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12.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 배낭여행-모스크바~노보시비르스크기차02
여행/러시아 2016. 7. 26. 01:25 |기차는 끊임 없이 달린다. 새벽 두 시경 정차한 역에서는 여러명의 승객이 탑승하여 짐을 옮기고 침구를 정리하느라 소란하다. 잠을 깨다가 자다가 반복이다. 어차피 자고 싶으면 언제든지 잘 수 있기에 특별히 잠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다. 5시경 눈이 떠져서 더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혼자 일어나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처다본다. 여전히 자작나무와 참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가끔씩 터져나오는 평야와 한적한 시골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침에 이런 풍경을 커피 한 잔과 함께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20대 중반, 돌아가신 아버지가 50대 중반인 시절에 같이 한 달 정도 이렇게 여행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아버지와 기차에서 보드카도 한 잔 하고, 러시아 남자들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신나게 웃으시며 가시는 모습이 상상이 됐다. 넓은 벌판을 보며 '저런 좋은 땅을 얘들은 왜 버려둔다니, 콩이나 깨라도 심지...'라고 말씀하실 것 같았다. 정말로 아버지와 여행하고 싶어지는 아침의 창 밖이었다. 과연 휘가 나중에 아빠와 그렇게 여행 할 때가 가장 행복했었는데라며 그리워 할까?
우리 앞에 모녀는 10시 쯤에야 기상한다. 휘와 나는 비스킷과 음료로 아침을 대신한다. 러시아 기차 안은 중국 기차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소리를 죽인다든지,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던지- 것 같다. 특별히 요란하지 않고 양보를 잘한다. 이 기차에는 총 3개의 콘센트가 있고 남들을 위해 잠깐씩 여러번 충전하는 것 같다. 우리 부자는 보조 배터리를 충분히 가져와서 콘센트 쟁탈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한국에서 누군가 온다면 멀티탭을 가져 온다면 모두들 좋아했을 것이다.
휘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누워서 다시 잠들기도 하면서 특별할것 없는 기차 여행을 하고 있다. 기차내에 기차 시간표를 미리 핸드폰으로 찍어놓고 정류장에 얼마나 정차하는지 확인한다. 오래 정차하는 역에서는 모두들 내려서 기지개도 켜고 먹을 것도 사먹는다. 점심은 간단한 빵과 초콜릿 음료를 휘와 사먹는다. 간식은 기차가 무려 50분을 정차하여 역사 밖으로 나가 야채와 감자빵을 사와서 먹는다. 이렇게 길게 정차할 때는 아예 역 밖에서 식사를 하고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차 근처에서 배회한다.
우리 앞의 모녀는 예카테린부르크 역에서 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내리는 것을 보니 제법 유명한 피서지인 듯 싶다. 오면서 보니 호수가 넓게 펼쳐져있다. 모녀도 Hotels.com 바우처를 인쇄해서 보는 것을 보니 호텔을 예약하고 가는 모양이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았는데 누가 우리 앞에 올지 걱정이 된다. 휘가 러시아 말로 '여행잘하세요'라고 '우다츠노버 뿌쪠쉐스뜨비야"라고 말하자 서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 4학년 남자 둘과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우리 앞으로 왔다. 한녀석의 이름은 샤샤. 러시아인들도 영어를 전혀 못하니 기본적인 대화도 힘들다. 좀 소란스럽긴하지만 우리가 사발면을 먹는 것을 보고는 자신들도 사발면을 먹고는 8시도 되지 않아서 누워서 자려고들 한다. 내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2시경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이니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가 넘어서 일 것이다. 기차는 잘달리고 있고 기차안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류장에 잠시 섰을 때 일기를 올려야 하는데 사진을 같이 올릴 만한 시간이나 속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30분 정차하는 역에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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