 잘따른다. 휘와 푸드코트에서 고기 볶음밥과 닭다리 모양으로 생긴 닭요리를 먹는다. 일단 밥을 먹으니 힘이 생긴다. 아침 조금 먹고, 점심은 선착장에 둘이 빵사먹은게 다니 휘는 배가 고팠을거다.

저녁을 먹고 트렘을 타고 이르크추크 역으로 온다. 휘는 앉쳐두고 발권을 하고, 슈퍼에 가서 기차에서 먹을 음식과 간식을 구매한다. 오늘타면 8월4일에나 내릴 터이니 그것도 한짐이다. 그래도 열차번호가 좋아서(002, 러시아 기차는 번호가 낮을 수록 신형, 물론 가격도 조금씩 더 비싸다.) 깨끗한 열차이지 싶다. 기차가 들어오고 이젠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내리는 것이 러시아 사람들보다 익숙하다. 짐을 보관함에 넣고 꼭 필요한 것들은 쉽게 손이 닿는 것에 놓아둔다. 새 침대 시트 세트를 받아서 능숙하게 정리한다. 휘는 씻고 잘 준비를 한다. 기차에 오르니 맘이 편안하다. 확실히 여행에서 기차에 있는 동안이 가장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어머니나 집사람은 지루하고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데, 전혀! 기차가 가장 편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기차는 출발하고 사람들은 잠에 들었다. 나도 피곤해서 이쯤하고 자야겠다. 이르쿠츠크에서는 3G가 잡혀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었는데 이글과 사진들을 과연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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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이곳 데이터 유심이 3G를 잡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렵다. 아침에 사진을 올려보려고 하였으나 역시나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어제 보다 더 느려서 검색도 힘들다. 오늘은 늦잠을 좀 자본다. 조식은 관두기로하고 휘를 조금 더 재워본다. 아침 10시가 넘어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빗방울이 비친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하늘도 흐려서 잿빛이고 물안개인지 시야가 뿌엿다. 바이칼은 쨍한 날이길 바랬는데 어제나 오늘 모두 시야가 터지지 않아 아쉽다.

이곳에서 별로 할 일은 없다. 섬투어를 진행한다는데 우리는 투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어제 처럼 버스를 타고 비포장을 하루종일 다니며 좋은 뷰포인트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하루를 온전히 써야한다. 점심도 주고 가격은 1,000루불과 800루불 짜리가 있는데 별로 비싸지는 않다. 하지만 지친 휘를 좀 쉬게 해줄 필요가 있지 싶다. 몸보신도 시켜주고 싶은데 여기 식당도 제대로 된 곳이 거의 없다. 다음에 만약 차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온전히 일주일 정도를 이곳에 쓰고 싶은 곳이다. 개발이 전혀되지 않은 조금은 불편하지만 때뭍지 않은 곳이다.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나가 본다. 나가기 전에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내일 10시에 이르크추크로가는 버스를 불러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아주머니는 알겠다고 한다. 내일 10시에 버스를 타면 될 것이다. 문을 연 것처럼 보이는 식당도 별로 없고 마땅치도 않다. 한 음식점에 들어가 본다. 메뉴판을 가져다 주지도 않는다. 내가 카운터에가서 메뉴를 자져와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본다. 생선으로 빚은 만두탕과 어제 저녁으로 먹은 감자수플레와 생선완자튀김 그리고 바이칼에 오면 먹어봐야 한다는 오물구이를 먹어본다. 오물은 여기서 잡히는 생선인 것 같다. 맛이 우리나라 청어나, 꽁치 구이와 비슷하다. 휘와 맛나게 먹는다. 그리고 어제 가본 뷰포인트에 가고 오늘은 해변을 걸어본다. 해변 곳곳에 이곳으로 피서를 온 러시아인들 혹은 세계각지에서 온 젊은이들이 쳐놓은 텐트촌을 지나간다. 텐트가 많지도 않고 조용한 것이 정말 우리나라와 다르게 캠핑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 처럼 좋은 장비에 의리의리하게 쳐놓지는 않았지만 나름 실속있고 재미있어 보인다.

해변은 많지 않은 사람과 안개로 조용하고 깨끗하다. 사람과 소들이 함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곳곳의 소똥만 피하면 된다. 나와 휘도 맨발로 걸어보고 발도 적셔본다. 차갑다. 이런 수온을 잘도 들어가서 노는 사람들이 3명 쯤있다. 이들도 역시나 추운 걸까. 다들 모래사장에서 선탠중이다. 이곳 해변에는 왠 굴뚝달린 트럭들이 해변에 주차를 하고 있다. 나는 캠핑족이 해변에 차를 주차한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차 바닦에 장작을 때고 있다. 응? 이 차량은 이동형 사우나이다. 돈을 내면 주인이 차 밑에 불을 지펴주고 사람은 트럭 안으로 들어가 한증막을 하고 나오는 것이다. 물이 차서 그렇게 드려가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확실히 아이들은 신나하고 어른들은 누워서 일광욕을 즐긴다. 이곳은 한국과 다르게 파라솔이 없다. 파라솔을 피는 사람도 없고 그냥 누워있는다. 물론 오늘 같은 날씨는 해가 강하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지만 해가 강하면 필요할 텐데. 비는 오지 않기로 했는지 흐리지만 해가 난다. 해는 나지만 이 안개는 어쩔 수 없다.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정체를 모르겠다.

휘와 숙소로 돌아와 쉰다. 낮잠도 좀 자고 다른 방의 서양인들처럼 그냥 쉰다. 중국인 관광객만이 아침 일찍 나가서 수다를 떨며 저녁에 돌아온다. 낮에는 조용히 책을 보거나 앉아있는 여기 현지인들 뿐이다. 그 틈에 우리도 있는다. 6시가 조금 넘어 식당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신다. 마시면서 인터넷을 확인하니 이곳 와이파이가 어제와 다르게 조금 빠르다. 사진을 하나 올려봤더니 올라간다. 그래서 그제와 어제 일기에 사진을 올리며 저녁을 먹겠냐는 주방장의 물음에 고맙다고 쓰바시바를 말해본다. 식당에 이곳 동양계 러시아로 보이는 마치 고려인처럼 보이는 여자애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까레아라고 하자 영어로  North or South를 묻는다. 그래서 물론 남한이라고하고 너 북한사람 보적있냐고 되 묻는다. 그녀도 없다고 한다.나 역시 없다고 말해준다. 저녁은 닭고기국과 귀리로 만든 밥에 고기를 얹어 덮밥으로 먹는다. 나름 맛이 있어서 휘는 모처럼 깨끗이 먹는다.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가 저녁 마실을 나가 본다. 휘가 모처럼 입맛이 돗는 듯해서 니키타에 가본다. 휘는 저녁거릴 사주고 나는 맥주나 한 잔 할까한다. 니키타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보니 모두 음료나 맥주를 먹고 있다. 메뉴에 식사는 없다. 기껏해야 샌드위치 정도이다. 그래서 휘와 그냥 나온다. 나와서 어둑해진 거리를 걷다가 아침을 먹은 식당에 들어간다.

휘가 다른 메뉴를 찾아내서 통닭을 한마리 시킨다. 1kg에 350루불이라고 적혀있고 1kg이 넘어서 400루불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잘됐다. 휘를 위해 한마리 시킨다. 먹을 때 실컷 사줘야한다. 우리는 저녁 먹은지 2시간만에 '큰 닭을 그릴로 구워서 냉장을 시킨 닭을 오븐에 살짝 익혀 조금 차가운 치킨'을 먹는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우리와 숙소가 같고 버스도 같이 타고온 중국인 가족이 저녁을 먹고 있다. 들어오면서 서로 인사는 했다. 휘와 닭을 먹고 있는데 술취한 2쌍의 러시안이 불을 끄고 미러볼을 돌리며 일행중 한 사람이 생일인지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른다. 통닭 먹다 봉변이다. 음악을 크게 틀고 춤들을 추기 시작한다. 옆 중국인 아저씨도 끌려나가 춤을 춘다. 웃기는 상황이다. 밥을 먹는 테이블도 있는데...돌아가는 미러볼과 큰 음악 소리에 닭다리가 어디있는지도 헛갈린다. 역시나 이 큰 닭을 저녁까지 먹고 다 먹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휘가 꽤 잘먹었다. 산만스러운 식당을 나온다. 맥주와 환타까지 포함해서 500루불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러시안은 춤들을 추고 술취해 소리를 지르고 놀고있다. 앞서 먼저 나간 중국인 가족이 있다. 밖은 어두워서 주변 분별이 힘들다. 여기 가로등도 없다. 해가 떨어지면 암흑이다. 중국인 가족이 같이 가도 되냐고 묻는다. 아줌마가 서툰 영어로 투게더 고를 외친다. 밤길에 무서웠나 싶다. 그래서 나와 휘가 핸드폰으로 후레쉬를 켜주고 같이 걷는다. 숙소까지 10여분은 걸어야 한다. 후레쉬가 없으면 걷기 힘들 정도로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다. 걸으며 중국인 부부가 어디사람이냐 아들이냐를 묻는다. 물론 대충 알아듣고 그쪽도 대강 분위기로 알아듣는다. 남자가 중국에 와봤냐고 묻기에 작년 갔던 중국 도시를 읆어주니 좋아한다. 시안을 이야기하자 자신들이 시안에서 왔다면 엄청 반가워한다. 한국 최고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냥 느낌이다. 시안을 이야기하자 급 친해진다. 딸은 영어로 몇 살이냐고 묻자 에잇이라고 말한다. 우리딸과 같다.

숙소로 돌아와 연신 고맙다고 쉐쉐를 반복한다. 별말씀을... 다른 중국인 6명이 내일 가는 버스표를 구했냐고 묻기에 오늘 아침에 카운터에 이야기해서 구했다고 했더니 자신들은 자리가 없다고 했나보다. 오전에 일찍 말해 놓길 잘했다.

이렇게 올혼의 오늘도 지나가고 내일 밤은 다시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50시간을 넘게 달려 하바로프스키로 이동한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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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어제 저녁 일기를 작성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자려고 준비중이었다. 앞에 세 청년이 가방에서 먹다 남은 진을 꺼낸다. 한 잔 하겠냐고해서 좋다고 나눠 마신다. 그래봐야 각 한 잔이다. 그리고 다른 친구가 러시아식 맥주를 먹어보았냐고 해서, 하나 남아있던 맥주를 꺼냈더니 그건 러시아 맥주가 아니란다. 자신이 남은 러시아 맥주를 한 캔을 꺼내어 또 나눠먹는다. 러시아 맥주는 맥주라기 보다 흡사 와인에 가까운, 예전에 내가 맥주 만들어먹을 때 탄산화가 덜되어 곡물과 과즙의 향이 남아있는 맛이다. 그렇게 맥주도 나눠 먹고 한 친구가 식당칸 가서 한 잔씩만 더하잔다. 마다할 이유가있나! 휘까지 데리고 5명이 식당칸으로 이동한다. 이미 여러 자리에서 맥주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첫 잔은 내가 사겠다고하니 다들 각자 계산 하자고 한다. 그들이 고르는 맥주를 한 병씩 마시고 아쉬워 한 병씩 더 마신다. 내 평생 가장 많은 영어를 떠든 순간이었다. 한국의 교육 문제부터 여러가지 이슈를 다뤘는데 뭔 정신에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휘와 같이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기분이 좋아져 내가 계산을 해버렸다. 1,500루불 정도 였으니 별로 비싸지도 않다. 한국 전통은 형아가 계산하는거라는 말과 함께. 그 친구들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 33살이라고 한다. 혹시 블라디보스톡에서 다시 만난다면 나를 술을 사줘서 복수하겠단다. 이미 12시가 되어가고 식당 칸에도 우리 외에는 없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리로 들어와 눈을 감는다.

아침 7시에 눈을 떠야하는데 그게 걱정되서인지 1시간 마다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한다. 중국처럼 깨워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이 알아서 일어나야 한다. 결국 6시경 일어나 씻고 내릴 준비를 한다. 어제 같이 술자리를 한 동료들도 내릴 준비를 한다. 항상 헤어지는 것이 어색하다. 남은 여정 안전하라고 말하고 악수를 하고 기차에서 헤어진다.

10시전에는 바이칼의 섬인 올혼(알혼)섬에 들어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10시 이후에는 버스가 없다고 인터넷에서 본 것 같다. 기차역 앞 트렘 정류장에서 4a트렘을 타라고 본 것 같고 구글도 그렇게 지시하는데 트렘을 3대나 보냈는데도 모두 1번 트렘이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니 1번도 간다고 나온다. 이런...처음부터 자세히 볼 걸.

1번 트렘을 타고 중앙시장 앞에서 내린다. 시장앞이 버스터미널이다.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 것인지 몰라 서성이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올혼에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숙소 이름을 묻고 따라 오라고 한다. 길 옆 올혼으로 가는 현대 카운티 차량이 서있다.

차량은 사람들이 가득 차있고 우리가 들어가니 곧 출발한다. 휘와 나는 보조 의자에 앉는다. 다른 사람들은 차량이 다 찰 때까지 1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다가 다른 두 사람을 더 태운다. 캐나다 대학생인 남자들로 오랫동안 여행중인지 수염과 장발이다. 휘는 예수님인줄 알았단다. 그들은 차에 타자 남은 보조의자 2자리 인것을 알고는 쉣을 외친다. 그렇게 우리는 만석이된 카운티를 타고 6시간을 넘게 달린다. 아스팔트길도 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꽤 덜컹거린다. 내 시계의 만보계가 내가 걷는 중인 줄 알고 카운트를 하고 있다...

차는 포장도를 3시간 가까이 달려 한 휴게소에 내려준다. 얼마나 쉬는지도 모르는 우리 부자는 다른 승객에게 얼마나 쉬는 거냐고 묻자 그들도 모른단다. 내가 기사가 다먹나 않먹나 지켜보고 잇어야 겠다니까 그렇꺼 같다고 같이 웃는다. 일단 아침도 먹지 않은 우리 부자는 샤슬릭과 고기 만두식 음식을 하나씩 340루불에 먹는다. 한참 먹는데 버스가 떠난단다. 1/3 정도를 남기고 버스에 올라탄다. 다시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쯤 달려 선착장에 도착한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기사는 멍하니 있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우리 부자는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여 차는 차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배에 올라 섬에 도착하면 버스를 다시 타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양 애들보다 눈치껏 움직인다. 배에 타는 요금은 내지 않는데 배가 그렇게 크지 않아 한 번에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 버스류와 승용차류를 분류하여 1:1비율로 탑승 시킨다. 당연히 버스 대수가 적기에 우리는 다음 배에 바로 승선 할 수 있었다.

배가 들어오기 전까지 휘와 나는 선착장 옆 언덕에 올라 본다. 이곳이 정말 호수란 말인가! 그냥 바다다. 파도까지 치는 갈매기도 있는 바다라고는 몇 천키로미터 밖에나 있는 내력 중간에 바다가 있다. 바닷물이 짜지 않을 뿐이다. 이런 호수가 세상에 있다니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긴 올혼섬도 호수 옆에 있는 작은 섬인데 그 크기가 제주도의 절반이라고 한다. 호수안에 있는 섬이 제주도 절반만하다! 세계에있는 민물의 1/5이 이곳에 있는 물이라고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아마 우리나라라면 이런 호수를 가지고 있다면 벌써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비포장 도로라니 아마 섬까지 다리도 놨을 것이다.

섬에 도착하여 버스에 다시 올라다니 비포장 도로를 끊임없이 달린다. 주변 풍경은 윈도우XP 바탕화면이 끝없이 펼처져있다. 골프채를 들면 그냥 골프장이고 눈이 있다면 그냥 스키장이다. 나무는 하나도 없고 녹색 잔풀들만이 있을 뿐이다. 겨울에 오면 얼마나 장관이고 추울까!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서 차로 들어 올 수 있다고 한다. 바이칼호는 최대 수심이 무려 1,500m가 넘는다고 한는데...호수에는 세일링 요트들까지 떠다닌다. 왠만한 서해나 남해보다 세일링 수역이 좋다.

그렇게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드디어 숙소앞에 다다른다. 우리가 버스에 타기전 미리 숙소를 말해 놓아서 숙소 앞에 내려주고 버스 요금을 지불한다. 버스 요금은 인당 800루불로 15,000원 정도이다. 6시간 30분을 넘게 달리고 숙소앞까지 데려다 주는 요금이니 수긍이 간다. 이곳으로 이동하는 버스는 모두 800루불이라고 인터넷에서 확인했다.

우리를 따라서 우리 뒤에 탓던 중국 부부와 딸도 여기서 내린다. 나는 먼저 숙소로 들어가니 사무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내 중국 가족이 들어와 중국말로 이것저것말하는데 작년에도 느꼈지만 중국인들은 남이 알아듣건말건 막무가내 중국어이다. 좀 있다가 다른 6명의 중국인들이 오고 난장판이 된다. 주인 아주머니가 돌아오고 이미 먼저 들어온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 아줌마들이 달려들었다. 설상가상 다른 중국인 단체팀이 또 들이닥친다. 이 숙소가 중국에 많이 알려졌나보다. 처음 내가 예약하려한 니키타라는 처음부터 이곳에서 호스텔을 하는 곳은 모든 룸이 이미 예약이 되어있어서 여기를 잡은 것인데, 이렇게 러시아와서 중국말을 듣게될 줄은...우리 부자까지 도매금으로 중국인 취급이 되었다. 6명이온 중국인들은 이곳에서 6명을 예약받고 5명이 잘 수 있는 방밖에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난리가 났다. 3명의 가족은 2인실을 보여준 모양인데 거긴 안된다고 난리이다. 결국 주인 여자는 넑을 놓았고, 우리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주인은 러시아말로 고객은 중국말로 서로 떠든다. 결국 우리방을 보여주는데 실망스럽다. 그래도 일단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갑자기 여러명이 날타날 줄 몰랐던 걸까? 우리방 양 옆으로 결국 중국인 6명 중 4명을 2명씩 방을 주고 한 방은 따로 주었나보다.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와서 방을 바꿔 달란다. 휘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가만보니 그쪽 방이 더 좋은 것 같아 일단 방이 어떤지 확인한다. 어~우리방보다 훨씬 크고 좋다. 나는 못이기는 척 방을 바꿔준다. 중국인들은 연신 쉐쉐를 연발한다. 사실 우리가 더 득봤는데...

휘와 동네를 구경간다.집사람에게 잘도착했다고 통화를 한다. 이곳의 풍경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근사하다. 휘는 자꾸 바다와 헷갈린다. 수평선 멀리 땅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와 똑같이 모래 해변 아니 호변에는 사람들이 선탠과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휘와 나도 물에 발을 적셔본다. 차다! 수온이 바다와는 다르게 차다. 내친김에 세수도 해본다. 마셔도 될만큼 깨끗하다는데, 이동네는 살짝 물이끼가 보여서 마시긴 좀 그렇다. 하지만 1급수라고 하니 엄청 깨끗한 물이다. 민물이서 물놀이를 해도 개운할 것 같다.

일단은 워낙 오기 힘들었어서 숙소로 돌아와 조금 쉰다는 것이 7시가 넘어서까지 잠을 자버렸다. 8시가 다되어서 휘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중국인들은 숙소내 식당에서 식사를 마무리 중이다. 휘와 나는 나가서 맛난걸 먹을까 싶어 걸어나가다 아까 본 봐로는 제대로된 식당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 힘든데 그냥 숙소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돌아간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가니 주방장이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 저녁 시간은 7시란다. 뭐지? 싶어 생각하니 여기 숙소 아침 뿐아니라 저녁도 준다. 결국 감자국과 감자수플레, 물고기완자 튀김과 빵을 얻어 먹는다. 생각보다 맛이 있다. 덕분에 저녁을 공으로 먹었다. 생각보다 여기 숙소 괜찮다라는 생각이 든다. 2박3일에 겨우 3,600루불에 예약한 숙소인데 매 2끼를 챙겨주다니... 차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있다.

저녁을 먹고 휘와 잠깐 산책을 하고 돌아와 나는 일기를 쓰고 휘는 누워서 쉬고 있다. 오늘은 이동하느라 지친 하루이다. 일찍 마무리하고 자야겠다. 낮에는 인터넷이 못쓸 정도는 아니다 싶었는데 저녁되면서 속도가 죽어 거의 쓰기 불가능할 지경이다. 사진이 문제가 아니라 이글이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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