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 기차에 올랐다. 맞은 편에 앉은 조용한 아주머니와 내 일정을 이야기하고(물론 손짓발짓으로) 글을 작성하고 누우려고 하는데 아주머니는 다음역에서 내리고 술이 취한 듯한 한무리의 남자들이 탔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와 아들이 내 앞에 자리를 잡는다. 휘는 잠이 들었고, 그 아저씨 나에게 이름이 무엇이냐며 반갑게 악수를 청하고 러시아말로 한참을 중얼거린다. 물론 나는 한마디도 못알아 듣는다. 그리곤 잠이들었다.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난다. 급할건 없다. 어차피 일어나도 누워도 기차는 하바로프스크로 나를 데려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휘와 아침을 챙겨 먹는다. 나는 빵을, 휘는 도시락 라면을 선택한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한다. 휘는 전자책이나 만화책을 본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앞에 아저씨는 신나게 자더니 일어나 동료들과 한참 이야기하며 먹으며 지낸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 계속 동료들과 보드카를 먹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웃으며 매우 친근하게 이야기하는데 알아들 수 가있나. 다만 술꾼이라는 것은 알겠다. 정류장에 잠시 서면 같이 담배피러  가자고하고 자꾸 악수하자고 하는 것도 습관이다. 그러더니 동료들과 투닥투닥한다. 아~ 시끄럽고 번잡스러워서 내려줬음 좋겠다. 다행이도 12시쯤 치타역에서 내린다. 시끄럽던 동료들도 모두 내린다. 아마 동네 사람들끼리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나보다. 나보고 먹으라고 빵도 2개 주고 가고 먹던 음료수도 몽땅 두고간다. 빵이야 손을 안댄 것이니 먹겠지만 음료수는 어쩌라고... 결국 음료수는 내가 버려주는 꼴이된다. 기차 출발전 아래를 보니 손자 주려고 산 것인지 메이드인차이나가 뚜렷한 옆구리에 끼고탄 비비탄 총 장난감 박스가 보인다. 이것도 두고같네... 역무원에게 두고 갔다고 하지만 어깨만 으쓱할 뿐이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하자 역무원이 뛰어와 장난감을 들고는 간다 아마 찾으러 왔나보다. 출발하는 기차에서 장난감 상자를 던진다. 술이 왠수다. 그 아저씨 일행이 내리자 역무원과 옆자리 아줌마도 좋아라한다. 그 후에 다른 덩치 큰 아저씨가 앞에 탔는데 타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다.

열차는 계속 달리는데 숫자가 낮은 002호의 이기차는 전에 탔던 기차들에 비해 정차하는 정류장 수가 적은 것 같다. 아마 큰 역만 정차하는 열차인 듯, 4, 5시간에 한 번 정도 정차하는 것 같다. 이루크추크 이후부터 열차밖 풍경은 아주 근사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 구간은 밤 기차여서 자느라 잘 모르겠고, 모스크바에서 노보시비르스크의 구간은 산은 없고 평지만 있었는데 기찻길 주위로 자작나무가 풍경을 방해해서 볼거리가 별로 없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이루크추크는 아주 넓은 평야와 밀밭의 천지였다. 산도 나무도 거의 없었다. 오늘자 이루크추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의 구간은 장관이다. 높지는 않지만 근사한 산과 하천과 강 그리고 푸른 초원이 같이 존재한다. 이렇게 멋진 곳에 사람사는 집은 가끔보이는 아주 작은 마을을 제외하면 없다. 이렇게 근사한 곳을 사람손이 닿지 않고 있으니 깨끗하고 근사하다. 아마 우리나라였으면 이런 여름에 온갖 피서인파와 장사인파로 장사진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커서야 장사진을 이룰 인구도 부족하겠다.

기차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으면 조용하고 각자 할일을 찾아 할 뿐이다. 러시아인들은 낮말퍼즐이나 카드놀이 등을 하고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사람이 많다. 물론 대부분 뭘 먹고는 바로 누워서 자고들 있다. 우리 부자도 간식 조금 먹고 자고, 책보고, 핸드폰을 만진다. 앞자리 새로운 아저씨는 조용한 사람인 것 같아 다행이다. 앞자리 동료의 복이 제일 큰 것 같다.

오후 쯤 이루크추크에서 같이 탄 학국인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에게 가본다. 탈 때 옆 칸에 탔는데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가서 별일 없냐고 묻고 아들과 20일째 여행중인데, 그래도 한국 남자 동료가 있는 것 처럼 말 걸어주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보지 않을 것 같아서 와봤다고 했더니 앳되보이는 여학생들이 고마워한다.괜한 오지랍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심적으로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무슨일 있으면 서로 도와주자고 이야기하고 돌아왔다.

저녁으로 나는 도시락 사발면을 먹고, 휘는 주정꾼 이저씨가 준 빵을 먹어보더니 너무 맛있다고 두 개를 모두 먹어치운다. 방금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어서 70루불에 하나 사준다. 쥬스도 다 먹어서 객차에서 차장에게 150루불을 주고 오렌지 쥬스와 과자를 한 봉지 구입한다. 사실 객차 담당직원이 150루불어치를 사주면 객차와 책차사이에서 담배를 피게 해주겠다는데, 사실 안사도 필 수 있는 걸 알지만 어차피 사려했기에 반 농담으로 웃으며 사준다. 오늘 실적이 모자른가~

블라디보스톡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유럽과 가까운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가장 젠틀하고 세련됐었고, 점점 중앙아시아와 중국, 몽골과 가까와지며, 중앙에서 멀어져서 그런지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나 매너가 거칠어진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정은 더 깊은 것 같아보이기는 하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기찻길로 9,250km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대략 700km정도 되니, 이 여정을 마치면 아마 10,000km를 기차로만 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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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새벽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비가 내렸다. 낮잠을 잔 탓인지 잠이 잘오지 얺는다. 휘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이내 잠든 듯하다. 10시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8시 전에 일어나야하는데 빗소리에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어제 저녁 휘와 별무리를 보려고 했지만 새벽에 비가 오려고 그랬는지 하늘을 구름이 덮고 있어 별은 보지 못했다. 떠나는 오늘 아침이 되서야 파란하늘을 보여준다. 멀리까지 보이고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더 없이 훌륭하다. 오늘 하루 더 여기 머물렀다면 제대로된 별똥별을 볼 수 있었을텐데...휘에게 은하수를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나오지 않던 더운물이 오늘 아침에야 나온다. 머리만 감으려고 갔다가 더운물이 반가와 어제 오후에 찬물로 샤워를 했음에도 훌렁벗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고 휘에게 빨리가서 샤워를 하라고 한다. 여기 공동 샤워장은 나쁘지 않은데 그동안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 여간 불편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긴다. 그리고 언제 밥을 먹을지 알 수 없으니 조식을 챙겨 먹는다. 귀리같은 곡물에 약간의 우유와 먹터를 얹어준다. 마치 우리가 먹는 버터 간장밥 같다. 물론 간장대신 타락이 들어간 것 같다. 휘는 느끼하다고 몇 숟가락 먹고는 이내 케익조각을 먹는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다. 이런! 그동안 먹었던 숙소내 식사들이 모두 별도의 돈을 받는다. 어쩐지... 체크 아웃을 하고 정원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린다.

우리 버스가 왔다고 해서 버스에 오른다. 오늘 버스(택시)는 올때의 현대 카운티보다 좋다. 차량도 신형이다. 그리고 어제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중국 가족이 또 이 버스를 태워 달라고 숙소 주인과 기사에게 떼를 쓰는 것 같다. 버스는 한 참 지연된다. 그런데 오늘의 짜증이 여기서 시작이었다. 결국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기사는 중국인 가족 3명을 태운다. 다른 숙소도 돌며 한국인 청춘남녀를 태우고 마지막 러시아인 한 명을 태우려는데 자리가 없다. 기사는 사무실에도 가보고 하면서 오버부킹이 되었다고 자신들끼리 또 러시아 승객들 끼리 말을 하는 것 같다. 버스는 우리 숙소로 되돌아 간다. 중국 가족들은 숙소로 돌아간다고 자신들이 내리게 될 것 같은지 부부는 계속 자신들 끼리 떠들고 있다. 그런데 기사가 나와 휘를 내리라고 한다. 응? 왜 내가? 화가 난다. 난 어제 아침에 예약을 했는데 왜 내가 내려야지... 기사와 숙소 오피스로 같이 간다. 가서 왜 나냐고 따져 묻는다. 이 차를 못타면 큰일이 난다. 기차는 예약을 해 놓았고 이 기차를 놓치면 더 이상 몇 일 이상 기차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면 여기서 모든 여행을 중단하고 그동안 예약된 모든 내역이 취소되고 여기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있기나 한지 알아봐야 한다. 절대 이 버스를 놓치면 안된다. 숙소 주인은 나와 휘가 아니라고 기사에게 말하고 같이 버스로 가서 그 중국인 가족에게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들이 예약을 안해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인 가족은 딸을 무릅에 앉혀 가겠다며 러시아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괘씸하다. 첫날 올 때부터 나에게 피해를 주더니 어제는 어두운 길 에스코트도 해주고 했는데, 우리 가족 내리는데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이면 처음부터 딸을 그냥 무릎에 앉혀 가겠다고 할 것이지... 부하가 한 참 치밀었다. 우리가 그렇게 잘해줬는데...결국 자신들의 이익이나 편의가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1시간30분 쯤 달려서 선착장에 도착하는데 그 대기하는 차량의 줄이 어마하다. 배는 한 번에 10대 내외로 선적을 하는데 한 번 갔다오는데 최소 30분이다. 30대가 줄을 서있으면 운이 좋아야 1시간 30분이다. 현재 100대도 넘게 줄을 서있다. 그런데 버스는 왜 별도의 줄에 세우냐는 것인지, 러시아인들끼리 싸움이 났다. 차들이 못가게 막고 난리다. 결국 우리 버스도 피해를 본다. 결국 선착장에서만 거의 2시간 가까이 지체한다. 그리고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평원과 언덕길... 우리 처음 버스를 탔던 곳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간이 넘게 걸렸다. 피곤하다. 버스 타는 것 때문에 신경쓰고, 배 타는 것에 신경쓰고 했더니 녹초다. 기차는 누워서 편안히 가면 되는데 버스는 꼼짝없이 앉아서 비포장 도로는 먼지를 마시고, 덜컹거리고 힘들다. 휘에게 기차타기전 한국 음식을사주고 싶은데 인터넷은 되지도 않아서 어디서 어떻게 역에 가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짐은 많고 오늘따라 덥고 진퇴양난이었다. 기차 탑승까지 3시간 정도 남아있기에 일단 한 숨을 돌리고자, 휘에게 버스터미널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다. 휘도 좋다고 한다. 인터넷이 되면 한국식당을 검색해서 가까우면 데려가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한다. 듬직한 휘는 지도 힘들텐데 내색 한 번 없이 잘따른다. 휘와 푸드코트에서 고기 볶음밥과 닭다리 모양으로 생긴 닭요리를 먹는다. 일단 밥을 먹으니 힘이 생긴다. 아침 조금 먹고, 점심은 선착장에 둘이 빵사먹은게 다니 휘는 배가 고팠을거다.

저녁을 먹고 트렘을 타고 이르크추크 역으로 온다. 휘는 앉쳐두고 발권을 하고, 슈퍼에 가서 기차에서 먹을 음식과 간식을 구매한다. 오늘타면 8월4일에나 내릴 터이니 그것도 한짐이다. 그래도 열차번호가 좋아서(002, 러시아 기차는 번호가 낮을 수록 신형, 물론 가격도 조금씩 더 비싸다.) 깨끗한 열차이지 싶다. 기차가 들어오고 이젠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내리는 것이 러시아 사람들보다 익숙하다. 짐을 보관함에 넣고 꼭 필요한 것들은 쉽게 손이 닿는 것에 놓아둔다. 새 침대 시트 세트를 받아서 능숙하게 정리한다. 휘는 씻고 잘 준비를 한다. 기차에 오르니 맘이 편안하다. 확실히 여행에서 기차에 있는 동안이 가장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어머니나 집사람은 지루하고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데, 전혀! 기차가 가장 편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기차는 출발하고 사람들은 잠에 들었다. 나도 피곤해서 이쯤하고 자야겠다. 이르쿠츠크에서는 3G가 잡혀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었는데 이글과 사진들을 과연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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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이곳 데이터 유심이 3G를 잡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렵다. 아침에 사진을 올려보려고 하였으나 역시나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어제 보다 더 느려서 검색도 힘들다. 오늘은 늦잠을 좀 자본다. 조식은 관두기로하고 휘를 조금 더 재워본다. 아침 10시가 넘어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빗방울이 비친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하늘도 흐려서 잿빛이고 물안개인지 시야가 뿌엿다. 바이칼은 쨍한 날이길 바랬는데 어제나 오늘 모두 시야가 터지지 않아 아쉽다.

이곳에서 별로 할 일은 없다. 섬투어를 진행한다는데 우리는 투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어제 처럼 버스를 타고 비포장을 하루종일 다니며 좋은 뷰포인트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하루를 온전히 써야한다. 점심도 주고 가격은 1,000루불과 800루불 짜리가 있는데 별로 비싸지는 않다. 하지만 지친 휘를 좀 쉬게 해줄 필요가 있지 싶다. 몸보신도 시켜주고 싶은데 여기 식당도 제대로 된 곳이 거의 없다. 다음에 만약 차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온전히 일주일 정도를 이곳에 쓰고 싶은 곳이다. 개발이 전혀되지 않은 조금은 불편하지만 때뭍지 않은 곳이다.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나가 본다. 나가기 전에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내일 10시에 이르크추크로가는 버스를 불러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아주머니는 알겠다고 한다. 내일 10시에 버스를 타면 될 것이다. 문을 연 것처럼 보이는 식당도 별로 없고 마땅치도 않다. 한 음식점에 들어가 본다. 메뉴판을 가져다 주지도 않는다. 내가 카운터에가서 메뉴를 자져와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본다. 생선으로 빚은 만두탕과 어제 저녁으로 먹은 감자수플레와 생선완자튀김 그리고 바이칼에 오면 먹어봐야 한다는 오물구이를 먹어본다. 오물은 여기서 잡히는 생선인 것 같다. 맛이 우리나라 청어나, 꽁치 구이와 비슷하다. 휘와 맛나게 먹는다. 그리고 어제 가본 뷰포인트에 가고 오늘은 해변을 걸어본다. 해변 곳곳에 이곳으로 피서를 온 러시아인들 혹은 세계각지에서 온 젊은이들이 쳐놓은 텐트촌을 지나간다. 텐트가 많지도 않고 조용한 것이 정말 우리나라와 다르게 캠핑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 처럼 좋은 장비에 의리의리하게 쳐놓지는 않았지만 나름 실속있고 재미있어 보인다.

해변은 많지 않은 사람과 안개로 조용하고 깨끗하다. 사람과 소들이 함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곳곳의 소똥만 피하면 된다. 나와 휘도 맨발로 걸어보고 발도 적셔본다. 차갑다. 이런 수온을 잘도 들어가서 노는 사람들이 3명 쯤있다. 이들도 역시나 추운 걸까. 다들 모래사장에서 선탠중이다. 이곳 해변에는 왠 굴뚝달린 트럭들이 해변에 주차를 하고 있다. 나는 캠핑족이 해변에 차를 주차한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차 바닦에 장작을 때고 있다. 응? 이 차량은 이동형 사우나이다. 돈을 내면 주인이 차 밑에 불을 지펴주고 사람은 트럭 안으로 들어가 한증막을 하고 나오는 것이다. 물이 차서 그렇게 드려가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확실히 아이들은 신나하고 어른들은 누워서 일광욕을 즐긴다. 이곳은 한국과 다르게 파라솔이 없다. 파라솔을 피는 사람도 없고 그냥 누워있는다. 물론 오늘 같은 날씨는 해가 강하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지만 해가 강하면 필요할 텐데. 비는 오지 않기로 했는지 흐리지만 해가 난다. 해는 나지만 이 안개는 어쩔 수 없다.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정체를 모르겠다.

휘와 숙소로 돌아와 쉰다. 낮잠도 좀 자고 다른 방의 서양인들처럼 그냥 쉰다. 중국인 관광객만이 아침 일찍 나가서 수다를 떨며 저녁에 돌아온다. 낮에는 조용히 책을 보거나 앉아있는 여기 현지인들 뿐이다. 그 틈에 우리도 있는다. 6시가 조금 넘어 식당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신다. 마시면서 인터넷을 확인하니 이곳 와이파이가 어제와 다르게 조금 빠르다. 사진을 하나 올려봤더니 올라간다. 그래서 그제와 어제 일기에 사진을 올리며 저녁을 먹겠냐는 주방장의 물음에 고맙다고 쓰바시바를 말해본다. 식당에 이곳 동양계 러시아로 보이는 마치 고려인처럼 보이는 여자애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까레아라고 하자 영어로  North or South를 묻는다. 그래서 물론 남한이라고하고 너 북한사람 보적있냐고 되 묻는다. 그녀도 없다고 한다.나 역시 없다고 말해준다. 저녁은 닭고기국과 귀리로 만든 밥에 고기를 얹어 덮밥으로 먹는다. 나름 맛이 있어서 휘는 모처럼 깨끗이 먹는다.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가 저녁 마실을 나가 본다. 휘가 모처럼 입맛이 돗는 듯해서 니키타에 가본다. 휘는 저녁거릴 사주고 나는 맥주나 한 잔 할까한다. 니키타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보니 모두 음료나 맥주를 먹고 있다. 메뉴에 식사는 없다. 기껏해야 샌드위치 정도이다. 그래서 휘와 그냥 나온다. 나와서 어둑해진 거리를 걷다가 아침을 먹은 식당에 들어간다.

휘가 다른 메뉴를 찾아내서 통닭을 한마리 시킨다. 1kg에 350루불이라고 적혀있고 1kg이 넘어서 400루불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잘됐다. 휘를 위해 한마리 시킨다. 먹을 때 실컷 사줘야한다. 우리는 저녁 먹은지 2시간만에 '큰 닭을 그릴로 구워서 냉장을 시킨 닭을 오븐에 살짝 익혀 조금 차가운 치킨'을 먹는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우리와 숙소가 같고 버스도 같이 타고온 중국인 가족이 저녁을 먹고 있다. 들어오면서 서로 인사는 했다. 휘와 닭을 먹고 있는데 술취한 2쌍의 러시안이 불을 끄고 미러볼을 돌리며 일행중 한 사람이 생일인지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른다. 통닭 먹다 봉변이다. 음악을 크게 틀고 춤들을 추기 시작한다. 옆 중국인 아저씨도 끌려나가 춤을 춘다. 웃기는 상황이다. 밥을 먹는 테이블도 있는데...돌아가는 미러볼과 큰 음악 소리에 닭다리가 어디있는지도 헛갈린다. 역시나 이 큰 닭을 저녁까지 먹고 다 먹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휘가 꽤 잘먹었다. 산만스러운 식당을 나온다. 맥주와 환타까지 포함해서 500루불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러시안은 춤들을 추고 술취해 소리를 지르고 놀고있다. 앞서 먼저 나간 중국인 가족이 있다. 밖은 어두워서 주변 분별이 힘들다. 여기 가로등도 없다. 해가 떨어지면 암흑이다. 중국인 가족이 같이 가도 되냐고 묻는다. 아줌마가 서툰 영어로 투게더 고를 외친다. 밤길에 무서웠나 싶다. 그래서 나와 휘가 핸드폰으로 후레쉬를 켜주고 같이 걷는다. 숙소까지 10여분은 걸어야 한다. 후레쉬가 없으면 걷기 힘들 정도로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다. 걸으며 중국인 부부가 어디사람이냐 아들이냐를 묻는다. 물론 대충 알아듣고 그쪽도 대강 분위기로 알아듣는다. 남자가 중국에 와봤냐고 묻기에 작년 갔던 중국 도시를 읆어주니 좋아한다. 시안을 이야기하자 자신들이 시안에서 왔다면 엄청 반가워한다. 한국 최고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냥 느낌이다. 시안을 이야기하자 급 친해진다. 딸은 영어로 몇 살이냐고 묻자 에잇이라고 말한다. 우리딸과 같다.

숙소로 돌아와 연신 고맙다고 쉐쉐를 반복한다. 별말씀을... 다른 중국인 6명이 내일 가는 버스표를 구했냐고 묻기에 오늘 아침에 카운터에 이야기해서 구했다고 했더니 자신들은 자리가 없다고 했나보다. 오전에 일찍 말해 놓길 잘했다.

이렇게 올혼의 오늘도 지나가고 내일 밤은 다시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50시간을 넘게 달려 하바로프스키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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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일기를 작성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자려고 준비중이었다. 앞에 세 청년이 가방에서 먹다 남은 진을 꺼낸다. 한 잔 하겠냐고해서 좋다고 나눠 마신다. 그래봐야 각 한 잔이다. 그리고 다른 친구가 러시아식 맥주를 먹어보았냐고 해서, 하나 남아있던 맥주를 꺼냈더니 그건 러시아 맥주가 아니란다. 자신이 남은 러시아 맥주를 한 캔을 꺼내어 또 나눠먹는다. 러시아 맥주는 맥주라기 보다 흡사 와인에 가까운, 예전에 내가 맥주 만들어먹을 때 탄산화가 덜되어 곡물과 과즙의 향이 남아있는 맛이다. 그렇게 맥주도 나눠 먹고 한 친구가 식당칸 가서 한 잔씩만 더하잔다. 마다할 이유가있나! 휘까지 데리고 5명이 식당칸으로 이동한다. 이미 여러 자리에서 맥주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첫 잔은 내가 사겠다고하니 다들 각자 계산 하자고 한다. 그들이 고르는 맥주를 한 병씩 마시고 아쉬워 한 병씩 더 마신다. 내 평생 가장 많은 영어를 떠든 순간이었다. 한국의 교육 문제부터 여러가지 이슈를 다뤘는데 뭔 정신에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휘와 같이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기분이 좋아져 내가 계산을 해버렸다. 1,500루불 정도 였으니 별로 비싸지도 않다. 한국 전통은 형아가 계산하는거라는 말과 함께. 그 친구들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 33살이라고 한다. 혹시 블라디보스톡에서 다시 만난다면 나를 술을 사줘서 복수하겠단다. 이미 12시가 되어가고 식당 칸에도 우리 외에는 없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리로 들어와 눈을 감는다.

아침 7시에 눈을 떠야하는데 그게 걱정되서인지 1시간 마다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한다. 중국처럼 깨워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이 알아서 일어나야 한다. 결국 6시경 일어나 씻고 내릴 준비를 한다. 어제 같이 술자리를 한 동료들도 내릴 준비를 한다. 항상 헤어지는 것이 어색하다. 남은 여정 안전하라고 말하고 악수를 하고 기차에서 헤어진다.

10시전에는 바이칼의 섬인 올혼(알혼)섬에 들어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10시 이후에는 버스가 없다고 인터넷에서 본 것 같다. 기차역 앞 트렘 정류장에서 4a트렘을 타라고 본 것 같고 구글도 그렇게 지시하는데 트렘을 3대나 보냈는데도 모두 1번 트렘이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니 1번도 간다고 나온다. 이런...처음부터 자세히 볼 걸.

1번 트렘을 타고 중앙시장 앞에서 내린다. 시장앞이 버스터미널이다.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 것인지 몰라 서성이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올혼에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숙소 이름을 묻고 따라 오라고 한다. 길 옆 올혼으로 가는 현대 카운티 차량이 서있다.

차량은 사람들이 가득 차있고 우리가 들어가니 곧 출발한다. 휘와 나는 보조 의자에 앉는다. 다른 사람들은 차량이 다 찰 때까지 1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다가 다른 두 사람을 더 태운다. 캐나다 대학생인 남자들로 오랫동안 여행중인지 수염과 장발이다. 휘는 예수님인줄 알았단다. 그들은 차에 타자 남은 보조의자 2자리 인것을 알고는 쉣을 외친다. 그렇게 우리는 만석이된 카운티를 타고 6시간을 넘게 달린다. 아스팔트길도 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꽤 덜컹거린다. 내 시계의 만보계가 내가 걷는 중인 줄 알고 카운트를 하고 있다...

차는 포장도를 3시간 가까이 달려 한 휴게소에 내려준다. 얼마나 쉬는지도 모르는 우리 부자는 다른 승객에게 얼마나 쉬는 거냐고 묻자 그들도 모른단다. 내가 기사가 다먹나 않먹나 지켜보고 잇어야 겠다니까 그렇꺼 같다고 같이 웃는다. 일단 아침도 먹지 않은 우리 부자는 샤슬릭과 고기 만두식 음식을 하나씩 340루불에 먹는다. 한참 먹는데 버스가 떠난단다. 1/3 정도를 남기고 버스에 올라탄다. 다시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쯤 달려 선착장에 도착한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기사는 멍하니 있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우리 부자는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여 차는 차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배에 올라 섬에 도착하면 버스를 다시 타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양 애들보다 눈치껏 움직인다. 배에 타는 요금은 내지 않는데 배가 그렇게 크지 않아 한 번에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 버스류와 승용차류를 분류하여 1:1비율로 탑승 시킨다. 당연히 버스 대수가 적기에 우리는 다음 배에 바로 승선 할 수 있었다.

배가 들어오기 전까지 휘와 나는 선착장 옆 언덕에 올라 본다. 이곳이 정말 호수란 말인가! 그냥 바다다. 파도까지 치는 갈매기도 있는 바다라고는 몇 천키로미터 밖에나 있는 내력 중간에 바다가 있다. 바닷물이 짜지 않을 뿐이다. 이런 호수가 세상에 있다니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긴 올혼섬도 호수 옆에 있는 작은 섬인데 그 크기가 제주도의 절반이라고 한다. 호수안에 있는 섬이 제주도 절반만하다! 세계에있는 민물의 1/5이 이곳에 있는 물이라고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아마 우리나라라면 이런 호수를 가지고 있다면 벌써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비포장 도로라니 아마 섬까지 다리도 놨을 것이다.

섬에 도착하여 버스에 다시 올라다니 비포장 도로를 끊임없이 달린다. 주변 풍경은 윈도우XP 바탕화면이 끝없이 펼처져있다. 골프채를 들면 그냥 골프장이고 눈이 있다면 그냥 스키장이다. 나무는 하나도 없고 녹색 잔풀들만이 있을 뿐이다. 겨울에 오면 얼마나 장관이고 추울까!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서 차로 들어 올 수 있다고 한다. 바이칼호는 최대 수심이 무려 1,500m가 넘는다고 한는데...호수에는 세일링 요트들까지 떠다닌다. 왠만한 서해나 남해보다 세일링 수역이 좋다.

그렇게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드디어 숙소앞에 다다른다. 우리가 버스에 타기전 미리 숙소를 말해 놓아서 숙소 앞에 내려주고 버스 요금을 지불한다. 버스 요금은 인당 800루불로 15,000원 정도이다. 6시간 30분을 넘게 달리고 숙소앞까지 데려다 주는 요금이니 수긍이 간다. 이곳으로 이동하는 버스는 모두 800루불이라고 인터넷에서 확인했다.

우리를 따라서 우리 뒤에 탓던 중국 부부와 딸도 여기서 내린다. 나는 먼저 숙소로 들어가니 사무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내 중국 가족이 들어와 중국말로 이것저것말하는데 작년에도 느꼈지만 중국인들은 남이 알아듣건말건 막무가내 중국어이다. 좀 있다가 다른 6명의 중국인들이 오고 난장판이 된다. 주인 아주머니가 돌아오고 이미 먼저 들어온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 아줌마들이 달려들었다. 설상가상 다른 중국인 단체팀이 또 들이닥친다. 이 숙소가 중국에 많이 알려졌나보다. 처음 내가 예약하려한 니키타라는 처음부터 이곳에서 호스텔을 하는 곳은 모든 룸이 이미 예약이 되어있어서 여기를 잡은 것인데, 이렇게 러시아와서 중국말을 듣게될 줄은...우리 부자까지 도매금으로 중국인 취급이 되었다. 6명이온 중국인들은 이곳에서 6명을 예약받고 5명이 잘 수 있는 방밖에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난리가 났다. 3명의 가족은 2인실을 보여준 모양인데 거긴 안된다고 난리이다. 결국 주인 여자는 넑을 놓았고, 우리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주인은 러시아말로 고객은 중국말로 서로 떠든다. 결국 우리방을 보여주는데 실망스럽다. 그래도 일단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갑자기 여러명이 날타날 줄 몰랐던 걸까? 우리방 양 옆으로 결국 중국인 6명 중 4명을 2명씩 방을 주고 한 방은 따로 주었나보다.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와서 방을 바꿔 달란다. 휘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가만보니 그쪽 방이 더 좋은 것 같아 일단 방이 어떤지 확인한다. 어~우리방보다 훨씬 크고 좋다. 나는 못이기는 척 방을 바꿔준다. 중국인들은 연신 쉐쉐를 연발한다. 사실 우리가 더 득봤는데...

휘와 동네를 구경간다.집사람에게 잘도착했다고 통화를 한다. 이곳의 풍경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근사하다. 휘는 자꾸 바다와 헷갈린다. 수평선 멀리 땅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와 똑같이 모래 해변 아니 호변에는 사람들이 선탠과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휘와 나도 물에 발을 적셔본다. 차다! 수온이 바다와는 다르게 차다. 내친김에 세수도 해본다. 마셔도 될만큼 깨끗하다는데, 이동네는 살짝 물이끼가 보여서 마시긴 좀 그렇다. 하지만 1급수라고 하니 엄청 깨끗한 물이다. 민물이서 물놀이를 해도 개운할 것 같다.

일단은 워낙 오기 힘들었어서 숙소로 돌아와 조금 쉰다는 것이 7시가 넘어서까지 잠을 자버렸다. 8시가 다되어서 휘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중국인들은 숙소내 식당에서 식사를 마무리 중이다. 휘와 나는 나가서 맛난걸 먹을까 싶어 걸어나가다 아까 본 봐로는 제대로된 식당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 힘든데 그냥 숙소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돌아간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가니 주방장이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 저녁 시간은 7시란다. 뭐지? 싶어 생각하니 여기 숙소 아침 뿐아니라 저녁도 준다. 결국 감자국과 감자수플레, 물고기완자 튀김과 빵을 얻어 먹는다. 생각보다 맛이 있다. 덕분에 저녁을 공으로 먹었다. 생각보다 여기 숙소 괜찮다라는 생각이 든다. 2박3일에 겨우 3,600루불에 예약한 숙소인데 매 2끼를 챙겨주다니... 차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있다.

저녁을 먹고 휘와 잠깐 산책을 하고 돌아와 나는 일기를 쓰고 휘는 누워서 쉬고 있다. 오늘은 이동하느라 지친 하루이다. 일찍 마무리하고 자야겠다. 낮에는 인터넷이 못쓸 정도는 아니다 싶었는데 저녁되면서 속도가 죽어 거의 쓰기 불가능할 지경이다. 사진이 문제가 아니라 이글이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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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기를 작성하고 11시 경 기차역으로 이동하였다.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나는 기차 시간과 탑승구를 확인하고 휘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한국말로 물어본다.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런데 영락없는 이쪽 러시아 사람 얼굴이다. 한국말 잘한다고 했더니 한국에서 일했었다고 한다. 7년 6개월 있었고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었다. 그 사람 내가 꽤나 반가웠나보다.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 찍었던 사진이랑 자신이 가본 곳을 쭉 이야기 한다. 한국에서 돌아온지 7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여전히 한국말을 잘한다. 사실 갑자기 한국말로 친근하게 다가와서 경계를 좀 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이, 한국 사람을 봐서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한국에서 꼭 다시 찾고 싶은 전 회사 동료가 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찾을 수 가 없다고 한다. 하긴 그사람 이름도 모른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D&G라는 회사라는데 잠깐동안 느린 인터넷으로 찾아보려해도 쉬 찾아지지 않는다. 아쉽게 전에 일하던 회사를 찾아주지 못한다. 찾았으면 로드뷰로 보여주려고 했는데... 현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오면서 노보시비르스크를 경유하는 모양이다. 휘는 한국말하는 외국인이 신기해서 신이나있다.

기차는 정확한 시간에 플랫폼에 도착한다. 약 50분간 정차하는 사이 자리를 잡고 새 시트들을 받아서 깔아놓는다. 우리 앞자리가 출발하기 조금 전까지고 아무도 없어서 편안하게 가나보다 했는데 러시아 젊은이 3명이 가장 늦게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시트를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일단 휘나 나나 몹시 피곤하다. 기차가 춟발을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눕는다.

우리 객차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탄 사람들을 배정해서 다들 늦게까지 잔다. 나도 8시가 넘어서 일어난다. 커피 한 잔 만들어서 마시고 있으니 사람들이 그제서야 일어나서 씻고 먹고하는 통에 분주하다. 휘는 10시가 넘어서 일어난다. 녀석 꽤 피곤했나보다. 우리 앞의 젊은 청년들은 각자 자신들이 먹고 싶은 것들을, 각자 배낭에서 꺼내 혼자 먹는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 모여서 함께 먹지 않고 알아서들 먹는다. 저녁 먹을 때까지 각자 먹는다. 나는 휘를 깨워서 어제 마트에서 구입한 사과파이와 제과빵을 먹는다.

먹고나서 앞에 청년들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영어로 물어보니 이 친구들 영어를 곧잘한다. 영어를 이만큼하는 일반 젊은 러시아인들은 처음이다. 우리와 같은 이루쿠츠크로 간다고 한다. 그들은 5일 일정이라고 한다. 3명이 한 달동안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여행하는데 모스크바에서 기차로 바로 노보시비르스크로 온것이 아니라 둘러둘러 온 모양이다. 노보시비르스크까지 15일만에 왔다고 한다. 나보고 모스크바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몇 시간 만에 왔냐고 해서 대략 50~60시간 걸렸다고 했다. 한 친구는 여러나라를 여행한 모양이다. 작년은 마카오, 홍콩, 대만이 나와 겹친다. 어쩌면 스치면서 봤을 수도 있겠다. 나보고 북한은 여행해 봤냐고해서 남한 사람은 북한에 갈 수 없다고 말해준다. 이친구는 북한을 가본 모양이다.

내가 가진 보드카를 털어서 아침부터 나눠마신다. 그래봐야 남은게 각 2잔 남짓이지만... 좋아하면서 마신다. 자신들의 집에서 가져온 담근 음료(술)이라며 권해서 한 잔 마신다. 아침부터 독주가 조금 들어가니 몸에 혈액도 도는 것 같고 나른한게 좋다.

기차에서는 사실 글을 쓸만한 이벤트가 별로 없다. 대부분 점심을 먹고는 낮잠에 빠져든다. 나도 2시간 정도를 푹잔다. 점심은 사발면, 저녁은 물을 부으면 걸죽한 감자죽이되는 즉석 식품을 먹는다. 이거 고기도 들어있는 것이 맛이 괜찮다. 다음 기차에도 꼭 사가지고 타야겠다.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 밤사이 8시간 이상을 달리고 보는 눈 앞의 창밖은 그동안의 러시아와 또 다르다. 모스크바에서부터 노보시비르스크까지는 넓은 초원과 습지대였다면 여기서부터는 언덕과 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이 보이기 시작하니 계곡물도 보이고 마을도 더 많아진 느낌이다. 평원에 촌락을 이루지 않고 언덕위에 촌락을 이루는 이유는 멀리서 오는 이방인을 살피기 위해서 일까? 풍경이 바뀌니 꽃들도 더 많아지고 전나무와 소나무들이 한국과 다르게 곧게 자란다. 자작나무와 그외 침엽수과 나무들이 높고 곧게자라는 것이 보기 좋고 목재로써 쓸모도 많을 것 같다.

넓은 평야와 언덕에는 황금색 밀밭들이 장관이다. 밀밭들이 너무 커서 그 크기가 도저히 감안이 안된다. 저 큰 땅을 어떻게 추수하려나...추수를 끝낸 밭도 많이 보인다. 흡사 골프장을 기차로 둘러보는 느낌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푸른 자연들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기차는 어느덧 8시가 넘어가고 다들 편안한 자세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조용히하고 있다. 내일은 아침 7시30분 경에 이루크추크에 도착하고 바로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올혼섬에 가야한다. 내일도 이동이 많은 일정일 것 같다.

크라스노야르스크12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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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시비르스크를 떠나는 날이다. 오늘은 밤에 꿈을 매우 많이 꿔서 2시간 마다 깼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니 9시가 넘어 있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되어있는 시계를 보니 5시경이다. 일단 휘와 조식을 먹으러 나간다. 11시쯤 체크아웃을 해야하니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면 얼추 시간이 맞을 듯 싶다.

역시나 이곳 호텔의 조식은 좋다. 달걀과 소시지, 야채 등을 담고 커피가득 한 잔 가득 담아온다. 우유가 들어간 듯한 스프와 시리얼도 챙겨본다. 휘는 어제 부터 먹는게 부실하다. 이 녀석 잘먹어야 버틸텐데... 룸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긴다. 특별히 들은 것도 없는데 은근히 챙겨야할 짐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쓰임을 받지 못한 물건은 카메라다. 배낭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는 한 번도 햇볓을 보지 못한다. 핸드폰이 가장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스냅 사진으로는 핸드폰이 월등히 편하고 갤럭시 s7은 찍힘도 잘 찍힌다. 두루마리 휴지를 오전에 메이드에게 새 것을 하나 받아 놓았다. 열차에서 휴지가 꼭 필요하다.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이고, 사실 정차하는 역 매점에도 팔고는 있다. 이번에는 방에 슬리퍼를 넣어주지 않아서 챙기지 못했다. 호텔에서 나눠주는 슬리퍼 기차에서 아주 요긴했는데...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카운터로 나간다. 

역시나 별 표정이 없는 카운터 여직원들... 원래 이 곳 서빙하는 혹은 서비스직에 있는 여직원들이 표정들이 무뚝뚝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라가 크니 지역마다 사람들의 성향도 조금씩 다르겠지...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도 지역마다 편차가 얼마나 심한가! 짐을 러기지룸에 맞기고 휘와 킥보드만 타고 밖으로 나와 본다. 오늘 늦은 기차이기에 도시를 둘러보기로 한다. 오늘은 우리가 온 중 가장 더운 날씨다. 해가 나니 한국보다야 시원하겠지만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나타난다. 움직이다 보니 레닌광장이다. 도시의 중심이고 많은 길들이 레닌광장을 중심으로 뻗어나가 있다. 레닌광장 앞 공원 밴치에서 시간 많은 여행자 부자는 한 참을 앉아 있는다. 다시 움직이다 보니 어제 왔던 정교회성당이다. 다시 공원에서 앉아 쉰다.

2시쯤 호텔 앞 KFC에 온다. 러시아 KFC는 야외석을 준비하고 있다. 담배 피는 사람도 많고, 워낙 야외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하는 것을 즐기는 민족이라서 그런 것 같다. 우리도 버거와 음료를 사서 야외석에 앉는다. 이곳 참새와 비둘기는 학습이 되었는지 우리가 앉자,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남은 음식을 호시탐탐 노린다. 감자튀김이라도 하나 던져주면 난리가 난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에는 KFC에서 캔맥주를 팔았었는데, 요즘도 파는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생맥주를 2종류나 팔고 있다. 그래서 맥주 한 잔 사놓고 야외에 앉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휘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또 돌아다닌다. 결국 거의 중심가는 다가본 것 같다. 조금 더 외각으로 갔더니 아파트도 많고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들도 많았다. 여기도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곳인가 보다. 새로짓는 건물과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많이 눈에 띄인다. 5시가 넘어서 이곳 노보시비르스크는 그만 둘러 보기로 한다. 거리로는 가장 많은 곳을 살펴 본 도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글을 보고도 관광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면 바보일 것이다. 물론 외곽으로 더 나갈 수 있는 기동력이 있다면 다른  좋은 곳이 있을 수도 있다. 시내 중심을 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 2층 한적한 로비에서 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나 역시 뉴스를 보거나 여유를 갖는다.

7시경 1층의  beerman & Grill이라는 레스토랑을 들어간다. 푹신한 소파에서 한 참을 앉아있을 생각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세다. 나는 중국식 고기 국수와 볶음밥, 휘는 스파게티를 시킨다. 그런데 이곳 서빙하는 직원들은 더 무뚝뚝하고 서빙의 기본이 않되어 있다. 손님이 불러도 못본척하거나 느릿하게 움직인다. 이쯤되니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아님 중국이나 몽골인이라고 무시하나라는 생각마져 든다. 사단은 고기국수를 2/3쯤 먹었을 때 난다. 입에서 씹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서 뱉어보니 얇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즉시 매니져를 불러서 스프에서 이런 것이 나왔다고 따져 묻는다. 영어는 전혀 않되는 이곳 직원들은 러시아말로 뭐라고 하는데 뭐라는지 알 수가 있나! 됐고 먹던 국수를 줘버렸다. 그리고 났더니 다른 음식도 입맛이 달아난다. 조금씩 남긴다. 매니져는 메뉴판을 가져와서 케익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 원치 않느다고 말한다. 재차 권하기에 짜증나는 어투로 I don't want!라고 강조하여 말한다. 의외라는 표정이다. 암만해도 내가 중국식 음식을 시켰으니 중국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기 호텔도 중국에서 기차로 넘어오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제법 있다. 아무튼 식당 종업원들이 '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말로 수근거린다. 오래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그냥 일어나야 겠다. 사실 휘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을 부탁했는데도 없다고 잘라서 말해 빈정이 좀 상해있는 상태였다. 설마 핸드폰 충전기가 없으려고...계산서를 달라고하고 국수 가격은 못내겠다고 했다. 영수증도 국수 가격은 빠져있었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나와 맡긴 배낭을 찾고 2층 로비로 올라와 이글을 쓰고 있다. 잠시 후 11시경 역으로 기차를 타러 갈 것이다. 이미 기차표도 발권을 해서 천천히 가도 된다. 기차는 12시 탑승이다. 토요일 아침에  이루크츠쿠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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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행의 중반을 넘었다. 총 27일의 일정 중 14일이 지났으니 중간을 지나는 시점이다. 이쯤되면 여행에 회의도 생기고 집이 그리워 진다. 노보시비르스크가 일반적인 도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 조금 실망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충분히 다녀 본다면 어떤지 결론이 나겠지. 아무튼 일정을 조금 수정하고 싶어 졌다. 하바롭스크를 통과하고 이루크츠크 알혼섬 일정을 늘리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해도 기차표가 없다. 바이칼호가 있는 이루크츠쿠는 러시아인들도 꼭 가고 싶어하는 휴양지이다보니 성수기인 8월 초의 기차는 모두 만석이다. 인터넷에는 표가 없어도 역에 가면 있지 않을까하고 역에 가보지만 역시나 해당 날짜에 기차표가 없다. 결국 원래 일정대로 알혼섬에서 2박3일 하바롭스크에서 2박3일을 그냥 진행해야겠다.

모스크바 시간에 몸이 적응을 하여 아침에 10시를 15분쯤 남겨두고 기상을 한다.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다시 몸을 이 곳의 시간에 적응해야 한다. 조식을 먹으러 급하게 나가 본다. 조식시간이 10시까지가 아닐까 염려를 해보지만 11시까지이다. 지금까지 갔던 러시아 호텔 중에 가장 좋은 조식을 제공한다. 제법 근사한 뷔페의 느낌을 낸다. 연어지만 회까지 있다. 하지만 입맛이 썩 좋지는 않아서 몇 가지를 담고는 그만둔다. 아침부터 무리하긴 그렇다.

아침을 먹고 룸으로 돌아와 오늘은 킥보드를 타고 온도시를 싸돌아 다녀보기로 한다. 노보시비르스크에도 지하철이 다니지만 오늘은 이곳의 간단한 지도를 얻어서 우리발로 돌아보기로 한다. 타보니 킥보는 걷는 것에 비해 같은 시간에 3배는 거리를 더 가는 것 같고, 힘은 절반 정도 드는 것 같아 효율이 좋다. 여행 다닐 때마다 가지고 다닐까 생각이들 정도이다.

일단 부활러시아정교회성당에 가본다. 성당 바로옆 공원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당은 엄숙하고 신실하다. 사람들은 성호를 그으며 성당 앞에서 부터 경건한 몸가짐을 유지한다. 나는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가 성당의 할머니께 지적을 받는다. 성당내부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벽화와 천정화가 그려져있다.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잠시 경헌한 마음으로 서 있다가 나온다. 내부 촬영은 그 엄숙함에 시도도 하지 않았다.

다시 레닌 광장으로 이동한다. 광장의 동상과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페라 극장을 둘러본다.

구 러시아 제국의 지리학적 중심지라는 성니콜라이 성당을 보고 계속 이동한다. 곳곳에 공원이 있어서 참 좋다. 러시아도 시내 곳곳에 걸인들이 있다. 걸인이 없는 나라가 몇 북유럽 국가 말고는 없을 것이다. 휘와 이동하면서 저 걸인도 어려서부터 거지는 아니였을 텐데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덧 오비강 고수부지이다. 고수부지는 시민들 산책로와 놀이기구를 즐기수 있는 크지 않은 놀이공원이있다. 한쪽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 킥보드로 묘기를 연습하고 있다. 여기는 화장실이 15루불이다. 강 건너편에 강변 백사장도 보인다. 물놀이를 할만큼의 날씨와 수질은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다.이렇게 돌아다니니 노보시비르스크의 모든 관광지를 다 돌아본 셈이다. 물론 걸었으면 완전한 하루치였갰지만 관광도시는 분명히 아니다. 이곳은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도, 또한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관광객이 없어서 인지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는 사람을 무려 3명이나 만났다. 내가 완벽히 현지인 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이곳의 대형 마트와 맞은편 재래시장을 가본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이 곳 대형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다. 물론 한국식 식료품이나 과자 등은 빼고. 재래시장은 어디나 비슷하게 진행된다. 그래도 여기 러시아는 재래시장도 건물안에 있다. 다수의 노점이 모여있는 재래시장은 못봤다. 재래시장에서 물건들을 구경한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물가보다 싸다. 고기는 보통 1kg에 5~6,000원 정도이고 과일이나 채소도 저렴하다. 다만 물고기 특히나 바다 생선은 구경하기 힘들다. 연어가 가장 흔한 생선이다. 시장에서 호두와 캐슈넛을 300g에 250루불에 구매한다.

저녁 생각이 없다는 휘 때문에 마트에서 짜장 라면과 사과파이를 산다. 휘는 냄비가 없는데 짜장라면을 어떻게 끓여먹느냐고 한다.

나는 뽀글이로 끓여서 물을 빼고 춘장액상을 넣어 비며 먹는 법을 알려준다, 입맛 없다고 하더니 하나를 뚝딱 먹어 치운다. 사과파이도 50루불의 가격에 아주 맛난다.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외국의 저렴한 이런 빵들이 반갑다. 호텔 옆의 마트는 가격도 저렴하고 물품도 다양해서 내일 기차 타기전에 장을 여기서 봐야겠다. 맥주도 캔 1리터짜리를 나는 여기서 처음 봤다. 이렇게 노보시비르스크의 두 번째 날도 저물어간다. 내일은 밤늦게 기차를 타고 29시간을 달려 이루크츠쿠에 간다. 이루크츠크에서 다시 버스로 6시간 달려 알혼섬에 들어가기에 내일 일기를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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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이 기차를 내리는 날이다. 꼬박 49시간을 탄 것인데, 시차를 감안하면 53시간이 된다. 노보시비르스크는 모스크바와 시차가 3시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4시간의 시차가 난다. 내가 잘못 안 것인지 인터넷이 잘 못 알려준 것인지...덕분에 한국과 2시간 시차이다.

막상 기차의 화장실을 써보니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물론 80여명의 사람이 볼 일과 씻는 일과 컵 등을 설겆이하는 일까지 따지면 항상 화장실은 사람이 있다고 봐야겠지만 일찍 씻고 늦게 씻으면 큰 불편함은 없다. 뜨거운 물은 항상 펄펄 끓는 물을 준비해 놓기 때문에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시기에 뜨거운 물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 같다. 중국도 그렇고 차문화 발달한 문화는 뜨거운 물을 얻기 쉽다.

앞의 초등학생 남자아이 둘을 데리고 탔던 가족은 밤 12시쯤 기차에서 내리고 2, 3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여자애를 데리고 부부가 앞자리에 탄다. 그 때 나는 몇 가지 도움을 주고는 누워서 잠이든다. 자리 잡느라고 부시럭 거리는 소리, 꼬마 여자아이의 울음 소리가 귀찮게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크게 무리 없이 잠이 든다. 아침에 깨어보니 5시경이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씻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본다. 커피 한 잔을 타서 두 시간 가량 넋 놓고 창밖을 본다. 어느 덧 기차에서의 하루 일과가 됐다. 모두 자고 있는 시간에 날이 밝아서 창밖이 잘보이는 조용한 이시간이 가장 좋다. 지금까지 2일을 넘게 기차는 달리고 있는데 창밖은 변함이 없다. 도대체 산이라고는 아직 못봤다. 그러고 보니 알마티 이후로 산을 본 기억이 없다. 이놈의 나라는 평원만 있다. 가끔씩 보이는 민가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 장소에 10여채의 집들이 모여있는 정도이다. 가끔 큰 마을이나 도시가 나타나 기차가 정차하여 내려보면 우리나라 소도시 보다도 작아보인다. 가끔 기차 창문까지 말린 생선이나, 간식거리, 과일, 기념품을 팔기 위해 장사치들이 들락거린다.

아침은 간단한 빵과 말린 빵을 먹는다. 점심은 정차한 역사에서 피자빵을 사서 휘와 먹는다. 맛은 별로 없다. 다음에 기차를 타게 되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이제는 눈에 보인다. 그리고 밖에서 사는 것과 역 플랫폼 매점에서 사는 음식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편안하다. 구지 무겁게 물과 음료를 잔뜩 사가지고 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역무원이 식사 시간이면 빵 종류를 다양하게 가지고 다니며 판다. 물론 역무원실에서 과자며, 음료, 컵라면까지 팔고 있다. 적어도 돈만 가지고 탄다면 굶지는 않아도 된다.

도착하기 3시간 전쯤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다. 빨리 내리고 싶다. 목표점에 다가와 오니 내리고 싶은가보다. 기차안이라 운동량은 거의 없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거나 누워서 책이나 만화를 보거나 자거나, 먹거나 그 것들 중 하나이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앞에 여자아이는 번잡하다. 그 만할 때의 휘나 슬이가 생각난다. 그래도 여자이이(이름을 잊었다)는 내가 웃거나 표정을 지어주면 까르르 웃어서 예쁘다. 그래도 정류장에서는 3G가 터져서 잠깐이라도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갑다.

여기 시간으로 6시가 넘어서 기차에서 내린다. 짐을 챙겨넣고, 기차에 타면서 보급받은(물론 미리 기차표를 구매하면 같이 결재한) 수건, 배개보, 침대커버, 덮는커버를 반납한다. 일단 노보시비르스크는 기차를 50시간 타고오면서 본 가장 큰 도시처럼 보인다. 왠지 갑자기 시내에 온 것 같은데 잠깐 둘러본 봐로는 사실 알마티 보다도 시골이다. 큰 오비강을 끼고 있는 강변 도시이기도 하다. 역을 나와서 호텔을 찾아보니 역 앞에 노보시비르스크에서 가장 큰 건물처럼 보인다. 4성급 호텔임에도 그렇게 정이가는 호텔은 아니다. 일단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해야 할까 무뚝뚝하다고 해야 할까, 좀 인상이 좋지 않다. 물론 4성급 호텔이니 영어는 어느 정도 한다. 트윈 침대를 미리 예약했음에도 킹사이스 원 침대 밖에 없단다. 그럴리가... 아무튼 서비스는 4성급이 아닌 2성급이다.

일단 모레 밤늦게 다시 기차를 타고 이루츠크로 떠난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제법 큰 도시에 유서가 있는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는 동안 보았던 조용하고 휴양지에 가까운 도시에서 묶는게 좋았을 것 같다. 도시가 우중충한게 특색이 없다. 물론 내일 돌아다녀봐야 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이 있다. 러시아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격차가 심해지는 느낌이다. 휘는 알마티가 가장 정이 갔다고하고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가장 맘에 들었다.

휘와 오랫동안 기차안에서 빵쪼가리와 사발면을 먹었으니 맛난걸 먹어보자고 제안한다. 왠지 힘도 들어서 호텔내 레스토랑을 갈지 호텔 옆에 있는 스시집에 갈지 결정을 하라고 했더니 스시로 결정을 한다. 제법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다. 스시(그래봐야 진짜 회가 아닌 초밥이고 그 것도 김밥과 연어를 얹은 것과 장어를 얹은것이 다지만) 세트를 주문하고 휘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면요리를 주문한다. 일본식 라면이다. 나는 베트남 비빔 쌀국수를 주문한다. 스시는 일반적인 맛이었고 바다가 먼 이곳에서 신선한 생선은 무리일 것이다. 라면은 의외로 괜찮았다. 베트남 쌀국수는 별로였다. 생맥주 두 잔과 콜라 한 병을 먹고 1,500 루불을 지불한다. 현재 환율로 28,000원 정도이다. 둘이 잘먹고 내일 비가 오지 않는다면 킥보드를 타고 시내와 강변을 나가 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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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끊임 없이 달린다. 새벽 두 시경 정차한 역에서는 여러명의 승객이 탑승하여 짐을 옮기고 침구를 정리하느라 소란하다. 잠을 깨다가 자다가 반복이다. 어차피 자고 싶으면 언제든지 잘 수 있기에 특별히 잠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다. 5시경 눈이 떠져서 더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혼자 일어나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처다본다. 여전히 자작나무와 참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가끔씩 터져나오는 평야와 한적한 시골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침에 이런 풍경을 커피 한 잔과 함께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20대 중반, 돌아가신 아버지가 50대 중반인 시절에 같이 한 달 정도 이렇게 여행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아버지와 기차에서 보드카도 한 잔 하고, 러시아 남자들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신나게 웃으시며 가시는 모습이 상상이 됐다. 넓은 벌판을 보며 '저런 좋은 땅을 얘들은 왜 버려둔다니, 콩이나 깨라도 심지...'라고 말씀하실 것 같았다. 정말로 아버지와 여행하고 싶어지는 아침의 창 밖이었다. 과연 휘가 나중에 아빠와 그렇게 여행 할 때가 가장 행복했었는데라며 그리워 할까?

우리 앞에 모녀는 10시 쯤에야 기상한다. 휘와 나는 비스킷과 음료로 아침을 대신한다. 러시아 기차 안은 중국 기차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소리를 죽인다든지,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던지- 것 같다. 특별히 요란하지 않고 양보를 잘한다. 이 기차에는 총 3개의 콘센트가 있고 남들을 위해 잠깐씩 여러번 충전하는 것 같다. 우리 부자는 보조 배터리를 충분히 가져와서 콘센트 쟁탈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한국에서 누군가 온다면 멀티탭을 가져 온다면 모두들 좋아했을 것이다.

휘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누워서 다시 잠들기도 하면서 특별할것 없는 기차 여행을 하고 있다. 기차내에 기차 시간표를 미리 핸드폰으로 찍어놓고 정류장에 얼마나 정차하는지 확인한다. 오래 정차하는 역에서는 모두들 내려서 기지개도 켜고 먹을 것도 사먹는다. 점심은 간단한 빵과 초콜릿 음료를 휘와 사먹는다. 간식은 기차가 무려 50분을 정차하여 역사 밖으로 나가 야채와 감자빵을 사와서 먹는다. 이렇게 길게 정차할 때는 아예 역 밖에서 식사를 하고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차 근처에서 배회한다.

우리 앞의 모녀는 예카테린부르크 역에서 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내리는 것을 보니 제법 유명한 피서지인 듯 싶다. 오면서 보니 호수가 넓게 펼쳐져있다. 모녀도 Hotels.com 바우처를 인쇄해서 보는 것을 보니 호텔을 예약하고 가는 모양이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았는데 누가 우리 앞에 올지 걱정이 된다. 휘가 러시아 말로 '여행잘하세요'라고 '우다츠노버 뿌쪠쉐스뜨비야"라고 말하자 서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 4학년 남자 둘과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우리 앞으로 왔다. 한녀석의 이름은 샤샤. 러시아인들도 영어를 전혀 못하니 기본적인 대화도 힘들다. 좀 소란스럽긴하지만 우리가 사발면을 먹는 것을 보고는 자신들도 사발면을 먹고는 8시도 되지 않아서 누워서 자려고들 한다. 내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2시경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이니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가 넘어서 일 것이다. 기차는 잘달리고 있고 기차안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류장에 잠시 섰을 때 일기를 올려야 하는데 사진을 같이 올릴 만한 시간이나 속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30분 정차하는 역에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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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탑승하는 날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넘어오는 기차는 러시안 대륙 횡단 열차로 치지 않는다고 한다. 거리가 700km정도 여서 그런가 아님 수도인 모스크바까지를 종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가?

11시  체크아웃하고 기차역으로 이동하면 된다. 아침이 급할 건 없다. 카잔스키야역은 호텔에서 지하철로 4정거장 정도이고 13시08분 열차이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휘와 8시경 킥보드를 타고 공원에 나가본다. 공원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움직여 본다. 이 공원 참 매력적이다. 일요일 아침의 공원은 산책나오거나 운동 나온 사람들이 간간히 보일뿐 정막하고 조용하다. 이제 모스크바와도 작별이다. 사실 모스크바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은 아니였다. 마치 삶의 현장 같은 느낌이었고, 수도 답게 물가도 높고 사람들의 표정도 사무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우리가 있는 동안 계속 비가 오며 흐려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 졌는지 모르겠다.

카잔스키야역으로 구글 지도를 앞세워 이동한다. 배낭은 더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무거워진다. 크게 늘어난 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마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겠지. 카잔스키야역에 도착하여 익숙하게 자동화 기기로 발권을 하려 했으나, 어라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자동화 기기가 다르다.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이 역이 아니란다.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가라는 시늉을 한다. 휘와 다시 이동한다.

이번은 맞는 것 같다. 자동화 기기에서 발권을 하고 휘에게 대합실에서 대기하라고하고 48시간을 먹을 음료와 사발면, 빵 등을 보러간다. 역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무언가 역이름이 생소하다. 카잔스키야역이 아니다. 다시 대합실로 들어가 다른 경비원에게 물으니 카잔스키야역은 길 건너편이란다. 이런, 다시 휘와 걸어서 이동한다. 이 곳에 기차역이 무려 3, 4개가 모여 있나보다. 그런데 영어로 역이름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정확하다. 우리가 타고갈 열차가 대합실 안내판에 반짝인다. 역 2층으로 올라가보니 각종 음료와 과자를 팔고 있어서 구매를 한다. 러시아는 카드 사용을 많이 해서 잔돈을 준비하느니 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편하다. 휘와 도시락 사발면 4개, 빵 종류 2개 음료수 2병, 그리고 물인줄 알고 산 탄산수 2병, 일반물2병을 구매한다. 기차안에서도 살수있다고하니 큰 걱정은 없다.

12시 30분쯤 탑승하라는 안내를 보고 우리가 탈 열차를 1번 플랫폼에서 탄다. 20칸은 매달고 가는 것 같다. 우리는 18번 객차로 3등칸이다. 약 70~80명이 누워서 가는 곳이다. 우리 맞은편에는 러시아 모녀로 보이는 가족이 탄다. 털복숭이 아저씨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몇 가지 말을 나눴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니 좀 제한적이다.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간다고 하고 내 일정을 담은 지도를 보여주니 엄지손가락을 펼쳐보인다. 딸에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어쩌면 또라이들 이라고 했을 수도...

기차안은 덮다. 2층 침대에 누운 휘는 아주 시원하다는데, 내자리 1층은 엄청 덮다. 이 열차 에어컨은 켜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1시간쯤 열차를 타자 모든 사람들이 누워서 자기 시작한다. 밤에는 어쩌려고 그러는지... 나도 슬그머니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약 2시간을 자고 사람들이 분주한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보니 모두 내리려하고 있다. 아마 20여분 정차하는 모양인데 내려서 기지게도 켜고 담배들도 피려는 모양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엄청나게 담배들을 피니... 앞에 모녀도 틈만나면 둘이 담배피어 나간다. 휘는 아랑곳 않고 자고 있다. 나도 따라 내려서 담배 한 대 핀다. 이름 모를 역에 내리자 장사꾼들이 커피잔, 전등갓, 찻잔셋트 등을 팔러들 나와있다. 기차역에서 이런 것들을 왜 파는지 모르겠으나 선물용으로 사가라는 것인가 보다. 또 의외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물과 기념품을 파는 사람도 있다. 마치 우리 예전의 기차역에서 머리에 다라이를 이고 옥수수 등을 파는 광경처럼 보인다.

기차는 계속 달린다. 뜨거운물은 언제든지 받을 수 있기에 커피도 한 잔하고, 컵라면도 끓여 먹는다. 기차 풍경밖은 자작나무와 전나무 숲이다. 끊임없이 자작/전나무 숲이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이런 것을 보기위해 이곳에, 또 이열차에 탔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 끊임없는 지평선과 그 지평선을 보지 못하게 자작나무들이 기차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그러니 평원이 아니라 나무 숲이 계속 움직인다. 잠깐씩 나오는 마을 비슷한 집들이 몇 채있는 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맞나 싶은 곳들이 많다. 가끔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고있기는 한 것 같다. 논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 외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소련시절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시골땅, 시골집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소련시절 국민들에게 시골 집터를 나눠줬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명칭은 잊었다.

이곳 집들은 지붕이 뾰족하고 급격한 삼각형이거나 오각형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한국 처럼 처마를 가지고 평평한 지붕을 가지고 있는 집은 없다. 아마도 겨울에 눈이 많이 오니까 눈이 지붕에 쌓이지 못하게 뽀족하고 길죽하게 지붕을 만드는 것 같다.

기차안에 동양인은 우리 부자뿐이다. 러시아 남자들은 모두 웃통을 까고 있고 여자들은 저마다 편안한 옷을 가져와 갈아 입고 있다. 우리 부자는 호텔에서 주는 슬리퍼를 가져와 여기서 신고있다. 가져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맨발에 편한 슬리퍼가 아주 좋다. 이제 7시가 넘어가고 있다. 모두들 낮잠을 자서인지 신문 퍼즐을 맞추거나 핸드폰으로 드라마들을 보고 있다. 휘는 2층에서 내 전자책으로 '초한지'를 읽고있다.

과연 핸드폰 인터넷이 잡혀서 이글을 오늘 올릴 수 있을까?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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