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새벽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비가 내렸다. 낮잠을 잔 탓인지 잠이 잘오지 얺는다. 휘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이내 잠든 듯하다. 10시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8시 전에 일어나야하는데 빗소리에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어제 저녁 휘와 별무리를 보려고 했지만 새벽에 비가 오려고 그랬는지 하늘을 구름이 덮고 있어 별은 보지 못했다. 떠나는 오늘 아침이 되서야 파란하늘을 보여준다. 멀리까지 보이고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더 없이 훌륭하다. 오늘 하루 더 여기 머물렀다면 제대로된 별똥별을 볼 수 있었을텐데...휘에게 은하수를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나오지 않던 더운물이 오늘 아침에야 나온다. 머리만 감으려고 갔다가 더운물이 반가와 어제 오후에 찬물로 샤워를 했음에도 훌렁벗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고 휘에게 빨리가서 샤워를 하라고 한다. 여기 공동 샤워장은 나쁘지 않은데 그동안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 여간 불편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긴다. 그리고 언제 밥을 먹을지 알 수 없으니 조식을 챙겨 먹는다. 귀리같은 곡물에 약간의 우유와 먹터를 얹어준다. 마치 우리가 먹는 버터 간장밥 같다. 물론 간장대신 타락이 들어간 것 같다. 휘는 느끼하다고 몇 숟가락 먹고는 이내 케익조각을 먹는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다. 이런! 그동안 먹었던 숙소내 식사들이 모두 별도의 돈을 받는다. 어쩐지... 체크 아웃을 하고 정원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린다.

우리 버스가 왔다고 해서 버스에 오른다. 오늘 버스(택시)는 올때의 현대 카운티보다 좋다. 차량도 신형이다. 그리고 어제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중국 가족이 또 이 버스를 태워 달라고 숙소 주인과 기사에게 떼를 쓰는 것 같다. 버스는 한 참 지연된다. 그런데 오늘의 짜증이 여기서 시작이었다. 결국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기사는 중국인 가족 3명을 태운다. 다른 숙소도 돌며 한국인 청춘남녀를 태우고 마지막 러시아인 한 명을 태우려는데 자리가 없다. 기사는 사무실에도 가보고 하면서 오버부킹이 되었다고 자신들끼리 또 러시아 승객들 끼리 말을 하는 것 같다. 버스는 우리 숙소로 되돌아 간다. 중국 가족들은 숙소로 돌아간다고 자신들이 내리게 될 것 같은지 부부는 계속 자신들 끼리 떠들고 있다. 그런데 기사가 나와 휘를 내리라고 한다. 응? 왜 내가? 화가 난다. 난 어제 아침에 예약을 했는데 왜 내가 내려야지... 기사와 숙소 오피스로 같이 간다. 가서 왜 나냐고 따져 묻는다. 이 차를 못타면 큰일이 난다. 기차는 예약을 해 놓았고 이 기차를 놓치면 더 이상 몇 일 이상 기차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면 여기서 모든 여행을 중단하고 그동안 예약된 모든 내역이 취소되고 여기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있기나 한지 알아봐야 한다. 절대 이 버스를 놓치면 안된다. 숙소 주인은 나와 휘가 아니라고 기사에게 말하고 같이 버스로 가서 그 중국인 가족에게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들이 예약을 안해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인 가족은 딸을 무릅에 앉혀 가겠다며 러시아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괘씸하다. 첫날 올 때부터 나에게 피해를 주더니 어제는 어두운 길 에스코트도 해주고 했는데, 우리 가족 내리는데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이면 처음부터 딸을 그냥 무릎에 앉혀 가겠다고 할 것이지... 부하가 한 참 치밀었다. 우리가 그렇게 잘해줬는데...결국 자신들의 이익이나 편의가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1시간30분 쯤 달려서 선착장에 도착하는데 그 대기하는 차량의 줄이 어마하다. 배는 한 번에 10대 내외로 선적을 하는데 한 번 갔다오는데 최소 30분이다. 30대가 줄을 서있으면 운이 좋아야 1시간 30분이다. 현재 100대도 넘게 줄을 서있다. 그런데 버스는 왜 별도의 줄에 세우냐는 것인지, 러시아인들끼리 싸움이 났다. 차들이 못가게 막고 난리다. 결국 우리 버스도 피해를 본다. 결국 선착장에서만 거의 2시간 가까이 지체한다. 그리고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평원과 언덕길... 우리 처음 버스를 탔던 곳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간이 넘게 걸렸다. 피곤하다. 버스 타는 것 때문에 신경쓰고, 배 타는 것에 신경쓰고 했더니 녹초다. 기차는 누워서 편안히 가면 되는데 버스는 꼼짝없이 앉아서 비포장 도로는 먼지를 마시고, 덜컹거리고 힘들다. 휘에게 기차타기전 한국 음식을사주고 싶은데 인터넷은 되지도 않아서 어디서 어떻게 역에 가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짐은 많고 오늘따라 덥고 진퇴양난이었다. 기차 탑승까지 3시간 정도 남아있기에 일단 한 숨을 돌리고자, 휘에게 버스터미널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다. 휘도 좋다고 한다. 인터넷이 되면 한국식당을 검색해서 가까우면 데려가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한다. 듬직한 휘는 지도 힘들텐데 내색 한 번 없이 잘따른다. 휘와 푸드코트에서 고기 볶음밥과 닭다리 모양으로 생긴 닭요리를 먹는다. 일단 밥을 먹으니 힘이 생긴다. 아침 조금 먹고, 점심은 선착장에 둘이 빵사먹은게 다니 휘는 배가 고팠을거다.

저녁을 먹고 트렘을 타고 이르크추크 역으로 온다. 휘는 앉쳐두고 발권을 하고, 슈퍼에 가서 기차에서 먹을 음식과 간식을 구매한다. 오늘타면 8월4일에나 내릴 터이니 그것도 한짐이다. 그래도 열차번호가 좋아서(002, 러시아 기차는 번호가 낮을 수록 신형, 물론 가격도 조금씩 더 비싸다.) 깨끗한 열차이지 싶다. 기차가 들어오고 이젠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내리는 것이 러시아 사람들보다 익숙하다. 짐을 보관함에 넣고 꼭 필요한 것들은 쉽게 손이 닿는 것에 놓아둔다. 새 침대 시트 세트를 받아서 능숙하게 정리한다. 휘는 씻고 잘 준비를 한다. 기차에 오르니 맘이 편안하다. 확실히 여행에서 기차에 있는 동안이 가장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어머니나 집사람은 지루하고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데, 전혀! 기차가 가장 편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기차는 출발하고 사람들은 잠에 들었다. 나도 피곤해서 이쯤하고 자야겠다. 이르쿠츠크에서는 3G가 잡혀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었는데 이글과 사진들을 과연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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