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일어난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날이다. 하루를 온전히 벌기위해 밤기차를 선택했는데 잘한 것인지 모르겠다. 고속 열차로 4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을 8시간 이상 침대칸으로 간다. 자는 동안 이동하는 것이기에 온전히 하루를 벌 수 있고 숙박비도 줄일 수 있다. 숙박비야 원래 비싼 숙소에서 묵는 것이 아니기에 큰 부담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11시경 체크 아웃을하고 짐을 호텔에 맡기고 하루 종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그러니 11시까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제 빨래한 옷가지는 모두 잘 말라있어서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그외 배낭 밖에 나와있던 소품들을 챙긴다. 휘와 익숙해진 조식을 먹고 들어와 샤워를하고 세면 도구를 챙기고, 마지막 충전용 전원기기들을 정리하여 배낭에 넣으면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4일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보금자리가 되어준 호텔방을 다시 둘러보고 체크아웃을 위해 3층 카운터로 내려간다. 카운터에서는 간단하게 키를 반납하고 배낭을 8~9시 사이에 찾으러 오겠다며 맡아달라고 한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고 있어 쌀쌀하다. 우산을 펼쳐들고 투어 보트를 타러 이동한다.

이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넵스키 거리가 눈에 많이 익었다. 마치 종로거리를 편안하게 걷는 느낌이다. 대충 어떤 가게와 풍경이 있는지 알게되었고 처음 와서 보았던 상이감은 익숙함으로 변해 있다. 투어보트를 운영하는 곳이 곳곳에 있는데, 우리는 첫번째 수로에 있는 투어보트 매장으로 찾아간다. 어제 갔던곳은 성인 800루불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1,000루불이다. 자세히 안내서를 보니 이곳은 1시간 30분 코스이다. 어제의 투어보트는 1시간 코스였다. 휘는 학생 할인을 받아 800루불로 1,800루불을 지불한다.

영어 가이드가 안내하는 보트를 11시에 탑승한다. 그런데 휘는 져지를 입혔는데 나는 긴바지만 입고 반팔로 나왔더니 너무 춥다.

보트 바깥쪽 선석에 앉자 있자니 바람이 몹시도 차갑다. 다른 서양 관광객들은 파카를 입은 사람도 있다. 선내에 들어가 담요를 챙겨나오자 다른 서양 관광객들도 서로 담요를 들고 나온다.

휘와 나는 담요를 둘러 싸고 대지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도시의 풍경을 감상한다. 네바강의 수로에 있는 다리들은 높이가 낮아서 머리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다.

네바강의 수로를 지나 본격 네바강에 들어서니 흡사 한강같은 느낌이 다가온다. 이곳을 통해 러시아의 해군이 운용을 할 정도이고 해군 본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

해군 박물관도 이 네바강 옆에 위치하고 있다. 1시간 30분의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빗방울이 조금 더 굵어져 있다.

휘와 KFC에 가서 치킨 버거를 하나씩 먹고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배낭을 열어 바람막이 잠바를 꺼내입는다. 점심을 먹고 나니 아까의 추위는 가셔서 다행이다. 집사람이 딸과의 사진을 보내줘서 통화를 잠깐한다. 한국의 식구들이 보고 싶은 하루이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10시 50분 기차, 뭘하지? 아직 10시간 가까이 남았다. 일단 휘와 갤러리 백화점을 가서 어슬렁 거린다. 러시아에서 아직 담배가게를 만나지 못했다. 길거리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데 담배 판매점은 꼭꼭 숨겨두었다. 도대체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 백화점에도 마트에도 없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는 길거리 거리마다 가판대가 있었는데, 알마티는 담배가격이 우리 돈으로 6~800원 정도였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나라, 필리핀도 그중 하나이긴 하지만, 알마티도 면세점 담배는 2,000원 이상인데 오히려 일반 담배점은 싸다. 희한하다.  다른 백화점에도 가보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대형 마트에 가서 이곳 생필품들도 구경한다. 마트에서 소주 가격이 무려 8,000원인 것을 보고 놀랐다. 보드카나 와인이 소주보다 저렴하다. 어제 babjip의 소주 가격과 비슷하다. 휘와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점에 늘어져 있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버스를 타고 네바강 넘어 프리메이슨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뱃머리 등대에 가본다. 뉴튼과 표트르 대제가 비밀회동을 하고 만들었다는 뱃버리등대 뭔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비밀을 숨기고 있는 도시처럼 비춰지기도 하다. 해군박물관도 가보지만 줄이 길어서 포기한다.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 동안 가보았던 곳들을 걸어서 복기한다. 오늘 투어보트를 타고 또 걸어서 이렇게 복기하니 우리가 그동안 다녔던 곳들이 모두 근처에 모여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법 큰 도시인데 우리 부자는 서울로 따지면 3박4일을 종로 거리만 다녔던 셈이다. 물론 일기에서도 보이다 싶이 이런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알차긴 했다.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넵스키 거리를 벗어나 좀 더 넓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즐기게 되길 바라본다.

저녁은 돌아다니며 간단히 먹기로 하였는데 걷다보니 어제 갔던 babjip 근처를 걷고있다. 휘에게 그냥 다시 가서 한국 음식을 먹자고 했더니 좋아한다. 어제 저녁을 먹은 경험이 있기에 들어가서 제육덮밥을 2인분 주문한다. 역시나 한국음식이다. 맛나게 먹는다. 이집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거의 동일하게 맛을 낸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은 거의 없고 모두 러시아인이고 손님도 많은 편이다. 우리가 다먹고 있을쯤 들어온 러시아 처자 두 명은 갑자기 한국말로 전화를 받으며 엄청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해서 휘의 눈을 휘둥그래하게 만든다. 어디서나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배부르게 한국식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걷는 저녁 길에서 이제야 담배 가게들도 보인다. 4일만에 적응이다. 8시경 호텔로 돌아가 배낭을 찾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모스크바역으로 향한다. 역은 호텔에서 가까와 쉽게 도착한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프린트물을 이용해 실물 티켓으로 바꿔야 하는데 어디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 두 군데 물어보니 모두 아웃사이드로 나가란다. 역사에 들어왔는데 다시 나가라니... 나가보니 역 옆면으로 티켓 오피스 건물이 따로 있다. 중국처럼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서있는데 우리도 줄을 서야하나 망설이다. 자동화 기기가 보인다. 우리는 자동화 기기에서 발권을 하기로 한다. 영어를 선택할 수 있다. 예약 번호와 여권번호를 입력하니 바로 프린트하여 발권해준다. 줄서있는 사람들은 당일와서 구매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예약을 못한 사람들을 노리는 암표상들도 곳곳에 있다. 이처럼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니 편안하다.

다시 여객 터미널로 돌아오니 사람들은 많고 좌석은 부족하다. 휘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고해서 기다리는데 휘가 다시 돌아와서 역 안에있는 화장실도 35루불을 줘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맙소사! 역사안에 있는 화장실도 돈을 내야 한다. 35루불이면 버스비가 30루불이니 적은 돈이 절대 아니다. 러시아와서 느낀 점은 무료 화장실이 보이면 무조건 볼일을 보고 갈 것! 화장실 찾기도 힘들고 찾아도 유료라는점!

휘와 스낵과 간단한 주류를 파는 역사내 바에 들어와 남는 시간 동안 이 글을 적는다. 이제 한 시간 후에 기차를 타고 내일 새벽 7시경 모스크바에 도착할 것이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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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한 달을 둘 만 함께해야 한다. 좋기도하고 답답하기도하다. 하지만 휘는 또래의 사춘기 소년들에 비해 잘따라와 준다. 잠을 들 때도, 깰 때도 항상 어른 스럽다.

어제와 같은 아침 조식을 먹고 오늘은 조금 늦게 나가기로 한다. 어차피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10시쯤에야 개관할 것이다. 샤워를 하고 부자는 천천히 밖으로 나간다.

아침도 든든히 먹었고 구글 지도는 변함없이 우리편이다. 에르미타주 미술관 찾는 길을 정확히 알려준다. 미술관까지 가는  버스는 많이 있었다. 그중 사람이 덜 많은 버스를 잡아타게 되면 버스로 대략 15분쯤...그리 멀지 않다. 넵스키 대로 끝에 위치 한 어떻게 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은 여러모로 편리하다. 버스 두 대가 합쳐진 굴절버스를 선택한다. 러시아는 버스를 타면 안내원이 찾아와 버스 요금을 받고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버스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버스에 비치되어있는 단말기에 카드를 접촉하면 된다. 버스 요금은 30루블로 현재 환율로 550원 정도이다. 환승은 되지 않지만 싸다. 러시아 환율이 좋을 때 버스요금 1100원 정도 였으니, 러시아 환율 반토막은 러시아 인들에게 치명적일 듯 싶다.

에르미타주 미술관,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사실 누가 1대니 3대니 명칭을 부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건물의 위용이나, 소장품의 가치와 갯수로 봤을 때 대단한, 정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미술관이다. 사실 세계 3대라는 프랑스 루브르, 대영 박물관, 에르미타주 3군대 모두 약탈의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전쟁 후 혹은 식민정책 이후 각지에서 강제로 빼앗어온 전시물들이지 않는가? 사실 수탈을 당한 역사가 많은 우리로서는 조금은 찜찜해 질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10시전에 미술관에 도착했으나 10시30분 개장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관 시간 전에 티켓오피스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만약 방문 예정인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고 가시길, 줄이 매우 길다. 그것보다 줄이 줄지를 않는다. 10시에 줄을 서서 그렇게 뒤가 아니였음에도 2시간 가까이를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당일 표를 구매하는 분은 전자발권기를 이용하시길... 줄 앞부분에 있었기에 전자발권기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줄을 서 있었으나, 전자발권기가 훨~씬 빠르다. 입장료는 성인 600루불, 국제 학생증은 가진 휘는 무료이다.

대한항공에서 지원하는 한국어 보이스 가이드는 김성주와 손숙씨가 녹음을 하였는데 보증금 인당 2,000루불에 대여료 500루불이다. 녹음 상태가 좋아서 듣기 나쁘지 않았다.

워낙 방대한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어서 2일 패스를 가지고 있어도 다 보기 힘들 것 같다. 안내에 따르면 관림을 위한 총길이가 28km에 달한다고하니 상세히 보려면 대단한 체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휘와 나는 중요한 부분 위주로 보았음에도 수박 겉핥기 였다. 점심은 1층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전시물 보는 것도 힘들고 처음 2시간 가까이 티켓을 위해 대기하다보니 다리가 많이 아팠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저마다 다르니 미술품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지만 당시 재정 러시아의 귀족들은 얼마나 사치스러움을 즐겼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전시물도 일부만 전시한 것인지, 새로운 물품이 계속 운송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나와 보이는 palace square의 규모 역시 엄청났다. 사람도 많고 광장의 크기도 압도적이다.

 시민문화회관의 석상들은 크기도 크지만 그 석상들 자체가 기둥을 대신하고 있고 여러 건축/예술가들이 수년에 걸쳐 완성 했다고한다. 10개의 석상들은 각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각기의 정해진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휘와 나는 모든 석상의 발가락을 만지고 돌아온다.

미술관에서 벗어나 예정에는 없었으나 관광 보트를 타고 1시간 정도 수로를 따라 도시를 감상하려고 하였으나 줄도 길어지고 오늘 따라 배를 타려는 관광객이 많이 복잡해져서 내일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숙소로 돌아 온 우리는 빨래를 해두기로 한다. 우리층에 세탁기가 있는 것을 보았으므로 몇 가지 티셔츠와 양말, 속옷을 가지고 세탁기로 가져가 세탁기를 돌린다. 보통 30~60분이면 세탁이 만료되게 마련인데 너무 오래걸린다. 행굼과 탈수만 선택하는데도 오래 걸린다. 물론 그런 일련의 내용은 세탁기가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서 구글 번역기의 사진을 문자로 인식하는 기능을 이용하여 알 수 있었다. 작년 중국에서 구입하여 늘 배낭에 넣어두고 있던 빨래줄을 꺼내서 빨래를 널어둔다.
휘와 7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온다. 또 케밥이나 샤슬릭을 먹어야 겠지라며 여기저기 기웃거려 본다. 백화점 푸드 코트도 가보나 마땅치가 않다.

다시 구글을 이용하여 한국식당을 찾아본다. 모두 여기서 일정 거리가 있는데 모 블로그에서 넵스키 대로 근처에 Babjip이라는 한국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구글 지도를 꺼내어 확인하니 2호점이 500m이내에 있다. 휘는 신이나서 찾아가자고 한다. 이녀석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더니 한국 음식이 동하나 보다. babjip을 찾아간다. 러시아 종업원들이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어색하다.

나는 부대찌게, 휘는 순두부찌게를 주문한다. 휘는 순두부찌게를 앞에 두고 한 숟가락 떠먹더니 매콤한데 맛있다면 연신 웃음이 가시질않는다. 계속 실실 웃어서 내가 놀리니 자신도 왜 자꾸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확실히 가격은 조금 있어서 일반 러시아 음식에 비해서 40%정도 비싸다. 부대찌게 470, 순두부 500 루불이다. 100루불에 현재 1,800원 정도, 보통 2,000원으로 계산하니 찌게 하나가 10,000원 정도이다. 아무튼 김치까지해서 오랜만에 배를 두둘긴다는 표현에 적합하게 배부르게 먹었다. 휘도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은 모스크바로 밤에 기차를 타고 떠나야해서 준비를 조금해야한다. 내일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맞기고 돌아다니다 기차시간 전에 짐을 찾아서 열차에 타야한다.

10시 30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하늘은 이렇게 아직 환하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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