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젠장 한시간을 넘게 작성한 글들이 모두 날아갔다. 저장을하고 화장실 다녀와서 올리려고했는데 작성한 글들이 제목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졌다. 다시 적을려고하니 맥이 빠진다.


아침을 간단하게 여느때와 다름 없이 먹는다. 늦은 체크아웃을 결정했기에 데스크에서 미리 비용을 지불한다.미리 지불을 해야 돈의 지출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체크아웃 비용을 지불하고 느긋하게 방에서 오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밖에 나가서 공항버스 정류장을 확인하기로 한다. 호텔에서 나와 짐을 짊어지고 정류장을 찾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 구글에게 공항버스 정류장을 물어 찾아가 본다. 역시나 구글이 알려준 정류장은 공항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미리 체크하기를 잘했다. 처음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내렸던 정류장 반대편을 가본다. 그렇지! 여기다. 일단 확인을 했으니 마음이 놓인다. 오후에 체크아웃을 하고 이곳으로 바로 오면 될 것이다.

이제 천천히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시장 골목을 누벼본다. 베트남은 특별히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 좋다. 택시나 몇 몇 관광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관광객이라고 별도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시장의 중간에 있는 쇼핑몰에도 들러본다. 이곳은 동대문이나 남대문 처럼 도매시장인 듯 싶다. 다양한 물품이 저렴한 가격에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있다. 나는 짐을 늘리면 않되기에 아이 쇼핑을 할 뿐이다. 나중에 집사람과 단지 쇼핑을 위해 다시 오고 싶다. 한국의 의류나 공산품 중에  상당부분이 메이드인베트남인것을 생각하면 품질도 특별히 나쁘지 않다.

골목을 다니다 맘에 드는 집오프 바지를 발견한다. 노스페이스 상표가 있기는 한데 정품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짝퉁으로 생각을하고 구매해야 할 것이다. 관심을 보이자 점원이 400,000동이라고 한다. 한국돈으로 이만원이니 참 저렴하다. 일단 참는다. 돈도 조금 모자라지만 배낭에 물건을 더 하는 건 피해야 한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백팩커들이 많이 모이는 호스텔 옆의 반미를 하나 구입한다. 가장 비싼 것이 35,000동으로 소고기가 들어가 있다. 점심은 반미로 때우고 저녁은 쌀국수를 먹으면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240,000동 정도에 담배도 한보루 구입한다. 베트남은 처음 공항에서 환전한 75,000원으로 3박4일을 해경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가!

숙소에서 반미를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겨우 이천원도 않하다니 놀랍다. 결국 바지를 구입하기로 하고 20유로를 호텔에서 환전한다. 환전한 돈으로 바지를 구입하고 저녁에 국수먹으러 나가기가 번거롭다고 느껴져 그냥 반미를 하나 더 구입하여 체크아웃 전에 먹는다. 6시 체크아웃을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에어컨 아래에서 편안하게 쉬다가 나간다. 짐을 정리하고 배낭을 맨다. 다시금 나는 순례자이며 백팩커이다. 이제 오늘 저녁에 비행기에 타면 파리에 아침에 도착할 것이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공항버스를 타기위해 배낭을 짊어지고 이동한다. 공항버스를 타고 바라보는 창밖 풍경은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보던 모습과 다르다. 여유있고 정겨운 풍경들로 바뀌어 있다. 하노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좋은 감정을 전달해 주는 도시였다. 나중에 한 번 쯤은 더 들려보고 싶다. 그때도 이렇게 저렴하게 여행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항에 내려서 내가 타고갈 비행기를 확인하니 없다. 직원에게 확인하니 터미널2로 이동하란다. 터미널2가 국제여객 터미널이다. 무료 셔틀을 타고 터미널2로 옮겨오니 가슴에 베트남국기와 태극기를 가슴에 새긴 유니폼을 입은 한무리의 베트남 남자들이 있다. 아마도 한국으로 산업연수를 떠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모두의 얼굴에 두려움과 설롐과 기대가 가득하다. 마중나온 식구들과 일부는 집에있는 자식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부디 나처럼 한국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길 바라본다.  


너무 이른 시간에 공항에 도착하여 아직 체크인 데스크가 닫혀있다. 하노이 공항의 비행기들은 모두 11시가 넘어서 있는 모양이다. 나는 수화물이 없기에 자동 셀프 체크인 기기를 이용해 본다. 예약번호를 넣고 이름을 넣자 발권을 해준다. 그런데 좌석 선택화면을 못본 곳 같은데 좌석 번호가 지정되서 나온다. 복도쪽 좌석을 선택하려고 했는데 창가 좌석이다. 어쩔 수 없지... 아무도 없는 출입국 수속과 짐검사를 마무리한다. 아직이른 시간이고 데스크가 열리기 전이라 사람이 없다. 아주 편안하게 진행한다. 면세 구역엔 사람이 없어서 썰렁하다. 면세점 직원들도 사람이 없으니자기들 끼리 노닥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제 잠시 후 비행기에 타면 새로운 시작이다. 내 얼굴에도 설렘과 기대의 표정이 있을까 지금은아마도 짜증의 표정일 것이다. 글이 모두 날라가 정말 아까 적은 글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 모처럼 조용한 좌석에서 느낌을 잔뜩 적었는데 이제 사람들이 들어와서 곳곳에서 어수선하고 프랑스 노인들이 불어로 떠드는 통에 시끄럽다.


마지막으로 내일 아들의 생일을 같이 못해서 아빠로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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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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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아침은 항상 새로운 일이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눈을 뜬다. 새벽에 어머니께서 잘못 누르신 전화에 놀라서 눈을 뜬다. 4시 전이다. 다시 잠에 들어 7시가 넘어서 일어난다. 오늘 특별한 일이 없기에 TV를 켜고 정신과 신체를 다시 정상으로 돌린다.

천천히. 8시가 넘어서 조식을먹으러 내려간다. 여전히 친절한호텔 직원들은 메뉴를 가져다 주고 나는 어제 같은 메뉴를 부탁한다. 국수만 닭쌀국수인 퍼가에서 소고기 쌀국수인 퍼보로 바꾼다. 어제보다 더 깔끔하게 내 몫의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가본다. 오늘은 어제 보다 더 더울 것 같다. 아침의 하노이 사람들은 바쁜 사람들과 그늘에서 노닥이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여유 있는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다.

다시금 방으로 돌아와 잠시 더 쉰다.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한다. 걸어서 롯데마트가 있다는 롯데빌딩에 가보기로 한다. 언제나 믿음직한 구글지도는 4.5km를 걸어야 하는데 발도 아프고 더울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많이 걷는 것이 목적이지 않는가! 너무 오랜만에 신고 많이 걸어서 물집이 3군데나 잡혔던 샌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등산화를 꺼낸다. 오랜만에 양말을 신고 등산화 끈을 동여맨다. 발이 편해한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챙기고 목뒤가 탈까싶어 버프를 목에 동여맨다. 그리고 신나게 호텔밖으로 걸어나간다.

배도 든든하고 신발도 든든해서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와 사람들을 피해 나간다. 중국보다 더 베트남은 인도를 사람에게 내주지 않는다. 모든 인도는 사람을 차도로 밀어내고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몇 몇 서양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특히 한국인들은 도보로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다.

걷다가 호치민 묘역에 다다른다. 그렇다. 베트남에서 가장 존경받는 호치민의 미이라화된 시신이 이곳에 안치되어있다.호치민께 인사를 드리고 갈까하다가 관둔다. 구지 방부처리되어 투명관에 누워있는 호치민과 대면하고 싶지는 않다. 일년에 2달은 방부처리를 위하여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호치민. 과연 호치민이 원한 미이라인가 시민들이 원하는 미이라인가! 유치원 단체에서 부처 서양 관광객, 베트남인들로 제법 많은사람들이 있다. 복장과 소지품 단속도 한다고하기에 호치민 선생의 면전 접견은 포기하고 다시 롯데빌딩으로 걷는다.

주변을 느끼고 보는 것은 속도에 반비례하다. 이렇게 걸으면서 하노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니 좀 더 가깝게 다가간 느낌이다. 등산화를 선택하여 걷는 오늘의 선택은 탁월했다. 발의 피로가 없으니 덥고 습한 기운과의 싸움만 이겨내면된다. 덮고 땀이 난다. 그늘에 들어이가 있으면 큰 문제가 없는 날씨인데 햇볓은 따갑다. 온몸을 벌겋게 만들려고 자꾸 나를 괴롭힌다. 걸으며 노처 카페에세 아이스커피 한 잔 해야지 하면서 걷는데 그만턴 카페들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2/3지점 쯤에서 '비아하노이' 생맥주집을 지나치다. 홀안에는 2사람이 생맥주를 먹고 있다. 지나쳐 걷다가 나도 한 잔하고 가지는 생각에 '비아하노이'에 돌아간다. 생맥주를 한 잔 시키자 땅콩을 2개 가져다준다. 땅콩은 한봉지당 얼마를 받는 모양이다. 땅콩 한봉을 접시에 덜고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마신다. 시원하다. 하지만 맹숭맹숭하다. 아마도 물을 많이 타서 마시는 베트남식의 생맥주인 듯하다. 오히려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그렇게 생맥주 두 잔을 마시고땅콩 한봉지를 먹고 계산을 한다. 얼마인지 묻지 않고 돈을 꺼내자 알아서 25,000동을 가져가서 4,000동을 돌려준다. 아마 맥주 한 잔에 10,000동이고 땅콩이 1,000동인 듯 싶다. 우리 돈으로 맥주는 500원 땅콩은 50원이다. 싸다. 오늘 저녁은 맥주거리에서 '비아하노이'를 마셔야겠다.

이제 한숨 돌렸으니 다시 롯테를 찾아가는 괴테처럼 롯데빌딩을 찾아간다. 조금 걷다보니 너무도 눈에 띄는 아주 높은 건물이 저 멀리에서부터 보인다. 마치 잠실 마천루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제2롯데월드를 보는 느낌이다. 정말 뜬금없이 멀리서 최신형 고층 빌딩이 보인다. 하노이 최초의 초고속 고층 빌딩이고 2014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런 낮은 건물들 사이에서 65층의 건물은 사우론의 탑을 연상시킨다. 롯데빌딩 앞에 도착하니 5km를 조금 넘게 걸었다. 그렇게 먼거리는 아니다. 다만 교통 지옥에 불편한 인도가 문제다. 일단 시원한 에어컨이 그리워 롯데마트에 들어간다.

들어가서 든 생각은 딱하나다. 목요일마다 가는 딱 동네 롯데마트다. 오히려 동네 롯데마트가 더 크다. 각종 한국 제품들이 즐비하다. 완전히 한국의 롯데 마트에 와있는 느낌이다. 왠지물건을 사면 내 롯데마트 포인트카드를 내서 적립받아야 될 것 같다. 푸드코트라고 말하기도 뭐한 스낵코너에는 깁밥과 떡볶이를 팔고 있다. 50,000동 정도면 사먹을 수 있겠는데 아침 먹은 것이 아직 꺼지지 않아서 관둔다. 정말로 나로서는볼 것이 하나도 없다. 왜냐면 우리동네 롯데마트와 똑같으니까... 이곳에 산다면 김치나 반찬사러 자주 들릴 것 같다. 실제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한국인들이 물건 들을 고르고 있다. 롯데센터는 제일위에 전망대를 운영하는데 굳이 나 혼자 올라갈 필요를 못느껴 관둔다. 입장료가 11,000원 정도하는 것 같다. 비싸기는 하지만 야경을 원한다면 괜찮은 선택일것 같다.

롯데를 나와 다시 숙소 쪽으로 걷는다. 베트남 전통 복장이 아오자이를 입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 무리가 있어서 나도 사진한 장 찍어도 되냐고하자 포즈를 취한다. 아주 좋아한다.

 이곳 버스를 한 번 타볼까 생각한다. 일단 노천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몸을 쉰다. 하노이에서의 카페는 가격대비 좋다.

구글맵에게 어느버스를 타고갈지 결정해 달라고 한다. 그중 맘에 드는 노선을 선택한다. 친절한 구글맵씨는 7,000동을 준비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34번 버스를 탄다. 에어컨은 시원하고 사람들은 많다. 남자 차장이 다가와 10,000동을 주자 3,000동을 거슬러준다. 350원 정도의 버스비도 싸다. 호안끼엠 근처를 달리는 버스에서 하차한다. 호안끼엠 호수를 따라 숙소가지 걸어가기로 한다. 걸어가다가 점심먹을 집을 찾으면 먹고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호수 주변에는 많은 베트남인들과 서양인들이 쉬고 있다. 호텔에 거의 다와서 분짜집에 베트남인들이 가득해서 나도 들어가서 욕탕 플라스틱 의자에 앉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런 플라스틱 의자를 정말 좋아한다.

쭈그려 앉아 앞 테이블 사람들이 먹는 것을 달라고 한다. 냄도 같이 주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많이 마시는 아이스 녹차도 한 잔 주문한다. 아~베트남 음식은 정말 좋다. 위생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음식은 좋다. 필리핀에서는 깔라만시라 불리우는 작은 레몬을 소스에 짜고 칠리를 듬뿍 넣어 칼칼하게 만들어서 닭고기 튀김과 두부 튀김, 쌀국수를 적셔 먹으면 된다. 함께 시킨 냄도 무척이나 맛있다. 가만보니 여기 꽤나 맛집이다. 아이스 녹차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가격을 몰라 지폐를 펴보이니 150,000동을 가져간다. 어라! 생각보다 많이 나온 느낌이다. 7,500원이라니... 앞사람과 같이 달라고 했는데 앞사람들은 4명이었으니 양이 많았던 걸까? 다먹었는데... 아무튼 아주 맛있게 먹고 나온다. 저녁은 분차를 간단하게 먹고 '비아하노이'를 먹어야 겠다.


낮잠을 두 시간 정도 잔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7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한다. 내일은 밤 12시 비행기라 미리 late checkout 여부를 호텔에 메일을 보내 놓았던 것이 생각나 확인해 보니 하루의 반가격에 저녁 6시까지 좋다고 한다. 베트남 동이 많이 남아서 내일은 저녁에 체크아웃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갑을 확인하니 아직도 800,000만동이 남아있다. 꼴랑 75,000원 1,500,000동을 환전했는데 아직도 이만큼이나 남았다. 도대체 물가가 얼마나 싼 것이란말인가! 3박4일을 여행와서 7만원도 쓰기 힘들겠다.

저녁도 쌀국수를 먹는다 저녁은 분짜를 먹는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베트남인들이 많은 길거리 분짜집을 찾아본다. 한 곳을 발견하여 분짜를 주문하니 여기서 내가 생각한 돼지불고기 분짜가 아니라 생선 분짜이다. 이것의 이름은 짜가라는 것 같다. 어묵과 생선 튀김이 들어있다. 처음에는 약간 거북했는데 먹다보니 맛있다. 결국 싹싹 먹어준다. 가격은 35,000동으로 1,700원 정도이다. 내일은 돼지고기 분짜를 점심으로 먹어야지...

맥주거리로 나가본다. 저녁 맥주거리 근처는 서양인들이 넘쳐난다. 근처에 싱글 배낭족을 위한 호스텔이 많아서 더욱 활기가 넘친다. 베트남 젊은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맥주집 목욕텅 의자에 앉는다. 배가 불러서 생맥주 한 잔을 주문한다. 이곳은 삶은 땅콩을 준다. 혼자서 벽에 기대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집사람과 카톡을 나눈다. 이렇게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이국적인 소리들과 환경을 접하고 있으니 휘가 다시 그리워 진다. 아들은 음료수 시켜주고 저녁에 주거니 받거니 말을 섞는 재미가 좋았는데, 이제는 혼자 이생각 저생각을 하며 석잔의 맥주를 비운다. 배가 불러서 더 이상은 무리이다. 가격은 65,000동을 부르는데 이해가 잘되지 않는 가격이다. 다만 저렴해서 그냥 달라는데로 준다. 메뉴에는 맥주가 15,000동으로 적혀 있었는데 아마 한 잔에 20,000동과 기본 안주인가 했던 땅콩이 5,000동인가 보다. 어쨌든 3,250원에 잘 즐기고 나왔다.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진 미로같은 골목을 돌아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 데스크에서 내일 늦은 체크아웃을 부탁한다. 내일 밤은 프랑스로 13시간을 날아 갈 것이고 생장까지 찾아가려면 아주 고된 이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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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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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꿈을 꾼다. 고등학교 양아치들에게 패싸움이 붙는 꿈이었다. 일어나보니 새벽 4시 경이다.깊은 잠에 못들고 뒤척인다. 간밤에 혼자서 이렇게 여행한다는 것에 실감을 한다. 그동안은 누군가 같이 자고 일어 났는데 모든 것이 혼자이다. 이것이 여행의 낭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의기 소침해진다.

6시경 완전히 잠에서 깬다. 어라! 화장실 문이 잠겨있다. 0번을 눌러 데스크를 호출하여 잠긴 화장실 문을 열고 완전히 박차고 일어나 씻고 조식을먹으러 7시에 내려간다. 여기 호텔 조식이 엄청 마음에 든다. 베트남이란 나라가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맞고 좋다고하더니 정말 그렇다. 부페식의 조식보다 이런 조식 시스템이 더 마음에 든다. 메뉴를 주고 선택을 하면 바로 조리해준다. 나는 닭쌀국수와 빵 그리고 커피를 주문한다. 국수는 고추를 조금 넣으니 칼칼한게 뜨끈하고 쌀 바게트와 바로 구운 식빵도 좋다. 3가지 과일과 커피를 더해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친다.

8시경 짱안투어 픽업을 온다고하여 로비로 내려간다. 젊은 유럽 친구들은 하롱베이로 투어를 가는지 짐을 호텔에 맞기고 먼저 나선다. 나는 8시30분경 찾아온 투어가이드를 따라 현대 카운티 차량을 타고 짱안으로 향한다. 내가 마지막 픽업 대상이었는지 자리가 맨뒷자리 뿐이다. 현지 여행사에 투어 신청을하면 보통 유럽 친구들 반에 나머지 북미와 호주, 일본, 중국 인들이 조금씩 있는 것이 보통인데 오늘의 구성은 전부 한국인에 캄보디아 여자와 미안마 남자라는 조합의 팀이다. 한국인들은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셔온팀과 한국 젊은 여성분이 부모님을 모셔온팀 그리고 20대 자녀와 부모님의 팀이다. 혼자는 나만이다. 조금 소외감을 느낀다. 다국적 팀이면 싱글 여행자가 많은데 여지없는 한국 패키지 여행처럼 느껴진다. 다만 가이드가 영어와 베트남어로 진행한다는 것이 다르다. 확실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이렇게 부모자녀 동반 여행을 잘하는 것 같다. 2시간의 버스 뒷자리에서 나도 엄마와 같이 와 봤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가을에는 어머니 모시고 둘이 어딘가 가야지라는 생각을 꾸준히 하게 된다. 더구나 오늘이 어버이날인 것을 생각하니 괜시리 죄송해진다.

버스는 1시간여를 달려 휴게소에 내려준다. 나는 단 아이스 커피를 한 잔 마신다. 한국에서는 늘 설탕없이 아메리카노만 마시다 이렇게 밀크까지 들어간 단 커피를 마시니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난다. 어디든 장소와 환경이 바뀌면 익숙했던 곳이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다시 1시간을 달려 바이딘 파고다 사원에 도착한다. 내가 신청한 신카페투어는 사원까지 이동하는 전기차 요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다른 한 팀은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 가이드에게 전기차 이용 금액을 별도로 지불하였다. 아마 신카페는 한국에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서 한국인들이 투어의 대부분인 듯하다.

 다국적을 원하거나 나처럼 홀로 여행하는 백팩커는 다른 여행사를 통해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바이딘파고다 사원은 넓고 502개의 불상과 아시아에서 가장 큰 좌불상이 있는데 아시아에서 가장 큰지는 잘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오늘 투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하고 아늑하게 둘러 볼 수 있었다. 비가 올 것처럼 흐렸다가 해가 나서 습하고 많이 더웠다. 호젓하게 둘러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짱안은 여성들이 노를 저어서 호수위의 멋진 풍경과 4 ,5번의 동굴을 배로 둘러볼 수 있다. 한 배당 4명이 정원으로 3명이 참가한 부녀팀에 탑승하였다. 투어 버스에서 팁을 3,000동 정도에 그 이상 주면 좋다는데 3,000동은 너무 했다는 생각에 같이 탔던 일행들과 인당 20,000동을 주기로 했다. 2시간을 노를 저어주는데 150원은 너무하다. 20,000동이라봐야 1,000원인데... 개인적으로 짱안은 매우 매력있었다. 강한 햇빛만 아니였으면 백점 주고 싶은 곳이다. 아직 때가 덜 뭍었다고 하더니 정말 순박한 사람들 처럼 느껴진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산만 챙겨서 조금 탔다.

짱안에서 영화 '콩:스컬아일랜드'를 찍었는지 영화 세트장이 마치 관광지 처럼 꾸며져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별 감흥은 없었지만. 동굴을 배로 돌아다니며 우리 집사람은 절대 못오는 곳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일반 동굴도 무서워하는 사람이 조각배를 타고 이런 동굴을 들어온다면 아마 기절해서 빠져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다시 2시간을 달려 하노이 시내로 돌아온다. 생각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없어서 수월하게 진행된 탓인 듯하다. 우리 팀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람들이 없어서 한적했다. 휴게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짱안이 아닌 땀꼭으로 이동하는 투어버스들이었나보다. 샤워와 땀이 밴 옷들은 빨래를 한다. 그리고 에어컨 아래에서 2시간 정도 쉰다.

7시가 넘어서 배가 고파져 밖으로 나가본다. 일단 담배를 구입했는데 말보로라이트가 25,000동으로 1,250원 정도로 싸다. 베트남 담배는 15,000동이다. 필리핀처럼 베트남도 공항 면세점이 더 비싼 괴현상이다. 오늘은 식당에서 먹고 싶어서 걷다가 맥주거리 근처 식당앞 간이 테이블에 착석한다. 치킨, 소고기 화로구이에 소고기쌀국수, 맥주를 주문한다. 주문 후 야외에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한 참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난리가 난다. 폴리스가 떴다며 가게앞 간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가게 안으로 이동시킨다. 나는 막 굽기 시작한 화로를 들고 좁디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가게 안에는 독일에서 온 3사람과 베트남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같이 들어온다. 이중에 화로구이는 나만 시켜서 덥고 냄새나고 기름은 튀고 난리가 난다. 정말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온몸에 땀이 나고 정신이 혼미하다. 옆에 앉은 독일 남자에게 어메이징하다고 말하고 넷이 같이 웃는다. 경찰이 지나가고 주인에게 다시 나가고 싶다고 하자 20분은 못나간단다. 그러면서 좀 지나자 다른 신규 손님은 다시 야외 테이블을 마련해 주기 시작한다. 고얀! 결국 내 주변 독일인과 베트남인들에게 민폐가되고 말았다. 결국 폭풍 흡입을하면서 고기와 야채를 빨리 굽고는 화로를 치워달라고 한다. 천천히 구우면서 먹어야하는 음식을 미리 구워서 먹고 있으려니 맛이 좋음에도 맛을 못느끼겠다. 결국 좀 남기고 일어난다. 화로구이와 쌀국수, 맥주 2병 해서 250,000동을 지불한다. 12,500원이니 저렴하긴한데 괜히 아까운 생각에 주인 눈을 흘겼더니 주인이 매우 미안해 한다. 독일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호텔로 돌아온다.


내일은 특별한 계획이 없기에 천천히 몸을 움직여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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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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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길을 떠난다. 오늘부터 6월23일까지 47일을 떠나는 장기여행이다. 방학에 아들과 또 떠나려했지만 이번은 아들은 학교에 남기로하였다. 중3이기에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결국 혼자 일정을 잡아본다.


이번 여행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길이다. 프랑스 생장에서 부터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800km를 걷는다. 하루 25km 이상을 걸어야하는 강행군이다. 걷는 길이 멀기도하고 혼자서 너무 장기 여행이라 가족들의 걱정이 많다. 작년 당분간 너무 피곤한 배낭 여행은 지양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잊은 모양이다.


내가 좋아하는 경유 비행기를 알아본다. 하노이를 거쳐 파리로 들어가는 비행편이 마음에 든다. 결국 스탑오버로 하노이에서 3박 4일을 여행하고 파리로 아침에 들어가는 비행기를 예약한다. 혼자서의 하노이는 여행의 곁다리이기에 선택하고나서 사실 조금 망설였다. 순례자길은 목적이 있기에 혼자도 괜찮지만 하노이에서의 4일을 잘 보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낭 여행 횟수가 늘어날 수 록 준비는 점점 나태해진다. 결국 두 달 가까이되는 짐싸기를 여행 떠나는 어제 저녁에야 부랴부랴 준비했다. 물론 걷기 연습은 충분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최종 배낭 무게는 보조가방을 제외하고 7.5kg으로 준수했다.

새벽에 일어나 집사람과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배웅을 받는다. 10시 비행기이기에 7시 30분에는 공항에 들어가야 했다. 혼자하는 비행은 필리핀에 있었던 2년간 충분히 경험했기에 오히려 부담이 없다. 연휴 막바지라 많은 사람들 속에서 수속을 마치고 수화물이 없는 나는 배낭을 짊어지고 입국장으로 들어선다. 제법 많고 다양한 짐이기에 입국 심사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아무 문제 없이 탑승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은 처음으로 가장 먼저 비행기에 들어갔다. 운좋게 내가 일어나자마자 탑승수속을 시작해서 가장 먼저 기내에 입장했다. 4시간 20분의 비행이기에 창가 자리에 앉는다. 333배열인 비행기는 옆자리에 승객이 없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올 수 있었다. 빈자리가 어의 없었음에도 혼자 탑승하는 사람은 나와 옆옆자리 남자 승객뿐이었나보다. 기내에서 맥주 2캔을 마시고 영화를 한 편 보니 어느덧 하노이 근처임을 비행지도가 표시한다.


베트남은 15일간 무비자이기에 좀 처럼 줄어들진 않아 오래걸렸지만 무사히 입국 수속을 마무리한다. 베트남 돈인 '동'을 환전하지 않아 ATM에서 돈을 찾는다. 유심을 구입하지 않아 환율을 알 수 없는데 금액 단위가 커서 얼마를 찾아야하는지 알 수 가 없다. 대약 유심가격이 500,000동 이하 인걸 알았기에 일단 500,000동을 찾아본다. 유심은 4일 8Gb에 300,000동을 받는다. LTE가 잘 터져서 속도가 나쁘지 않다. 300,000동이 15,000원이다. 대략 1,000원에 20,000동이다. 그래서 1,500,000동을 더 찾아 본다. 단위는 큰데 금액은 75,000원 정도이다.

공항 왼쪽 공항 버스 정류장에서 86번 버스를 타면 30,000동에 시내로 나올 수 있다. 보스도 크고 깨끗, 친절해서 좋다. 버스 정류장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택시와 미니버스 기사들에서 호객을 당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86번 버스를 타고 차장에게 30,000동을 지불하자 내가 갈 호텔을 확인하고 지도와 간단한 베트남어 회화가 적인 지도를 주며 내릴 곳을 체크해 준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릴때도 알려주고 어떻게 걸어가야하는지도 체크해 주었다. 하노이의 인상이 좋다.


혼자 묵는 숙소이기에 저가 3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고객평이 워낙 좋아서 선택한 곳인데 시설은 조금 낡았어도 직원들이 친절하고 영어도 잘해서 만족스럽다. 숙소 위치는 호엠끼엠 호수 근처에 있고 주변에 볼곳과 먹을 곳이 많다. 시장 중간에 위치하여 찾기는 어려웠다. 물론 구글 지도 덕분에 큰 고생은 없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 상가 중심에 있는 5층 건물의 호텔이다.

일단 숙소에 들어와서 짐을 풀고 호엠끼엠 호수에 걸어가 본다. 주변 시장들도 둘러보며 걷는다. 이렇게 낮선 곳에 혼자 헤메고 있으니 우리 휘가 그리워진다. 이녀석 언젠가는 다시 나랑 장기 배낭여행을 할까? 물론 이제 집사람과 딸과 함께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이 있었으면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가 없다. 일요일 오후의 호수 근처는 관광객과 이곳의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하노이 젊은 친구들이 버스킹도하고 군무를 하는 팀도 있고 나름 북적이는 것이 재미가 있다. 호텔로 돌아오며 반미를 길거리에서 사먹는다. 쌀로 만든 바게트에 햄과 계란 등을 넣고 제법 근사하게 만들어주는데 가격은 30,000동으로 1,500원 정도이니 매우 저렴하다. 베트남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착해서좋다.

걸어다니며 신카페라는 여행사를 찾아서 내일 짱안투어를 신청한다. 하롱베이도 가보고 싶은데 편도 5시간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해서 일단 짱안으로 정한다. 아침 8시경 호텔로 픽업을 온다고 한다. 가격은 750,000동을 카드로 결재한다. 생각보다 50,000동 정도 비싸지만 2,500원 정도는 익스큐즈하기로 한다. 내일은 아침부터 짱안 투어를 다녀오면 저녁에 도착할 것이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식구들과 통화하고 반미를 먹어 별로 배가고프지는 않지만 다시 나가본다. 야시장들이 준비중이고 호수 근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주말 저녁을 즐기고 있다. 나도 베트남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엄청 달다. 베트남은 커피를 아주 달게 마신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달다. 단것이 몸에 들어가니 정신이 난다.

저녁의 시장을 둘러 다니다 노점 식당에 혼자 자리를 잡는다. 워낙 정신이 없는 곳이다. 소고기 볶음 쌀국수를 주문하고 Tiger beer를 2병 마신다. 총 100,000동으로 5,000원이다. 싸다. 맛도 우리 입맛에 잘 맞을 맛이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숙소로 돌아와 샤워 후 이글을 적는다. 사실 일기를 적을까 말까 많이 고민한다. 과연 산티아고에서도 이렇게 실시간으로 일기를 적을 수 있을까? 지금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내용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지식의 글이다. 느낌이란 배제되 마치 조서의 하루 일과를 적는 것 처럼... 하루 정도는 이렇게 늘어지다가 조금씩 여행자 모드로 적응 하겠지...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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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여름방학 둘 만 떠나는 두 번째 배낭여행이 오늘로서 마무리라고 봐야할 것이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공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정이기에 실질적으로 러시아에서의 활동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휘가 조금 더 내 힘이 필요로 할 때 힘이 되어 같이 여행하는 것,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 역시 휘와 같이 이렇게 여행함으로써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 휘는 이번 여행동안 작년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나도 크게 의지를 할 수 있어서 부자간에 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의 아들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고, 좀 더 아버지로써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빠로써 아들이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구나를 느낀다. 작년 사진과 비교해 일단 키가 이제는 나보다 커지는 시기다. 이녀석이 이제는 걸을 때 나에게 어깨동무를 많이 건다. 많이 컸다.내년에도 아빠와 배낭여행을 하겠냐는 물음에 휘는 "글쎄요."라며 회피하고 있다. 작년, 올해 모두 고생을 많이 시켜서 그런가? 아님 이제는 방학을 또래들과 즐기고 싶은 걸까? 나 역시 이제 이런 배낭여행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배낭을 짊어지고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기간이 쌓일 수 록 힘에 부침을 느낀다. 물론 배낭만 짊어지고 다닐 뿐이지 호텔에서 자고, 특별히 돈 걱정 않하고 식사를 하는 이런 여행이 과연 배낭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친구들 처럼 아끼고 많이 몸을 쓰며하는 여행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내년엔 딸을 데리고 여행을 해볼까? 아마 다음 여행부터는 조금은 더 편한 여행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아침 조식을 먹고와서 시내로 나가본다.

 블라디보스톡도 관광객을 위한 시내는 작다.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래내에 있다.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매우 많다. 러시아 여행 전체 일정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변 상가나 식당 등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많이 상대해본 노련함이 있다.

휘와 일단 독수리 전망대라 불리우는 블라디보스톡 해안가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 보려한다. 전망대까지 케이블전차가 다닌다고 읽었는데 구글 지도로 전망대를 검색하니 걸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우리 부자 그것도 모르고 걷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을 한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매우 덥다. 러시아와서 가장 더운 하루이다. 역시나 케이블전차를 타는 곳은 Golden bridge 아래 도로 근처에 있다. 다시 휘와 내리막을 걷는다. 찾기가 어려워 지나가는 러시아 남자에게 케이블전차역 사진을 보여주자 가던 길을 되돌아 한 블럭을 같이 걸어가는 친절을 배풀며 타는 곳을 알려준다. 더운데 너무 고마워 둘다 고개를 숙여 "쓰바시바" 하며 인사한다. 러시아인들 많이 무뚝뚝하지만 깊은 속내는 따뜻하고 순진하다.

전망대 올라가는 케이블전차는 인당 편도 15루불이다. 사실 올라가는 높이는 별로 높지 않다. 다만 걸어가는 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망대에 오르자 다리를 전망하며, 도시가 넓게 펼쳐진다. 오늘 시야가 좋아서 제법 근사한 풍경을 제공한다. 전망대에 오른 다른 이유도 있다. 여기 기념품샾이 물건이 다양하다고 해서 구경도 같이 할 겸 올라왔다. 물건을 구경하고 간단한 악세사리 몇 가지를 구입한다.

내려와서 버커킹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위가 온통 한국인이다. 여기 한국인이 정말 많다. 종로 버거킹인지 블라디보스톡 버거킹인지 헛갈린다. clever house에 들러 한국인들이 잘산다는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휘에게 오늘 저녁은 전통 러시아식 샤슬릭을 먹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휘가 검색하여 데리고가라고 부탁한다. 저녁 무렵 츄다데이라는 샾에 가서 구경을하고 휘가 고른 러시아식 레스토랑에 찾아간다. 나름 트립어드바이져 점수도 높은 집을 잘 골랐다. 우리는 종업원에게 샤슬릭을 주문한다.

휘는 양고기 샤슬릭이 있냐고 물었는데 종업원이 있다고해서 양과 돼지 샤슬릭을 주문한다. 하지만 양은 없었고 뭔가 주문이 꼬여 돼지 샤슬릭 하나만 주문이 들어간 모양이다. 돼지 샤슬릭 하나에 포크가 두 개 나왔다. 이런 양고기를 기다리다 아무래도 잘못된 것을 눈치 채고 재주문을 하여 하나, 하나 따로 돼지 샤슬릭을 먹는다. 사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비싸고 양도 별로이다. 내가 원한 샤슬릭은 알마티에서 먹은 바로 그 샤슬릭이었다.

휘 역시 알마티의 샤슬릭이 푸짐하고 맛도 훨씬 좋았다고 한다. 알마티 샤슬릭은 4,000원 정도에 정말 근사한 음식이 나왔었는데, 여기서 10,000원이 넘으면서 맛도, 양도, 비쥬얼도 재료 종류도 떨어진다. 다시 알마티에 가서 샤슬릭을 먹고 싶다. 물론 지금 알마티에서부터 다시 여행을 시작하겠냐고하면, 다리가 풀릴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이제 전자기기와 세면 도구만 배낭에 넣으면 끝이다. 내일 일어나 씻고 공항으로 공항철도를 타고 이동하면 저녁은 식구들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 집사람, 슬이가 보고 싶다.

휘는 러시아 불곰국 형님들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러시아 여행을 제안했을때 뭔가 미지의 세계같은 느낌으로 응했다고 한다. 사실 휘에게 '다음 여행은 아프라카?'라고 하자 눈을 반짝인다. 지금은 러시아도 사람 사는 곳이고 좋은 사람이 많은, 두려움 보다는 친근함이 남는 곳이라 한다. 중국보다는 뭔가 야생적인 혹은 남성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휘는 여전히 알마티가 가장 정이 간다고 한다. 우리 부자 여행 초기에 힘이 남아 가장 많이 돌아다녔던 곳도 알마티였고, 여러 사람과 부딪쳤던 곳도 알마티였다. 세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중간 쉼 단계였던 노보시비르스크, 바이칼의 이루크추크, 아쉬운 하바롭스크 그리고 한국인이 많아서 반가웠지만 나중엔 살짝 불편함을 느꼈던 블라디보스톡까지 우리 부자 잘 다녔다.

가장 오래 머문곳은 누가 뭐래도 기차안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모두 한 곳에서 자고, 먹고, 씻고, 싸고 1차적인 인간 활동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러시아인들은 예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생각과 실제가 많이 달랐던 사람들... 훨씬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마 다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렇게 오래 탈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겠지. 하지만 아마 평생 이렇게 오래 아들과 한공간에 의지하며 딱붙어 지내는 것은 이 기화말고는 앞으로 힘들 것이다. 좁은 기차안에 만 8일을 딱붙어 있었다. 그래서 아비로써 좋기도 했다.

아들의 청소년 시절 한 페이지를 둘만의 호흡으로 함께 할 수 있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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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소란스러워 5시도 되지 않아 눈을 뜬다. 앞자리 할머니와 손녀가 아침을 먹고, 짐을 싸고 있다. 아직 블라디 보스톡에 도착하려면 3시간도 더 남았는데... 다시 잠을 자려고 하지만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결국 6시경 완전히 일어나 씻고 창밖을 본다. 앞자리 가족은 우수리스크에서 내린다. 많은 사람이 우수리스크에서 내려서 나도 기차에서 내려 본다. 우수리스크 연해주의 도시이자 우리나라 고려인과 독립운동의 메카. 중국 하얼빈과 북한 두만강의 철로가 이어지는 중요 거점이다. 알기로 1900년대 이전에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톡을 부동항으로 개발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러시아 극동아시아의 중요 거점이었던곳. 발해의 유적이 있고 고려인 문화센타가 있는 곳으로 알고 있음에도 여행 말기인 오늘, 내일은 우수리스크를 둘러볼 기운이 나지 않는다. 여행 초기였다면 아마 오늘 부지런히 블라디보스톡을 걸어다니고, 내일 우수리스크를 둘러봤을 것이다.

이제 기차는 조용하다. 많은 사람이 내리고 종점인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사람을 제외하면 더 타는 사람은 없다. 휘와 발을 뻗고 창밖을 본다. 그래! 시베리아횡단의 마지막을 아무도 없는 방에서 우리부자만 느긋하게 즐긴다. 이제는 기차밖 풍경이 우리나와 흡사하다. 산에 자라는 나무며 풀들이 마치 우리나라 무궁화 열차를 타고 창밖을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유럽 풍경이라는 블라디보스톡이, 꺼꾸로 내려오는 나에게는 한국과 가장 닮아있는 도시처럼 느껴진다.

기차가 멈추고 내린다. 드디어 9,259km의 단일 노선을 완주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합하면 10,000km. 먼 길이다. 기차에서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건만, 어제부터 많이 지쳐있다. 아마도 여행의 끝을 바라보고 있으니 긴장이 느슨해지고 정신적으로 풀어져서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비도 살짝온다. 확실히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에서 여름이 가장 더운 도시인가보다. 비가 살짝오는데도 습하고 덮다는 느낌이다. 다른 도시들은 이런 날씨에 쌀쌀했는데... 휘에게 중학생 시절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나중에 휘가 크면 다시 이렇게 단둘이 여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과연 휘가 20대에 친구들을 제치고 나를 데리고 여행을 계획해 줄까?

호텔을 찾아간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다. 기차역 주변이 중심가이니 호텔의 위치도 좋다. 바닷가 바로앞에 제법 큰 호텔이다. 체크인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해서 휘와 아침을 먹으러 나가본다. 아침을 부페식으로 먹고 싶은 것을 고르고 계산을 하는 역앞 식당에 들어간다. 가격만 비싸고 맛도 없다. 이곳 블라디보스톡은 중국 단체 관광객의 절정이다. 다른 도시들도 많았지만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거리거리마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큰소리로 아찔하다. 더불어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다. 그렇다 보니 길에 동양인이 많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에 들어가면 온통 주위는 중국말이다. 백화점 보석 코너나 화장품 코너는 중국인이 점령했다.

블라디보스톡의 요트마리나에 가본다. 큰 마리나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요트대회에서 자주봤던 타임머신이나 티뷰론도 계류해있다. 늘 ORC 우승을 다투던 요트들이다. 이렇게 본래의 자리에서 만나니 반갑다. 확실히 블라디보스톡은 수영할 수 있는 수온을 가진 유일한 바다, 러시아인들에게는 최고의 휴양지이다. 본국내 관광객들도 많은 것 같아 모처럼 북적이는 러시아를 다시 만난다. 모스크바 이후 가장 활기있는 도시처럼 보인다. 기차에서 볼 때는 우리나라와 많이 닮은 자연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시내는 또다른 러시아이다.

1시가 넘어 체크인을 하고 룸에 들어가 샤워를 한다. 그리고 시내를 나가본다. 블라디보스톡도 사실 관광을 목적으로 찾을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다만 새로운 분위기와 맛과 풍경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느끼고, 본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큰 흥미 유발을 하지 못한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붉은광장이라고 알고있는 중앙광장은 일요일인 오늘 자동차 오디오 튜닝 경연대회를 하는지 온갖 튜닝을한 자동차들이 귀가 떨어져라 노래들을 틀어놓고 자랑들을 하고 있다. Golden Bridge 밑에도 가본다.

나도 휘도 빨리 지치는 것 같아 제대로된 한국음식을 먹고 싶다. 트립어드바이져를 통해 가장 순위가 높은 한국 음식점을 찾아간다. 식당 이름은 Korea House. 트립어드바이져의 안내가 없다면 이런 곳에 식당이 있다는 것 자체를 잘모르겠다. 물론 주인은 역시 한국인은 아니다. 우리가 들어섰을 때 딱 한자리가 남아있다. 러시아인들이 이렇게 한국 음식을 좋아했나? 메뉴판을 살핀다. 휘는 음식점에 오기전에 라면을 시켜 먹고 싶다고 했는데...

메뉴판을 보고 나는 삼겹살을 일단 2인분 시킨다. 메뉴판의 pork가 삼겹살인줄 알았는데 종업원이 삼겹살은 메뉴에 없다고 pork가 아니라 삼겹살을 원하냐고 한다. 그렇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김치찌게도 하나 주문한다. 이곳 트립어드바이져 평점이 높을 만하다. 깨끗하고 친절하다. 그리고 맛이 좋은 편이다. 모처럼 한국처럼 불판에 삼겹살을 버섯과 함께 구어서 먹는다. 휘가 첫맛을 보더니 "맛있는데요!"라고 한다. 언제 삼겹살이 맛없던적 있었냐며 한 달만에 불판이란 기구를 이용하여 고기를 구워먹는다. 러시아인들은 찌게 종류나 파전, 비빔밥 등을 먹는데 우리만 불판에 고기를 구우니 많이들 쳐다본다. 김치찌게 420루불, 삼겹살 1인분 510루불이다. 어찌보면 한국 고깃집에서 둘이 먹었을 때 가격이 더비싸다. 아무튼 모처럼 우리 부자 잘 먹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걸어오며, 블라디보스톡의 대학로 같은 느낌의 Svetlanskaya 거리를 걷고 해변까지 나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느낌으로 해변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 오니 확실이 여기는 휴양지구나라는 느낌이다. 호텔로 돌아오니 우리나라 EBS와 MBC가 나온다. 25일만에 듣는 한국 방송이다. 오랜만에 뉴스도 보고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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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으로 사진이 올라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마지막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는 날이다. 오늘 저녁 탑승으로 전구간 약 10,000km를 완성하게 된다. 오늘 아침은 느긋하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룸에서 쉬다가 나가면 된다. 8시쯤 잠에서 깬다. 휘는 벌써 깨있다. 어제와 같은 조식을 먹는다. 작년의 중국 조식에 비하면 훨씬 좋다. 커피와 빵 종류면 아침으로 충분한데, 러시아는 각종 햄과 계란, 치즈 등이 다양해서 좋다. 이곳의 조식은 러시아 온중에 가장 떨어지는 수준이다. 휘와 한접시를 해치우고 룸으로 올라온다.

휘는 오랜만에 탕목욕을 하고 11시까지 뒹굴거린다. 11시에 모든 짐을 챙겨서 프론트로 내려간다. 프론트에 짐을 맡기고 홀가분한 몸으로 호텔을 나온다. 하지만 갈데가 없다. 2박3일의 하바롭스크는 관광객에게 더이상 볼거리가 없다. 트립어드바이져를 이용해서 우리가 놓친 관광사이트가 있는지 살펴보지만 없다. 이때부터 기차타기 전까지 무료한 시간이다. 두 세번은 돌아다녔던 거리와 중요 포인트를 돌아다닌다. 영화라도 한 편 볼까하여 극장에 가본다. 가장 대사가 적을 것 같은 아이스에이지3를 보려고 했는데 오늘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이스에이지는 상영을 하지 않는다. 마트를 천천히 둘러보고, 레닌광장에서 아무르강가까지 걸어간다. 가면서 공원을 만나면 벤치에 앉아서 쉬고 움직이고 한다. 오늘은 햇빛도 따갑다. 러시아와서 별로 안탔는데 오늘 좀 타겠다. 점심은 한국식당인 Koreya로 간다. 갑자기 한국 라면이 둘 다 땡겨서 갔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라면이나 카레는 없단다. 토요일은 간단하고 싼 요리는 않하는가 보다. 결국 나는 비빔밥, 휘는 볶음밥을 시킨다. 볶음밥은 김치볶음밥인줄 알았는데 그냥 고기 볶음밥에 매운 소스를 뿌린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한국식 음식이 좋다. 비빔밥은 고추장을 더 달라고해서 김치까지 넣어 비볐는데 러시아 친구들은 아마 매워서 못먹을 것이다. 서빙보는 친구가 고추장을 더 달라고 했더니 놀라는 눈치다. 아들 볶음밥도 가장 맵게 해달라고해서 다 먹는다.

점심은 맛있게 잘먹었는데, 이제 할일이 없다. 5시간 이상을 뭘하지 싶다. 공원에 앉아서 휘와 잡담도하고 핸드폰도 만지작거리고 시간을 때운다.

5시경 Pizza Town으로 이동하여 이른 저녁을 먹는다. 8시 출발 기차이기에 피자집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아이스티인줄 알고 시킨 음료와 피자를 시키고 맥주도 두 잔 곁들인다. 7시까지 앉아있다가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고 기차역으로 와서 우리의 마지막 기차를 탄다. 4인실로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만 운행하는 열차이다. 같은 방에는 할머니와 휘 또래의 손녀가 같이 탄다. 인사하고 간단히 우리의 여정을 설명한다. 휘도 나도 많이 지치고 힘들다. 일찍 자야겠는데, 일기는 써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날림으로 글을 적고 자려한다.

내일 아침이면 블라디보스톡이고 기차에서 내리면 누가 뭐래도 우리 부자는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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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종반을 다가오고 20일이 넘어가면서 지치기 시작한다. 이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많이 덥다고 하는데 그래도 식구들과 밥먹고 쉬고 싶다. 아침 8시경 일어나 티비를 만지작 거리지만 알아들 수 있는 방송은 음악방송뿐이다.

휘와 9시가 넘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조식은 그냥저냥 러시아에서 흔히 먹던 간단한 아침이다. 빵과 야채를 조금 덜고 푸딩을 하나 선택해서 먹는다.

샤워를 하고 킥보드를 끌고 나간다. 딱히 목적지가 있느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건축양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충분히 봤기에 하바롭스크의 오랜된 건축물은 이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곳의 사람들도 왠지 앞선 도시들에 비하면 촌스러워 보인다.

Gorodskoy 공원으로 목적지를 잡고 킥보드를 타고 출발한다. 아직 하바롭스크는 이런 킥보드가 거의 없다. 성인용 킥보드를 타는 사람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는 성인들이 많이 타고 다녀서 보기 좋았는데 여기는 보편화 되지 않았나 보다. 사실 길도 킥보드가 다니기에는 보도가 매끄럽지 못하고 페인곳이 많다. 확실히 공원도 많고 사람은 많지 않아 좋다.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아무르강가에 다시 나가본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덥지 않아 좋다. 이렇게 해가 내리쬐도 많이 덥지 않다. 킥보드를 타고 있으면 사람들이 얼마냐고 자주 묻는다. 사실 말이 잘 안통해서 뭐라 얘기해 주기도 힘들다. 레닌 광장으로 이동하며 하바롭스크 시내를 다녀본다. 인구 60만의 하바롭스크는 사실 볼거리가 거의 없다. 노보시비르스크와 큰 차이도 잘 모르겠다. 시내도 작다. 지금까지 다녀본 러시아의 도시는 모두 레닌광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점심은 트립어드바이져를 확인하고 피자를 먹으러간다. 피자집은 피자만이 아니라 초밥과 간단한 일식을 겸하고 있다. 휘는 벤또를 선택하고 나는 피자를 선택한다. 둘다 맛도 있고 좋은 선택이었다. 피자집이름은 Pizza town으로 메뉴판에 주방장이 태극기와 일장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어 인상적이었고 이름이 한국인이나 고려인의 이름이었다.

점심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다. 2시가 넘어있다. 어제 맡긴 세탁물도 얌전히 올려져있다. 휘와 호텔에서 쉰다. 나는 낮잠이 들었다. 낮잠을 자고 이 동네 쇼핑몰을 둘러보기로 한다. 두 군데의 쇼핑몰을 다녔는데 모두 크기가 고만고만하고 특색이 없다. 확실히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톡에 밀려 정체되는 도시처럼 보인다. 쇼핑몰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움직이면서본 카바로브스키 극장에는 2차대전 종전 71년을 기념하는 고려인문화대축제가 8월 13일에 열린다고 한글이 병기된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런 곳에서 한글을 보고, 고려인들이 훌륭하게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저녁은 트립어드바이져에서 이곳 식당들 중 평가 3위를 한 식당을 찾아간다. 평들이 대부분 고루 좋아서 기대를 해본다. Kabachok이라는 동유럽식 식당이다. 가서 나는 치킨커틀릿을 휘는 돼지고기 볶음을 시킨다. 밥이 없어서 빵을 주문한다. 그런데 주문을 한지 한시간이 넘기고 재촉하자 음식이 나온다. 기다리느라 지쳐서 음식맛을 모르겠다. 그리고 야외 테이블은 모기가 달려들어 권하고 싶지 않다. 가격도 음식맛도 별로 였다. 차라리 점심을 먹은 곳이 더 좋았다.

9시가 다되어 걸어 호텔로 들어온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여행도 몇 일 반짝 시간내서 갈 때 신나서 여러곳을 둘러보는 것이지 20일 넘게 장기로 들어서면 경외감이나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 더구나 한나라를 너무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시내관광 위주이다보니 어느 순간 메너리즘과 식상함을 느낀다. 다음번 장기 여행은 렌트카나 손쉬운 이동 수단을 마련해야 겠다. 내가 정말 보고 싶은 좋은 풍경은 대중 교통이 미치지 않으면 움직이기 쉽지 않다. 다음번 장기 여행 프로젝트는 꼭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리라 생각해 본다.

내일은 저녁 8시경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간다. 밤에타서 아침에 내린다. 이 구간을 이용하면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전구간을 타보게 된다. 나의 버켓리스트 중 하나를 완성한다. 한국의 어머니와 집사람, 딸이 보고 싶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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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경 눈을 뜬다. 화장실이 고장 났는지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려 일어난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옆 칸을 이용한다. 결국 내릴 때까지 우리칸의 화장실은 이용불능이다. 덕분에 세수도 양치도 못한다. 능숙하게 침구를 반납하고 우리가 내릴 하바로프스크역에 내린다. 여기 시간은 이제 한국과 같다. 다시 6시간을 거슬러 동진한 것이다. 이제 집에 갈 때까지 한국과 동일한 기간대에 들어섰다. 자동으로 시차 적응을 할 수 있겠다. 하바로프스크는 블라디보스톡과 함께 러시아의 극동 전진기지이자 극동 러시아의 최대 도시이다. 더구나 중국과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국경도시이다. 그럼에도 우리칸에는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놀랐다. 대부분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모양이다. 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하차 인원도 대도시라는 생각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아파트형 숙소는 취소하고 몇 일전 역 옆의 호텔로 변경하였다. 아파트형 숙소에서 음식도 해먹고 빨래도하고 하는게 좋았을지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처음 생각한데로 아파트형 숙소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역에서 나와 100m이내에 숙소가 있다. 그건 참 맘에 든다. 배낭과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8시도 되기전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물어보니 당연히 안된다. 짐을 맡기고 휘와 오슬로 킥보드를 타고 시내로 나가본다.

어라! 킥보드를 끌고나오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킥보드도 맡기고 우산을 들고 나온다. 3일을 샤워도 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해서 떡져서 모자를 썼다. 빨리 샤워하고 싶다. 이루크추크에서도 제대로된 샤워를 못해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역 앞의 긴 공원을 걷는다. 공원이 마치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을 관통하고 긴데 이름도 없다. 러시아는 곳곳에 좋은 공원이 많은 것이 부럽다. 일단 목적지를 하바롭스크의 자연사,향토사 박물관으로 잡는다. 공원 끝에 있는데 공원 길이가 2km는 되는 것 같다. 공원중간에 중앙시장의 입구가 있어서 어슬렁 거려 보지만 아침 일찍이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한다. 공원의 끝이 아무르강변과 맞다아있다.

이 아무르강은 남으로 내려가며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으로 가변 이 아무르강은 중국은 쑹화강, 우리에게는 흑룡강이라는 이름으로 변한다. 강폭은 한강보다 넓어 보이며,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강변을 따라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낚시를 하고 있다. 하바롭스크는 이 아무르강과 우수리강이 합쳐지며 국경으로 변하기 전에 가장 넓은 삼각주에 위치하는 최대 도시이다. 중국과 국경을 인접해서인지 중국계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알기로 고려인 후예들도 많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한국 국적의 교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강변을 휘와 걷다가 다시 도심으로 나온다. 박물관은 10시부터 개관이기에 아침을 사먹으려고 하는데 대부분의 식당이 10시나 11시 오픈이다. 그 흔한 KFC나 Subway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길거리 핫도그를 2개 사서 아무르스키 동상이 있는 작은 광장 벤치에서 먹는다. 이 아무르스키는 동시베리아 총독으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처음 건설 계획한 사람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 부자 기차도 잘타고 왔고 이렇게 옆에서 핫도그도 먹는다. 10시가 되어 박물관에 간다. 입장료는 인당 350루불이며, 두 개의 건물을 이용할 수 있다. 입구에는 중국인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몇 있다. 특히 한국에서 오신 듯한 아주머니들이 계셔서 놀랐다. 이런 아침부터...

첫 건물의 박물관은 자연사를 주제로 화석과 동물 박제 등을 전시하였고, 두번째 건물은 이곳 하바롭스크의 과거 주인인 동양계 원주민들의 생활상과 의류, 도구 등을 전시하고 러시아의 유입과 발전상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땅의 주인은 몽골과 거란, 말갈계 유목 민족이었을텐데, 일제시대에는 많은 독립투사들께서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준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알렉산드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산/사회주의자 여성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반혁명군에 아무르강변에서 총살당하고 버려진다. 아마 암살 전지현의 모델이었을지도... 그래고 하바롭스크의 중심가는 독립운동가 김유천 장군을 기려 김유천거리가 있다. 하지만 박물관은 그다지 특색이 없고 유물도 큰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없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둘러보니 내부 전시물은 거의 둘러 보았다. 휘와 이제 호텔로 들어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좀 씻어야 겠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중앙시장에 들러본다. 고려인의 영향으로 시장안에는 김치와 고사리나물, 콩나물무침, 깍두기 등을 팔고 있다. 이곳으로 또 더한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 되었을 우리의 선조들...그리고 이 척박한 곳에서 일가를 이뤄 이제는 고려인, 4, 5세들이 이렇게 한국을 잊지 않고 한국 음식을 만들고 팔고, 사먹고 있다. 나라가 힘이 없을 때 가장 불쌍한 것이 국민들 아니겠는가! 김치를 보니 저녁은 꼭 한국식당에서 먹자고 휘와 약속한다. 휘는 친구들 기념품을 사주고 싶다는데 정말 마땅한 것이 없다. 집에 식구들도 뭐 사줄게 있을까 살펴보지만 역시나 없다. 러시아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으면 차량이 무조건 정차해야하는가보다. 우리가 횡단보도에 서기만하면 모든 차량들이 멈춘다. 횡단보도 건널 때 안심이 된다. 여지껏 러시아의 모든 곳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차량들이 먼저 멈춰줬다.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들어와 샤워를 한다. 룸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만족스럽다. 호텔 프론트에 세탁서비스를 묻는다. 세탁기가 있냐고 물었을 때 3, 5층에 있다고 해서 양말과 속옷까지 가지고 3층에 가봤으나 다림질 시설 뿐이다. 메이드 아주머니에게 몸짓으로 물어보니 날 1층 프론트로 데려간다. 프론트 직원의 영어를 바라는 것 같은데, 프로트 직원의 영어도 사실 별로라서 결국 서로 모두 몸짓이다. 결국 세탁기는 없단다. 아주머니가 세탁 서비스를 해주고 300루불을 달란다. 그게 편하겠지...결국 우리돈 5,000원 정도를 주고 모든 빨랫거리를 맞긴다.

저녁은 한국식당에 가기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 위치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한인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구글지도에서 찾기 힘들다. 결국 부산식당이라는 곳을 찾았다. 역 근처인 숙소에서 2.5km정도 거리이다. 휘와 열심히 킥보드를 타고 가본다. 이런! 문이 닫혀있다. 몇 일 내부 수리던지 아님 휴가 기간인 것 같다. 휘가 엄청 실망한다. 재빨리 트립어드바이져를 열어서 한국식당을 검색한다. 어라! 숙소 근처에 Korea라는 Korean restaurant가 있다. 다시 숙소로 이동하여 식당을 찾는다. 좀 외진 곳이지만 깨끗한 식당을 찾았다. 가서 메뉴를 확인하니 한국인이 운영하는 전통 한국식은 아닌 모양이다.

비록 노래는 한국음악을 틀고 티비는 한국 사진들을 보여주지만 아무도 한국말은 모른다. 그리고 손님도 모두 러시안이다. 한참을 메뉴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가장 실패 확률이 적은 부대찌게와 제육볶음을 시키는데 제육볶음은 주방장이 안된단다. 결국 돼지고기 볶음을 시켰는데, 돼지갈비살을 양념해서 통으로 구워 내왔다. 맥주 한 병을 시키고 공으로 주는 보리차를 두 잔 마신다. 김치, 마늘쫑 등 밑 반찬과 함께 아들과 둘이 밥 세 공기를 먹는다. 물론 휘가 두 공기를 먹는다. 한국인 입맛엔 별로 이지만 여기는 어디까지나 현지인을 위한, 이곳에 맞게 변화된 한국식당이다. 이런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계 곳곳의 일식, 중식당을 보라. 모두 일본인, 중국인이 운영하는 집이 아니다. 오히려 현지인이 운영하는 집이 더 많다. 한국식 식당이라고 해서 꼭 한국인 입맛에 맞을 필요는 없다. 현지인들에게 맞으면 좋은 것이다. 그것이 한식의 세계화가 아닐까? 우리는 이런 비슷한 맛을 내는 식당에도 만족한다. 가장 맵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한국에서 먹는 정도의 매움이거나  오히려 덜 맵다. 이렇게 저녁을 먹고 1,500루불을 지불한다.

다시 킥보드를 밀며 숙소로 돌아와 휘와 누워서 각자 편안히 쉰다. 내일은 뭘할지 특별히 정한 것은 없다. 내일일은 내일 일어나서 정하기로 맘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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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오늘도 기차안에서 눈을 뜬다. 기차의 흔들림과 달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8시가 넘어 있지만 깨어 있는 사람은 이 객차에서 3사람 뿐이다. 나도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신다. 특별히 할 것 없는 여유있는 아침이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휘는 계속 자고 있다. 어차피 일어나도 할 것이 없기에 깨울필요도 없다.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도 더 좋아지겠지.

밤사이에 앞자리 주인은 두 번이 바뀐다. 모두 조용한 남자들이 조용히 누웠다 나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앞자리에 아무도 없다. 오늘은 좀 편하게 가려나 보다. 휘도 일어나고 기차는 계속 달린다.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에도 제법 내린다. 덕분에 창밖의 풍경은 우울하고 차분하다. 어제는 하루 종일 멋진 풍경을 보여 줬고, 오늘은 자작나무와 소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어제의 풍경에 비하면 오늘은 볼 것이 없다. 책을 보거나 만화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어차피 인터넷이 되지 않기에 핸드폰은 금새 질려버린다.

낮에 옆에서 한참을 같이 온 모녀가 내릴 준비를 한다. 이르쿠추크에서부터 같이 왔으니 꽤 오랫동안 옆자리 였다. 그녀들이 내리는 적은 2분 정차하는 작은 역이다. 굿바이라고 서로 인사를 한다. 완전히 시골이다. 모녀가 책도 많이 읽고 교양있게 행동해서 도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다니러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작은 마을에서 내린다. 러시아의 이런 작은 마을들은 3G도 터지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꽤 심심한 마을 일 것 같다. 모녀가 내리고 우리 앞과 옆까지 아무도 없다. 우리 부자가 6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 칸을 점령한다. 오후 동안 다른 좌석들도 빈좌석들이 꽤 생긴다. 대부분 각자 알아서 잠을 자거나 낮말을 맞추고 핸드폰을 드려다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 정차한 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탄다. 결국 우리 앞과 옆자리까지 모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도착하는 하바롭스크에서 다같이 내리겠지. 앞자리는 모녀와 손주까지 3명인데 5살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가 꽤나 번잡스럽다. 초코과자를 하나 주니 받아서 열심히 먹고 열심히 돌아다닌다. 아이 엄마는 그 또래의 남자애들 엄마처럼 꽤나 신경질적으로 아이를 다루고 있다. 천방지축 남자아이 그렇게가 아니면 통제가 힘들 것이다.

오늘의 기차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좀 더 긴 무궁화호 열차를 탄 느낌이었다. 이제 내일 하바롭스크에서 내려 다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하는 10시간 정도의 기차를 타면 시베리아횡단열차라고 흔히 말하는 러시아 횡단 열차를 완성한다. 정말 큰 나라이다. 작년 중국에서는 늘 고속 열차를 타고 이동해서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열차는, 우리 부자 참 긴거리를 여행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느낌 뿐만 아니라 실제지만.

오늘은 정차하는 역도 별로 없었고 정차해도 2분 정도였다. 내일은 하바롭스크이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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