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종반을 다가오고 20일이 넘어가면서 지치기 시작한다. 이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많이 덥다고 하는데 그래도 식구들과 밥먹고 쉬고 싶다. 아침 8시경 일어나 티비를 만지작 거리지만 알아들 수 있는 방송은 음악방송뿐이다.

휘와 9시가 넘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조식은 그냥저냥 러시아에서 흔히 먹던 간단한 아침이다. 빵과 야채를 조금 덜고 푸딩을 하나 선택해서 먹는다.

샤워를 하고 킥보드를 끌고 나간다. 딱히 목적지가 있느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건축양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충분히 봤기에 하바롭스크의 오랜된 건축물은 이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곳의 사람들도 왠지 앞선 도시들에 비하면 촌스러워 보인다.

Gorodskoy 공원으로 목적지를 잡고 킥보드를 타고 출발한다. 아직 하바롭스크는 이런 킥보드가 거의 없다. 성인용 킥보드를 타는 사람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는 성인들이 많이 타고 다녀서 보기 좋았는데 여기는 보편화 되지 않았나 보다. 사실 길도 킥보드가 다니기에는 보도가 매끄럽지 못하고 페인곳이 많다. 확실히 공원도 많고 사람은 많지 않아 좋다.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아무르강가에 다시 나가본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덥지 않아 좋다. 이렇게 해가 내리쬐도 많이 덥지 않다. 킥보드를 타고 있으면 사람들이 얼마냐고 자주 묻는다. 사실 말이 잘 안통해서 뭐라 얘기해 주기도 힘들다. 레닌 광장으로 이동하며 하바롭스크 시내를 다녀본다. 인구 60만의 하바롭스크는 사실 볼거리가 거의 없다. 노보시비르스크와 큰 차이도 잘 모르겠다. 시내도 작다. 지금까지 다녀본 러시아의 도시는 모두 레닌광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점심은 트립어드바이져를 확인하고 피자를 먹으러간다. 피자집은 피자만이 아니라 초밥과 간단한 일식을 겸하고 있다. 휘는 벤또를 선택하고 나는 피자를 선택한다. 둘다 맛도 있고 좋은 선택이었다. 피자집이름은 Pizza town으로 메뉴판에 주방장이 태극기와 일장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어 인상적이었고 이름이 한국인이나 고려인의 이름이었다.

점심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다. 2시가 넘어있다. 어제 맡긴 세탁물도 얌전히 올려져있다. 휘와 호텔에서 쉰다. 나는 낮잠이 들었다. 낮잠을 자고 이 동네 쇼핑몰을 둘러보기로 한다. 두 군데의 쇼핑몰을 다녔는데 모두 크기가 고만고만하고 특색이 없다. 확실히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톡에 밀려 정체되는 도시처럼 보인다. 쇼핑몰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움직이면서본 카바로브스키 극장에는 2차대전 종전 71년을 기념하는 고려인문화대축제가 8월 13일에 열린다고 한글이 병기된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런 곳에서 한글을 보고, 고려인들이 훌륭하게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저녁은 트립어드바이져에서 이곳 식당들 중 평가 3위를 한 식당을 찾아간다. 평들이 대부분 고루 좋아서 기대를 해본다. Kabachok이라는 동유럽식 식당이다. 가서 나는 치킨커틀릿을 휘는 돼지고기 볶음을 시킨다. 밥이 없어서 빵을 주문한다. 그런데 주문을 한지 한시간이 넘기고 재촉하자 음식이 나온다. 기다리느라 지쳐서 음식맛을 모르겠다. 그리고 야외 테이블은 모기가 달려들어 권하고 싶지 않다. 가격도 음식맛도 별로 였다. 차라리 점심을 먹은 곳이 더 좋았다.

9시가 다되어 걸어 호텔로 들어온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여행도 몇 일 반짝 시간내서 갈 때 신나서 여러곳을 둘러보는 것이지 20일 넘게 장기로 들어서면 경외감이나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 더구나 한나라를 너무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시내관광 위주이다보니 어느 순간 메너리즘과 식상함을 느낀다. 다음번 장기 여행은 렌트카나 손쉬운 이동 수단을 마련해야 겠다. 내가 정말 보고 싶은 좋은 풍경은 대중 교통이 미치지 않으면 움직이기 쉽지 않다. 다음번 장기 여행 프로젝트는 꼭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리라 생각해 본다.

내일은 저녁 8시경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간다. 밤에타서 아침에 내린다. 이 구간을 이용하면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전구간을 타보게 된다. 나의 버켓리스트 중 하나를 완성한다. 한국의 어머니와 집사람, 딸이 보고 싶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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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경 눈을 뜬다. 화장실이 고장 났는지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려 일어난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옆 칸을 이용한다. 결국 내릴 때까지 우리칸의 화장실은 이용불능이다. 덕분에 세수도 양치도 못한다. 능숙하게 침구를 반납하고 우리가 내릴 하바로프스크역에 내린다. 여기 시간은 이제 한국과 같다. 다시 6시간을 거슬러 동진한 것이다. 이제 집에 갈 때까지 한국과 동일한 기간대에 들어섰다. 자동으로 시차 적응을 할 수 있겠다. 하바로프스크는 블라디보스톡과 함께 러시아의 극동 전진기지이자 극동 러시아의 최대 도시이다. 더구나 중국과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국경도시이다. 그럼에도 우리칸에는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놀랐다. 대부분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모양이다. 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하차 인원도 대도시라는 생각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아파트형 숙소는 취소하고 몇 일전 역 옆의 호텔로 변경하였다. 아파트형 숙소에서 음식도 해먹고 빨래도하고 하는게 좋았을지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처음 생각한데로 아파트형 숙소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역에서 나와 100m이내에 숙소가 있다. 그건 참 맘에 든다. 배낭과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8시도 되기전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물어보니 당연히 안된다. 짐을 맡기고 휘와 오슬로 킥보드를 타고 시내로 나가본다.

어라! 킥보드를 끌고나오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킥보드도 맡기고 우산을 들고 나온다. 3일을 샤워도 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해서 떡져서 모자를 썼다. 빨리 샤워하고 싶다. 이루크추크에서도 제대로된 샤워를 못해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역 앞의 긴 공원을 걷는다. 공원이 마치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을 관통하고 긴데 이름도 없다. 러시아는 곳곳에 좋은 공원이 많은 것이 부럽다. 일단 목적지를 하바롭스크의 자연사,향토사 박물관으로 잡는다. 공원 끝에 있는데 공원 길이가 2km는 되는 것 같다. 공원중간에 중앙시장의 입구가 있어서 어슬렁 거려 보지만 아침 일찍이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한다. 공원의 끝이 아무르강변과 맞다아있다.

이 아무르강은 남으로 내려가며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으로 가변 이 아무르강은 중국은 쑹화강, 우리에게는 흑룡강이라는 이름으로 변한다. 강폭은 한강보다 넓어 보이며,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강변을 따라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낚시를 하고 있다. 하바롭스크는 이 아무르강과 우수리강이 합쳐지며 국경으로 변하기 전에 가장 넓은 삼각주에 위치하는 최대 도시이다. 중국과 국경을 인접해서인지 중국계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알기로 고려인 후예들도 많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한국 국적의 교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강변을 휘와 걷다가 다시 도심으로 나온다. 박물관은 10시부터 개관이기에 아침을 사먹으려고 하는데 대부분의 식당이 10시나 11시 오픈이다. 그 흔한 KFC나 Subway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길거리 핫도그를 2개 사서 아무르스키 동상이 있는 작은 광장 벤치에서 먹는다. 이 아무르스키는 동시베리아 총독으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처음 건설 계획한 사람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 부자 기차도 잘타고 왔고 이렇게 옆에서 핫도그도 먹는다. 10시가 되어 박물관에 간다. 입장료는 인당 350루불이며, 두 개의 건물을 이용할 수 있다. 입구에는 중국인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몇 있다. 특히 한국에서 오신 듯한 아주머니들이 계셔서 놀랐다. 이런 아침부터...

첫 건물의 박물관은 자연사를 주제로 화석과 동물 박제 등을 전시하였고, 두번째 건물은 이곳 하바롭스크의 과거 주인인 동양계 원주민들의 생활상과 의류, 도구 등을 전시하고 러시아의 유입과 발전상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땅의 주인은 몽골과 거란, 말갈계 유목 민족이었을텐데, 일제시대에는 많은 독립투사들께서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준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알렉산드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산/사회주의자 여성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반혁명군에 아무르강변에서 총살당하고 버려진다. 아마 암살 전지현의 모델이었을지도... 그래고 하바롭스크의 중심가는 독립운동가 김유천 장군을 기려 김유천거리가 있다. 하지만 박물관은 그다지 특색이 없고 유물도 큰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없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둘러보니 내부 전시물은 거의 둘러 보았다. 휘와 이제 호텔로 들어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좀 씻어야 겠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중앙시장에 들러본다. 고려인의 영향으로 시장안에는 김치와 고사리나물, 콩나물무침, 깍두기 등을 팔고 있다. 이곳으로 또 더한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 되었을 우리의 선조들...그리고 이 척박한 곳에서 일가를 이뤄 이제는 고려인, 4, 5세들이 이렇게 한국을 잊지 않고 한국 음식을 만들고 팔고, 사먹고 있다. 나라가 힘이 없을 때 가장 불쌍한 것이 국민들 아니겠는가! 김치를 보니 저녁은 꼭 한국식당에서 먹자고 휘와 약속한다. 휘는 친구들 기념품을 사주고 싶다는데 정말 마땅한 것이 없다. 집에 식구들도 뭐 사줄게 있을까 살펴보지만 역시나 없다. 러시아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으면 차량이 무조건 정차해야하는가보다. 우리가 횡단보도에 서기만하면 모든 차량들이 멈춘다. 횡단보도 건널 때 안심이 된다. 여지껏 러시아의 모든 곳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차량들이 먼저 멈춰줬다.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들어와 샤워를 한다. 룸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만족스럽다. 호텔 프론트에 세탁서비스를 묻는다. 세탁기가 있냐고 물었을 때 3, 5층에 있다고 해서 양말과 속옷까지 가지고 3층에 가봤으나 다림질 시설 뿐이다. 메이드 아주머니에게 몸짓으로 물어보니 날 1층 프론트로 데려간다. 프론트 직원의 영어를 바라는 것 같은데, 프로트 직원의 영어도 사실 별로라서 결국 서로 모두 몸짓이다. 결국 세탁기는 없단다. 아주머니가 세탁 서비스를 해주고 300루불을 달란다. 그게 편하겠지...결국 우리돈 5,000원 정도를 주고 모든 빨랫거리를 맞긴다.

저녁은 한국식당에 가기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 위치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한인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구글지도에서 찾기 힘들다. 결국 부산식당이라는 곳을 찾았다. 역 근처인 숙소에서 2.5km정도 거리이다. 휘와 열심히 킥보드를 타고 가본다. 이런! 문이 닫혀있다. 몇 일 내부 수리던지 아님 휴가 기간인 것 같다. 휘가 엄청 실망한다. 재빨리 트립어드바이져를 열어서 한국식당을 검색한다. 어라! 숙소 근처에 Korea라는 Korean restaurant가 있다. 다시 숙소로 이동하여 식당을 찾는다. 좀 외진 곳이지만 깨끗한 식당을 찾았다. 가서 메뉴를 확인하니 한국인이 운영하는 전통 한국식은 아닌 모양이다.

비록 노래는 한국음악을 틀고 티비는 한국 사진들을 보여주지만 아무도 한국말은 모른다. 그리고 손님도 모두 러시안이다. 한참을 메뉴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가장 실패 확률이 적은 부대찌게와 제육볶음을 시키는데 제육볶음은 주방장이 안된단다. 결국 돼지고기 볶음을 시켰는데, 돼지갈비살을 양념해서 통으로 구워 내왔다. 맥주 한 병을 시키고 공으로 주는 보리차를 두 잔 마신다. 김치, 마늘쫑 등 밑 반찬과 함께 아들과 둘이 밥 세 공기를 먹는다. 물론 휘가 두 공기를 먹는다. 한국인 입맛엔 별로 이지만 여기는 어디까지나 현지인을 위한, 이곳에 맞게 변화된 한국식당이다. 이런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계 곳곳의 일식, 중식당을 보라. 모두 일본인, 중국인이 운영하는 집이 아니다. 오히려 현지인이 운영하는 집이 더 많다. 한국식 식당이라고 해서 꼭 한국인 입맛에 맞을 필요는 없다. 현지인들에게 맞으면 좋은 것이다. 그것이 한식의 세계화가 아닐까? 우리는 이런 비슷한 맛을 내는 식당에도 만족한다. 가장 맵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한국에서 먹는 정도의 매움이거나  오히려 덜 맵다. 이렇게 저녁을 먹고 1,500루불을 지불한다.

다시 킥보드를 밀며 숙소로 돌아와 휘와 누워서 각자 편안히 쉰다. 내일은 뭘할지 특별히 정한 것은 없다. 내일일은 내일 일어나서 정하기로 맘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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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시비르스크를 떠나는 날이다. 오늘은 밤에 꿈을 매우 많이 꿔서 2시간 마다 깼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니 9시가 넘어 있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되어있는 시계를 보니 5시경이다. 일단 휘와 조식을 먹으러 나간다. 11시쯤 체크아웃을 해야하니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면 얼추 시간이 맞을 듯 싶다.

역시나 이곳 호텔의 조식은 좋다. 달걀과 소시지, 야채 등을 담고 커피가득 한 잔 가득 담아온다. 우유가 들어간 듯한 스프와 시리얼도 챙겨본다. 휘는 어제 부터 먹는게 부실하다. 이 녀석 잘먹어야 버틸텐데... 룸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긴다. 특별히 들은 것도 없는데 은근히 챙겨야할 짐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쓰임을 받지 못한 물건은 카메라다. 배낭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는 한 번도 햇볓을 보지 못한다. 핸드폰이 가장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스냅 사진으로는 핸드폰이 월등히 편하고 갤럭시 s7은 찍힘도 잘 찍힌다. 두루마리 휴지를 오전에 메이드에게 새 것을 하나 받아 놓았다. 열차에서 휴지가 꼭 필요하다.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이고, 사실 정차하는 역 매점에도 팔고는 있다. 이번에는 방에 슬리퍼를 넣어주지 않아서 챙기지 못했다. 호텔에서 나눠주는 슬리퍼 기차에서 아주 요긴했는데...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카운터로 나간다. 

역시나 별 표정이 없는 카운터 여직원들... 원래 이 곳 서빙하는 혹은 서비스직에 있는 여직원들이 표정들이 무뚝뚝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라가 크니 지역마다 사람들의 성향도 조금씩 다르겠지...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도 지역마다 편차가 얼마나 심한가! 짐을 러기지룸에 맞기고 휘와 킥보드만 타고 밖으로 나와 본다. 오늘 늦은 기차이기에 도시를 둘러보기로 한다. 오늘은 우리가 온 중 가장 더운 날씨다. 해가 나니 한국보다야 시원하겠지만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나타난다. 움직이다 보니 레닌광장이다. 도시의 중심이고 많은 길들이 레닌광장을 중심으로 뻗어나가 있다. 레닌광장 앞 공원 밴치에서 시간 많은 여행자 부자는 한 참을 앉아 있는다. 다시 움직이다 보니 어제 왔던 정교회성당이다. 다시 공원에서 앉아 쉰다.

2시쯤 호텔 앞 KFC에 온다. 러시아 KFC는 야외석을 준비하고 있다. 담배 피는 사람도 많고, 워낙 야외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하는 것을 즐기는 민족이라서 그런 것 같다. 우리도 버거와 음료를 사서 야외석에 앉는다. 이곳 참새와 비둘기는 학습이 되었는지 우리가 앉자,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남은 음식을 호시탐탐 노린다. 감자튀김이라도 하나 던져주면 난리가 난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에는 KFC에서 캔맥주를 팔았었는데, 요즘도 파는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생맥주를 2종류나 팔고 있다. 그래서 맥주 한 잔 사놓고 야외에 앉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휘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또 돌아다닌다. 결국 거의 중심가는 다가본 것 같다. 조금 더 외각으로 갔더니 아파트도 많고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들도 많았다. 여기도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곳인가 보다. 새로짓는 건물과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많이 눈에 띄인다. 5시가 넘어서 이곳 노보시비르스크는 그만 둘러 보기로 한다. 거리로는 가장 많은 곳을 살펴 본 도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글을 보고도 관광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면 바보일 것이다. 물론 외곽으로 더 나갈 수 있는 기동력이 있다면 다른  좋은 곳이 있을 수도 있다. 시내 중심을 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 2층 한적한 로비에서 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나 역시 뉴스를 보거나 여유를 갖는다.

7시경 1층의  beerman & Grill이라는 레스토랑을 들어간다. 푹신한 소파에서 한 참을 앉아있을 생각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세다. 나는 중국식 고기 국수와 볶음밥, 휘는 스파게티를 시킨다. 그런데 이곳 서빙하는 직원들은 더 무뚝뚝하고 서빙의 기본이 않되어 있다. 손님이 불러도 못본척하거나 느릿하게 움직인다. 이쯤되니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아님 중국이나 몽골인이라고 무시하나라는 생각마져 든다. 사단은 고기국수를 2/3쯤 먹었을 때 난다. 입에서 씹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서 뱉어보니 얇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즉시 매니져를 불러서 스프에서 이런 것이 나왔다고 따져 묻는다. 영어는 전혀 않되는 이곳 직원들은 러시아말로 뭐라고 하는데 뭐라는지 알 수가 있나! 됐고 먹던 국수를 줘버렸다. 그리고 났더니 다른 음식도 입맛이 달아난다. 조금씩 남긴다. 매니져는 메뉴판을 가져와서 케익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 원치 않느다고 말한다. 재차 권하기에 짜증나는 어투로 I don't want!라고 강조하여 말한다. 의외라는 표정이다. 암만해도 내가 중국식 음식을 시켰으니 중국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기 호텔도 중국에서 기차로 넘어오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제법 있다. 아무튼 식당 종업원들이 '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말로 수근거린다. 오래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그냥 일어나야 겠다. 사실 휘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을 부탁했는데도 없다고 잘라서 말해 빈정이 좀 상해있는 상태였다. 설마 핸드폰 충전기가 없으려고...계산서를 달라고하고 국수 가격은 못내겠다고 했다. 영수증도 국수 가격은 빠져있었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나와 맡긴 배낭을 찾고 2층 로비로 올라와 이글을 쓰고 있다. 잠시 후 11시경 역으로 기차를 타러 갈 것이다. 이미 기차표도 발권을 해서 천천히 가도 된다. 기차는 12시 탑승이다. 토요일 아침에  이루크츠쿠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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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행의 중반을 넘었다. 총 27일의 일정 중 14일이 지났으니 중간을 지나는 시점이다. 이쯤되면 여행에 회의도 생기고 집이 그리워 진다. 노보시비르스크가 일반적인 도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 조금 실망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충분히 다녀 본다면 어떤지 결론이 나겠지. 아무튼 일정을 조금 수정하고 싶어 졌다. 하바롭스크를 통과하고 이루크츠크 알혼섬 일정을 늘리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해도 기차표가 없다. 바이칼호가 있는 이루크츠쿠는 러시아인들도 꼭 가고 싶어하는 휴양지이다보니 성수기인 8월 초의 기차는 모두 만석이다. 인터넷에는 표가 없어도 역에 가면 있지 않을까하고 역에 가보지만 역시나 해당 날짜에 기차표가 없다. 결국 원래 일정대로 알혼섬에서 2박3일 하바롭스크에서 2박3일을 그냥 진행해야겠다.

모스크바 시간에 몸이 적응을 하여 아침에 10시를 15분쯤 남겨두고 기상을 한다.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다시 몸을 이 곳의 시간에 적응해야 한다. 조식을 먹으러 급하게 나가 본다. 조식시간이 10시까지가 아닐까 염려를 해보지만 11시까지이다. 지금까지 갔던 러시아 호텔 중에 가장 좋은 조식을 제공한다. 제법 근사한 뷔페의 느낌을 낸다. 연어지만 회까지 있다. 하지만 입맛이 썩 좋지는 않아서 몇 가지를 담고는 그만둔다. 아침부터 무리하긴 그렇다.

아침을 먹고 룸으로 돌아와 오늘은 킥보드를 타고 온도시를 싸돌아 다녀보기로 한다. 노보시비르스크에도 지하철이 다니지만 오늘은 이곳의 간단한 지도를 얻어서 우리발로 돌아보기로 한다. 타보니 킥보는 걷는 것에 비해 같은 시간에 3배는 거리를 더 가는 것 같고, 힘은 절반 정도 드는 것 같아 효율이 좋다. 여행 다닐 때마다 가지고 다닐까 생각이들 정도이다.

일단 부활러시아정교회성당에 가본다. 성당 바로옆 공원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당은 엄숙하고 신실하다. 사람들은 성호를 그으며 성당 앞에서 부터 경건한 몸가짐을 유지한다. 나는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가 성당의 할머니께 지적을 받는다. 성당내부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벽화와 천정화가 그려져있다.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잠시 경헌한 마음으로 서 있다가 나온다. 내부 촬영은 그 엄숙함에 시도도 하지 않았다.

다시 레닌 광장으로 이동한다. 광장의 동상과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페라 극장을 둘러본다.

구 러시아 제국의 지리학적 중심지라는 성니콜라이 성당을 보고 계속 이동한다. 곳곳에 공원이 있어서 참 좋다. 러시아도 시내 곳곳에 걸인들이 있다. 걸인이 없는 나라가 몇 북유럽 국가 말고는 없을 것이다. 휘와 이동하면서 저 걸인도 어려서부터 거지는 아니였을 텐데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덧 오비강 고수부지이다. 고수부지는 시민들 산책로와 놀이기구를 즐기수 있는 크지 않은 놀이공원이있다. 한쪽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 킥보드로 묘기를 연습하고 있다. 여기는 화장실이 15루불이다. 강 건너편에 강변 백사장도 보인다. 물놀이를 할만큼의 날씨와 수질은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다.이렇게 돌아다니니 노보시비르스크의 모든 관광지를 다 돌아본 셈이다. 물론 걸었으면 완전한 하루치였갰지만 관광도시는 분명히 아니다. 이곳은 관광객도 별로 없어서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도, 또한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관광객이 없어서 인지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는 사람을 무려 3명이나 만났다. 내가 완벽히 현지인 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이곳의 대형 마트와 맞은편 재래시장을 가본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이 곳 대형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다. 물론 한국식 식료품이나 과자 등은 빼고. 재래시장은 어디나 비슷하게 진행된다. 그래도 여기 러시아는 재래시장도 건물안에 있다. 다수의 노점이 모여있는 재래시장은 못봤다. 재래시장에서 물건들을 구경한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물가보다 싸다. 고기는 보통 1kg에 5~6,000원 정도이고 과일이나 채소도 저렴하다. 다만 물고기 특히나 바다 생선은 구경하기 힘들다. 연어가 가장 흔한 생선이다. 시장에서 호두와 캐슈넛을 300g에 250루불에 구매한다.

저녁 생각이 없다는 휘 때문에 마트에서 짜장 라면과 사과파이를 산다. 휘는 냄비가 없는데 짜장라면을 어떻게 끓여먹느냐고 한다.

나는 뽀글이로 끓여서 물을 빼고 춘장액상을 넣어 비며 먹는 법을 알려준다, 입맛 없다고 하더니 하나를 뚝딱 먹어 치운다. 사과파이도 50루불의 가격에 아주 맛난다.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외국의 저렴한 이런 빵들이 반갑다. 호텔 옆의 마트는 가격도 저렴하고 물품도 다양해서 내일 기차 타기전에 장을 여기서 봐야겠다. 맥주도 캔 1리터짜리를 나는 여기서 처음 봤다. 이렇게 노보시비르스크의 두 번째 날도 저물어간다. 내일은 밤늦게 기차를 타고 29시간을 달려 이루크츠쿠에 간다. 이루크츠크에서 다시 버스로 6시간 달려 알혼섬에 들어가기에 내일 일기를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Posted by 휘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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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이 기차를 내리는 날이다. 꼬박 49시간을 탄 것인데, 시차를 감안하면 53시간이 된다. 노보시비르스크는 모스크바와 시차가 3시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4시간의 시차가 난다. 내가 잘못 안 것인지 인터넷이 잘 못 알려준 것인지...덕분에 한국과 2시간 시차이다.

막상 기차의 화장실을 써보니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물론 80여명의 사람이 볼 일과 씻는 일과 컵 등을 설겆이하는 일까지 따지면 항상 화장실은 사람이 있다고 봐야겠지만 일찍 씻고 늦게 씻으면 큰 불편함은 없다. 뜨거운 물은 항상 펄펄 끓는 물을 준비해 놓기 때문에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시기에 뜨거운 물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 같다. 중국도 그렇고 차문화 발달한 문화는 뜨거운 물을 얻기 쉽다.

앞의 초등학생 남자아이 둘을 데리고 탔던 가족은 밤 12시쯤 기차에서 내리고 2, 3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여자애를 데리고 부부가 앞자리에 탄다. 그 때 나는 몇 가지 도움을 주고는 누워서 잠이든다. 자리 잡느라고 부시럭 거리는 소리, 꼬마 여자아이의 울음 소리가 귀찮게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크게 무리 없이 잠이 든다. 아침에 깨어보니 5시경이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씻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본다. 커피 한 잔을 타서 두 시간 가량 넋 놓고 창밖을 본다. 어느 덧 기차에서의 하루 일과가 됐다. 모두 자고 있는 시간에 날이 밝아서 창밖이 잘보이는 조용한 이시간이 가장 좋다. 지금까지 2일을 넘게 기차는 달리고 있는데 창밖은 변함이 없다. 도대체 산이라고는 아직 못봤다. 그러고 보니 알마티 이후로 산을 본 기억이 없다. 이놈의 나라는 평원만 있다. 가끔씩 보이는 민가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 장소에 10여채의 집들이 모여있는 정도이다. 가끔 큰 마을이나 도시가 나타나 기차가 정차하여 내려보면 우리나라 소도시 보다도 작아보인다. 가끔 기차 창문까지 말린 생선이나, 간식거리, 과일, 기념품을 팔기 위해 장사치들이 들락거린다.

아침은 간단한 빵과 말린 빵을 먹는다. 점심은 정차한 역사에서 피자빵을 사서 휘와 먹는다. 맛은 별로 없다. 다음에 기차를 타게 되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이제는 눈에 보인다. 그리고 밖에서 사는 것과 역 플랫폼 매점에서 사는 음식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편안하다. 구지 무겁게 물과 음료를 잔뜩 사가지고 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역무원이 식사 시간이면 빵 종류를 다양하게 가지고 다니며 판다. 물론 역무원실에서 과자며, 음료, 컵라면까지 팔고 있다. 적어도 돈만 가지고 탄다면 굶지는 않아도 된다.

도착하기 3시간 전쯤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다. 빨리 내리고 싶다. 목표점에 다가와 오니 내리고 싶은가보다. 기차안이라 운동량은 거의 없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거나 누워서 책이나 만화를 보거나 자거나, 먹거나 그 것들 중 하나이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앞에 여자아이는 번잡하다. 그 만할 때의 휘나 슬이가 생각난다. 그래도 여자이이(이름을 잊었다)는 내가 웃거나 표정을 지어주면 까르르 웃어서 예쁘다. 그래도 정류장에서는 3G가 터져서 잠깐이라도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갑다.

여기 시간으로 6시가 넘어서 기차에서 내린다. 짐을 챙겨넣고, 기차에 타면서 보급받은(물론 미리 기차표를 구매하면 같이 결재한) 수건, 배개보, 침대커버, 덮는커버를 반납한다. 일단 노보시비르스크는 기차를 50시간 타고오면서 본 가장 큰 도시처럼 보인다. 왠지 갑자기 시내에 온 것 같은데 잠깐 둘러본 봐로는 사실 알마티 보다도 시골이다. 큰 오비강을 끼고 있는 강변 도시이기도 하다. 역을 나와서 호텔을 찾아보니 역 앞에 노보시비르스크에서 가장 큰 건물처럼 보인다. 4성급 호텔임에도 그렇게 정이가는 호텔은 아니다. 일단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해야 할까 무뚝뚝하다고 해야 할까, 좀 인상이 좋지 않다. 물론 4성급 호텔이니 영어는 어느 정도 한다. 트윈 침대를 미리 예약했음에도 킹사이스 원 침대 밖에 없단다. 그럴리가... 아무튼 서비스는 4성급이 아닌 2성급이다.

일단 모레 밤늦게 다시 기차를 타고 이루츠크로 떠난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제법 큰 도시에 유서가 있는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는 동안 보았던 조용하고 휴양지에 가까운 도시에서 묶는게 좋았을 것 같다. 도시가 우중충한게 특색이 없다. 물론 내일 돌아다녀봐야 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이 있다. 러시아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격차가 심해지는 느낌이다. 휘는 알마티가 가장 정이 갔다고하고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가장 맘에 들었다.

휘와 오랫동안 기차안에서 빵쪼가리와 사발면을 먹었으니 맛난걸 먹어보자고 제안한다. 왠지 힘도 들어서 호텔내 레스토랑을 갈지 호텔 옆에 있는 스시집에 갈지 결정을 하라고 했더니 스시로 결정을 한다. 제법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다. 스시(그래봐야 진짜 회가 아닌 초밥이고 그 것도 김밥과 연어를 얹은 것과 장어를 얹은것이 다지만) 세트를 주문하고 휘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면요리를 주문한다. 일본식 라면이다. 나는 베트남 비빔 쌀국수를 주문한다. 스시는 일반적인 맛이었고 바다가 먼 이곳에서 신선한 생선은 무리일 것이다. 라면은 의외로 괜찮았다. 베트남 쌀국수는 별로였다. 생맥주 두 잔과 콜라 한 병을 먹고 1,500 루불을 지불한다. 현재 환율로 28,000원 정도이다. 둘이 잘먹고 내일 비가 오지 않는다면 킥보드를 타고 시내와 강변을 나가 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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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볼거리도 많고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마치 서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지 모르겠다. 크렘린궁 주변으로 있는 볼거리를 제외 한다면 크게 다른 점도 없다. 사실 이러한 것도 몇 일 지내보며 하는 말이다. 보다 잘알고 심도있게 들어가면 훨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할지 모르겠다.

아침식사를 휘와 남아있던 빵과 요플레로 해결하고 크렘린궁으로 나가본다. 늘 아침은 여기서 시작이다. 여전히 관광객은 많고 이제는 중국뿐이니라 세계 각지의 단체 관광객을 만난다. 시티투어 버스를 발견하고 일단 어떤 경로를 도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안내원에게 팜플릿을 요청하여 받는다. 홈페이지에는 경로도 지도로 나와있지 않고 정보가 부족하다. 역시나 모스크바 시티투어는 한국어 보이스 가이드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도를 확인 결과 정말 크렘린궁 주변을 돌뿐이다. 사실 크램린을 중심으로 결어서 이미 휘와 본 것들이 많다. 그리고 구지 버스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는 경로였다. 휘와 시티투어버스는 타지 않기로 한다. 특별한게 없다.

5시 서커스를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그 전의 일정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제 갔던 곳이 아닌 다른 데카슬론(Decathlon)을 가보기로 한다. 모스크바의 대형 소핑몰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굼과 같은 럭셔리 백화점 말고 이 곳 모스크바 시민들이 이용하는 쇼핑몰을 둘러보고 싶었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지도로 검색하여 제법 커보이는 데카슬론을 포함하는 쇼핑몰을 찾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움직여 본다. Awah라는 쇼핑몰로 이동한다. 전철역에서 제법 걷는데 오늘은 모처럼 화창하다. 그래도 긴팔을 입는 것이 맞는 정도의 기온이다.

우리 앞에 킥보드를 탄 세부녀가 다정하게 가고있다. 막내는 내가 쳐다만 봐도 까르르 넘어간다. 갑자기 우리 딸, 슬이가 보고 싶다. 오늘 집사람과 수영장에 갔다고 하는데, 신나게 까불고 놀겠지...세 부녀의 킥보드를 보자 우리도 킥보드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넘쳐난다.

결국 우리는 데카슬론에 들려 킥보드 oxelo twon9을 구입한다. 휘는 입이 귀에 걸렸다. 의젓하게 괜찮은 척 햇지만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확실히 킥보드를 타고 이동해 보니, 이동 속도는 빨라지고 피로감은 덜하다. 내 배낭여행의 잇아이템이 될 것 같다. 우리 부자는 이동 수단의 능력이 +10 레벨업 되었다.

여기 쇼핑몰이 우리나라 어느 곳 보나도 크다. 총 7층으로 7층은 아이스 링크가 있다. 휘는 스케이트를 타보고 싶다고 해서 티켓부스로 갔는데 사람이 없다. 결국 좀 기다리다가 그냥 관두기로 했다. 겨울이 긴 나라여서 그런지 스케이트 타는 실력들이 보통이 아니다.

점심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무게를 재서 가격을 측정하는 것인데, 고기나 빵, 음료 등을 추가하면 별도 과금하는 시스템이다. 별로 비싸보이지 않아서 닭꼬치, 고기꼬치, 음료 등을 추가 했는데 가격이 1,200루불 가까이 나왔다. 확실히 모스크바는 물가가 서울 만큼 비싼 것 같다. 모든 음식이 조금 추가하면 서울 만큼 나온다.

이곳에 5층 높이의 수족관이 있는데 안내를 보니 2015년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족관으로 기내스북에 등재됐다고 한다. 그 높이다 21m가 넘는다. 그 수압을 견디는 유리도 대단하다.

어느덧 시간이 3시가 넘어가서 우리는 업그레이드된 이동수단을 이용하여 걸어올 때 보다 빠르게 지하철 역으로 이동한다. 이제 지하철에서 환승은 너무 쉽다. 흔히 볼쇼이 서커스라고 말하는 Moscow Great circus, 휘는 서커스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해서 좋은 서커스이길 바라본다.

서커스를 관람하러 가다가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만난다. 휘와 이동수단이 생겨 빨리 다녀 올 수 있겠다 싶어 대학을 구경해 본다. 나중에 찾아보니 세계에서 학생수도 순위권, 대학 자체의 순위도 높은 그런 좋은 대학교이다. 휘에게 대학 내부를 보여주고 이렇게 좋은 학교에 다녀 보고 싶지 않냐고 꼬득여 본다.

 토요일이라 학생은 별로 없었다. 다만 교정의 크기가 몇 블럭을 통으로 잡고 있는 듯하다.

서커스장으로 이동하여 우리 자리를 찾아 앉는다. 앞에서 6번째줄 정면, 관람하기 좋은 위치다. 아이의 꿈 속에 천사가 나타나 각종 서커스와 동물들을 만난다는 큰 기본 줄거리이다. 브레이크 타임까지 2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이었다. 휘는 매우 좋아하고 재미있어 했다. 박수도 많이치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인간 신체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꽉채운 관중석은 확실히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에 비해 관람 태도가 좋다. 반응도 잘하고 박수도, 함성도 좋은 반응을 한다. 그래서 같이 보고 있는 나도 흥이 더해 진다.

휘는 휘만 빼고 집사람과 슬이와 본 마카오의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와 비슷하냐고 묻는다. 사실 서커스도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워낙 대단해서 이 서커스 보다는 재미있다고 말해준다. 나중에 휘도 보여주고 싶다.

9시가 다되서 숙소에 돌아온다. 저녁은 지치고 힘들어서 간단하게 또 케밥을 포장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간단하게 씻고 물을 실컷 마시고 케밥을 먹는다. 숙소 근처의 이번 케밥이 훨씬 맛있다. 몇 일을 이것만으로 먹어도 잘 버틸 것 같다. 휘도 맛있어 한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보드카를 담을 스테인레스 술병을 500루불에 하나 구입한다. 왠지 근사해 보인다. 사실 가지고 싶기도 했다. 담배도 하나 구입했다. 한국과 똑같은 에쎄체인지를 구입했는데 95루불로 1,800원 정도이다. Kt&G가 러시아에 진출하여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하더니 한국 담배가 많다.

내일는 1시 기차로 노보시브르스크로 이동한다. 총 46시간의 이동이다. 일요일 기차를 타면 화요일에나 내릴 것이다. 인터넷 사정이야 당연히 좋지 않을 것이기에 일기는 화요일에나 다시 올 릴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기차를 타기전에 먹을 간식과 밥거리를 충분히 사서 타야한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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