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11.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 배낭여행-모스크바~노보시비르스크기차01
여행/러시아 2016. 7. 25. 01:38 |본격적인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탑승하는 날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넘어오는 기차는 러시안 대륙 횡단 열차로 치지 않는다고 한다. 거리가 700km정도 여서 그런가 아님 수도인 모스크바까지를 종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가?
11시 체크아웃하고 기차역으로 이동하면 된다. 아침이 급할 건 없다. 카잔스키야역은 호텔에서 지하철로 4정거장 정도이고 13시08분 열차이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휘와 8시경 킥보드를 타고 공원에 나가본다. 공원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움직여 본다. 이 공원 참 매력적이다. 일요일 아침의 공원은 산책나오거나 운동 나온 사람들이 간간히 보일뿐 정막하고 조용하다. 이제 모스크바와도 작별이다. 사실 모스크바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은 아니였다. 마치 삶의 현장 같은 느낌이었고, 수도 답게 물가도 높고 사람들의 표정도 사무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우리가 있는 동안 계속 비가 오며 흐려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 졌는지 모르겠다.
카잔스키야역으로 구글 지도를 앞세워 이동한다. 배낭은 더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무거워진다. 크게 늘어난 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마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겠지. 카잔스키야역에 도착하여 익숙하게 자동화 기기로 발권을 하려 했으나, 어라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자동화 기기가 다르다.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이 역이 아니란다.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가라는 시늉을 한다. 휘와 다시 이동한다.
이번은 맞는 것 같다. 자동화 기기에서 발권을 하고 휘에게 대합실에서 대기하라고하고 48시간을 먹을 음료와 사발면, 빵 등을 보러간다. 역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무언가 역이름이 생소하다. 카잔스키야역이 아니다. 다시 대합실로 들어가 다른 경비원에게 물으니 카잔스키야역은 길 건너편이란다. 이런, 다시 휘와 걸어서 이동한다. 이 곳에 기차역이 무려 3, 4개가 모여 있나보다. 그런데 영어로 역이름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정확하다. 우리가 타고갈 열차가 대합실 안내판에 반짝인다. 역 2층으로 올라가보니 각종 음료와 과자를 팔고 있어서 구매를 한다. 러시아는 카드 사용을 많이 해서 잔돈을 준비하느니 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편하다. 휘와 도시락 사발면 4개, 빵 종류 2개 음료수 2병, 그리고 물인줄 알고 산 탄산수 2병, 일반물2병을 구매한다. 기차안에서도 살수있다고하니 큰 걱정은 없다.
12시 30분쯤 탑승하라는 안내를 보고 우리가 탈 열차를 1번 플랫폼에서 탄다. 20칸은 매달고 가는 것 같다. 우리는 18번 객차로 3등칸이다. 약 70~80명이 누워서 가는 곳이다. 우리 맞은편에는 러시아 모녀로 보이는 가족이 탄다. 털복숭이 아저씨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몇 가지 말을 나눴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니 좀 제한적이다.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간다고 하고 내 일정을 담은 지도를 보여주니 엄지손가락을 펼쳐보인다. 딸에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어쩌면 또라이들 이라고 했을 수도...
기차안은 덮다. 2층 침대에 누운 휘는 아주 시원하다는데, 내자리 1층은 엄청 덮다. 이 열차 에어컨은 켜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1시간쯤 열차를 타자 모든 사람들이 누워서 자기 시작한다. 밤에는 어쩌려고 그러는지... 나도 슬그머니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약 2시간을 자고 사람들이 분주한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보니 모두 내리려하고 있다. 아마 20여분 정차하는 모양인데 내려서 기지게도 켜고 담배들도 피려는 모양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엄청나게 담배들을 피니... 앞에 모녀도 틈만나면 둘이 담배피어 나간다. 휘는 아랑곳 않고 자고 있다. 나도 따라 내려서 담배 한 대 핀다. 이름 모를 역에 내리자 장사꾼들이 커피잔, 전등갓, 찻잔셋트 등을 팔러들 나와있다. 기차역에서 이런 것들을 왜 파는지 모르겠으나 선물용으로 사가라는 것인가 보다. 또 의외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물과 기념품을 파는 사람도 있다. 마치 우리 예전의 기차역에서 머리에 다라이를 이고 옥수수 등을 파는 광경처럼 보인다.
기차는 계속 달린다. 뜨거운물은 언제든지 받을 수 있기에 커피도 한 잔하고, 컵라면도 끓여 먹는다. 기차 풍경밖은 자작나무와 전나무 숲이다. 끊임없이 자작/전나무 숲이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이런 것을 보기위해 이곳에, 또 이열차에 탔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 끊임없는 지평선과 그 지평선을 보지 못하게 자작나무들이 기차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그러니 평원이 아니라 나무 숲이 계속 움직인다. 잠깐씩 나오는 마을 비슷한 집들이 몇 채있는 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맞나 싶은 곳들이 많다. 가끔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고있기는 한 것 같다. 논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 외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소련시절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시골땅, 시골집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소련시절 국민들에게 시골 집터를 나눠줬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명칭은 잊었다.
이곳 집들은 지붕이 뾰족하고 급격한 삼각형이거나 오각형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한국 처럼 처마를 가지고 평평한 지붕을 가지고 있는 집은 없다. 아마도 겨울에 눈이 많이 오니까 눈이 지붕에 쌓이지 못하게 뽀족하고 길죽하게 지붕을 만드는 것 같다.
기차안에 동양인은 우리 부자뿐이다. 러시아 남자들은 모두 웃통을 까고 있고 여자들은 저마다 편안한 옷을 가져와 갈아 입고 있다. 우리 부자는 호텔에서 주는 슬리퍼를 가져와 여기서 신고있다. 가져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맨발에 편한 슬리퍼가 아주 좋다. 이제 7시가 넘어가고 있다. 모두들 낮잠을 자서인지 신문 퍼즐을 맞추거나 핸드폰으로 드라마들을 보고 있다. 휘는 2층에서 내 전자책으로 '초한지'를 읽고있다.
과연 핸드폰 인터넷이 잡혀서 이글을 오늘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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