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21.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 배낭여행-이루크추크~하바롭스크 기차02
여행/러시아 2016. 8. 3. 21:49 |*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정차하는 역도 별로 없었고 정차해도 2분 정도였다. 내일은 하바롭스크이다.
오늘도 기차안에서 눈을 뜬다. 기차의 흔들림과 달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8시가 넘어 있지만 깨어 있는 사람은 이 객차에서 3사람 뿐이다. 나도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신다. 특별히 할 것 없는 여유있는 아침이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휘는 계속 자고 있다. 어차피 일어나도 할 것이 없기에 깨울필요도 없다.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도 더 좋아지겠지.
밤사이에 앞자리 주인은 두 번이 바뀐다. 모두 조용한 남자들이 조용히 누웠다 나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앞자리에 아무도 없다. 오늘은 좀 편하게 가려나 보다. 휘도 일어나고 기차는 계속 달린다.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에도 제법 내린다. 덕분에 창밖의 풍경은 우울하고 차분하다. 어제는 하루 종일 멋진 풍경을 보여 줬고, 오늘은 자작나무와 소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어제의 풍경에 비하면 오늘은 볼 것이 없다. 책을 보거나 만화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어차피 인터넷이 되지 않기에 핸드폰은 금새 질려버린다.
낮에 옆에서 한참을 같이 온 모녀가 내릴 준비를 한다. 이르쿠추크에서부터 같이 왔으니 꽤 오랫동안 옆자리 였다. 그녀들이 내리는 적은 2분 정차하는 작은 역이다. 굿바이라고 서로 인사를 한다. 완전히 시골이다. 모녀가 책도 많이 읽고 교양있게 행동해서 도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다니러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작은 마을에서 내린다. 러시아의 이런 작은 마을들은 3G도 터지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꽤 심심한 마을 일 것 같다. 모녀가 내리고 우리 앞과 옆까지 아무도 없다. 우리 부자가 6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 칸을 점령한다. 오후 동안 다른 좌석들도 빈좌석들이 꽤 생긴다. 대부분 각자 알아서 잠을 자거나 낮말을 맞추고 핸드폰을 드려다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 정차한 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탄다. 결국 우리 앞과 옆자리까지 모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도착하는 하바롭스크에서 다같이 내리겠지. 앞자리는 모녀와 손주까지 3명인데 5살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가 꽤나 번잡스럽다. 초코과자를 하나 주니 받아서 열심히 먹고 열심히 돌아다닌다. 아이 엄마는 그 또래의 남자애들 엄마처럼 꽤나 신경질적으로 아이를 다루고 있다. 천방지축 남자아이 그렇게가 아니면 통제가 힘들 것이다.
오늘의 기차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좀 더 긴 무궁화호 열차를 탄 느낌이었다. 이제 내일 하바롭스크에서 내려 다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하는 10시간 정도의 기차를 타면 시베리아횡단열차라고 흔히 말하는 러시아 횡단 열차를 완성한다. 정말 큰 나라이다. 작년 중국에서는 늘 고속 열차를 타고 이동해서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열차는, 우리 부자 참 긴거리를 여행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느낌 뿐만 아니라 실제지만.
오늘은 정차하는 역도 별로 없었고 정차해도 2분 정도였다. 내일은 하바롭스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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