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온다. 쏟아 지지는 않지만 충분히 젖을 만큼 온다. 아침 6시에 눈이 떠진다. 한국 시간으론 오후 12시이다. 방학 전인 딸은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이제 집사람과 통화하려면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어제 12시가 넘어서 잤는데 한국 시간에 적응되어 있는 몸은 6시에 깨어버린다. 서서히 적응하면 나중엔 한국의 시간에 이질감을 느낄 것이다. 막상 비가 오니 무엇을 할까 고민이 된다. 비가 오는데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게 나을까? 아니면 오늘 세계 3대 미술관이라고 불리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가는게 나을까? 에르미타주로 결론을 내리고 혹시 월요일 휴관이 아닐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예상대로 오늘 휴관일이다. 확실히 여행에 익숙해지니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 결국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보기로 한다.

휘와 조식을 먹으러 움직인다. 여기 호텔 조식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 계란을 이용한 즉석 음식 혹은 딱 먹기 좋은 것만 갖추어 만족스럽다. 커피도 좋고 갖구운 빵과 햄, 치즈, 오트밀 등도 괜찮다. 우리와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은 중년 이상의 서양 부부들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우리포함 3테이블이 전부다. 조용히 맛나게 식사를 한다.

우산을 쓰고 추울 것을 에상하여 점퍼와 긴바지를 입고 출발한다. 숙소 근처에 시티투어버스 sightseeing을 이용한다. 1day freepass 가격이 성인 800, 학생 600이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도 하기 때문에 듣는 즐거움도 있다. 일단 전체 한바퀴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 둘러보기로 한다.

투어버스의 출발점은 이삭 대성당인 모양이다. 이삭 대성당에서 한 동안 정차한다. 지도에도 이삭 대성당이 1번으로 표시되어 있다. 우리는 이삭 대성당을 둘러보기로 한다. 성인 250, 학생 150이다. 그런데 나중에 요금표를 자세히 보니 18세 미만 50루블로 표시되어있다. 아마도 자국 청소년을 위한 요금인 것 같다. 아무튼 버스나 성당이나 휘의 국제 학생증은 이용이 가능했다.

이삭 대성당은 이른 시간(10시경)임에도 사람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한 번더 버스가 돌 때 확인하니 우리가 다녀온 시간은 엄청 한가한 편이였던 것 같다. 중국 단체부터 각국의 단체 여행객들로 매표소가 인산인해였다.

이삭 대성당은 지금은 별도의 예배는 진행하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자체 박물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표토르 대제의 수호성인인 이삭의 이름을 딴 성당이라고 하는데 당대 최고의 성당을 건축하고 싶었는지 각종 부조와 대리석 기둥, 벽화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피라미드 다음으로 가장 많은 돌이 쓰인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내외부로 충분히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휘와 둘러보고 내부 의자에 앉아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다가 나왔다. 무언가 뭉클하게 만드는 공간의 힘을 갖고있는 건축과 예술품들 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움직이다가 카잔 대성당에서 내린다. 이곳은 현재도 미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가 들어간 그 시점에도 미사 진행중이었다.

나는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경건한 자세를 유지하며 둘러보았다. 확실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 도시가 갖고있는 확실한 정체성이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점심은 휘와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먹는다. 15cm, 30cm를 하나씩 사서 둘이 나누어 먹는다. 크기가 커서 배부르다. 휘에게 5일째 이런 음식만 먹는데 괜찮냐고하자 괜찮긴한데 할머니 비지찌게가 먹고 싶다고 한다.

다음은 피의 궁전에 들러 건축물을 확인한다. 확실히 건축물의 화려함에 사람들이 몰리는 듯하다. 피의 궁전 옆 공원에서 미하일롭스키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다. 비에 젖어 흙과 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가 사람을 안정되게 만든다.

이곳은 화장실 이용하기가 매우 힘들다. 정원에서 화장실을 찾으니 한 곳을 알려주는데 유료다. 소변 한 번 보길 30루불을 인당 지불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관광지에 화장실을 깨끗하고 편하게 지을 텐데 이곳은 돈을 지불하는 관광지에도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있다. 결국 개인이 화장실을 짓고 돈을 받는 시스템처럼 보인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긴 음식점인 서브웨이도 화장실이 잠겨있고 바코드 같은 것을 찍어야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잠겨있어서 이용하진 않았지만...

2시가 넘어가고 피곤해진다. 잠시 숙소에 들어가 쉬다가 다시 나와서 저녁에 돌아볼까 생각해본다. 일단 투어버스를 타고 종점인 모스크바역 갤러리 백화점을 가본다. 백화점은 크고 화려하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있는 부분이 없고 살 것도 아니기에 뭐가 있나 둘러본다.

5층 푸드코트를 둘러본다. 보통 이런 푸드코드면 한,중,일식이 있기 마련인데 한국 음식은 없다. 확실히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한류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만 해도 한류의 영향이 조금은 있었는데...문화의 힘이란 총칼보다 무서운 것이다.

확실히 세계의 관광지는 블랙홀처럼 중국 관광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아니 중국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표현해야 하나? 어디가나 유명 관광지는 시끄러운 중국 단체 여행객이다. 이곳 그 보이지 않던 동양인들이 관광지에 가면 깃발을 따라서 그리고 주차장에 수 많은 관광버스로 차지하고 있다.

휘가 짭잘한 과자를 먹고 싶다고하여 들른 슈퍼마켓에서 라면을 찾아 그냥 저녁은 숙소에서 라면과 간식거리 조금을 먹고 끝내기로 한다. 나도 동의하여 숙소로 돌아와 도시락면과 쿠키,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한다. 한국 음식을 먹고는 싶지만 아직 여기 케밥이나 빵과 고기를 곁들인 음식들이 싫지는 않다. 다행이다.

Posted by 휘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