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운대산을 제대로 즐겼다고 하기에는 모자른 날이었다. 역시나 한 번의 실수는 치명적이어서 중요한 장소 두 곳을 놓친 것이 가장 컸다. 일찍 숙소에 자리를 잡은 우리 부자는 잡아놓은 일정 탓에 어제 하루를 의미없이 운대산 삔관에서 보낸다. 낮잠을 잔 탓인지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아침 6시 전에 떠진 눈은 다시 잠들지 못했다. 일찍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휘가 깰세라 조용히 샤워하고 짐을 정리했다. 7시가 넘어서 휘를 깨우고 우리는 8시 전에 삔관을 나서기로 하였다. 삔관 카운터에 맞긴 야진 100원을 찾고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다음 중국어사전'을 이용해서 택시를 보여 줬더니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핸드폰 데이터 통신만 처음 계획대로 준비했더라면 여행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다음 여행에는 반드시 데이터 통신을 준비하리라 마음 먹는다.


그런데 택시를 호출하고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8시 50분에 온단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초작시에서 부터 불러오는 것 처럼 여겨진다. 거의 초작에서 부터 오는 시간만큼 걸린다. 택시비는 60원을 준비하라니, 처음 타고온 택시보다 10원이 저렴하다. 중국의 자가용과 차량들은 신형에 좋은 차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에게 배차된 택시는 폐차직전의 차량이 왔다. 문은 잘열지리 않고 창문은 올리거나 내기기 힘들다. 이런 차량이 굴러가나 싶은 정도이다. 다행이 에어컨은 나와서 다행이다. 50여분은 달려 택시는 우리는 역 건너편에 내려준다. 그나마 잘 데려다줘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가진 현금이 부족하여 100달러를 일단 환전하고 싶은데 환전할 은행을 찾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 200원이 조금 넘게 있는데, 오늘 저녁을 먹고 나면 빠듯하다. 한국에서 600불을 준비해 왔으니 충분하긴한데 문제는 환전을 못하고 있다. 분명 은행 앞에 Money Exchange라고 적혀 있음에도 3군데 은행을 들렀건만 환전이 않된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은행(China Bank)'으로 가야 환전히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초작역 앞에 '중국은행'을 찾을 수 없다. 시간이 조금 여유있다면 찾아 보았을 텐데, 그럴 시간 여유가 없어 근처 3군데 은행만 둘러보고 급히 기차역으로 향한다.


기차역 Ticket office는 사람으로 인산인해이다. 인터넷으로 예몌한 중국인들은 자동화 기기에서 신분증만 올려놓으면 바로 발권이 되는데 외국인인 우리는 처음부터 줄을 서서 표를 구입하는 사람들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줄은 줄어들지 않고 시간은 점점 다가와서 초조하다. 내 앞에 사람 둘에게 두 사람만 앞에서 표를 발권하고자 한국인인데 시간이 없다는 제스추어를 하는데 앞 젊은 사람이 큰소리로 안된다고 한다. 무안하다. 나는 예약번호와 여권만 내면 바로 발권되는데, 어쩔 수 없이 내차례까지 꼬박 기다려 출발 15분 전 발권을 한다. 발권 후 검색대를 그냥 통과하지 못한다. 가방에 과도와 헤어스프레이가 걸렸는데, 나는 스프레이만 제시한다. 여태까지 스프레이는 확인되면 가져갈 수 있었는데 초작시 공무원은 여권번호와 이름 등을 적더니 스프레이를 압수한다. 다행은 과도는 못본 모양이다. 어차저차해서 역사안으로 입장하고 시간은 10여분이 남았다. 그래도 기차를 8시간 10분이나 타야해서 컵라면 2개와 캔맥주 2캔을 구입한다. 오랫동안 기차를 타야한다. 다행이 침대칸을 구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11시 16분에 출발하면 19시 26분쯤 도착한다.


중국의 침대칸은 참 좋다. 나라가 넓어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 수 밖에 없으니 이런 문화가 발달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칸이 존재하면 젊은 친구들이 숙박비도 아낄겸 많이 이용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그 만큼 넓지가 않아서 실용성이 없다. 컵라면과 맥주를 한 캔하고 휘는 자기 자리에 누워 읽던 책을 마져본다. 아마 노래도 듣고, 책도 보고, 모바일 게임도 하겠지... 나는 이것저것 해보다가 결국 키보드를 펴고 오늘의 일지를 작성해 보기로 한다.


8시간 이상을 같은 객차안에서 보낸 사람들은 제법 친해진다. 말도 쉽게하고 먹을 것도 잘 나누어 먹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려고하는데 중국아이들이라서 그런건지 낯을 엄청가린다. 결국 과자 나눠주기는 받아먹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 내가 얼굴도 많이 타서 무서워 보이는가? 기차는 8시 40분이 다되어 지남역에 도착한다.


내가 미리 예약한 숙소는 모텔168이라는 체인점이다. 기차역 앞에 있어서 예약한 숙소인데 기차역 앞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결국은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9시가 넘어서 낙양에서 머물렀던 슈퍼8 호텔로 발길을 돌린다. 프론트 여직원이 2명이다. 방있냐는 기본적인 영어도 못알아들어서 피곤한 나는 오늘따라 이런 직원들이 짜증스럽다. 우리 부자가 설마 호텔에 방 얻으러 왔지 무슨 목적으로 왔겠는가! 참 눈치도 없는 중국 직원들이다. 결국 인터넷에 연결하여 중국어 사전을 보여주고는 방을 구한다. 158원으로 역시 저렴하다. 중국은 음식점이든 호텔이든 체인점이 깔끔하고 체계적이다.



너무 늦어 숙소 앞에 있는 노점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꼬치구이 모듬과 조개찜(탕), 모듬 콩, 그리고 생맥주를 시킨다. 휘는 밥을 두 그릇먹는다. 생각 없다는 놈이 막상 먹으면 무척 잘먹는다. 차라리 생각 없다는 말을 하지 말지 얄밉게... 맛있게 저녁을 흡입하고 숙소로 돌아와 고단했던 하루를 끝낸다.

내일은 처음 중국으로 들어왔던 칭다오로 돌아간다. 이제 3일 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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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핑야오의 마지막 날이다. 사실 마지막날은 어제로 끝났지만 오늘까지 핑야오에 있으니 공식적으론 오늘 오전까지이다. 아침 10시5분 기차로 시안으로 넘어간다. 어제 저녁 혼자 객잔에 손님이 모두 자리를 뜨고 혼자 남은 테이블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마무리했다. 객잔 직원들은 테이블에서 키보드를 펴고 무언가 열심히 적고 또 놀고 있는 나를 위해 12시 넘어서까지 전등을 켜주었다. 내가 들어가고 나 서 바로 모든 내당 전등이 소등했으니 나 때문이 맞을 것이다. 그런 작은 배려가 너무나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작은 성의를 보여준 핑야오에게 감사한다.


6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짐을 챙기는 동안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휘가 일어난다. 휘에게 8시에는 출발하자고 말하고 씻고 머리도 드라이로 말린다. 휘도 모두 준비를 마친 시간이 7시 50분쯤이다. 10분간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하고 역으로 출발하면 될 것 같다.


조식은 우리가 먹을게 없다는 걸 잘알지만 1시 이후에 시안에 도착할테니 먹어두는게 좋을 것 같다. 간단히 해결을 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야진으로 걸었던 100원을 돌려 받는다. 이제 진짜 이별이다. 방은 다 둘러보았고 급하게 작별을하고 젠거름을 재촉한다. 표도 발권해야하고 1시간 전엔 기차역에 도착해야 안심이 된다. 택시를 타기로한다.


늘상 다니던길을 나두고 생소한 길로 나섰더니 길을 잃었다. 어라! 시간없는데 택시도 없다. 급하게 됐다. 다시 돌아서 큰길로 나선다.


반대편 택시에 손을 흔드니 유턴으로 마구잡이로 돌려 세운다. 말로는 시안고성역(고속열차역)을 알아듣지 못한다. 당황스럽다. 결국 네비게이션을켜고 나서야 알겠단다. 얼마냐 몸짓으로 물어보니 50원을 달란다. 미터기로 가자니 고장났단다. 그 수법 너무나 뻔한데 이번은 시간 때문에 내가 을이다. 30원에 가지고 우겨도 40원이하로는 안된단다. 어쩔수없이 40원에 가기로 한다.


바가지 쓰는것 같아 빈정 상했는데 이 친구 대단히 유쾌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 아침부터 봉잡아서 겠지만, 싱글벙글 담배까지 권한다. 난 전자담배로 변경했는데... 안핀다고하니 중국담배 좋다면 한 대 피란다. 휘에게도 권한다. 이것참... 결국 안핀다며 사양한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멀다. 한국 같으면 8,000원 잘나오겠다. 결국 한국 택시비라 생각하고 기분좋게 주고 기분좋게 헤어진다.



시안역에 도착해 발권을 하고 나오니, 어라 지난 핑야오에 도착했을 때 만난 프랑스 가족도 오늘 떠나는지 역에서 만난다. 내가 반갑게 손을 흔드니 프랑스 남자가 뛰어와 반갑게 악수하고 휘와도 악수한다. 우리와 베이징에서 부터 일정이 완전히 동일하다. 시안에 간단다. 나는 어제 면산에 다녀왔다니 자기도 가고 싶은데 아들도 배앓이를하고 이번엔 못갔다고 한다. 너무 좋았다고 담에 가보라고 권해준다. 물론 내 짦은 영어로 어색한 문장이지만... 이 친구 서양인들 특징인 한 번 물면 안놓는, 말하기 좋아하는 친구이다. 자신은 시안에서 상하이로 넘어간다고 한다. 나는 시안, 뤄양, 취푸, 칭다오라고 말해준다. 총 23일 일정이라고하니 자신도 23일 휴가라고 한다. 이 가족 우리랑 인연이다. 자신은 학교 역사 교사라고 한다. 내 직업도 물어 알려준다. 아들을 불러 네 명이서 이야기를 한다. 아들은 2주후 16세라고 하는데 아버지는 190은 넘게 큰데 아들은 휘와 비슷한 키다. 휘나 그 16세 아들이나 마리 없다. 아~ 호르몬이여~ 그렇게 옆앞에서 수다를 떨다 자연스럽게 역사로 들어가 헤어진다. 시안역에서 나와 지하철 앞까지 같은 동선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정말 인연이면 다시 만나겠지...



중국의 고속기차는 참 좋다 2등석임에도 충분히 깨끗하고 편안하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다리 뻗을 공간도 충분했다. 3시간을 넘게 달려 시안에 도착한다.


시안에 내려서 가장 먼저든 생각은 너무 덥다. 기차에서 내릴때 36도라고 나왔는데 그 이상이다. 어지껏 중국은 그늘에서는 시원했는데 완벽한 내륙이어서 그런지 숨이 탁막힌다. 체감 40도 이상이다. 베이징과 동일한 시스템의 전철을 타기 위해 시안북부역으로 이동한다. 기차역사와 동일한 건물에 있어서 쉽다. 하지만 이슬람문화권의 영향이 있는, 서역의 소수민족과 접해있는 시안이어서 인지 보안이 좀 더 철저하다. 결국 아들이 핑야오에서 신나게 구입했던 너클을 검색대에서 걸려 뺏기고만다. 한국인이라고 애가 산거라고 한 번만 봐달라고 하는데도 공안 여경이 더 미안해 하면서 두이부치라고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주고 돌아온다. 휘가 분개했음은 물론이다. 나도 살짝 부하나 났지만 생각해 보니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한 공안 여직원이 뭔 죄란 말인가? 테러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행위에야 말로 분개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불특정 다수가 공격이 대상일 수는 없는 일이다.


예약한 Z-MON 시안 호텔을 찾기위해 길을 나선다. 너무 더워서 배낭을 메고 움직이는 것은 너무 힘들다. 그렇게 더운데 길까지 잘못들어 3키로는 손해를 봤다. 전철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간다 싶어서 길가에 정복을 입은 사람에게 물었는데 아직도 한참 더가라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니다 싶어 가던길을 멈추고 택시를 타기로 한다. 택시기사 50원을 부른다. 미친것 같다. GPS가 드디어 들어와서 확인하니 지하철과 가깝고 우리는 반대 방향이다. 도데체 더가라는 그자는 뭔가? 중국인은 자신이 모르면 모른다고 안하고 아는척을 해서 사람을 골탕먹인다. 지난번 베이징도 초반 잘못 알려준 정보로 큰 고생을 하지 않았나. GPS를 쫒아 다시 역으로 돌아와 반대편으로 걸어 쉽게 호텔을 찾는다.



여기 호텔 직원도 역시나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그리고 역시나 Passport를 모른다. 눈치로 찾아서 보여줘야 한다. 호텔비는 카드로 결재하고 야진은 현금으로 100원을 건다. 나중에 카드 취소하고 다시 결재하고 번거롭다. 호텔비는 카드로 하고 이상 없으면 야진은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서로 편하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소통들은 충분한 마임을 통해 가능했다.



방으로 올라가 보니 깨끗하고 좋은데 청소가 안되어있다. 프론트로 내려가 짐을 맡기고 청소를 부탁한다. 우리는 밥을 먹고 오겠다고 밥먹는 시늉을 한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깨끗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간다. 메뉴판을 한참보다가 결국 볶음밥 두 개와 너무 덥고 땀을 흘려 맥주 한 병을 주문한다. 밥은 오이를 넣고 볶았는데 의외로 아주 맛있다. 아들과 깨끗이 먹고 계산을하니 볶음밥이 10원에 맥주가 7원, 총 29원을 받는다. 차도 한 주전자 주었는데, 정말 싸고 맛있어서 휘에게 이렇게 먹으면 우리 돈 남겠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호텔로 돌아오니 깨끗이 방이 정돈되어 있다.


일기를 조금씩 틈나는데로 자주 써야 당시의 상황과 생각을 적을 수 있는데 밤 12시에나 몰아서 정리하니 사건 나열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 또한 당시의 생각이 아니라 의무감에 적는 생각이 결핍된 글이되는 것 같다. 혼자 여행하면 시간과 생각도 많아져서 잘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호텔에서 7시 가까이까지 있다가 저녁을 먹으로 나가니 그때까지도 열기에 화끈거린다. 에어컨 없으면 시안에서는 버틸 수 가 없다.



종루와 시루에 나가서 시안 사람들을 좀 관찰하고 투어리스트 센터에 들러서 에어컨 바람을 좀 훔치고 간단한 지도와 명소가 한글로 적힌 팜플랫을 얻어온다. 혹여 중국인으로 생각할까봐 영어로 질문을하는 센스를 보여 관광객임을 표현한다. 종루와 시루는 중심가 답게 북적인다. 나중에 다시와서 찬찬히 둘러봐야 겠다.



어제 발마사지를 받아서 인지 더워서 더위를 먹었는지 휘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빨리 회족거리로 옮겨 사람이 많은 맛있을 것 같은 꼬치집에 들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들고 다니는 꼬치를 잔뜩사고 회족이 식사로 하는 빵을 두 개 사서 꼬치와 환타와 같이 먹는다. 회족은 술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맥주 대신 환타로 배를 채운다. 다 먹고 꼬치가 남아 싸달라고 부탁하고 계산을 하니 95원이다. 생각보다 많이 먹었다. 아무 생각없이 꼬치를 계속달라고한 잘못이다. 어쨌든 시안의 첫날을 잘보냈다. 아들과 새로운 것도 자꾸 찾고 먹으려고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여행의 맛이 점점 깊어지고 숙성되어 맛이 좋아진다.


돌아오는 길에 호두 30원어치와 포도 큰거 한 송이를 5원에 구입한다. 글을 쓰면서 호두를 까먹는데, 너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너무 맛있다. 어려서 먹던 그 호두 맛이다. 볶지 않은 과일 호두를 먹는 아삭이는 식감과 신선한 맛! 늘 껍질이 벗겨져 볶은 호두가 아니라 생호두를 껍질을 까먹으니 정말 맛나다. 지나치게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얼른 먹고 한 번 더 사먹어야 겠다.

내일은 병마용에 다녀올 생각이다. 주변 진시황릉이나 화청지는 패스하고 병마용만 다녀올 생각이라 새벽같이 출발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주말인 아닌 평일에 다녀와서 그나마 사람이 덜많겠지...물론 중국이니 매우 많겠지만.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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