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여름방학 둘 만 떠나는 두 번째 배낭여행이 오늘로서 마무리라고 봐야할 것이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공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정이기에 실질적으로 러시아에서의 활동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휘가 조금 더 내 힘이 필요로 할 때 힘이 되어 같이 여행하는 것,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 역시 휘와 같이 이렇게 여행함으로써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 휘는 이번 여행동안 작년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나도 크게 의지를 할 수 있어서 부자간에 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의 아들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고, 좀 더 아버지로써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빠로써 아들이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구나를 느낀다. 작년 사진과 비교해 일단 키가 이제는 나보다 커지는 시기다. 이녀석이 이제는 걸을 때 나에게 어깨동무를 많이 건다. 많이 컸다.내년에도 아빠와 배낭여행을 하겠냐는 물음에 휘는 "글쎄요."라며 회피하고 있다. 작년, 올해 모두 고생을 많이 시켜서 그런가? 아님 이제는 방학을 또래들과 즐기고 싶은 걸까? 나 역시 이제 이런 배낭여행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배낭을 짊어지고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기간이 쌓일 수 록 힘에 부침을 느낀다. 물론 배낭만 짊어지고 다닐 뿐이지 호텔에서 자고, 특별히 돈 걱정 않하고 식사를 하는 이런 여행이 과연 배낭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친구들 처럼 아끼고 많이 몸을 쓰며하는 여행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내년엔 딸을 데리고 여행을 해볼까? 아마 다음 여행부터는 조금은 더 편한 여행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아침 조식을 먹고와서 시내로 나가본다.

 블라디보스톡도 관광객을 위한 시내는 작다.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래내에 있다.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매우 많다. 러시아 여행 전체 일정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변 상가나 식당 등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많이 상대해본 노련함이 있다.

휘와 일단 독수리 전망대라 불리우는 블라디보스톡 해안가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 보려한다. 전망대까지 케이블전차가 다닌다고 읽었는데 구글 지도로 전망대를 검색하니 걸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우리 부자 그것도 모르고 걷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을 한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매우 덥다. 러시아와서 가장 더운 하루이다. 역시나 케이블전차를 타는 곳은 Golden bridge 아래 도로 근처에 있다. 다시 휘와 내리막을 걷는다. 찾기가 어려워 지나가는 러시아 남자에게 케이블전차역 사진을 보여주자 가던 길을 되돌아 한 블럭을 같이 걸어가는 친절을 배풀며 타는 곳을 알려준다. 더운데 너무 고마워 둘다 고개를 숙여 "쓰바시바" 하며 인사한다. 러시아인들 많이 무뚝뚝하지만 깊은 속내는 따뜻하고 순진하다.

전망대 올라가는 케이블전차는 인당 편도 15루불이다. 사실 올라가는 높이는 별로 높지 않다. 다만 걸어가는 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망대에 오르자 다리를 전망하며, 도시가 넓게 펼쳐진다. 오늘 시야가 좋아서 제법 근사한 풍경을 제공한다. 전망대에 오른 다른 이유도 있다. 여기 기념품샾이 물건이 다양하다고 해서 구경도 같이 할 겸 올라왔다. 물건을 구경하고 간단한 악세사리 몇 가지를 구입한다.

내려와서 버커킹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위가 온통 한국인이다. 여기 한국인이 정말 많다. 종로 버거킹인지 블라디보스톡 버거킹인지 헛갈린다. clever house에 들러 한국인들이 잘산다는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휘에게 오늘 저녁은 전통 러시아식 샤슬릭을 먹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휘가 검색하여 데리고가라고 부탁한다. 저녁 무렵 츄다데이라는 샾에 가서 구경을하고 휘가 고른 러시아식 레스토랑에 찾아간다. 나름 트립어드바이져 점수도 높은 집을 잘 골랐다. 우리는 종업원에게 샤슬릭을 주문한다.

휘는 양고기 샤슬릭이 있냐고 물었는데 종업원이 있다고해서 양과 돼지 샤슬릭을 주문한다. 하지만 양은 없었고 뭔가 주문이 꼬여 돼지 샤슬릭 하나만 주문이 들어간 모양이다. 돼지 샤슬릭 하나에 포크가 두 개 나왔다. 이런 양고기를 기다리다 아무래도 잘못된 것을 눈치 채고 재주문을 하여 하나, 하나 따로 돼지 샤슬릭을 먹는다. 사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비싸고 양도 별로이다. 내가 원한 샤슬릭은 알마티에서 먹은 바로 그 샤슬릭이었다.

휘 역시 알마티의 샤슬릭이 푸짐하고 맛도 훨씬 좋았다고 한다. 알마티 샤슬릭은 4,000원 정도에 정말 근사한 음식이 나왔었는데, 여기서 10,000원이 넘으면서 맛도, 양도, 비쥬얼도 재료 종류도 떨어진다. 다시 알마티에 가서 샤슬릭을 먹고 싶다. 물론 지금 알마티에서부터 다시 여행을 시작하겠냐고하면, 다리가 풀릴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이제 전자기기와 세면 도구만 배낭에 넣으면 끝이다. 내일 일어나 씻고 공항으로 공항철도를 타고 이동하면 저녁은 식구들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 집사람, 슬이가 보고 싶다.

휘는 러시아 불곰국 형님들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러시아 여행을 제안했을때 뭔가 미지의 세계같은 느낌으로 응했다고 한다. 사실 휘에게 '다음 여행은 아프라카?'라고 하자 눈을 반짝인다. 지금은 러시아도 사람 사는 곳이고 좋은 사람이 많은, 두려움 보다는 친근함이 남는 곳이라 한다. 중국보다는 뭔가 야생적인 혹은 남성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휘는 여전히 알마티가 가장 정이 간다고 한다. 우리 부자 여행 초기에 힘이 남아 가장 많이 돌아다녔던 곳도 알마티였고, 여러 사람과 부딪쳤던 곳도 알마티였다. 세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중간 쉼 단계였던 노보시비르스크, 바이칼의 이루크추크, 아쉬운 하바롭스크 그리고 한국인이 많아서 반가웠지만 나중엔 살짝 불편함을 느꼈던 블라디보스톡까지 우리 부자 잘 다녔다.

가장 오래 머문곳은 누가 뭐래도 기차안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모두 한 곳에서 자고, 먹고, 씻고, 싸고 1차적인 인간 활동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러시아인들은 예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생각과 실제가 많이 달랐던 사람들... 훨씬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마 다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렇게 오래 탈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겠지. 하지만 아마 평생 이렇게 오래 아들과 한공간에 의지하며 딱붙어 지내는 것은 이 기화말고는 앞으로 힘들 것이다. 좁은 기차안에 만 8일을 딱붙어 있었다. 그래서 아비로써 좋기도 했다.

아들의 청소년 시절 한 페이지를 둘만의 호흡으로 함께 할 수 있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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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사진은 추후 사정이 좋아지면 올리겠습니다.

새벽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비가 내렸다. 낮잠을 잔 탓인지 잠이 잘오지 얺는다. 휘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이내 잠든 듯하다. 10시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8시 전에 일어나야하는데 빗소리에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어제 저녁 휘와 별무리를 보려고 했지만 새벽에 비가 오려고 그랬는지 하늘을 구름이 덮고 있어 별은 보지 못했다. 떠나는 오늘 아침이 되서야 파란하늘을 보여준다. 멀리까지 보이고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더 없이 훌륭하다. 오늘 하루 더 여기 머물렀다면 제대로된 별똥별을 볼 수 있었을텐데...휘에게 은하수를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나오지 않던 더운물이 오늘 아침에야 나온다. 머리만 감으려고 갔다가 더운물이 반가와 어제 오후에 찬물로 샤워를 했음에도 훌렁벗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고 휘에게 빨리가서 샤워를 하라고 한다. 여기 공동 샤워장은 나쁘지 않은데 그동안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 여간 불편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긴다. 그리고 언제 밥을 먹을지 알 수 없으니 조식을 챙겨 먹는다. 귀리같은 곡물에 약간의 우유와 먹터를 얹어준다. 마치 우리가 먹는 버터 간장밥 같다. 물론 간장대신 타락이 들어간 것 같다. 휘는 느끼하다고 몇 숟가락 먹고는 이내 케익조각을 먹는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다. 이런! 그동안 먹었던 숙소내 식사들이 모두 별도의 돈을 받는다. 어쩐지... 체크 아웃을 하고 정원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린다.

우리 버스가 왔다고 해서 버스에 오른다. 오늘 버스(택시)는 올때의 현대 카운티보다 좋다. 차량도 신형이다. 그리고 어제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중국 가족이 또 이 버스를 태워 달라고 숙소 주인과 기사에게 떼를 쓰는 것 같다. 버스는 한 참 지연된다. 그런데 오늘의 짜증이 여기서 시작이었다. 결국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기사는 중국인 가족 3명을 태운다. 다른 숙소도 돌며 한국인 청춘남녀를 태우고 마지막 러시아인 한 명을 태우려는데 자리가 없다. 기사는 사무실에도 가보고 하면서 오버부킹이 되었다고 자신들끼리 또 러시아 승객들 끼리 말을 하는 것 같다. 버스는 우리 숙소로 되돌아 간다. 중국 가족들은 숙소로 돌아간다고 자신들이 내리게 될 것 같은지 부부는 계속 자신들 끼리 떠들고 있다. 그런데 기사가 나와 휘를 내리라고 한다. 응? 왜 내가? 화가 난다. 난 어제 아침에 예약을 했는데 왜 내가 내려야지... 기사와 숙소 오피스로 같이 간다. 가서 왜 나냐고 따져 묻는다. 이 차를 못타면 큰일이 난다. 기차는 예약을 해 놓았고 이 기차를 놓치면 더 이상 몇 일 이상 기차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면 여기서 모든 여행을 중단하고 그동안 예약된 모든 내역이 취소되고 여기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있기나 한지 알아봐야 한다. 절대 이 버스를 놓치면 안된다. 숙소 주인은 나와 휘가 아니라고 기사에게 말하고 같이 버스로 가서 그 중국인 가족에게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들이 예약을 안해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인 가족은 딸을 무릅에 앉혀 가겠다며 러시아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괘씸하다. 첫날 올 때부터 나에게 피해를 주더니 어제는 어두운 길 에스코트도 해주고 했는데, 우리 가족 내리는데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이면 처음부터 딸을 그냥 무릎에 앉혀 가겠다고 할 것이지... 부하가 한 참 치밀었다. 우리가 그렇게 잘해줬는데...결국 자신들의 이익이나 편의가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1시간30분 쯤 달려서 선착장에 도착하는데 그 대기하는 차량의 줄이 어마하다. 배는 한 번에 10대 내외로 선적을 하는데 한 번 갔다오는데 최소 30분이다. 30대가 줄을 서있으면 운이 좋아야 1시간 30분이다. 현재 100대도 넘게 줄을 서있다. 그런데 버스는 왜 별도의 줄에 세우냐는 것인지, 러시아인들끼리 싸움이 났다. 차들이 못가게 막고 난리다. 결국 우리 버스도 피해를 본다. 결국 선착장에서만 거의 2시간 가까이 지체한다. 그리고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평원과 언덕길... 우리 처음 버스를 탔던 곳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간이 넘게 걸렸다. 피곤하다. 버스 타는 것 때문에 신경쓰고, 배 타는 것에 신경쓰고 했더니 녹초다. 기차는 누워서 편안히 가면 되는데 버스는 꼼짝없이 앉아서 비포장 도로는 먼지를 마시고, 덜컹거리고 힘들다. 휘에게 기차타기전 한국 음식을사주고 싶은데 인터넷은 되지도 않아서 어디서 어떻게 역에 가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짐은 많고 오늘따라 덥고 진퇴양난이었다. 기차 탑승까지 3시간 정도 남아있기에 일단 한 숨을 돌리고자, 휘에게 버스터미널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다. 휘도 좋다고 한다. 인터넷이 되면 한국식당을 검색해서 가까우면 데려가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한다. 듬직한 휘는 지도 힘들텐데 내색 한 번 없이 잘따른다. 휘와 푸드코트에서 고기 볶음밥과 닭다리 모양으로 생긴 닭요리를 먹는다. 일단 밥을 먹으니 힘이 생긴다. 아침 조금 먹고, 점심은 선착장에 둘이 빵사먹은게 다니 휘는 배가 고팠을거다.

저녁을 먹고 트렘을 타고 이르크추크 역으로 온다. 휘는 앉쳐두고 발권을 하고, 슈퍼에 가서 기차에서 먹을 음식과 간식을 구매한다. 오늘타면 8월4일에나 내릴 터이니 그것도 한짐이다. 그래도 열차번호가 좋아서(002, 러시아 기차는 번호가 낮을 수록 신형, 물론 가격도 조금씩 더 비싸다.) 깨끗한 열차이지 싶다. 기차가 들어오고 이젠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내리는 것이 러시아 사람들보다 익숙하다. 짐을 보관함에 넣고 꼭 필요한 것들은 쉽게 손이 닿는 것에 놓아둔다. 새 침대 시트 세트를 받아서 능숙하게 정리한다. 휘는 씻고 잘 준비를 한다. 기차에 오르니 맘이 편안하다. 확실히 여행에서 기차에 있는 동안이 가장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어머니나 집사람은 지루하고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데, 전혀! 기차가 가장 편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기차는 출발하고 사람들은 잠에 들었다. 나도 피곤해서 이쯤하고 자야겠다. 이르쿠츠크에서는 3G가 잡혀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었는데 이글과 사진들을 과연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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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기를 작성하고 11시 경 기차역으로 이동하였다.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나는 기차 시간과 탑승구를 확인하고 휘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한국말로 물어본다.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런데 영락없는 이쪽 러시아 사람 얼굴이다. 한국말 잘한다고 했더니 한국에서 일했었다고 한다. 7년 6개월 있었고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었다. 그 사람 내가 꽤나 반가웠나보다.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 찍었던 사진이랑 자신이 가본 곳을 쭉 이야기 한다. 한국에서 돌아온지 7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여전히 한국말을 잘한다. 사실 갑자기 한국말로 친근하게 다가와서 경계를 좀 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이, 한국 사람을 봐서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한국에서 꼭 다시 찾고 싶은 전 회사 동료가 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찾을 수 가 없다고 한다. 하긴 그사람 이름도 모른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D&G라는 회사라는데 잠깐동안 느린 인터넷으로 찾아보려해도 쉬 찾아지지 않는다. 아쉽게 전에 일하던 회사를 찾아주지 못한다. 찾았으면 로드뷰로 보여주려고 했는데... 현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오면서 노보시비르스크를 경유하는 모양이다. 휘는 한국말하는 외국인이 신기해서 신이나있다.

기차는 정확한 시간에 플랫폼에 도착한다. 약 50분간 정차하는 사이 자리를 잡고 새 시트들을 받아서 깔아놓는다. 우리 앞자리가 출발하기 조금 전까지고 아무도 없어서 편안하게 가나보다 했는데 러시아 젊은이 3명이 가장 늦게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시트를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일단 휘나 나나 몹시 피곤하다. 기차가 춟발을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눕는다.

우리 객차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탄 사람들을 배정해서 다들 늦게까지 잔다. 나도 8시가 넘어서 일어난다. 커피 한 잔 만들어서 마시고 있으니 사람들이 그제서야 일어나서 씻고 먹고하는 통에 분주하다. 휘는 10시가 넘어서 일어난다. 녀석 꽤 피곤했나보다. 우리 앞의 젊은 청년들은 각자 자신들이 먹고 싶은 것들을, 각자 배낭에서 꺼내 혼자 먹는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 모여서 함께 먹지 않고 알아서들 먹는다. 저녁 먹을 때까지 각자 먹는다. 나는 휘를 깨워서 어제 마트에서 구입한 사과파이와 제과빵을 먹는다.

먹고나서 앞에 청년들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영어로 물어보니 이 친구들 영어를 곧잘한다. 영어를 이만큼하는 일반 젊은 러시아인들은 처음이다. 우리와 같은 이루쿠츠크로 간다고 한다. 그들은 5일 일정이라고 한다. 3명이 한 달동안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여행하는데 모스크바에서 기차로 바로 노보시비르스크로 온것이 아니라 둘러둘러 온 모양이다. 노보시비르스크까지 15일만에 왔다고 한다. 나보고 모스크바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몇 시간 만에 왔냐고 해서 대략 50~60시간 걸렸다고 했다. 한 친구는 여러나라를 여행한 모양이다. 작년은 마카오, 홍콩, 대만이 나와 겹친다. 어쩌면 스치면서 봤을 수도 있겠다. 나보고 북한은 여행해 봤냐고해서 남한 사람은 북한에 갈 수 없다고 말해준다. 이친구는 북한을 가본 모양이다.

내가 가진 보드카를 털어서 아침부터 나눠마신다. 그래봐야 남은게 각 2잔 남짓이지만... 좋아하면서 마신다. 자신들의 집에서 가져온 담근 음료(술)이라며 권해서 한 잔 마신다. 아침부터 독주가 조금 들어가니 몸에 혈액도 도는 것 같고 나른한게 좋다.

기차에서는 사실 글을 쓸만한 이벤트가 별로 없다. 대부분 점심을 먹고는 낮잠에 빠져든다. 나도 2시간 정도를 푹잔다. 점심은 사발면, 저녁은 물을 부으면 걸죽한 감자죽이되는 즉석 식품을 먹는다. 이거 고기도 들어있는 것이 맛이 괜찮다. 다음 기차에도 꼭 사가지고 타야겠다.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 밤사이 8시간 이상을 달리고 보는 눈 앞의 창밖은 그동안의 러시아와 또 다르다. 모스크바에서부터 노보시비르스크까지는 넓은 초원과 습지대였다면 여기서부터는 언덕과 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이 보이기 시작하니 계곡물도 보이고 마을도 더 많아진 느낌이다. 평원에 촌락을 이루지 않고 언덕위에 촌락을 이루는 이유는 멀리서 오는 이방인을 살피기 위해서 일까? 풍경이 바뀌니 꽃들도 더 많아지고 전나무와 소나무들이 한국과 다르게 곧게 자란다. 자작나무와 그외 침엽수과 나무들이 높고 곧게자라는 것이 보기 좋고 목재로써 쓸모도 많을 것 같다.

넓은 평야와 언덕에는 황금색 밀밭들이 장관이다. 밀밭들이 너무 커서 그 크기가 도저히 감안이 안된다. 저 큰 땅을 어떻게 추수하려나...추수를 끝낸 밭도 많이 보인다. 흡사 골프장을 기차로 둘러보는 느낌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푸른 자연들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기차는 어느덧 8시가 넘어가고 다들 편안한 자세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조용히하고 있다. 내일은 아침 7시30분 경에 이루크추크에 도착하고 바로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올혼섬에 가야한다. 내일도 이동이 많은 일정일 것 같다.

크라스노야르스크12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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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시비르스크를 떠나는 날이다. 오늘은 밤에 꿈을 매우 많이 꿔서 2시간 마다 깼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니 9시가 넘어 있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되어있는 시계를 보니 5시경이다. 일단 휘와 조식을 먹으러 나간다. 11시쯤 체크아웃을 해야하니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면 얼추 시간이 맞을 듯 싶다.

역시나 이곳 호텔의 조식은 좋다. 달걀과 소시지, 야채 등을 담고 커피가득 한 잔 가득 담아온다. 우유가 들어간 듯한 스프와 시리얼도 챙겨본다. 휘는 어제 부터 먹는게 부실하다. 이 녀석 잘먹어야 버틸텐데... 룸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긴다. 특별히 들은 것도 없는데 은근히 챙겨야할 짐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쓰임을 받지 못한 물건은 카메라다. 배낭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는 한 번도 햇볓을 보지 못한다. 핸드폰이 가장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스냅 사진으로는 핸드폰이 월등히 편하고 갤럭시 s7은 찍힘도 잘 찍힌다. 두루마리 휴지를 오전에 메이드에게 새 것을 하나 받아 놓았다. 열차에서 휴지가 꼭 필요하다.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이고, 사실 정차하는 역 매점에도 팔고는 있다. 이번에는 방에 슬리퍼를 넣어주지 않아서 챙기지 못했다. 호텔에서 나눠주는 슬리퍼 기차에서 아주 요긴했는데...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카운터로 나간다. 

역시나 별 표정이 없는 카운터 여직원들... 원래 이 곳 서빙하는 혹은 서비스직에 있는 여직원들이 표정들이 무뚝뚝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라가 크니 지역마다 사람들의 성향도 조금씩 다르겠지...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도 지역마다 편차가 얼마나 심한가! 짐을 러기지룸에 맞기고 휘와 킥보드만 타고 밖으로 나와 본다. 오늘 늦은 기차이기에 도시를 둘러보기로 한다. 오늘은 우리가 온 중 가장 더운 날씨다. 해가 나니 한국보다야 시원하겠지만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나타난다. 움직이다 보니 레닌광장이다. 도시의 중심이고 많은 길들이 레닌광장을 중심으로 뻗어나가 있다. 레닌광장 앞 공원 밴치에서 시간 많은 여행자 부자는 한 참을 앉아 있는다. 다시 움직이다 보니 어제 왔던 정교회성당이다. 다시 공원에서 앉아 쉰다.

2시쯤 호텔 앞 KFC에 온다. 러시아 KFC는 야외석을 준비하고 있다. 담배 피는 사람도 많고, 워낙 야외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하는 것을 즐기는 민족이라서 그런 것 같다. 우리도 버거와 음료를 사서 야외석에 앉는다. 이곳 참새와 비둘기는 학습이 되었는지 우리가 앉자,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남은 음식을 호시탐탐 노린다. 감자튀김이라도 하나 던져주면 난리가 난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에는 KFC에서 캔맥주를 팔았었는데, 요즘도 파는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생맥주를 2종류나 팔고 있다. 그래서 맥주 한 잔 사놓고 야외에 앉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휘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또 돌아다닌다. 결국 거의 중심가는 다가본 것 같다. 조금 더 외각으로 갔더니 아파트도 많고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들도 많았다. 여기도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곳인가 보다. 새로짓는 건물과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많이 눈에 띄인다. 5시가 넘어서 이곳 노보시비르스크는 그만 둘러 보기로 한다. 거리로는 가장 많은 곳을 살펴 본 도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글을 보고도 관광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면 바보일 것이다. 물론 외곽으로 더 나갈 수 있는 기동력이 있다면 다른  좋은 곳이 있을 수도 있다. 시내 중심을 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 2층 한적한 로비에서 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나 역시 뉴스를 보거나 여유를 갖는다.

7시경 1층의  beerman & Grill이라는 레스토랑을 들어간다. 푹신한 소파에서 한 참을 앉아있을 생각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세다. 나는 중국식 고기 국수와 볶음밥, 휘는 스파게티를 시킨다. 그런데 이곳 서빙하는 직원들은 더 무뚝뚝하고 서빙의 기본이 않되어 있다. 손님이 불러도 못본척하거나 느릿하게 움직인다. 이쯤되니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아님 중국이나 몽골인이라고 무시하나라는 생각마져 든다. 사단은 고기국수를 2/3쯤 먹었을 때 난다. 입에서 씹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서 뱉어보니 얇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즉시 매니져를 불러서 스프에서 이런 것이 나왔다고 따져 묻는다. 영어는 전혀 않되는 이곳 직원들은 러시아말로 뭐라고 하는데 뭐라는지 알 수가 있나! 됐고 먹던 국수를 줘버렸다. 그리고 났더니 다른 음식도 입맛이 달아난다. 조금씩 남긴다. 매니져는 메뉴판을 가져와서 케익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 원치 않느다고 말한다. 재차 권하기에 짜증나는 어투로 I don't want!라고 강조하여 말한다. 의외라는 표정이다. 암만해도 내가 중국식 음식을 시켰으니 중국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기 호텔도 중국에서 기차로 넘어오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제법 있다. 아무튼 식당 종업원들이 '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말로 수근거린다. 오래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그냥 일어나야 겠다. 사실 휘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을 부탁했는데도 없다고 잘라서 말해 빈정이 좀 상해있는 상태였다. 설마 핸드폰 충전기가 없으려고...계산서를 달라고하고 국수 가격은 못내겠다고 했다. 영수증도 국수 가격은 빠져있었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나와 맡긴 배낭을 찾고 2층 로비로 올라와 이글을 쓰고 있다. 잠시 후 11시경 역으로 기차를 타러 갈 것이다. 이미 기차표도 발권을 해서 천천히 가도 된다. 기차는 12시 탑승이다. 토요일 아침에  이루크츠쿠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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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행의 중반을 넘었다. 총 27일의 일정 중 14일이 지났으니 중간을 지나는 시점이다. 이쯤되면 여행에 회의도 생기고 집이 그리워 진다. 노보시비르스크가 일반적인 도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 조금 실망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충분히 다녀 본다면 어떤지 결론이 나겠지. 아무튼 일정을 조금 수정하고 싶어 졌다. 하바롭스크를 통과하고 이루크츠크 알혼섬 일정을 늘리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해도 기차표가 없다. 바이칼호가 있는 이루크츠쿠는 러시아인들도 꼭 가고 싶어하는 휴양지이다보니 성수기인 8월 초의 기차는 모두 만석이다. 인터넷에는 표가 없어도 역에 가면 있지 않을까하고 역에 가보지만 역시나 해당 날짜에 기차표가 없다. 결국 원래 일정대로 알혼섬에서 2박3일 하바롭스크에서 2박3일을 그냥 진행해야겠다.

모스크바 시간에 몸이 적응을 하여 아침에 10시를 15분쯤 남겨두고 기상을 한다.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다시 몸을 이 곳의 시간에 적응해야 한다. 조식을 먹으러 급하게 나가 본다. 조식시간이 10시까지가 아닐까 염려를 해보지만 11시까지이다. 지금까지 갔던 러시아 호텔 중에 가장 좋은 조식을 제공한다. 제법 근사한 뷔페의 느낌을 낸다. 연어지만 회까지 있다. 하지만 입맛이 썩 좋지는 않아서 몇 가지를 담고는 그만둔다. 아침부터 무리하긴 그렇다.

아침을 먹고 룸으로 돌아와 오늘은 킥보드를 타고 온도시를 싸돌아 다녀보기로 한다. 노보시비르스크에도 지하철이 다니지만 오늘은 이곳의 간단한 지도를 얻어서 우리발로 돌아보기로 한다. 타보니 킥보는 걷는 것에 비해 같은 시간에 3배는 거리를 더 가는 것 같고, 힘은 절반 정도 드는 것 같아 효율이 좋다. 여행 다닐 때마다 가지고 다닐까 생각이들 정도이다.

일단 부활러시아정교회성당에 가본다. 성당 바로옆 공원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당은 엄숙하고 신실하다. 사람들은 성호를 그으며 성당 앞에서 부터 경건한 몸가짐을 유지한다. 나는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가 성당의 할머니께 지적을 받는다. 성당내부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벽화와 천정화가 그려져있다.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잠시 경헌한 마음으로 서 있다가 나온다. 내부 촬영은 그 엄숙함에 시도도 하지 않았다.

다시 레닌 광장으로 이동한다. 광장의 동상과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페라 극장을 둘러본다.

구 러시아 제국의 지리학적 중심지라는 성니콜라이 성당을 보고 계속 이동한다. 곳곳에 공원이 있어서 참 좋다. 러시아도 시내 곳곳에 걸인들이 있다. 걸인이 없는 나라가 몇 북유럽 국가 말고는 없을 것이다. 휘와 이동하면서 저 걸인도 어려서부터 거지는 아니였을 텐데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덧 오비강 고수부지이다. 고수부지는 시민들 산책로와 놀이기구를 즐기수 있는 크지 않은 놀이공원이있다. 한쪽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 킥보드로 묘기를 연습하고 있다. 여기는 화장실이 15루불이다. 강 건너편에 강변 백사장도 보인다. 물놀이를 할만큼의 날씨와 수질은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다.이렇게 돌아다니니 노보시비르스크의 모든 관광지를 다 돌아본 셈이다. 물론 걸었으면 완전한 하루치였갰지만 관광도시는 분명히 아니다. 이곳은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도, 또한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관광객이 없어서 인지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는 사람을 무려 3명이나 만났다. 내가 완벽히 현지인 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이곳의 대형 마트와 맞은편 재래시장을 가본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이 곳 대형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다. 물론 한국식 식료품이나 과자 등은 빼고. 재래시장은 어디나 비슷하게 진행된다. 그래도 여기 러시아는 재래시장도 건물안에 있다. 다수의 노점이 모여있는 재래시장은 못봤다. 재래시장에서 물건들을 구경한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물가보다 싸다. 고기는 보통 1kg에 5~6,000원 정도이고 과일이나 채소도 저렴하다. 다만 물고기 특히나 바다 생선은 구경하기 힘들다. 연어가 가장 흔한 생선이다. 시장에서 호두와 캐슈넛을 300g에 250루불에 구매한다.

저녁 생각이 없다는 휘 때문에 마트에서 짜장 라면과 사과파이를 산다. 휘는 냄비가 없는데 짜장라면을 어떻게 끓여먹느냐고 한다.

나는 뽀글이로 끓여서 물을 빼고 춘장액상을 넣어 비며 먹는 법을 알려준다, 입맛 없다고 하더니 하나를 뚝딱 먹어 치운다. 사과파이도 50루불의 가격에 아주 맛난다.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외국의 저렴한 이런 빵들이 반갑다. 호텔 옆의 마트는 가격도 저렴하고 물품도 다양해서 내일 기차 타기전에 장을 여기서 봐야겠다. 맥주도 캔 1리터짜리를 나는 여기서 처음 봤다. 이렇게 노보시비르스크의 두 번째 날도 저물어간다. 내일은 밤늦게 기차를 타고 29시간을 달려 이루크츠쿠에 간다. 이루크츠크에서 다시 버스로 6시간 달려 알혼섬에 들어가기에 내일 일기를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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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이 기차를 내리는 날이다. 꼬박 49시간을 탄 것인데, 시차를 감안하면 53시간이 된다. 노보시비르스크는 모스크바와 시차가 3시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4시간의 시차가 난다. 내가 잘못 안 것인지 인터넷이 잘 못 알려준 것인지...덕분에 한국과 2시간 시차이다.

막상 기차의 화장실을 써보니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물론 80여명의 사람이 볼 일과 씻는 일과 컵 등을 설겆이하는 일까지 따지면 항상 화장실은 사람이 있다고 봐야겠지만 일찍 씻고 늦게 씻으면 큰 불편함은 없다. 뜨거운 물은 항상 펄펄 끓는 물을 준비해 놓기 때문에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시기에 뜨거운 물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 같다. 중국도 그렇고 차문화 발달한 문화는 뜨거운 물을 얻기 쉽다.

앞의 초등학생 남자아이 둘을 데리고 탔던 가족은 밤 12시쯤 기차에서 내리고 2, 3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여자애를 데리고 부부가 앞자리에 탄다. 그 때 나는 몇 가지 도움을 주고는 누워서 잠이든다. 자리 잡느라고 부시럭 거리는 소리, 꼬마 여자아이의 울음 소리가 귀찮게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크게 무리 없이 잠이 든다. 아침에 깨어보니 5시경이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씻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본다. 커피 한 잔을 타서 두 시간 가량 넋 놓고 창밖을 본다. 어느 덧 기차에서의 하루 일과가 됐다. 모두 자고 있는 시간에 날이 밝아서 창밖이 잘보이는 조용한 이시간이 가장 좋다. 지금까지 2일을 넘게 기차는 달리고 있는데 창밖은 변함이 없다. 도대체 산이라고는 아직 못봤다. 그러고 보니 알마티 이후로 산을 본 기억이 없다. 이놈의 나라는 평원만 있다. 가끔씩 보이는 민가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 장소에 10여채의 집들이 모여있는 정도이다. 가끔 큰 마을이나 도시가 나타나 기차가 정차하여 내려보면 우리나라 소도시 보다도 작아보인다. 가끔 기차 창문까지 말린 생선이나, 간식거리, 과일, 기념품을 팔기 위해 장사치들이 들락거린다.

아침은 간단한 빵과 말린 빵을 먹는다. 점심은 정차한 역사에서 피자빵을 사서 휘와 먹는다. 맛은 별로 없다. 다음에 기차를 타게 되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이제는 눈에 보인다. 그리고 밖에서 사는 것과 역 플랫폼 매점에서 사는 음식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편안하다. 구지 무겁게 물과 음료를 잔뜩 사가지고 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역무원이 식사 시간이면 빵 종류를 다양하게 가지고 다니며 판다. 물론 역무원실에서 과자며, 음료, 컵라면까지 팔고 있다. 적어도 돈만 가지고 탄다면 굶지는 않아도 된다.

도착하기 3시간 전쯤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다. 빨리 내리고 싶다. 목표점에 다가와 오니 내리고 싶은가보다. 기차안이라 운동량은 거의 없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거나 누워서 책이나 만화를 보거나 자거나, 먹거나 그 것들 중 하나이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앞에 여자아이는 번잡하다. 그 만할 때의 휘나 슬이가 생각난다. 그래도 여자이이(이름을 잊었다)는 내가 웃거나 표정을 지어주면 까르르 웃어서 예쁘다. 그래도 정류장에서는 3G가 터져서 잠깐이라도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갑다.

여기 시간으로 6시가 넘어서 기차에서 내린다. 짐을 챙겨넣고, 기차에 타면서 보급받은(물론 미리 기차표를 구매하면 같이 결재한) 수건, 배개보, 침대커버, 덮는커버를 반납한다. 일단 노보시비르스크는 기차를 50시간 타고오면서 본 가장 큰 도시처럼 보인다. 왠지 갑자기 시내에 온 것 같은데 잠깐 둘러본 봐로는 사실 알마티 보다도 시골이다. 큰 오비강을 끼고 있는 강변 도시이기도 하다. 역을 나와서 호텔을 찾아보니 역 앞에 노보시비르스크에서 가장 큰 건물처럼 보인다. 4성급 호텔임에도 그렇게 정이가는 호텔은 아니다. 일단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해야 할까 무뚝뚝하다고 해야 할까, 좀 인상이 좋지 않다. 물론 4성급 호텔이니 영어는 어느 정도 한다. 트윈 침대를 미리 예약했음에도 킹사이스 원 침대 밖에 없단다. 그럴리가... 아무튼 서비스는 4성급이 아닌 2성급이다.

일단 모레 밤늦게 다시 기차를 타고 이루츠크로 떠난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제법 큰 도시에 유서가 있는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는 동안 보았던 조용하고 휴양지에 가까운 도시에서 묶는게 좋았을 것 같다. 도시가 우중충한게 특색이 없다. 물론 내일 돌아다녀봐야 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이 있다. 러시아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격차가 심해지는 느낌이다. 휘는 알마티가 가장 정이 갔다고하고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가장 맘에 들었다.

휘와 오랫동안 기차안에서 빵쪼가리와 사발면을 먹었으니 맛난걸 먹어보자고 제안한다. 왠지 힘도 들어서 호텔내 레스토랑을 갈지 호텔 옆에 있는 스시집에 갈지 결정을 하라고 했더니 스시로 결정을 한다. 제법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다. 스시(그래봐야 진짜 회가 아닌 초밥이고 그 것도 김밥과 연어를 얹은 것과 장어를 얹은것이 다지만) 세트를 주문하고 휘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면요리를 주문한다. 일본식 라면이다. 나는 베트남 비빔 쌀국수를 주문한다. 스시는 일반적인 맛이었고 바다가 먼 이곳에서 신선한 생선은 무리일 것이다. 라면은 의외로 괜찮았다. 베트남 쌀국수는 별로였다. 생맥주 두 잔과 콜라 한 병을 먹고 1,500 루불을 지불한다. 현재 환율로 28,000원 정도이다. 둘이 잘먹고 내일 비가 오지 않는다면 킥보드를 타고 시내와 강변을 나가 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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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끊임 없이 달린다. 새벽 두 시경 정차한 역에서는 여러명의 승객이 탑승하여 짐을 옮기고 침구를 정리하느라 소란하다. 잠을 깨다가 자다가 반복이다. 어차피 자고 싶으면 언제든지 잘 수 있기에 특별히 잠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다. 5시경 눈이 떠져서 더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혼자 일어나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처다본다. 여전히 자작나무와 참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가끔씩 터져나오는 평야와 한적한 시골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침에 이런 풍경을 커피 한 잔과 함께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20대 중반, 돌아가신 아버지가 50대 중반인 시절에 같이 한 달 정도 이렇게 여행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아버지와 기차에서 보드카도 한 잔 하고, 러시아 남자들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신나게 웃으시며 가시는 모습이 상상이 됐다. 넓은 벌판을 보며 '저런 좋은 땅을 얘들은 왜 버려둔다니, 콩이나 깨라도 심지...'라고 말씀하실 것 같았다. 정말로 아버지와 여행하고 싶어지는 아침의 창 밖이었다. 과연 휘가 나중에 아빠와 그렇게 여행 할 때가 가장 행복했었는데라며 그리워 할까?

우리 앞에 모녀는 10시 쯤에야 기상한다. 휘와 나는 비스킷과 음료로 아침을 대신한다. 러시아 기차 안은 중국 기차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소리를 죽인다든지,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던지- 것 같다. 특별히 요란하지 않고 양보를 잘한다. 이 기차에는 총 3개의 콘센트가 있고 남들을 위해 잠깐씩 여러번 충전하는 것 같다. 우리 부자는 보조 배터리를 충분히 가져와서 콘센트 쟁탈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한국에서 누군가 온다면 멀티탭을 가져 온다면 모두들 좋아했을 것이다.

휘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누워서 다시 잠들기도 하면서 특별할것 없는 기차 여행을 하고 있다. 기차내에 기차 시간표를 미리 핸드폰으로 찍어놓고 정류장에 얼마나 정차하는지 확인한다. 오래 정차하는 역에서는 모두들 내려서 기지개도 켜고 먹을 것도 사먹는다. 점심은 간단한 빵과 초콜릿 음료를 휘와 사먹는다. 간식은 기차가 무려 50분을 정차하여 역사 밖으로 나가 야채와 감자빵을 사와서 먹는다. 이렇게 길게 정차할 때는 아예 역 밖에서 식사를 하고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차 근처에서 배회한다.

우리 앞의 모녀는 예카테린부르크 역에서 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내리는 것을 보니 제법 유명한 피서지인 듯 싶다. 오면서 보니 호수가 넓게 펼쳐져있다. 모녀도 Hotels.com 바우처를 인쇄해서 보는 것을 보니 호텔을 예약하고 가는 모양이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았는데 누가 우리 앞에 올지 걱정이 된다. 휘가 러시아 말로 '여행잘하세요'라고 '우다츠노버 뿌쪠쉐스뜨비야"라고 말하자 서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 4학년 남자 둘과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우리 앞으로 왔다. 한녀석의 이름은 샤샤. 러시아인들도 영어를 전혀 못하니 기본적인 대화도 힘들다. 좀 소란스럽긴하지만 우리가 사발면을 먹는 것을 보고는 자신들도 사발면을 먹고는 8시도 되지 않아서 누워서 자려고들 한다. 내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2시경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이니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가 넘어서 일 것이다. 기차는 잘달리고 있고 기차안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류장에 잠시 섰을 때 일기를 올려야 하는데 사진을 같이 올릴 만한 시간이나 속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30분 정차하는 역에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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