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여름방학 둘 만 떠나는 두 번째 배낭여행이 오늘로서 마무리라고 봐야할 것이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공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정이기에 실질적으로 러시아에서의 활동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휘가 조금 더 내 힘이 필요로 할 때 힘이 되어 같이 여행하는 것,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 역시 휘와 같이 이렇게 여행함으로써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 휘는 이번 여행동안 작년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나도 크게 의지를 할 수 있어서 부자간에 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의 아들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고, 좀 더 아버지로써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빠로써 아들이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구나를 느낀다. 작년 사진과 비교해 일단 키가 이제는 나보다 커지는 시기다. 이녀석이 이제는 걸을 때 나에게 어깨동무를 많이 건다. 많이 컸다.내년에도 아빠와 배낭여행을 하겠냐는 물음에 휘는 "글쎄요."라며 회피하고 있다. 작년, 올해 모두 고생을 많이 시켜서 그런가? 아님 이제는 방학을 또래들과 즐기고 싶은 걸까? 나 역시 이제 이런 배낭여행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배낭을 짊어지고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기간이 쌓일 수 록 힘에 부침을 느낀다. 물론 배낭만 짊어지고 다닐 뿐이지 호텔에서 자고, 특별히 돈 걱정 않하고 식사를 하는 이런 여행이 과연 배낭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친구들 처럼 아끼고 많이 몸을 쓰며하는 여행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내년엔 딸을 데리고 여행을 해볼까? 아마 다음 여행부터는 조금은 더 편한 여행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아침 조식을 먹고와서 시내로 나가본다.

 블라디보스톡도 관광객을 위한 시내는 작다.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래내에 있다.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매우 많다. 러시아 여행 전체 일정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변 상가나 식당 등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많이 상대해본 노련함이 있다.

휘와 일단 독수리 전망대라 불리우는 블라디보스톡 해안가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 보려한다. 전망대까지 케이블전차가 다닌다고 읽었는데 구글 지도로 전망대를 검색하니 걸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우리 부자 그것도 모르고 걷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을 한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매우 덥다. 러시아와서 가장 더운 하루이다. 역시나 케이블전차를 타는 곳은 Golden bridge 아래 도로 근처에 있다. 다시 휘와 내리막을 걷는다. 찾기가 어려워 지나가는 러시아 남자에게 케이블전차역 사진을 보여주자 가던 길을 되돌아 한 블럭을 같이 걸어가는 친절을 배풀며 타는 곳을 알려준다. 더운데 너무 고마워 둘다 고개를 숙여 "쓰바시바" 하며 인사한다. 러시아인들 많이 무뚝뚝하지만 깊은 속내는 따뜻하고 순진하다.

전망대 올라가는 케이블전차는 인당 편도 15루불이다. 사실 올라가는 높이는 별로 높지 않다. 다만 걸어가는 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망대에 오르자 다리를 전망하며, 도시가 넓게 펼쳐진다. 오늘 시야가 좋아서 제법 근사한 풍경을 제공한다. 전망대에 오른 다른 이유도 있다. 여기 기념품샾이 물건이 다양하다고 해서 구경도 같이 할 겸 올라왔다. 물건을 구경하고 간단한 악세사리 몇 가지를 구입한다.

내려와서 버커킹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위가 온통 한국인이다. 여기 한국인이 정말 많다. 종로 버거킹인지 블라디보스톡 버거킹인지 헛갈린다. clever house에 들러 한국인들이 잘산다는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휘에게 오늘 저녁은 전통 러시아식 샤슬릭을 먹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휘가 검색하여 데리고가라고 부탁한다. 저녁 무렵 츄다데이라는 샾에 가서 구경을하고 휘가 고른 러시아식 레스토랑에 찾아간다. 나름 트립어드바이져 점수도 높은 집을 잘 골랐다. 우리는 종업원에게 샤슬릭을 주문한다.

휘는 양고기 샤슬릭이 있냐고 물었는데 종업원이 있다고해서 양과 돼지 샤슬릭을 주문한다. 하지만 양은 없었고 뭔가 주문이 꼬여 돼지 샤슬릭 하나만 주문이 들어간 모양이다. 돼지 샤슬릭 하나에 포크가 두 개 나왔다. 이런 양고기를 기다리다 아무래도 잘못된 것을 눈치 채고 재주문을 하여 하나, 하나 따로 돼지 샤슬릭을 먹는다. 사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비싸고 양도 별로이다. 내가 원한 샤슬릭은 알마티에서 먹은 바로 그 샤슬릭이었다.

휘 역시 알마티의 샤슬릭이 푸짐하고 맛도 훨씬 좋았다고 한다. 알마티 샤슬릭은 4,000원 정도에 정말 근사한 음식이 나왔었는데, 여기서 10,000원이 넘으면서 맛도, 양도, 비쥬얼도 재료 종류도 떨어진다. 다시 알마티에 가서 샤슬릭을 먹고 싶다. 물론 지금 알마티에서부터 다시 여행을 시작하겠냐고하면, 다리가 풀릴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이제 전자기기와 세면 도구만 배낭에 넣으면 끝이다. 내일 일어나 씻고 공항으로 공항철도를 타고 이동하면 저녁은 식구들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 집사람, 슬이가 보고 싶다.

휘는 러시아 불곰국 형님들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러시아 여행을 제안했을때 뭔가 미지의 세계같은 느낌으로 응했다고 한다. 사실 휘에게 '다음 여행은 아프라카?'라고 하자 눈을 반짝인다. 지금은 러시아도 사람 사는 곳이고 좋은 사람이 많은, 두려움 보다는 친근함이 남는 곳이라 한다. 중국보다는 뭔가 야생적인 혹은 남성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휘는 여전히 알마티가 가장 정이 간다고 한다. 우리 부자 여행 초기에 힘이 남아 가장 많이 돌아다녔던 곳도 알마티였고, 여러 사람과 부딪쳤던 곳도 알마티였다. 세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중간 쉼 단계였던 노보시비르스크, 바이칼의 이루크추크, 아쉬운 하바롭스크 그리고 한국인이 많아서 반가웠지만 나중엔 살짝 불편함을 느꼈던 블라디보스톡까지 우리 부자 잘 다녔다.

가장 오래 머문곳은 누가 뭐래도 기차안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모두 한 곳에서 자고, 먹고, 씻고, 싸고 1차적인 인간 활동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러시아인들은 예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생각과 실제가 많이 달랐던 사람들... 훨씬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마 다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렇게 오래 탈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겠지. 하지만 아마 평생 이렇게 오래 아들과 한공간에 의지하며 딱붙어 지내는 것은 이 기화말고는 앞으로 힘들 것이다. 좁은 기차안에 만 8일을 딱붙어 있었다. 그래서 아비로써 좋기도 했다.

아들의 청소년 시절 한 페이지를 둘만의 호흡으로 함께 할 수 있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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