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탑승하는 날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넘어오는 기차는 러시안 대륙 횡단 열차로 치지 않는다고 한다. 거리가 700km정도 여서 그런가 아님 수도인 모스크바까지를 종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가?

11시  체크아웃하고 기차역으로 이동하면 된다. 아침이 급할 건 없다. 카잔스키야역은 호텔에서 지하철로 4정거장 정도이고 13시08분 열차이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휘와 8시경 킥보드를 타고 공원에 나가본다. 공원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움직여 본다. 이 공원 참 매력적이다. 일요일 아침의 공원은 산책나오거나 운동 나온 사람들이 간간히 보일뿐 정막하고 조용하다. 이제 모스크바와도 작별이다. 사실 모스크바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은 아니였다. 마치 삶의 현장 같은 느낌이었고, 수도 답게 물가도 높고 사람들의 표정도 사무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우리가 있는 동안 계속 비가 오며 흐려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 졌는지 모르겠다.

카잔스키야역으로 구글 지도를 앞세워 이동한다. 배낭은 더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무거워진다. 크게 늘어난 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마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겠지. 카잔스키야역에 도착하여 익숙하게 자동화 기기로 발권을 하려 했으나, 어라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자동화 기기가 다르다.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이 역이 아니란다.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가라는 시늉을 한다. 휘와 다시 이동한다.

이번은 맞는 것 같다. 자동화 기기에서 발권을 하고 휘에게 대합실에서 대기하라고하고 48시간을 먹을 음료와 사발면, 빵 등을 보러간다. 역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무언가 역이름이 생소하다. 카잔스키야역이 아니다. 다시 대합실로 들어가 다른 경비원에게 물으니 카잔스키야역은 길 건너편이란다. 이런, 다시 휘와 걸어서 이동한다. 이 곳에 기차역이 무려 3, 4개가 모여 있나보다. 그런데 영어로 역이름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정확하다. 우리가 타고갈 열차가 대합실 안내판에 반짝인다. 역 2층으로 올라가보니 각종 음료와 과자를 팔고 있어서 구매를 한다. 러시아는 카드 사용을 많이 해서 잔돈을 준비하느니 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편하다. 휘와 도시락 사발면 4개, 빵 종류 2개 음료수 2병, 그리고 물인줄 알고 산 탄산수 2병, 일반물2병을 구매한다. 기차안에서도 살수있다고하니 큰 걱정은 없다.

12시 30분쯤 탑승하라는 안내를 보고 우리가 탈 열차를 1번 플랫폼에서 탄다. 20칸은 매달고 가는 것 같다. 우리는 18번 객차로 3등칸이다. 약 70~80명이 누워서 가는 곳이다. 우리 맞은편에는 러시아 모녀로 보이는 가족이 탄다. 털복숭이 아저씨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몇 가지 말을 나눴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니 좀 제한적이다.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간다고 하고 내 일정을 담은 지도를 보여주니 엄지손가락을 펼쳐보인다. 딸에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어쩌면 또라이들 이라고 했을 수도...

기차안은 덮다. 2층 침대에 누운 휘는 아주 시원하다는데, 내자리 1층은 엄청 덮다. 이 열차 에어컨은 켜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1시간쯤 열차를 타자 모든 사람들이 누워서 자기 시작한다. 밤에는 어쩌려고 그러는지... 나도 슬그머니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약 2시간을 자고 사람들이 분주한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보니 모두 내리려하고 있다. 아마 20여분 정차하는 모양인데 내려서 기지게도 켜고 담배들도 피려는 모양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엄청나게 담배들을 피니... 앞에 모녀도 틈만나면 둘이 담배피어 나간다. 휘는 아랑곳 않고 자고 있다. 나도 따라 내려서 담배 한 대 핀다. 이름 모를 역에 내리자 장사꾼들이 커피잔, 전등갓, 찻잔셋트 등을 팔러들 나와있다. 기차역에서 이런 것들을 왜 파는지 모르겠으나 선물용으로 사가라는 것인가 보다. 또 의외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물과 기념품을 파는 사람도 있다. 마치 우리 예전의 기차역에서 머리에 다라이를 이고 옥수수 등을 파는 광경처럼 보인다.

기차는 계속 달린다. 뜨거운물은 언제든지 받을 수 있기에 커피도 한 잔하고, 컵라면도 끓여 먹는다. 기차 풍경밖은 자작나무와 전나무 숲이다. 끊임없이 자작/전나무 숲이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이런 것을 보기위해 이곳에, 또 이열차에 탔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 끊임없는 지평선과 그 지평선을 보지 못하게 자작나무들이 기차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그러니 평원이 아니라 나무 숲이 계속 움직인다. 잠깐씩 나오는 마을 비슷한 집들이 몇 채있는 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맞나 싶은 곳들이 많다. 가끔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고있기는 한 것 같다. 논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 외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소련시절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시골땅, 시골집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소련시절 국민들에게 시골 집터를 나눠줬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명칭은 잊었다.

이곳 집들은 지붕이 뾰족하고 급격한 삼각형이거나 오각형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한국 처럼 처마를 가지고 평평한 지붕을 가지고 있는 집은 없다. 아마도 겨울에 눈이 많이 오니까 눈이 지붕에 쌓이지 못하게 뽀족하고 길죽하게 지붕을 만드는 것 같다.

기차안에 동양인은 우리 부자뿐이다. 러시아 남자들은 모두 웃통을 까고 있고 여자들은 저마다 편안한 옷을 가져와 갈아 입고 있다. 우리 부자는 호텔에서 주는 슬리퍼를 가져와 여기서 신고있다. 가져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맨발에 편한 슬리퍼가 아주 좋다. 이제 7시가 넘어가고 있다. 모두들 낮잠을 자서인지 신문 퍼즐을 맞추거나 핸드폰으로 드라마들을 보고 있다. 휘는 2층에서 내 전자책으로 '초한지'를 읽고있다.

과연 핸드폰 인터넷이 잡혀서 이글을 오늘 올릴 수 있을까?
Posted by 휘슬호
:

모스크바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볼거리도 많고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마치 서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지 모르겠다. 크렘린궁 주변으로 있는 볼거리를 제외 한다면 크게 다른 점도 없다. 사실 이러한 것도 몇 일 지내보며 하는 말이다. 보다 잘알고 심도있게 들어가면 훨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할지 모르겠다.

아침식사를 휘와 남아있던 빵과 요플레로 해결하고 크렘린궁으로 나가본다. 늘 아침은 여기서 시작이다. 여전히 관광객은 많고 이제는 중국뿐이니라 세계 각지의 단체 관광객을 만난다. 시티투어 버스를 발견하고 일단 어떤 경로를 도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안내원에게 팜플릿을 요청하여 받는다. 홈페이지에는 경로도 지도로 나와있지 않고 정보가 부족하다. 역시나 모스크바 시티투어는 한국어 보이스 가이드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도를 확인 결과 정말 크렘린궁 주변을 돌뿐이다. 사실 크램린을 중심으로 결어서 이미 휘와 본 것들이 많다. 그리고 구지 버스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는 경로였다. 휘와 시티투어버스는 타지 않기로 한다. 특별한게 없다.

5시 서커스를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그 전의 일정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제 갔던 곳이 아닌 다른 데카슬론(Decathlon)을 가보기로 한다. 모스크바의 대형 소핑몰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굼과 같은 럭셔리 백화점 말고 이 곳 모스크바 시민들이 이용하는 쇼핑몰을 둘러보고 싶었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지도로 검색하여 제법 커보이는 데카슬론을 포함하는 쇼핑몰을 찾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움직여 본다. Awah라는 쇼핑몰로 이동한다. 전철역에서 제법 걷는데 오늘은 모처럼 화창하다. 그래도 긴팔을 입는 것이 맞는 정도의 기온이다.

우리 앞에 킥보드를 탄 세부녀가 다정하게 가고있다. 막내는 내가 쳐다만 봐도 까르르 넘어간다. 갑자기 우리 딸, 슬이가 보고 싶다. 오늘 집사람과 수영장에 갔다고 하는데, 신나게 까불고 놀겠지...세 부녀의 킥보드를 보자 우리도 킥보드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넘쳐난다.

결국 우리는 데카슬론에 들려 킥보드 oxelo twon9을 구입한다. 휘는 입이 귀에 걸렸다. 의젓하게 괜찮은 척 햇지만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확실히 킥보드를 타고 이동해 보니, 이동 속도는 빨라지고 피로감은 덜하다. 내 배낭여행의 잇아이템이 될 것 같다. 우리 부자는 이동 수단의 능력이 +10 레벨업 되었다.

여기 쇼핑몰이 우리나라 어느 곳 보나도 크다. 총 7층으로 7층은 아이스 링크가 있다. 휘는 스케이트를 타보고 싶다고 해서 티켓부스로 갔는데 사람이 없다. 결국 좀 기다리다가 그냥 관두기로 했다. 겨울이 긴 나라여서 그런지 스케이트 타는 실력들이 보통이 아니다.

점심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무게를 재서 가격을 측정하는 것인데, 고기나 빵, 음료 등을 추가하면 별도 과금하는 시스템이다. 별로 비싸보이지 않아서 닭꼬치, 고기꼬치, 음료 등을 추가 했는데 가격이 1,200루불 가까이 나왔다. 확실히 모스크바는 물가가 서울 만큼 비싼 것 같다. 모든 음식이 조금 추가하면 서울 만큼 나온다.

이곳에 5층 높이의 수족관이 있는데 안내를 보니 2015년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족관으로 기내스북에 등재됐다고 한다. 그 높이다 21m가 넘는다. 그 수압을 견디는 유리도 대단하다.

어느덧 시간이 3시가 넘어가서 우리는 업그레이드된 이동수단을 이용하여 걸어올 때 보다 빠르게 지하철 역으로 이동한다. 이제 지하철에서 환승은 너무 쉽다. 흔히 볼쇼이 서커스라고 말하는 Moscow Great circus, 휘는 서커스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해서 좋은 서커스이길 바라본다.

서커스를 관람하러 가다가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만난다. 휘와 이동수단이 생겨 빨리 다녀 올 수 있겠다 싶어 대학을 구경해 본다. 나중에 찾아보니 세계에서 학생수도 순위권, 대학 자체의 순위도 높은 그런 좋은 대학교이다. 휘에게 대학 내부를 보여주고 이렇게 좋은 학교에 다녀 보고 싶지 않냐고 꼬득여 본다.

 토요일이라 학생은 별로 없었다. 다만 교정의 크기가 몇 블럭을 통으로 잡고 있는 듯하다.

서커스장으로 이동하여 우리 자리를 찾아 앉는다. 앞에서 6번째줄 정면, 관람하기 좋은 위치다. 아이의 꿈 속에 천사가 나타나 각종 서커스와 동물들을 만난다는 큰 기본 줄거리이다. 브레이크 타임까지 2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이었다. 휘는 매우 좋아하고 재미있어 했다. 박수도 많이치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인간 신체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꽉채운 관중석은 확실히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에 비해 관람 태도가 좋다. 반응도 잘하고 박수도, 함성도 좋은 반응을 한다. 그래서 같이 보고 있는 나도 흥이 더해 진다.

휘는 휘만 빼고 집사람과 슬이와 본 마카오의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와 비슷하냐고 묻는다. 사실 서커스도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워낙 대단해서 이 서커스 보다는 재미있다고 말해준다. 나중에 휘도 보여주고 싶다.

9시가 다되서 숙소에 돌아온다. 저녁은 지치고 힘들어서 간단하게 또 케밥을 포장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간단하게 씻고 물을 실컷 마시고 케밥을 먹는다. 숙소 근처의 이번 케밥이 훨씬 맛있다. 몇 일을 이것만으로 먹어도 잘 버틸 것 같다. 휘도 맛있어 한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보드카를 담을 스테인레스 술병을 500루불에 하나 구입한다. 왠지 근사해 보인다. 사실 가지고 싶기도 했다. 담배도 하나 구입했다. 한국과 똑같은 에쎄체인지를 구입했는데 95루불로 1,800원 정도이다. Kt&G가 러시아에 진출하여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하더니 한국 담배가 많다.

내일는 1시 기차로 노보시브르스크로 이동한다. 총 46시간의 이동이다. 일요일 기차를 타면 화요일에나 내릴 것이다. 인터넷 사정이야 당연히 좋지 않을 것이기에 일기는 화요일에나 다시 올 릴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기차를 타기전에 먹을 간식과 밥거리를 충분히 사서 타야한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Posted by 휘슬호
:

느긋하게 일어난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날이다. 하루를 온전히 벌기위해 밤기차를 선택했는데 잘한 것인지 모르겠다. 고속 열차로 4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을 8시간 이상 침대칸으로 간다. 자는 동안 이동하는 것이기에 온전히 하루를 벌 수 있고 숙박비도 줄일 수 있다. 숙박비야 원래 비싼 숙소에서 묵는 것이 아니기에 큰 부담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11시경 체크 아웃을하고 짐을 호텔에 맡기고 하루 종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그러니 11시까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제 빨래한 옷가지는 모두 잘 말라있어서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그외 배낭 밖에 나와있던 소품들을 챙긴다. 휘와 익숙해진 조식을 먹고 들어와 샤워를하고 세면 도구를 챙기고, 마지막 충전용 전원기기들을 정리하여 배낭에 넣으면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4일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보금자리가 되어준 호텔방을 다시 둘러보고 체크아웃을 위해 3층 카운터로 내려간다. 카운터에서는 간단하게 키를 반납하고 배낭을 8~9시 사이에 찾으러 오겠다며 맡아달라고 한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고 있어 쌀쌀하다. 우산을 펼쳐들고 투어 보트를 타러 이동한다.

이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넵스키 거리가 눈에 많이 익었다. 마치 종로거리를 편안하게 걷는 느낌이다. 대충 어떤 가게와 풍경이 있는지 알게되었고 처음 와서 보았던 상이감은 익숙함으로 변해 있다. 투어보트를 운영하는 곳이 곳곳에 있는데, 우리는 첫번째 수로에 있는 투어보트 매장으로 찾아간다. 어제 갔던곳은 성인 800루불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1,000루불이다. 자세히 안내서를 보니 이곳은 1시간 30분 코스이다. 어제의 투어보트는 1시간 코스였다. 휘는 학생 할인을 받아 800루불로 1,800루불을 지불한다.

영어 가이드가 안내하는 보트를 11시에 탑승한다. 그런데 휘는 져지를 입혔는데 나는 긴바지만 입고 반팔로 나왔더니 너무 춥다.

보트 바깥쪽 선석에 앉자 있자니 바람이 몹시도 차갑다. 다른 서양 관광객들은 파카를 입은 사람도 있다. 선내에 들어가 담요를 챙겨나오자 다른 서양 관광객들도 서로 담요를 들고 나온다.

휘와 나는 담요를 둘러 싸고 대지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도시의 풍경을 감상한다. 네바강의 수로에 있는 다리들은 높이가 낮아서 머리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다.

네바강의 수로를 지나 본격 네바강에 들어서니 흡사 한강같은 느낌이 다가온다. 이곳을 통해 러시아의 해군이 운용을 할 정도이고 해군 본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

해군 박물관도 이 네바강 옆에 위치하고 있다. 1시간 30분의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빗방울이 조금 더 굵어져 있다.

휘와 KFC에 가서 치킨 버거를 하나씩 먹고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배낭을 열어 바람막이 잠바를 꺼내입는다. 점심을 먹고 나니 아까의 추위는 가셔서 다행이다. 집사람이 딸과의 사진을 보내줘서 통화를 잠깐한다. 한국의 식구들이 보고 싶은 하루이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10시 50분 기차, 뭘하지? 아직 10시간 가까이 남았다. 일단 휘와 갤러리 백화점을 가서 어슬렁 거린다. 러시아에서 아직 담배가게를 만나지 못했다. 길거리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데 담배 판매점은 꼭꼭 숨겨두었다. 도대체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 백화점에도 마트에도 없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는 길거리 거리마다 가판대가 있었는데, 알마티는 담배가격이 우리 돈으로 6~800원 정도였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나라, 필리핀도 그중 하나이긴 하지만, 알마티도 면세점 담배는 2,000원 이상인데 오히려 일반 담배점은 싸다. 희한하다.  다른 백화점에도 가보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대형 마트에 가서 이곳 생필품들도 구경한다. 마트에서 소주 가격이 무려 8,000원인 것을 보고 놀랐다. 보드카나 와인이 소주보다 저렴하다. 어제 babjip의 소주 가격과 비슷하다. 휘와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점에 늘어져 있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버스를 타고 네바강 넘어 프리메이슨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뱃머리 등대에 가본다. 뉴튼과 표트르 대제가 비밀회동을 하고 만들었다는 뱃버리등대 뭔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비밀을 숨기고 있는 도시처럼 비춰지기도 하다. 해군박물관도 가보지만 줄이 길어서 포기한다.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 동안 가보았던 곳들을 걸어서 복기한다. 오늘 투어보트를 타고 또 걸어서 이렇게 복기하니 우리가 그동안 다녔던 곳들이 모두 근처에 모여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법 큰 도시인데 우리 부자는 서울로 따지면 3박4일을 종로 거리만 다녔던 셈이다. 물론 일기에서도 보이다 싶이 이런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알차긴 했다.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넵스키 거리를 벗어나 좀 더 넓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즐기게 되길 바라본다.

저녁은 돌아다니며 간단히 먹기로 하였는데 걷다보니 어제 갔던 babjip 근처를 걷고있다. 휘에게 그냥 다시 가서 한국 음식을 먹자고 했더니 좋아한다. 어제 저녁을 먹은 경험이 있기에 들어가서 제육덮밥을 2인분 주문한다. 역시나 한국음식이다. 맛나게 먹는다. 이집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거의 동일하게 맛을 낸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은 거의 없고 모두 러시아인이고 손님도 많은 편이다. 우리가 다먹고 있을쯤 들어온 러시아 처자 두 명은 갑자기 한국말로 전화를 받으며 엄청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해서 휘의 눈을 휘둥그래하게 만든다. 어디서나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배부르게 한국식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걷는 저녁 길에서 이제야 담배 가게들도 보인다. 4일만에 적응이다. 8시경 호텔로 돌아가 배낭을 찾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모스크바역으로 향한다. 역은 호텔에서 가까와 쉽게 도착한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프린트물을 이용해 실물 티켓으로 바꿔야 하는데 어디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 두 군데 물어보니 모두 아웃사이드로 나가란다. 역사에 들어왔는데 다시 나가라니... 나가보니 역 옆면으로 티켓 오피스 건물이 따로 있다. 중국처럼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서있는데 우리도 줄을 서야하나 망설이다. 자동화 기기가 보인다. 우리는 자동화 기기에서 발권을 하기로 한다. 영어를 선택할 수 있다. 예약 번호와 여권번호를 입력하니 바로 프린트하여 발권해준다. 줄서있는 사람들은 당일와서 구매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예약을 못한 사람들을 노리는 암표상들도 곳곳에 있다. 이처럼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니 편안하다.

다시 여객 터미널로 돌아오니 사람들은 많고 좌석은 부족하다. 휘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고해서 기다리는데 휘가 다시 돌아와서 역 안에있는 화장실도 35루불을 줘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맙소사! 역사안에 있는 화장실도 돈을 내야 한다. 35루불이면 버스비가 30루불이니 적은 돈이 절대 아니다. 러시아와서 느낀 점은 무료 화장실이 보이면 무조건 볼일을 보고 갈 것! 화장실 찾기도 힘들고 찾아도 유료라는점!

휘와 스낵과 간단한 주류를 파는 역사내 바에 들어와 남는 시간 동안 이 글을 적는다. 이제 한 시간 후에 기차를 타고 내일 새벽 7시경 모스크바에 도착할 것이다.

 


Posted by 휘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